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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4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4화

 

164화

 

 

 

 

 

 

뒤이어 강대종과 벽천당주 비승문의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훗, 총령주께서 잘 대해주시니 자기가 잘난 줄 알아서 그런 줄 아나 봅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병신 소리를 듣지 않으려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까스로 방문을 닫은 손자기는 이를 악다물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들어 왼팔 쪽을 만졌다. 그곳에는 선우궁현에게 잘린 팔 대신 쇠로 만든 의수가 매달려 있었다.

 

‘오늘 한 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

 

그 후로 사가촌은 무법천지가 되었다.

 

무언의 허락.

 

무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정복자라도 되는 양 눈을 치켜뜨고 여인들을 찾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비명과 신음이 악다구니와 섞여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사가촌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을 무렵.

 

척 봐도 산적 같은 자 십여 명이 어둠을 헤치고 마을 어귀에 건들거리며 나타났다.

 

마을 어귀에는 대여섯 명의 무사가 나무에 기대고, 바위에 앉고, 심지어 한쪽에 드러누운 채 형식적인 경비를 서고 있었다.

 

건들거리며 나타난 자들은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자기들끼리 음담패설을 하며 킬킬대던 경비무사들이 그들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응? 어떤 놈들이지?”

 

“뭐야? 산적들인가?”

 

경비무사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세웠다. 심심한데 잘 되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건들거리며 나타난 자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어떤 놈들이 우리 구역에 쳐들어온 것이냐?!”

 

웃음이 나왔다.

 

“킬킬, 저놈이 뭐라 한 거지?”

 

“웃기는 놈들이군.”

 

“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해?”

 

경비무사들은 킬킬대며, 나타난 자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거리가 삼 장으로 좁혀졌을 때다.

 

스릉.

 

앞장 선 자가 칼을 뽑고는 대뜸 소리쳤다.

 

“어떤 산채에서 나온 놈들이냐? 감히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 구역에서 장사를 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경비무사들은 피식피식 웃으며 그가 달려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가만두지 않으면, 우리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당연하지!”

 

“그래? 어디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라.”

 

경비무사 하나가 가슴을 내밀며 눈을 내리깔았다.

 

순간, 칼을 빼 든 자가 몸을 날렸다.

 

삼 장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서걱!

 

경비무사들은 자신들이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내민 동료의 머리가 옆으로 미끄러진다.

 

하늘로 솟구치는 핏줄기!

 

뒤이은 냉랭한 목소리.

 

“흥! 죽이라면 못 죽일 줄 알았더냐?”

 

대왕채 삼호(三虎) 중 하나인 귀살도 적삼은 경비무사의 목을 치고 다음 목표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쉬익!

 

“허엇!”

 

“보통 놈들이 아니다! 모두 조심해!”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경비무사들이 재빨리 대응 태세를 갖추었다.

 

동시에 열한 명의 대왕채 고수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벅!

 

쉬쉬쉭!

 

어둠을 가르며 섬광이 번뜩였다.

 

산적은 틀림없는 산적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산적들이 아니었다.

 

대여섯 번의 칼부림이 이어지는 사이 다섯 명의 경비무사가 모두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자도 있는 힘껏 소리치고 목이 잘렸다.

 

“적이다!”

 

적삼은 피식 웃으며 칼날의 피를 그자의 옷에 닦았다.

 

“자식, 그렇게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잖아.”

 

그러더니 마을을 향해 소리쳤다.

 

“옆 산에서 산적이 쳐들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산적? 어떤 미친놈들이 이곳을 쳐들어왔다는 거냐?”

 

“산적 따위를 처리하지 못해서 시끄럽게 하다니, 멍청한 놈들!”

 

마을 안쪽에서 이십여 명이 우르르 달려나온다.

 

적삼은 칼을 고쳐 쥐고 옆을 바라보았다.

 

“신나게 놀아보자고!”

 

“내가 앞장서겠수.”

 

살미귀검 조필이 씨익 입술을 말아 올리고는, 달려나오는 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열 명의 산적이 그 뒤를 따라가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적삼이 또 소리쳤다.

 

“우리 구역을 침범한 놈들, 다 나와!”

 

 

 

 

 

 

 

6장 조호이산(調號移山)

 

 

 

 

 

1

 

 

 

 

 

그들의 행동과 말투는 영락없는 산적이었다. 실제로 산적들이었으니 조금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상대가 산적임을 알고 어이가 없는 한편으로 불같이 화가 났다.

 

일개 산적들에게 대천외천가의 경비무사들이 당하다니!

 

“저 버러지 같은 놈들을 다 죽여 버려!”

 

조필 등도 지지 않았다.

 

“흥! 남의 구역을 넘본 놈들이 어디서 헛소리를 하는 거냐!”

 

“너희들 어떤 산채 놈들이야?”

 

“어떤 산채인지 알아서 뭐 해? 그냥 때려잡자고!”

 

일순간 대왕채의 산적들과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얽혀들었다.

 

고함 소리, 날카로운 쇳소리가 밤하늘을 흔들었다.

 

마을 안에서 더 이상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정예무사 이십여 명이면 산적들 정도야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천외천가의 무사들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통 놈들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상대해!”

 

“아무래도 사람을 더 불러야겠습니다!”

 

그들이 부를 것도 없었다.

 

예상외로 싸움이 길어지자, 무사들이 구경 삼아 마을 어귀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천천히 걸어오던 그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걸음을 빨리했다.

 

“뭐야, 산적들이라며?”

 

“무슨 산적들이 저렇게 강하지?”

 

“안 되겠다! 모두 놈들을 쳐!”

 

우르르, 사십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달려온다.

 

조필은 쌍소리를 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 씨발 새끼들! 떼거리로 몰려드네! 어떤 산채에서 나온 놈들인데 저렇게 많아?”

 

“일단 물러가자! 우리도 애들 좀 더 데려오자고!”

 

적삼도 산적답게 소리치며 뒤로 몸을 날렸다.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도착했을 때는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만 십여 명에 달해 있었다. 대부분이 천외천가의 무사들이었다.

 

“찢어죽일 산적 놈들!”

 

“쫓아라! 놈들을 잡아 죽여!”

 

분노에 찬 고성이 터져 나왔다. 달려오던 자들은 그대로 시신을 지나쳐 대왕채의 사람들을 뒤쫓았다.

 

그렇게 백여 장가량 쫓아간 그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송림 앞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송림에서 한 사람이 뒷짐 진 채 걸어나왔다.

 

“쓸어버려!”

 

그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린 순간, 사방에서 오십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런 상황에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곧 상대가 산적들임을 떠올리고 눈을 치켜떴다.

 

“산적 놈들이 감히!”

 

숫자가 많다지만 상대는 산적이다. 그에 반해 자신들은 천외천가의 정예무사. 숫자의 차이는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이놈들! 네놈들을 모조리 산짐승 밥으로 만들어주마!”

 

북리환도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녹림의 형제들을 우습게 보는 놈들에게 녹림의 힘을 보여줘라!”

 

그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 대왕채의 산적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백여 명이 뒤엉켜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무기를 휘둘렀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조차 분간이 잘 안 될 지경. 처절한 비명과 신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며 순식간에 십여 명이 쓰러졌다.

 

그렇게 반의반 각이 지나기도 전, 천외천가의 벽천당 이조장인 홍이진이 악을 쓰며 퇴각 명령을 내렸다.

 

“마을로 돌아간다! 후퇴해!”

 

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격전장에서 몸을 빼냈다.

 

올 때는 사십 명에 가까웠지만, 양편이 갈라선 후 남은 자는 십여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을을 향해 도주했다.

 

북리환은 도주하는 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후후후, 이제 우리가 쫓을 차롄가? 자, 가자! 녹림의 형제들아!”

 

 

 

마을 어귀에는 천외천가의 무사 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쫓겨오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허어, 저걸 믿어야 한단 말인가?”

 

도유당주 채홍신은 어이가 없었다.

 

산적을 쫓아갔다고 했다. 그런데 벽천당의 무사들이 산적에 밀려 도망쳐 오고 있다. 그것도 겨우 십여 명만이.

 

그때 자신들을 봤는지 달려오던 산적들이 멈칫하는 게 보였다.

 

채홍신은 지체없이 신형을 날렸다.

 

“겁을 땅속에 파묻은 놈들! 산적 따위가 감히 본 가의 위엄에 대항하다니! 놈들을 모조리 들개 밥으로 만들어 버려라!”

 

백여 명의 무사가 살기를 풀풀 날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삼십여 장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당장 대왕채의 사람들을 다 죽일 것처럼 덮쳤다.

 

그들뿐이 아니었다. 곧이어 마을 안쪽에서 또다시 이백여 명의 사람들이 마을 어귀 쪽으로 나왔는데, 그들 역시 노성을 내지르며 격전지를 향해 달려갔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는군! 모조리 죽여 버려!”

 

 

 

한편, 북리환은 단숨에 십여 명을 쓰러뜨리고는 마을 쪽에서 수백 명이 몰려오자 수하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놈들 쪽수가 너무 많다! 후퇴해!”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산적들이 도망치자 미친 듯이 뒤를 쫓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어영부영 수십 명이 죽었다.

 

대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산적들에게 말이다!

 

피의 대가를 받아야 했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모조리 목을 베어 죽여야만 했다.

 

그들은 따로 명이 없는데도 대왕채 사람들의 뒤를 쫓았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송림 앞에 이르렀다.

 

순간 백여 명의 사람이 송림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화정대 전마성의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천외천가 무사들의 양편에서 달려들며 일언반구도 없이 무작정 살수를 쏟아냈다.

 

대경한 채홍신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몸이 굳었다.

 

자신이 쫓던 자들보다 더욱 강한 자들이다. 일류 이상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 

 

그중에는 절정의 고수로 보이는 자들조차 상당수다.

 

‘뭐, 뭐야? 이놈들, 정말 산적 맞아?’

 

아니다. 산적이 이렇게 강할 리가 없다.

 

옷도 산적의 전형적인 복장과 완전히 다르다.

 

그는 재빨리 상황을 둘러보고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비명을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은 거의 모두가 천외천가의 무사들뿐이다.

 

숨 몇 번 쉬는 사이, 제대로 대항도 못해보고 수십 명이 쓰러졌다.

 

‘하, 함정?’

 

그가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뒤가 무토대에 의해 막힌 후였다.

 

당황한 채홍신을 바라보며 북리환이 다가갔다.

 

“이제 알았나? 생각보다 머리가 돌이군.”

 

채홍신은 입술을 씹으며 북리환을 노려보았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본 가를 건드리다니, 죽기를 작정했구나?!”

 

“나? 나는 북리환이라고 하지.”

 

채홍신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 북리환이 그를 도와주었다.

 

“태백산의 촌놈이 녹림왕이라는 이름을 들어나 봤는지 모르겠군.”

 

 

 

그 시각.

 

마을 어귀에서 벌어진 상황이 순우무종에게 보고되었다.

 

순우무종은 보고를 받고 어이없어 분노보다 헛웃음이 먼저 나왔다.

 

“무슨 말인가, 산적이라니?”

 

“근처의 산적들 같았다고 합니다.”

 

비승문의 말에 순우무종이 눈을 치켜뜨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산적들에게 경비를 서던 본 가의 정예무사들이 죽었다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눈살을 찌푸린 채 조용히 있던 강대종이 입을 열었다.

 

“지금 총력을 다해 놈들을 쫓고 있으니 곧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총령주.”

 

“제기랄!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에게 당하다니! 일단 경비를 강화하고 쓸 만한 자들을 모두 장원 일대에 배치시키게. 몰래 이곳을 치려는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예, 총령주!”

 

비승문이 자리에서 밖으로 나갔다.

 

순우무종은 거칠게 술잔을 입 안에 털어 넣고 허공을 노려보았다.

 

“감히 내 앞길을 방해하다니.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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