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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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2화
162화
좌소천이 공손양을 향해 명을 내렸다.
“일단 각 대마다 두 사람씩 배치하도록 하고, 호위를 붙여서 최대한 안전을 보장해 주시오.”
“예, 주군.”
죽을 길을 갈 사람처럼 불안해하던 두 산적이 감격한 눈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작전이 시작되면 신속하고 강하게 몰아쳐서 놈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야 합니다. 그래야 위남에 있는 천해의 판단이 흐려질 겁니다.”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좌소천이 못을 박듯 신중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명심하십시오. 이 싸움은 단순히 문파끼리의 다툼이 아닌, 전쟁이라는 것을.”
잠시 무거운 침묵이 장내를 짓눌렀다.
그때였다. 분위기야 무겁든 말든 한쪽에서 무영자, 죽귀, 염불곡과 함께 차를 홀짝이고 있던 동천옹이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아직 태백산에서 놈들이 더 나왔다는 소식은 없지?”
“아직은 없습니다.”
“이곳까지 소식이 전해지는데 시일이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항상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생각입니다, 어르신. 물론 그리한다고 해도 완벽히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시간 차이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로 그때, 동천옹이 염불곡을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흠, 그래? 그럼 이놈의 재주를 한번 이용해 봐라.”
좌소천의 눈이 조용히 앉아 있는 염불곡을 향했다.
염불곡이 동천옹을 향해 눈을 흘기다 말고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흐흐흐, 이놈이 가진 재주가 뭐더냐? 귀령(鬼靈)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더냐? 잘만 이용하면 놈들의 움직임을 훨씬 빨리 알 수 있을 거라는군.”
염불곡이 볼멘소리를 하며 투덜댔다.
“거리가 너무 멀면 소용없다니까요?”
“언제는 만 리 밖에 있어도 알 수 있다며? 귀령들에게는 거리가 중요하지 않다며?”
“그거야 그냥 그렇다는 거죠. 사백 리만 넘어도 귀령들과의 연결이 끊어져서 소용없습니다.”
사백 리?
좌소천의 눈이 반짝였다.
태백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이삼백 리 안쪽의 일만 제때 알 수 있어도 결과는 천지차이가 될 것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귀령을 이용해 상대편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말씀 같은데,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좌소천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듯 염불곡이 목에 힘을 주었다.
“그거야 일도 아니지. 몇 가지 준비만 한다면.”
“흠, 그렇단 말이죠?”
좌소천의 눈이 반짝였다. 그제야 불안함을 느낀 염불곡이 슬며시 말을 돌렸다.
“뭐 꼭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동천옹이 눈을 치켜뜨고 한 소리 했다.
“남자가 왜 그러냐?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자신이 없으면 못한다, 해야지.”
자존심이 상한 듯 염불곡이 버럭 소리쳤다.
“누가 자신없다고 했습니까?!”
“그럼 해봐.”
“끄응, 제길, 괜히 따라와서…….”
조용히 있던 무영자가 쓱 얼굴을 내밀며 동천옹 흉내를 냈다.
“운명이라며? 놈들 간담을 서늘하게 해줄 수 있다며?”
얼굴이 일그러진 염불곡은 사람들의 눈이 전부 자신을 향하자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그거야 뭐……. 후우, 좋습니다, 좋아요! 한번 해보죠 뭐.”
염불곡은 일단 은잠술과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난 무사를 선발하고, 그들 중 귀령이 쉽게 달라붙을 수 있는 다섯 명을 골랐다.
그러고는 그들의 팔목에 귀령이 심어진 환을 차게 했다.
“만일 무슨 일이 있거든, 환의 구멍에 너희들의 피를 흘려 넣고 미간에 댄 후, 보이고자 하는 것에 시선을 두고서 내가 알려주는 주문을 외어라.”
다섯 명의 무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목에 차인 환을 내려다봤다.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지 불안한 눈빛들이었다.
“세 번 쓰면 무용지물이 되니까, 너무 자주 하지는 말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
“예, 장로님.”
5장 후회하게 될 거다!
1
“무궁이는?”
“일단 가두고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했습니다.”
“놈들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궁이에게 혈령마기를 심어놓은 거라고 보는가?”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자신들에게 이득 될 것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순우연의 미간에 세 줄기 주름이 내 천 자로 그어졌다.
“아무래도 이상해. 목적도 없이 무궁이에게 혈령마기를 심을 노야가 아니거늘.”
“일단은 이공자의 상태를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답답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반쯤 돌아버린 순우무궁을 천해에 맡긴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순우연은 신경질적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만사령주는 어떻게 된 건가?”
“그게 좀 이상합니다. 벌써 돌아왔어야 하는데, 행방이 묘연합니다.”
“혁련미려는 찾았나?”
“추가로 삼십 명의 추적조를 풀었습니다만, 어디에서도 그녀를 발견했다는 신호가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혁련미려를 도와준 자가 있었다던데, 그자가 혁련미려를 빼돌렸을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천앙동의 사람들이 나타나자 이공자와 싸우다 말고 사라졌는데, 당시 혁련미려는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그가 누군지는 알아보았나? 혈령마기의 광기가 솟구친 무궁이와 대등하게 싸웠다면 강호에서 상당히 유명한 자일 텐데?”
“초상을 그려서 본 가가 지닌 강호 인물 정보와 대조해 봤는데, 확인 불가라는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자 역시 찾지 못했겠군.”
“현재로선…….”
순우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손바닥처럼 생각하는 태백산에서 두 사람의 행방을 찾지 못해 헤매다니.
계속된 예상 밖 상황에 순우연의 부동심도 서서히 흔들렸다.
“며칠 후면 밖으로 나가야 하거늘……. 으음, 왠지 신경이 쓰이는군. 기분이 좋지 않아.”
“그래도 대공자께서 잘해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너무 염려 마십시오.”
“하긴…….”
순우무종이 예상보다 빠르게 남부를 차지했다. 더구나 그리 큰 피해도 보지 않았다.
이제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합류해 화산만 무너뜨리면, 섬서성 중남부 일대가 천외천가와 천해의 품 안으로 들어올 상황.
순우연은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찜찜한 기분을 털어냈다.
“천해는?”
“위남에서 명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체의 수장은 공야황이다. 그러나 공야황은 아직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고 명을 내리는 사람은 이인자인 순우연이었다.
아마 공야황이 나선다 해도 명령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천해의 사람들은 강호초출이나 마찬가지. 어차피 천외천가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노야가 독자적으로 화산을 칠 거라 보나?”
“그가 어찌 가주의 명을 어기겠습니까?”
순우연은 척발조에게 화산을 급하게 치지 말라고 했다.
막대한 피해를 우려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화산을 남겨두어야 무림맹이 꼬리에 불붙은 황소처럼 앞뒤도 재지 않고 달려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천해의 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들만으로 화산을 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순우연은 유혹을 참아야만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결정적일 때 자신을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보다 강력한 힘을 유지한 채.
“지금쯤 무림맹이 움직였겠지?”
“예, 가주. 정보에 의하면, 현무와 주작도 화산으로 떠났다 합니다. 그리고 곧 천무단까지 섬서로 넘어올 거라 합니다.”
“좌소천이 무림맹에 들렀다 하던데, 그 후의 움직임은 파악했나?”
순우기정이 움찔했다.
“중간에서 끊겼습니다.”
“끊겼다?”
순우연의 눈이 순우기정을 향했다. 순우기정이 변명하듯 급히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들 역시 화산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결국 모든 일은 화산에서 결정나게 될 것입니다.”
일리 있다 생각했는지 순우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종남이 무너진 이상 화산이 섬서의 마지막 보루. 화산마저 무너지면 무림맹은 섬서에 발을 디딜 곳이 없는 것이다.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군. 후후후. 그래, 무종이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독자적인 움직임을 자제하고, 일단 천해와 합류하라 했습니다.”
“당분간 무종이에게 혁련미려의 일은 알리지 말게.”
“알겠습니다, 가주.”
순우연은 마음이 안정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주를 만나고 오겠네. 나가기 전에 모든 것을 확실히 매듭지어야겠어.”
2
이글거리는 태양이 서쪽으로 가라앉을 무렵.
소영령은 혁련미려와 함께 태백산 동북쪽 주지(周至)에 도착했다.
주지에서 장안까지는 백오십 리 길. 장안에서 하루 정도 쉬며 내력을 완전히 회복하면 그녀 혼자라 해도 큰 어려움 없이 신양까지 갈 수 있을 듯했다.
“고마워요.”
“섬서 전체가 천외천가로 인해 초긴장 상태예요. 꾸미려 하지 말고, 그 모습 그대로 가세요. 그래야 남의 눈에 덜 뜨일 거예요.”
“알았어요.”
혁련미려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영령을 바라보았다.
소영령은 챙에 면사가 달린 것도 모자라, 눈 밑마저 검은 천으로 가린 상태였다.
혁련미려는 소영령의 그런 차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소영령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심혼이 빨려들 것만 같은 눈빛. 백옥에 분을 칠한 것 같은 피부. 여인이라면 꿈에 그리는 눈빛과 피부였다.
모자의 면사와 천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그녀를 본 모든 남자들이 넋을 잃고 그녀를 따라다닐지도 몰랐다.
혁련미려는 문득 소문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그래, 신녀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모두 넋을 잃었다고 했지.’
눈앞의 여인은 이름을 ‘령’이라고만 밝혔다. 혁련미려는 ‘령’이라는 이 여인 역시 신녀처럼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시 태백산으로 가실 건가요?”
혁련미려의 질문에 소영령은 고개만 미미하게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걱정 말아요. 내 한 몸 지킬 정도는 되니까.”
소영령은 싸늘하게 입을 열고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멈칫하며 물었다.
“혹시 혁련호운이라는 사람을 아나요?”
혁련미려의 눈이 커졌다.
“제 동생인데…… 어떻게 제 동생 이름을 아는 거죠?”
“아무것도 아니에요. 누가 그 이름을 말해서…….”
소영령은 자신의 생각대로 혁련호운이 제천무제의 아들임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소천 오빠도 그 멍청이 같은 혁련호운을 잘 알겠군.’
좌소천은 가급적 제천신궁에서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좌소천이 제천신궁에 대해 잊으려 하는 걸 알고 묻지 않았다. 그것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굳이 가슴 아파할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저기…….”
소영령은 혁련미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를 물으려 하자, 몸을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제천신궁의 주인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크게 피바람이 분 것은 아니라고 해요. 물론 제천무제나 그 가족들도 무사하고요. 걱정 말고 신양으로 돌아가세요.”
혁련미려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제천신궁의 주인이 바뀐 일은 천하를 진동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큰 사건이다. 천하에 소문이 자자할 것이었다. 하기에 그녀는 장안에 가면 제일 먼저 제천신궁이 어떻게 되었는지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는? 오빠는? 다른 가족들은?
그녀는 그들이 걱정되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소영령의 말대로라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새로운 궁주는 순순히 궁주 위를 넘기는 조건으로 제천무제의 가족에게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해요. 아마 틀림없는 사실일 거예요.”
혁련미려는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그러니 걱정 말고 제일 가까운 제천신궁의 분타를 찾아가세요. 아니면 상황을 봐서 무림맹의 분타를 찾아가든지. 제천신궁과 무림맹이 손을 잡을 거라는 소문이 있었으니까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신경 써줘서.”
소영령은 혁련미려의 인사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 마지막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어간 수백 정한녀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천외천가, 그 악적들의 피로!
‘오빠, 미안해요. 꼭 한번은 보고 싶었는데……. 오빠를 보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찾아가지 않았어요. 이해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