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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6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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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61화

 

161화

 

 

 

 

 

 

2

 

 

 

 

 

무림맹을 나선 좌소천은 중도에 비가 내릴까 싶은 마음에 길을 서둘렀다.

 

비가 많이 내리면 웅이산까지 가는 길이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들의 행동이 반나절만 늦어져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웅이산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 석양이 질 무렵, 웅이산 아래에 도착할 즈음에서야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좌소천은 칼날 같은 바위산이 보이자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북리환의 말로는 바위산 아래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그곳에서 산채로 안내할 사람이 기다릴 거라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둔덕 하나를 넘자마자 천 년은 되었을 법한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나무 아래에는 ‘나 산적이요’ 하는 복장을 한 서너 명의 장한이 하늘을 바라보며 초조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자들인 듯했다. 비가 쏟아지면 험악한 산을 오르기가 쉽지 않을 터. 아마 기다리며 욕을 몇 바가지는 했을 게 분명했다.

 

그들은 좌소천 일행이 빠르게 다가가자 길손님이 온 것보다도 더 반가워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들!”

 

“웅이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때맞춰 온 것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말투야 길손님을 털려는 산적 말투 그대로였지만,

 

잠시 후.

 

좌소천은 점점 굵어지는 비를 맞으며 웅이산을 올랐다.

 

산채는 웅이산 깊숙한 곳의 계곡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채 지어져 있었다. 

 

하남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큰 웅이채에는 기거하는 산적만도 일천에 이르렀다.

 

웅이산의 제왕. 그들이 바로 웅이채의 산적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전까지의 이야기일 뿐, 지금은 갑자기 몰려온 오백 무사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산채에 들어간 좌소천은 내력으로 대충 옷을 말리고, 당주 이상의 수장들을 소집했다.

 

좌소천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일각도 되지 않아서 네 장로와 이십여 명의 수장이 모두 모였다.

 

“상황이 다급하니 내일 날이 새면 바로 출발할 것이오. 지금부터 공손 군사가 말하는 사항을 잘 숙지하고,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라겠소.”

 

좌소천의 말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공손양은 무림맹과 협의한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세력을 다섯 개로 나누어 오대를 만들었다. 좌소천만을 따르는 장로와 호법들과 능야산의 형제들은 제외시킨 채.

 

오대의 이름은 오행의 이름을 따서 정했다.

 

금강대(金剛隊)는 패천단과 각지부의 고수들. 대주는 파혼신창 악청백.

 

수룡대(水龍隊)는 무천단과 제천단, 제무전. 대주는 제무전주 단목연호.

 

목령대(木靈隊)는 구포방. 대주는 백월신마 육부경.

 

화정대(火精隊)는 전마성과 대왕채. 대주는 녹림왕 북리환.

 

무토대(戊土隊)는 광한방과 신검장. 대주는 절혼마검 섭관산.

 

각 대의 인원은 백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러하기에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구나 각 세력의 성격적인 면을 배려한 덕에 별다른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우려했던 북리환의 화정대 대주지명도 사도진무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여 마찰을 빚지 않았다. 사도진무는 북리환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침이 되자 비가 멎었다.

 

좌소천과 오백이십 명의 무사는 산적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웅이산을 내려왔다.

 

“부디 천외천가를 물리쳐 주시길! 그래야 손님들이 마음대로 섬서를 넘어 다닐 것 아니겠습니까!”

 

“안녕히! 어서 가십시오!”

 

와! 와! 와!

 

일천의 산적이 지르는 괴성에 웅이산이 들썩거렸다.

 

 

 

 

 

3

 

 

 

 

 

얼마나 지난 걸까.

 

실처럼 벌어진 눈으로 밝은 빛이 스며든다.

 

서늘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햇빛이다.

 

‘또 하루가 지난 건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부대끼는 소리. 아직 산속임이 분명하다.

 

여긴 어딜까? 천외천가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곳일까?

 

그때다.

 

“정신이 드나요?”

 

힘들게 눈꺼풀을 올리는 혁련미려의 귀에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음성. 여인의 목소리였다.

 

“누구? 여긴 어디……?”

 

대답 대신 질문이 던져졌다.

 

“당신을 쫓던 자. 천외천가의 사람 같던데, 왜 그자가 당신을 쫓은 거죠?”

 

혁련미려의 힘들게 들린 눈꺼풀이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잘게 떨렸다.

 

그녀는 유령처럼 자신을 가로막던 자가 떠오르자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저를 잡아가려고 쫓아온 거예요.”

 

“당신을? 왜요?”

 

“제가 천선곡에서 도망쳤거든요.”

 

잠시 질문이 멎었다.

 

혁련미려는 더 이상 질문이 없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검은 면사로 눈 밑을 가린 여인이 보였다. 면사 위로 드러난 그녀의 눈은 자신이 여태껏 본 그 어떤 눈보다 맑고 차가웠다.

 

‘아! 정말 아름다운 눈…….’

 

그때 면사여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당신은 천외천가의 사람인가요?”

 

조금 전보다 싸늘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혁련미려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천선곡에서 도망쳤다면서요?”

 

“그건 맞아요. 이십여 일 동안 천선곡에서 지냈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쳤거든요.”

 

면사여인, 소영령은 힘겹게 말을 잇는 혁련미려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천선곡에서 이십여 일 지냈다 했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천외천가에서 살던 여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 도망친 것일까?

 

“입구에 진이 펼쳐져 있는데 어떻게 나왔죠? 진에 대해서 잘 아나요?”

 

영락없이 잡혀갈 줄 알았다. 그런데 또다시 도움을 받아 천외천가의 손에서 벗어났다. 하늘이 돕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직은 절망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신양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녀에게 남은 희망은 눈앞의 여인뿐. 그녀는 절망의 수렁에서 벗어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혁련미려는 자신이 어떻게 입구의 진을 알아냈는지 말해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도 다 털어놓았다.

 

소영령은 그녀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이… 제천신궁의 소공녀 혁련미려란 말인가요?”

 

“지금은 그냥 혁련미려일 뿐이죠.”

 

혁련미려는 아픔이 담긴 표정으로 나직이 대답했다.

 

하지만 소영령에게는 그녀가 제천신궁의 소공녀든 아니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이 혁련미려라는 것, 그것이 중요할 뿐.

 

혁련미려는 혁련무천의 딸이 아닌가?

 

“제천신궁으로 가려는 것인가요?”

 

“그래야겠죠.”

 

혁련미려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소영령은 그녀가 가여웠지만, 자신이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큰 성읍이 있는 곳까지 동행을 해주겠어요. 그곳부터는 표국의 표행을 이용해서 하남으로 들어가세요. 대신, 당신은 나에게 천선곡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줘야 해요.”

 

묘한 일이었다.

 

절망에 처했을 때마다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두 사람 모두 천선곡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

 

마치 두 사람과의 만남이 운명이기라도 한 것처럼.

 

“좋아요. 제가 아는 것은 다 말해줄게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아요.”

 

 

 

 

 

4

 

 

 

 

 

북리환은 좌소천 일행을 낙남(落南) 남쪽 백 리 지점의 오봉산에 있는 산채로 인도했다.

 

북리환의 수하 하나가 먼저 갔는데,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오봉산의 산적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좌소천 일행을 맞이했다.

 

딸린 식구들이 많아서 도망가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는 표정들. 참 괴이했다.

 

그런데 좌소천과 오행대가 오봉산에 도착한 지 한 시진쯤 흘렀을 때였다.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섬서의 열 개 지부 중 산양 지부의 정보원이 산채를 찾아왔다.

 

 

 

“천이당 정보원 중 하나가 순양에서 올라오는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발견했다 합니다, 궁주!”

 

 

 

좌소천은 그 소식을 듣고 즉시 오행대의 대주들과 부대주들을 불러들였다.

 

 

 

산채의 채주가 기거하는 목조 건물의 내부는 오십 평 정도 되었는데, 나름대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오봉채주의 전용 호피의자에 좌소천이 앉고 소두령들이 앉았던 자리는 오행대의 대주들과 부대주, 장로들이 차지했다.

 

사람들이 다 모이자, 공손양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커다란 탁자 위에 폈다.

 

“놈들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발견 당시의 위치는?”

 

“발견 당시 산양 남쪽을 지나고 있었다 합니다.”

 

공손양이 말을 하며 지도를 손으로 짚었다.

 

단목연호가 공손양의 손끝을 바라보며 물었다.

 

“인원은?”

 

“일천 정도라 합니다. 그중 고수라 할 만한 자들은 삼백 명 정도입니다.”

 

“흠, 삼백이라…….”

 

“절정고수가 삼십여 명 정도 섞인 것 같습니다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천 대 오백이다. 게다가 절정의 경지에 달한 고수가 삼십여 명이다. 가히 구파오가의 어느 한곳과 전면전을 벌여도 될 정도의 무력.

 

하지만 누구도 인원 차이로 인해 고민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오행대의 무력은 막강했다.

 

그때 듣고만 있던 좌소천이 물었다.

 

“다른 자들에 대한 것은 아직 소식이 없소?”

 

“천해의 무리는 위남에 처박혀 있는 상태고, 진안에 머물고 있던 자들 역시 전열을 정비하느라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경 쓰이는 자들은 역시 천해의 무리였다. 

 

종남을 단숨에 피바다로 만든 자들. 그들 중에 사사와 십암이 몇이나 섞여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좌소천은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문득,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두 곳은 그대로인데 한 곳만 움직였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상태로 북동진 한다. 예상 밖의 움직임.

 

“순양에 있던 자들이 급박히 움직인 목적이 뭐일 거라 생각하시오?”

 

“하남으로 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들만 따로 움직인 것이 의외라 생각하지 않소?”

 

“저도 뜻밖입니다. 무림맹이 대대적으로 움직인 상황인 만큼 잘못하면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상탭니다. 그런데도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음, 아무래도 누군가 독자적인 명을 내릴 수 있는 자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천외천가에서 그럴 만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겠소?”

 

“대공자인 순우무종이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순우무종이 엇갈린 바퀴처럼 독자적으로 움직인 이유는?”

 

공손양이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뭔가 서로 간에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공손양의 대답에 좌소천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더니 일순간 섬광처럼 번뜩였다.

 

“둘을 하나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소.”

 

“천이당의 정보망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모아보겠습니다.”

 

좌소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향한 곳에는 두 사람이 바짝 긴장한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오봉산의 산채에 있는 산적 중 두 사람이었는데, 섬서 중서부 일대의 지리를 잘 안다는 자들이었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아시오?”

 

그들은 좌소천의 말이 떨어지자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탁자를 향해 다가왔다.

 

두 사람은 고개를 삐죽 내밀어 좌소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더니, 곧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여기까지는 잘 모르나?’

 

좌소천이 실망한 표정을 지을 때다. 슬며시 몸을 일으킨 북리환이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단봉에서… 저기 산양까지 이르는 곳의 지리를 아느냐는 말씀이시다.”

 

그제야 저승에 발을 하나 디딘 사람의 표정 같던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그래 봐야 죽기 직전에 겨우 살아난 사람처럼 보이는 정도였지만.

 

두 사람이 힘차게 대답했다.

 

“물론입죠. 그곳이라면 약초꾼들이 다니는 길은 몰라도 어지간한 소로는 다 압죠.”

 

“가끔 그쪽까지 일을 나가는 터라, 손금처럼 알고 있습니다요.”

 

그제야 좌소천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눈치 채고 쓴웃음을 지었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손가락으로 글자만 가리켰으니 알아볼 턱이 있나?

 

“두 분 말고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 더 있습니까?”

 

좌소천이 다시 묻자, 뻐드렁니의 장한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죠. 아마 열 명은 더 될 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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