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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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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7화

 

167화

 

 

 

 

 

 

3

 

 

 

 

 

 

 

마을 안에서 죽은 자만도 이백에 달했다.

 

복부에서 흘러나온 내장, 덩어리진 선혈, 코를 찌르는 비릿한 혈향.

 

하루 전만 해도 평화롭던 마을은 밤사이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좌소천은 무사들에게 외곽에 커다란 구덩이 십여 개를 파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시신을 다 치울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시신을 치우다 보니 새벽어스름이 몰려왔다.

 

화정대와 무토대, 목령대도 시신을 다 묻었는지 어스름이 조금 밝아지자 마을로 들어왔다.

 

그리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동쪽 산꼭대기에 모습을 내보일 때, 수룡대와 금강대가 돌아왔다.

 

 

 

촌장의 장원에 머물던 좌소천은 수룡대와 금강대마저 돌아오자 상황 보고를 받았다.

 

“놈들과는 삼십 리 떨어진 계곡에서 마주쳤습니다. 모두 오백여 명이었는데, 결코 저희들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절정에 이른 고수라고 해봐야 대여섯 명 정도고, 대부분이 일류 수준의 언저리에 겨우 턱걸이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반 이상이 죽거나 쓰러지자 나머지 놈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도주했습니다. 대충 이백여 명 정도가 도주한 것 같았는데, 주군의 명대로 그냥 놔두었습니다.”

 

금강대의 대주 악청백이 오행대 중 마지막으로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공손양이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했다.

 

“적의 숫자는 총 일천이백. 그중 팔백여 명이 죽거나 잡혔습니다. 그리고 저희 손실은, 이십오 명이 죽고 백여 명이 부상을 당한 상탭니다, 주군.”

 

공손양의 말에 좌소천이 물었다.

 

“부상 정도는?”

 

“중상을 입은 사람이 삼십 명 정도고 나머지는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 할가량의 피해.

 

적의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동료가 죽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은 대왕채가 속한 화정대였다. 아무래도 적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초반에 희생자가 많았던 듯했다.

 

그리고 능야산의 형제들 중에서도 세 사람이 죽고 다섯이 다쳤다. 형제처럼 지내던 그들이기에 슬픔은 누구보다도 컸을 터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형제들의 시신을 추스르며 슬픔을 복수로 승화시켰다.

 

“군사, 사상자의 처리에 만전을 기해주시오.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가족에게, 없으면 그 사람이 속한 문파에라도 최선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거요.”

 

“알겠습니다, 주군.”

 

“천이당에서의 연락은 아직 없소?”

 

“진 안에 있던 자들이 위남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 순우무종처럼 따로 이동하지 않고 전원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합니다.”

 

“그들의 인원 구성에 대해 밝혀진 게 있소?”

 

“아직 없습니다만, 천이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곧 밝혀질 것입니다.”

 

공손양의 대답이 이어질 때였다. 방문이 열리더니 염불곡이 머리를 푹 숙인 사람을 하나 끌고 들어왔다.

 

“이 외팔이놈에게 물어보게.”

 

그 자를 유심히 바라본 좌소천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손자기는 절망에 찬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

 

염불곡이 손자기를 좌소천 앞으로 던졌다.

 

“수상하게 보여서 잡았는데,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더군.”

 

좌소천은 차가운 눈으로 손자기를 내려다보았다.

 

선우궁현에게 잘린 팔 대신 온기 없는 나무에 철갑을 씌운 손이 달려 있었다.

 

참으로 질긴 악연이다. 제천신궁을 떠날 때부터 시작해서 이날까지 그 악연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또 마주치다니.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달랐다.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 당신이 선택하시오.”

 

“사, 살려만 주신다면, 뭐, 뭐든…….”

 

어차피 사로잡힌 이상 천외천가로 돌아갈 수도 없는 그다. 살 수만 있다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도 억지로 끄집어내야 할 판이었다.

 

좌소천은 곧장 질문으로 들어갔다.

 

모든 걸 포기한 손자기다. 위협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 움직이고 있는 천외천가와 천해의 세력구도부터 말해보시오.”

 

손자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술술 털어놓았다.

 

“현재 셋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대공자의 일로(一路), 순우경 대장로께서 이끄시는 이로(二路). 그리고 천해가 따로 움직이고 있습지요.”

 

“천해에서 나온 인원은?”

 

“모두 삼백 정도 되는데, 본 가의 무사 이백이 그들을 지원하고 있으니 위남에는 오백 정도의 무사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사사와 십암도 나왔겠지요?”

 

손자기의 눈이 떨렸다.

 

“해주의 심복인 해심 노야와 사사 중 두 분, 십암 중 넷이 나왔습니다.”

 

해심 노야가 누군지는 모른다. 그러나 손자기가 사사와 동격 취급하는 걸로 봐서 절대지경의 고수라고 봐야 했다.

 

결국 절대지경에 올라선 고수가 셋, 그에 근접한 고수가 일곱이라는 말. 생각보다 더 강한 전력이었다.

 

거기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전력이 또 그 이상일 게 분명한 일. 묻는 좌소천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순우연과 천해의 가주는 언제 나올 예정이오?”

 

“아마 이삼 일 후면 나올 것입니다.”

 

“그들이 나오면 화산을 공격하겠군.”

 

동천옹의 중얼거림에 손자기가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니라고?”

 

“일로와 이로가 천해와 합류하고, 가주의 명이 떨어지면 곧바로 화산을 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 될지는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공손양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오늘내일 사이에 화산을 칠 수도 있단 말이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천해를 이끌고 있는 노야와 마사, 유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공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방 안에 긴장이 흘렀다.

 

밤에 일어난 일이니 빠르면 지금쯤 수백 리 밖까지 알려졌을 수도 있다.

 

상황이 급박해질 수도 있다는 뜻.

 

“천이당에 속히 알리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전해주시오.”

 

“예, 주군.”

 

공손양에게 명을 내린 좌소천이 손자기를 직시했다.

 

“천해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보시오.”

 

거침없이 말을 잇던 손자기가 울상을 지었다.

 

“제가 아는 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천해는 가주님을 비롯해서 일부 최고위층만이 오갈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모르는 걸 말하라는 게 아니오. 당신이 아는 것만 말하면 되오. 그리고 천선곡의 내부에 대한 것을 아는 대로 모두 적으시오. 입구에 펼쳐진 기문진까지. 공손 군사, 촌장에게 말해서 지필묵을 좀 얻어와 주시오.”

 

 

 

좌소천은 손자기가 머릿속에 든 기억을 짜내는 동안 간부들을 쉬게 했다.

 

그러고는 손자기에 대한 것은 공손양에게 맡기고 능야산과 헌원신우를 따로 불러냈다. 그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잠시 후.

 

장원의 뒤쪽, 버드나무 아래에서 좌소천과 능야산, 헌원신우가 마주섰다.

 

“순우무종이 묵령천이라 부르는 말을 들었습니다. 묵령천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헌원신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 생각했는지 능야산을 보고 고갯짓을 했다.

 

결국 능야산이 입을 열었다.

 

“천해가 천 년 전부터 그리 불렸듯이, 저희 선조들도 천 년 전부터 묵령천이라 불렸습니다. 비록 지금에 와서는 그 힘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습니다만, 한때는 그들과 어깨를 겨루며 서로를 견제할 정도였지요.”

 

말인즉 자신들 세력의 이름이 묵령천이라는 말.

 

하지만 좌소천이 원하는 것은 더 깊은 내막이었다. 순우무종이 경악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말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가능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았으면 싶습니다만.”

 

능야산이 다시 헌원신우를 바라보았다.

 

“말해 드려라.”

 

허락이 떨어지자 능야산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오랜 옛날에 두 세력이 있었습니다. 신의 힘을 지녔다는 두 세력은 천 년이 넘도록 앙숙처럼 지내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 한이었지요. 하지만 서로의 힘이 엇비슷한데다가, 각자가 지닌 최고의 무공을 완성하지 못해서 상대를 치지는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ㄴ데…….”

 

격한 감정이 치미는지 능야산이 입술을 씹었다.

 

좌소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언젠가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금라천과 관계가 있는 걸까?’

 

그때 좌소천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능야산이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언제부턴가 힘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쪽이 월등한 힘을 지니게 되었지요. 그때부터였습니다. 힘이 강한 세력은 상대를 철저히 괴멸시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 세력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중심 세력이 무너지자 삭초제근하듯이 잔존 세력을 추적해서 학살했습니다. 아무리 깊숙이 숨어도 그들의 끈질긴 추적을 피할 수가 없었지요. 그 당시 그렇게 해서 수천 명의 사람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난 사람들이 있었지요. 바로 저희처럼 말입니다.”

 

“혹시… 삼비역 중 하나인 금라천과도 관계있소?”

 

“금라천은 저희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세력으로 가장 최근까지 성세를 이루었던 곳입니다. 사실 그들이 존재했을 때까지만 해도 천해와 천외천가가 저희를 함부로 치지 못했지요. 결국 그들 역시 환상마궁을 친 후 천외천가에 당해서 결국 멸망하고 말았습니다만…….”

 

금라천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듯했다. 그래도 같은 세력에서 갈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묵령천이라는 곳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어머니께서 왜 천외천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셨는지 아시오?”

 

능야산이 눈을 슬쩍 올려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일전에 그 말을 들었을 때 의아한 마음이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잊고 지냈다. 

 

그런데 왜 이 자리에서 그 말을 하는 걸까?

 

그때 좌소천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어머니의 진짜 이름이 동방선유라면 이해하겠소?”

 

“동방… 선유?”

 

능야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헌원신우는 그 이름을 아는지 경악한 눈을 크게 뜨고 다급히 물었다.

 

“동방선유라면, 궁주의 어머니가 금라천주 동방청의 딸이었단 말인가?!”

 

좌소천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격정에 찬 눈으로 좌소천을 바라보는 헌원신우의 눈이 잘게 떨렸다.

 

“맙소사! 금라천의 핏줄이 살아 있었다니…….”

 

그 말에 능야산이 멍하니 좌소천을 보고는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럼 주군께서 천부의 제일 후계자라는 말……?”

 

순간 헌원신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좌소천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부? 그게 무슨 말이오?”

 

대답은 헌원신우가 했다.

 

“우리의 뿌리는 천부라는 곳이네. 그런데 금라천이 천부의 제일 세력이었던 만큼 금라천의 후계자가 천부의 후계자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하나… 먼저 금라천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네.”

 

좌소천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명맥을 유지한 분들 앞에서 후계자 운운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입니다. 그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헌원신우는 좌소천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궁주의 생각이 정 그러하다면 일단 그리 알겠네.”

 

하지만 속마음만은 달랐다.

 

‘일단 큰형님이 나오면 상의를 해봐야겠어. 궁주가 천주가 된다면 곧 천부가 천하의 하늘이란 말이 아닌가?’

 

곧 신농가에서 나머지 형제들이 나온다. 아마 목화인도 나올 게 분명했다. 

 

며칠 후면 그들이 합류할 터. 좌소천을 천부의 후계자로 삼을 것인지, 그것은 그때 가서 이야기해도 충분했다.

 

세 사람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공손양이 다가왔다.

 

“주군, 손자기란 자가 필사를 끝냈습니다.”

 

 

 

좌소천이 손자기의 필사본을 읽고 있을 때였다.

 

아침도 안 먹고 창고 안에서 사령을 주물럭거리던 무영자가 무척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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