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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4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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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41화

 

141화

 

 

 

 

 

 

전각 앞에 이르자 문 양 옆에 좌우로 서있던 무사가 문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높이 오 장, 한 면이 이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제천전 안은 기둥에 달린 서른여섯 개의 등잔불로 인해 비가 내리는 바깥보다 더 밝게 느껴졌다.

 

좌소천은 멈추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 십여 명. 탁자의 양쪽에 나란히 앉은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을 향한다.

 

혁련무천과 혁련호정, 여가릉을 비롯해서 제무전주 단목연호, 무천단주 이광, 제천단주 명화성 등 제천신궁을 움직이는 실세들이 오랜만에 모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에 조용히 서 있는 호연금의 지위가 하찮게 보일 지경이었다.

 

아마도 자신을 확실하게 제거하는데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들을 모두 부른 듯했다.

 

‘쉽게는 안 될 것이오, 궁주.’

 

좌소천은 어깨를 편 채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제천전에 발을 디딘 이상 물러설 길은 없었다.

 

“어서와라, 소천.”

 

혁련무천이 웃음 띤 얼굴로 좌소천을 반겼다. 하지만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좌소천은 기다란 탁자의 끝에 멈춰 서서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좌소천이 궁주를 뵈옵니다!”

 

백부가 아닌 궁주다. 단순히 공식적인 자리여서가 아니다. 마음에서 백부라 부를 마음이 떠났음이다.

 

혁련무천도 좌소천의 마음을 느낀 듯 드의 눈에선 한겨울의 냉기가 흘렀다. 그러나 겉으로는 더욱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요즘 수고가 많다고 들었다. 총지부에는 별일이 없느냐?”

 

“궁주님의 염려 덕분에 별일 없이 평온한 상태입니다.”

 

“흠, 그래? 그럼 잠시 쉬어도 되겠구나?”

 

좌소천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젊은 제가 쉬겠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버님께선 너에게 보다 중요한 일을 맡기기 위해서 쉬라는 것이다. 순순히 말씀을 듣도록 해라, 소천.”

 

혁련호정이 담담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여가릉도 좌소천을 쏘아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궁주께선 자네를 위해 그러는 거네. 그러니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나.”

 

그러나 좌소천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는 쉬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 호북의 세력을 규합하는 일 말이더냐?”

 

혁련무천이 곧장 창끝을 내밀었다.

 

좌소천은 그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중요한 일? 뭐가 그리도 중요하단 말이냐? 궁에 들어와서 하면 안 되는 일이더냐?”

 

“죄송합니다, 궁주. 쉬라는 말씀은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게 답하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 좌소천이다.

 

어찌 보면 건방지게 보이는 좌소천의 태도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그게 무슨 태돈가?!”

 

“허, 감히 궁주님의 명을 그따위로 무시하다니. 조금 컸다고 너무 목에 힘이 들어간 것 같구먼.”

 

“그래서 젊은 사람을 너무 키워주면 안 된다니까.”

 

여기저기서 간부들의 질타가 터져 나온다.

 

그들의 말에 힘을 얻은 혁련무천이 기세를 올렸다.

 

그는 좌소천의 눈을 똑바로 직시한 채 이미 결정되었다는 투로 말했다.

 

“어찌 되었든 당분간 호북 총지부의 일에서 손을 놓도록 해라. 내 다른 사람을 보내 호북 총지부를 관리할 것이니라.”

 

“궁주, 지금으로선 그 명을 받들 수가 없습니다.”

 

“뭐라? 들을 수 없다?”

 

마침내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혁련무천이 몰아쳤다.

 

“내가 그렇게 말했거늘, 네가 감히 내 명령을 듣지 않겠다는 말이냐?”

 

혁련호정도 눈살을 찌푸리며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소천! 많이 건방져졌구나! 네 어찌 아버님의 명을 거역한단 말이냐?”

 

“호정 형님께선 그 명령이 정당하다 생각하십니까?”

 

“지금 정당함을 따지자 했더냐? 그럼 묻겠다. 네가 호북의 세력을 규합해 본 궁의 세력을 둘로 쪼개려 한다던데, 그건 정당한 일이더냐?”

 

“뭘 잘못 아셨군요.”

 

“뭐야? 내가 잘못 알아?”

 

“제가 호북의 세력을 규합한 것은 제천신궁을 둘로 쪼개고자 함이 아닙니다.”

 

“네가 말 몇 마디로 빠져나가려 하는가 본데, 이미 네가 하고 있는 짓에 대해선 증거가 모두 확보되어 있다. 순순히 명을 받들면 모든 일을 묻고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거부한다면, 만천하에 너의 죄상을 알리고, 그에 대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다, 소천!”

 

으름장을 놓는 혁련호정의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번뜩였다.

 

좌소천은 변함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히 입을 열었다.

 

“증거라… 제가 호북의 세력을 규합했다는 것은 저도 인정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 역시 본 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한 일입니다. 한데 그게 무슨 잘못인지 잘 모르겠군요.”

 

“네가 어디서 감히 말장난을 한단 말이냐!”

 

혁련호정이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좌소천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한 가지, 형님께서 아직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혁련호정은 발끈하려는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대범한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 지금이 그동안 좌소천에게 향했던 마음들을 자신에게 돌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듯했다.

 

“내가 모른다? 호오, 그래? 어디 말해봐라. 내가 뭘 모른단 말이더냐?”

 

“제가 이곳에 온 것은 꼭 궁주님의 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얼마 전 한 통의 서찰을 받았는데, 그 서찰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지요.”

 

난데없는 말에 좌소천을 몰아치려던 혁련호정이 주춤했다.

 

그사이 좌소천은 품속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고는 반쯤 펴서 호연금에게 내밀었다.

 

“이 글씨체가 돌아가신 사공 단주의 것이 분명하오?”

 

잔잔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귀에는 천둥벼락처럼 들렸다.

 

사공은환!

 

바로 그 이름이 주는 충격 때문이었다.

 

잠시간 웅성거림이 일었다.

 

사람들은 모두 좌소천의 손에 들린 서찰을 바라보았다.

 

몇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고개를 쑥 내밀었다.

 

한편 호연금은 좌소천의 손에 들린 서찰을 보고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잠깐 사이 몇 줄을 읽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 그게…….”

 

그때 좌소천의 전음이 호연금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내용은 보지 못한 것처럼 하고, 글씨체에 대해서만 말하시오. 그러면 궁주도 당주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요.>

 

호연금은 급히 표정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은 알지 못하겠소이다만, 제가 아는 한 돌아가신 사공 단주의 글씨체가 분명한 것 같소이다.”

 

좌소천은 서찰을 접고는 혁련무천을 바라보았다.

 

“이 서찰을 받고서야 한 가지 사실을 알았습니다. 전날 사공 단주가 자결했을 때, 그가 남긴 유언장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걸 말입니다.”

 

갑자기 장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호북 총지부장과 패천단주의 지위를 박탈하고 배신 행위에 대한 죄를 물으려 했다.

 

한데 사공은환의 유언장이라는 한마디가 상황을 묘하게 바꾸어 버렸다.

 

모두가 아는 것이다. 사공은환이 남겼다는 유언장에 대한 소문 하나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하물며 좌소천의 손에 든 것이 정말 사공은환의 유언장이라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보나마나 그때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테니까!

 

혁련무천이 굳은 표정으로 좌소천을 노려보기만 하자 혁련호정이 나섰다.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상관이 있지요. 궁주께서 오늘 저를 부른 목적과 연관된 내용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혁련호정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제천전에 모인 모두가 좌소천을 직시했다. 그러나 조금 전과는 조금 달라진 눈빛이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무천단주 이광이 부리부리한 호안을 가늘게 좁히고 물었다.

 

좌소천은 좌중의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사공 단주께서 자결하시기 전, 궁주님과 몇 가지 계획을 세웠나 봅니다. 그중 하나가 이곳에 적혀 있지요. 물론 그 외의 내용도 두어 가지가 더 있습니다. 직접 보시지요.”

 

그러고는 갑자기 서찰을 펼쳐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꿀을 향해 날아드는 벌 떼처럼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서찰을 향해 쏟아졌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허튼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소천!”

 

혁련호정이 노성을 내지르며 몸을 날리고는, 탁자 끝에 다다르기도 전에 손가락을 독수리발톱처럼 구부려 서찰을 향해 뻗었다.

 

강력한 허공섭물에 탁자가 들썩였다.

 

당장에라도 서찰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서찰은 풀로 붙인 듯 탁자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좌소천은 그가 일 장 앞까지 다가온 순간 좌권을 내질렀다.

 

혁련호정도 더 이상 서찰에만 집착하지 못하고 마주 손을 내밀었다.

 

쾅!

 

단발의 굉음과 함께 혁련호정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채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그가 비록 부친인 제천무제에 비해 약하다 하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혁련호정은 그런 자신의 무위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솔직히 좌소천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자신보다 강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한데 뜻밖의 상황에서, 간발의 차이지만 좌소천에게 밀렸다. 그것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혁련호정은 수치심에 분노가 치밀었다.

 

“제법이구나, 소천!”

 

좌소천은 세 걸음 물러선 상태였다.

 

그는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무심히 입을 열었다.

 

“하늘은 손으로 가린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공연히 사람들의 의심을 살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뭐야?!”

 

혁련호정은 눈을 부라리며 좌소천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분노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조금 전의 행동도 너무 성급했다. 혁련무천이 넌지시 질책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빌어먹을 놈!’

 

한편, 장내의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서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음…….”

 

“허어, 어찌 저런 생각을…….”

 

“믿을 수 없구려. 그것 참…….”

 

좌소천을 질타하던 자들마저 입을 닫고 묵묵히 서찰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좌소천은 방심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하나 아직은 전체 상황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혁련무천이 그렇게 흐르도록 놔두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천하제일패 제천무제 혁련무천인 것이다.

 

혁련무천 역시 그 점을 잘 알았다. 

 

그는 혁련호정을 눈빛으로 질책하고는, 흔들린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억누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소천, 설령 그 서찰이 정말 사공은환이 쓴 것이라 해도, 그것은 단지 사공은환의 말일 뿐이다. 이곳의 누구도 정말로 내가 그렇게 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니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내 말대로 해라.”

 

“저는 저 서찰을 보고 나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이제는 궁주의 명에 따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좌소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눈살을 찌푸린 사람,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 잔뜩 긴장한 채 얼굴이 굳은 사람.

 

제천신궁 최고위 급 간부들이 가지각색의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좌소천은 그들을 하나하나 지나쳐서 혁련무천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술에라도 걸린 듯 간부들도 일제히 혁련무천을 주시했다.

 

혁련무천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는 듯하자 눈을 가늘게 뜨고 좌소천을 직시했다.

 

‘네놈이 나로 하여금 마지막 결정을 하게 하는구나. 그래도 목숨은 살려주려 했거늘.’

 

살심을 억누른 그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결심이라……. 어디 말해보아라. 무슨 결심을 했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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