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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8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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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1화

 

181화

 

 

 

 

 

 

2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펼쳐진 안개 바다.

 

그곳의 경비무사는 모두 이십사 명. 전에 비하면 두 배로 보강이 된 상태였다.

 

그래 봐야 좌소천과 비천사룡이 그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데는 숨 몇 번 쉬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좌소천은 경비무사들을 단 한 명만 남겨놓고 모두 처리하고는, 주위의 동향을 살펴보았다.

 

아직 누구도 입구의 상황을 모르는 듯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좌소천은 살려놓은 경비무사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정신을 차린 경비무사가 고개를 들자 좌소천이 물었다.

 

“시끄럽게 한다면 나는 그대를 죽일 수밖에 없다. 하나 묻는 말에 대답만 잘하면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네가 해라. 내 질문에 대답하겠는가?”

 

경비무사는 파르르 몸을 떨더니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좌소천은 경비무사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어제오늘, 천외천가에 누군가가 침입한 일이 있었지 않은가?”

 

경비무사의 고개가 쳐들렸다.

 

“있었습니다.”

 

“침입한 자는 어떻게 되었지?”

 

“그, 그게… 정확히는 모릅니다. 금지로 들어가서…….”

 

“금지? 정확히 말해봐라.”

 

경비무사는 어차피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이 아는 것을 순순히 다 털어놓았다.

 

그러기를 일각.

 

좌소천은 경비무사의 수혈을 짚어놓고 회색빛 안개를 바라보았다.

 

신녀가 천외천가의 장로와 중견 고수들 수십 명을 죽이고 금지인 천해의 대지로 들어갔다고 한다. 와중에 누군가가 그녀를 도와주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경비무사의 말대로라면, 천해에 들어간 신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제발 살아만 있어라, 영령.’

 

좌소천은 소원을 빌 듯이 보름달을 한 번 바라보고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비천사룡에게 전음을 보냈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진세를 약화시킬 것이오. 그러니 나중에 들어오도록 하시오.>

 

금룡이 멈칫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좌소천은 어둠에 휩싸인 안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을 통과하는 방법은 기천승의 책자를 보고 이미 숙지한 터였다. 

 

문제는 비천사룡이 제대로 뒤를 따라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좌소천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천천히 안개 속을 걸어가며 진세의 형태를 살펴보았다.

 

이십여 걸음을 옮기자 대충 진세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런데 한 가지 진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 안 것이 아니라면 두 가지 진이 혼합된 진세였다.

 

‘하나는 귀원칠곡진(歸元七曲陣)이 분명한데, 나머지 하나를 잘 모르겠군. 진무진(眞霧陣) 형태인데…….’

 

아닐지도 모르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안개를 생성시키는 진무진 형태의 진은 대부분 사람의 눈을 가리는 것이 목적이지,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곳에 설치된 진도 귀원칠곡진을 감추기 위한 것이 목적인 듯 보였다.

 

일단 결론이 내려지자, 좌소천은 귀원칠곡진의 중심을 이루는 일곱 개의 바위로 접근해서 하나씩 건곤신권으로 내려쳤다.

 

마지막 일곱 번째 바위가 모래처럼 부서져서 무너져 내린 순간, 안개가 출렁이는 듯하더니 살갗에 스미던 기이한 기운이 사라졌다.

 

이제 안개는 더 이상 천선곡의 방패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된 상태.

 

<이제 들어와도 되오.>

 

좌소천의 전음에 비천사룡이 안개 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입구를 손쉽게 통과한 좌소천과 비천사룡은 천선곡의 내부 모습이 눈앞에 드러나자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인 모습은 혁련미려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데군데서 타오르는 화톳불에 끝도 보이지 않게 펼쳐진 건물들이 보였다.

 

고목과 건물들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 건물 사이사이에는 경비무사들이 잠복해 있었는데, 흘러나오는 기운이 제법 삼엄했다.

 

신녀의 침입 이후 경계를 강화한 듯했다.

 

좌소천은 눈보다 감각을 더 믿고 움직였다.

 

천해가 있다는 서쪽 계곡 끝까지 가려면 십 리는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천외천가의 경비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가지 들켜서는 안 되오. 만일 들키거든 최대한 빨리 상황을 처리하시오. 그도 안 되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입구 쪽으로 가도록 하시오. 알겠소?”

 

좌소천의 전음에 금룡이 침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궁주.”

 

좌소천은 금룡의 대답을 뒤로하고, 솜에 물이 스미듯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3

 

 

 

 

 

절벽 쪽은 화톳불이 거의 비치지 않았다.

 

경비무사들도 건물을 주로 지키고 절벽이나 외진 곳은 가끔 순찰만 돌 뿐이었다.

 

좌소천은 순찰무사들이 지나간 사이, 절벽의 음영을 이용해 빠르게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삼백여 장을 들어가자 십여 그루 고목이 하늘을 가렸다.

 

천외천가의 역사를 증명하듯 장정 대여섯 사람이 둘러야 겨우 손을 맞잡을 듯한 고목이었다. 좌소천은 그중 가지가 바깥쪽으로 뻗은 고목 위로 올라가 전면을 둘러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미약한 기운이 느껴졌다.

 

전면 건물 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아니다. 자신의 오른쪽, 고목이 밀집한 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다. 

 

숨이 미약하고 고르지 못한 것이 부상을 입은 듯했다.

 

<궁주, 누군가가 고목에 은신하고 있습니다.>

 

금룡도 느꼈는지 전음을 보내왔다.

 

<내가 살펴볼 테니 주위를 경계하시오.>

 

좌소천의 명령에 비천사룡이 우측으로 바람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좌소천은 그사이 기운이 느껴지는 고목으로 접근했다.

 

천선곡 내에 부상자가 은밀히 숨어 있을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가 천외천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바람처럼 소리없이 고목 위로 다가간 좌소천의 눈에 제법 큰 구멍이 보였다. 구멍 안은 바깥보다 훨씬 어두웠지만, 그러한 어둠으로는 좌소천의 눈을 가리지 못했다.

 

구멍 안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초췌한 모습,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얼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숨소리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일순간 좌소천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호운?’

 

경악한 좌소천은 재빨리 구멍 안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호운! 나다, 소천!>

 

고개를 들던 혁련호운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혀… 엉.”

 

들릴 듯 말 듯 가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 말을 내뱉는 것이 그리도 힘든지 혁련호운의 입술이 잘게 떨린다.

 

좌소천은 손을 내밀어서 혁련호운의 몸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는 주위를 자신의 기운으로 감싸서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 후 혁련호운의 맥문을 통해서 내력을 흘려 넣었다.

 

잠깐 사이 혁련호운의 몸 상태를 살펴본 좌소천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한 기운이 혁련호운의 몸에 가득 차 있엇다. 뜨거운 듯하면서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기운이.

 

문제는 그로 인해 혁련호운의 혈맥과 장기가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기운이지?’

 

좌소천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일단 혁련호운의 몸에 부드러운 기운을 흘려 넣어서 기력을 북돋아주었다.

 

혁련호운의 입이 열린 것은 반 각가량이 지나서였다.

 

“그만… 해, 형.”

 

“어찌 된 일이냐, 호운?”

 

“그자… 정말 무서운 자였어.”

 

누굴 만난 걸까? 누가 혁련호운의 가슴에 공포를 심어준 걸까?

 

혁련호운의 말이 이어졌다.

 

“그녀를……. 구해줘, 형.”

 

어렵게 말을 잇는 혁련호운의 입에서 선홍빛 피가 흘러나왔다.

 

좌소천은 다급히 그의 몸을 앉히고 명문혈에 손을 얹었다.

 

“일단 네 몸부터 안정시켜라. 내가 도와줄 테니 몸 안의 이상한 기운을 밀어내.”

 

그러나 혁련호운은 마른기침을 뱉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쿨룩, 소용… 없어.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어. 그자의 기운이 스며들었을 때만 해도 견딜 만했거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자의 기운이 내 내력을 잡아먹고…….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놓더라고. 이곳에서 내상을 치료하고 그녀를 구하려 했는데…….”

 

혁련호운은 소영령이 공야황을 막는 동안 절곡을 빠져나왔다. 

 

천만다행으로 폭포 근처에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공야황을 믿고 모두 철수한 듯했다.

 

내심 안도한 혁련호운은 근처에 몸을 숨기고 내상을 치료하려고 했다. 

 

혈맥에서 기이한 기운이 느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괴이한 기운은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 끌어올린 그의 기운을 흡수하며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더니 어스름이 몰려올 즈음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

 

다급해진 혁련호운은 날이 어두워지자 그곳을 빠져나와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다가는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렇게 의미없이 죽고 싶지 않았다.

 

몸을 치료하고 ‘령’을 구해야만 했다. 그 가능성이 단 일 할밖에 되지 않을지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천선곡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전신혈맥이 터져 나가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는 하는 수없이 새벽에 숨었던 고목의 구멍에 몸을 밀어 넣고, 몸속에 깃든 괴이한 기운을 몰아내려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그의 몸은 더 이상 내력을 끌어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크크… 크크, 나는 이제 틀렸어…….”

 

자조의 웃음을 흘리는 그의 몸이 잘게 떨린다. 점점 많은 핏물이 그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좌소천도 모르지 않았다. 

 

그가 아는 한 혁련호운의 몸은 당장 고개를 처박고 죽는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였다.

 

“호운, 포기하지 마라. 절대 포기하면 안 돼!”

 

“나도… 그러고 싶어, 혀… 엉.”

 

“잠시만 참아라, 호운.”

 

좌소천은 백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천사룡이 있는 곳은 기운으로 감싸여 있지 않았기에 전음으로 말했다.

 

<백룡, 당신이 호운을 밖에 데려다 주시오. 그리고 그들에게 즉시 호운을 영풍산장으로 데려가라 하시오.>

 

영풍산장에 있는 장로들이라면 혁련호운의 몸에 깃든 괴이한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곳까지 갈 동안 견딜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예, 궁주.>

 

다가온 백룡이 조심스럽게 혁련호운의 몸을 안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금룡이 급히 전음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좌소천은 백룡에게 내린 명령을 말하고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밖으로 내보내 영풍산장으로 보낼 생각이오. 장로님들이라면 호운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오.>

 

그 말에 금룡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룡이 혁련호운을 안고 밖에 나갔다 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좌소천이 과연 그때까지 기다려 줄까?

 

<궁주, 그럼 백룡이 갔다 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실 생각이십니까?>

 

<아니오. 이곳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소. 조금 힘들어지더라도 바로 출발합시다.>

 

혁련호운까지 만나고 나니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한 사람의 고수보다 시간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좌소천은 그 말만 하고는, 백룡이 혁련호운을 안고 고목을 떠나자 즉시 방향을 서쪽으로 잡고 신형을 날렸다.

 

금룡은 한숨을 내쉬며 하는 수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4

 

 

 

 

 

“정말 예쁜 계집이야.”

 

공야황은 붉게 물든 눈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신녀를 훑어보았다.

 

붉은 안개가 옅게 깔린 방.

 

홍옥으로 만들어진 침상에 백색 속옷만 입은 신녀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나마 정신을 잃어 눈을 감고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일 신녀가 눈을 뜨고 있다면, 자신조차 부동심을 유지하기 힘들지 몰랐다.

 

누워 있는 그 자체로 세상을 뒤엎을 만한 유혹. 그런 여인이 신녀였다.

 

“세상에 이런 계집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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