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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9화

 

169화

 

 

 

 

 

 

“조금 아네만.”

 

혁련호운이 품속에서 열 냥 정도 되는 은원보를 하나 꺼내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제가 경비를 드릴 테니, 부탁하나 하죠.”

 

“부탁?”

 

“밖에 나갈 일이 있으시거든 제 말을 서신에 써서 제천신궁의 좌소천이라는 보내주십시오. 쓰실 말은 간단합니다. ‘그 동안 고마웠어, 소천 형.’ 그렇게만 쓰시면 됩니다. 부탁합니다.”

 

빠르게 말을 맺은 혁련호운은 멍한 표정의 기천승이 대답도 하기 전에 홱 몸을 날려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기천승은 급히 넝쿨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러나 이미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보게!”

 

급히 소리쳐 불렀지만 돌아온 것은 메아리뿐이었다.

 

 

 

 

 

2

 

 

 

 

 

앉아 있는 사람은 일곱에 불과했다.

 

노인 셋, 중년인 넷.

 

하지만 그들 일곱 사람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전청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해심, 순우가의 아이들은 언제 도착한다 하던가?”

 

턱에 백염이 주먹처럼 달린 노인이 칼칼한 목소리로 물었다.

 

“늦어도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것이네.”

 

해심 척발조의 대답에 백발의 유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꼭 순우연의 말을 들어야 하나?”

 

척발조가 조소를 지으며 유사를 바라보았다.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척? 무슨 뜻인가? 그럼 순우연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말인가?”

 

“잊었나 보군. 우리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분은 오직 해주님뿐이네.”

 

“흠, 그건 그렇지.”

 

“해주님의 명이 아니었다면 어찌 우리가 순우연의 뜻에 따라 움직였겠는가?”

 

주먹 턱수염의 노인, 마사가 코를 찡그렸다.

 

“그럼 우리만으로 화산을 공격해도 상관없단 말인가?”

 

“못할 것은 없지만, 우리의 힘만으로 화산을 공격하면 순우연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겠는가?”

 

“제길, 이러나저러나 답답한 건 마찬가지군.”

 

“답답해할 필요 없네, 그저 더 많은 고기가 몰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척발조의 말에 유사와 마사가 이마만 찡그린 채 입을 닫았다.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붉은 머리의 중년인, 혈암이 물었다.

 

“화산을 치는데 이리 복잡하게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가서 다 때려 부수면 될 거 아닙니까?”

 

척발조가 혈암을 째려보았다.

 

“멍청하긴……. 무림맹은 화산을 보호해야 하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보호할 곳이 없어지면 무림맹은 전격적으로 우리를 공격하려 할 것이 아니겠느냐? 그러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화산 하나 무너뜨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야.”

 

콰당!

 

그때 문이 부서질 듯이 열리고 한 사람이 뛰듯이 안으로 들어왔다. 

 

천해를 지원하는 천외천가 무사들의 수장 중 하나, 조운당주 곽추민이었다.

 

척발조가 노한 표정을 지으며 호통을 쳤다.

 

“무슨 일인데 그리 서두르는 것이냐?”

 

“급전이 왔습니다, 노야!”

 

“급전?”

 

“대공자께서 이끄는 일로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합니다!”

 

“뭐야? 그게 무슨 말이냐?”

 

“대공자께서 산양을 지나 상주로 가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합니다.”

 

“무림맹이라더냐?”

 

“무림맹의 무사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행방을 알 수 없던 제천신궁 놈들이 아닌가 합니다, 노야.”

 

“제천신궁이라…….”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린 척발조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그런데 순우무종이 왜 이곳으로 오지 않고 상주로 갔단 말이냐?”

 

“그게…….”

 

곽추민이 머뭇거리자 유사가 싸늘히 코웃음 쳤다.

 

“흥! 혼자 공을 세워보려 했겠지.”

 

척발조는 손을 들어서 유사의 입을 막고 전령에게 물었다.

 

“순우무종은 어떻게 되었느냐?”

 

“아직 정확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만,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한 듯합니다.”

 

“순우경은?”

 

“대장로께선 계획대로 오고 계십니다.”

 

“그래?”

 

척발조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가서 순우경에게 최대한 속도를 높여서 오라고 해라.”

 

“예, 노야!”

 

곽추민이 밖으로 급히 나가자 마사가 눈을 빛냈다.

 

“움직일 생각인가?”

 

척발조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순우연의 자식이 먼저 명을 어기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네. 이제 순우연의 말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어.”

 

“제천신궁이 순우무종을 쳤다면 무림맹 역시 곧 화산으로 달려올 텐데……. 흠, 순우경이 이곳까지 오는 시간과 얼추 맞을 것 같군.”

 

“문제는 제천신궁 놈들인데…….”

 

“제아무리 놈들이 강하다 해도 순우무종이 이끄는 천외천가의 힘도 약하지 않네. 아마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게야. 그렇다면 바로 움직일 수 없겠지.”

 

“하긴……. 좋아, 준비하지. 순우경이 도착하면 곧바로 화산을 치세.”

 

혈암이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산을 치지 않는 것이 낫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랬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일로가 없는 상태라면, 제천신궁 놈들까지 화산에 올 경우 피해가 너무 커진다. 놈들이 오기 전에 화산과 무림맹을 먼저 처리해야 돼.”

 

유사가 잇새로 투덜댔다.

 

“멍청이 하나 때문에 일이 다급해졌군.”

 

“글쎄,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순우연도 더 이상 오만하게 굴 수 없을 테니 말이야. 끌끌끌…….”

 

 

 

 

 

3

 

 

 

 

 

상주 서쪽 외곽 야산자락에 자리한 풍성보(豊成堡)는 상주에서 이백 년이 넘도록 기반을 다져온 토착 세력이었다.

 

보주는 진운검(震雲劍) 공효천.

 

그는 만패철검 선우궁현의 지인 중 한 사람으로, 일대에서 덕망이 높아 무인이라기보다는 지역의 영주처럼 받들어지는 자였다.

 

좌소천은 그에 대한 것을 구포봉에게 들었기에 오봉산을 떠나기 전 그에게 서신을 한 장 보냈다.

 

그 때문인 듯했다. 신시 무렵, 좌소천과 오행대가 도착했을 때 공효천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좌소천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소. 천하를 진동시키는 궁주를 직접 뵙다니, 공모의 홍복이외다.”

 

공효천은 좌소천의 나이가 어리다 하여 반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의 조카임을 알면서도 공손히 대했다.

 

상대가 천하제일패 제천신궁의 주인임을 아는 까닭이다.

 

“많은 인원이 성으로 들어가면 소란이 일까 봐 찾아왔습니다. 잠시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허허허, 본 보가 비록 이름은 없지만 장원은 제법 크다오. 아무런 걱정 말고 쉬도록 하시오. 자, 온다는 연락을 받고 식사를 준비했으니 들어갑시다.”

 

이미 사가촌에서의 혈전에 대한 소식을 들은 그였다. 좌소천 일행은 풍성보의 모든 사람들에게 은인이나 마찬가지, 신세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좌소천과 오행대가 풍성보에서 식사를 마칠 즈음, 천이당의 정보원으로부터 몇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무림맹의 군웅들이 영보를 지나 화산으로 가고 있다는 것.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위남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등이었다.

 

정보대로라면 화산과 위남에 양편이 비슷하게 도착할지도 몰랐다.

 

화산까지는 이백오십 리.

 

길이 험한 것을 생각한다면, 저녁이 되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만 했다.

 

“그들이 공격할 거라고 보십니까?”

 

공손양이 넌지시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좌소천이 눈을 들었다.

 

“아무래도 순우무종이 당했다는 것을 듣고 생각을 바꾼 것 같소.”

 

“그들이 당했다는 걸 알았다면, 오히려 몸을 사리는 게 정상 아니겠습니까?”

 

“손자기의 말대로 저들 간에 알력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오. 순우무종의 세력이 당한 이상은 천해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오.”

 

“그럼 두 세력이 합쳐지면 바로 공격할지도 모르겠군요.”

 

“무림맹이 화산에 도착하면 바로 공격할지도 모르오. 우리가 합류하기 전에 말이오. 서둘러야 할 것 같소.”

 

 

 

좌소천과 오행대가 부랴부랴 길 떠날 채비를 하자, 급히 찾아온 공효천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리 빨리 떠나시다니,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구려.”

 

“아닙니다. 잠시라도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만도 고맙습니다.”

 

“별말을. 좌우간 떠나는 거야 어쩔 수 없소만, 부상자라도 이곳에 남겨두시오. 공모가 내상에 좋은 약재를 제법 가지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 내놓으리다.”

 

경상자야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삼십여 명의 중상자는 어차피 함께 갈 수가 없었다. 

 

물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순우무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 말씀하시니 신세 좀 지겠습니다.”

 

“신세라니요? 덕분에 천외천가 놈들에게 본 장이 당하지 않았거늘.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시구려.”

 

“그럼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맡겨놓겠습니다.”

 

“그리고 본 보에도 강한 사람이 제법 있소. 이번 화산 행에 그들을 함께 보내겠소.”

 

풍성보는 중소문파답지 않게 일류 이상의 고수가 제법 많았다. 게다가 지금은 천외천가에게 멸문당한 문파의 고수들도 상당수가 몰려와 있는 상태였다.

 

그들이라면 삼십여 명의 부상자 자리를 채울 수 있을 터. 좌소천은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천외천가와의 싸움은 결코 자신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좋습니다.”

 

 

 

잠시 후.

 

공효천이 사십여 명의 무사를 모아 왔다.

 

그들을 둘러본 좌소천은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선두에 선 네 사람,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다. 공효천이 거느리기에는 부담이 될 정도의 고수들.

 

“저분들도 풍성보의 사람들입니까?”

 

좌소천의 질문이 뜻하는 바를 이해했는지 공효천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며칠 전만 해도 일문의 무사들을 대표하던 분들이오. 지금은 잠시 본 보에 머물고 있을 뿐이어서, 공모는 저분들을 빈객으로 대할 뿐, 본 보의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소. 아마 함께 다니시면 섬서를 행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외다.”

 

그때 그들이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사중석이라 하오.”

 

“연충문이오.”

 

“갈승천이라 하오.”

 

“영호주진이라 하외다.”

 

영추검(影秋劍) 사중석. 웅패철권(雄覇鐵拳) 연충문. 비호도(飛虎刀) 갈승천. 낙일검객(落日劍客) 영호주진.

 

공효천의 말대로 그들은 섬서를 대표하는 문파인 섬서팔문(陝西八門) 중 사문(四門)의 대표적인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본래, 몸담았던 문파들이 천외천가에 멸문당하자, 천외천가와 싸우기 위해서 화산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풍성보에 들렀다가 공효천의 사심 없는 대우에 감복해서 풍성보가 안전해질 때까지 잠시 머물던 중이었다.

 

네 사람의 인사에 좌소천도 마주 포권을 취했다.

 

“좌소천입니다.”

 

그러고는 금강대주 악청백을 바라보았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시간이 급박했다.

 

“이분들은 악 대주님이 이끌어주십시오.”

 

나머지 사대는 문파의 특색이 강한 단체다. 그러나 금강대에는 패천단과 각지부의 무사들이 골고루 속해 있어서 갑자기 합류한 사람들을 포용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알겠소이다, 궁주.”

 

악청백도 좌소천의 뜻을 깨닫고 순순히 대답했다.

 

“나는 악청백이라 하오. 함께하기로 한 이상 내 명에 따라주셔야 하오. 만일 명을 따르지 못할 거라면 이곳에서 미리 말씀해 주시오.”

 

중원육기 중의 한 사람, 파혼신창(破魂神槍) 악청백.

 

네 사람 중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도 그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네 사람이 수긍하는 듯하자 좌소천이 출발을 알렸다.

 

“시간이 없으니 자세한 것은 가면서 이야기하지요.”

 

그때 공효천이 뭔가를 내밀었다.

 

“나름대로 급히 구해서 만들었는데 필요할지 모르겠소.”

 

그가 내민 것은 무사건이었다. 단순한 백색 무사건이었는데, 가운데에 ‘제(帝)’ 자가 쓰여 있었다.

 

“화산에는 화산파의 제자만 있는 게 아니외다. 같은 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싸우면 큰일이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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