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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2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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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28화

 

128화

 

 

 

 

 

 

좌소천 일행이 머무는 객잔은 종상의 선창가 구석에 있었다.

 

만월평에 남은 공손양을 제외하고, 여덟 명의 호위대 대주만이 좌소천과 동행했다.

 

이제 능야산이 돌아왔으니 공손양을 뺀 아홉 명이 모두 모인 셈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객잔의 뒤쪽에는 다섯 개의 방이 있었는데, 좌소천 일행이 이틀간 다섯 개의 방을 모두 쓰고 있었다.

 

좌소천이 그중 제일 큰 방으로 들어가자 능야산이 고개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주군.”

 

얼마 전부터 능야산도 주군이라 부른다.

 

그뿐이 아니다. 호위대 대주들은 모두가 그렇게 부른다. 아마 공손양의 입김이 작용한 듯했다.

 

“수고했습니다.”

 

능야산의 인사를 받은 좌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한쪽에 서 있는 흑의인들을 바라보았다.

 

능야산과 비슷한 삼십대 중반의 장한이 둘, 그보다 열 살 정도 더 먹어 보이는 중년인이 둘, 그리고 이제 이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까지 모두 다섯이다.

 

그들 중 중년인과 장한, 넷의 무위는 능야산이 말했던 대로 능야산과 비슷해 보였다.

 

문제는 한 명의 청년이었다. 의외로 중년인들보다도 강한 듯 느껴졌다.

 

“좌소천입니다.”

 

좌소천이 먼저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좌소천의 인사에 두 중년인 중 우측에 서 있던 자가 답례를 했다.

 

“목영락이라 하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라고 할 것도 없소. 야산에게 들었겠지만, 살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오.”

 

그때 좌측에 서 있던, 얼굴이 유난히 검어 보이는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 누하진이라 하오. 듣자 하니 천외천가를 칠 거라는 말을 들었소만, 사실이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투다.

 

능야산이 넌지시 그에 대해 설명했다.

 

“누 형님은 오랫동안 오지에서만 살아와서 말투가 좀 거치니 이해하십시오, 주군.”

 

좌소천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말투로 누하진의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 줄 아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는 많이 알고 있지요.”

 

“어정쩡하게 알아서는 그들을 칠 수가 없소. 그들에 대해선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소.”

 

“천해에 대한 것 말입니까?”

 

누하진의 눈이 커졌다. 옆에 서 있던 목영락의 표정도 굳어졌다.

 

누하진이 딱딱 끊어지는 말투로 물었다.

 

“어떻게 천해를 아는 것이오? 야산이 알려주었소?”

 

“세상사람 모두가 그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완벽하게 감췄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요.”

 

누하진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능야산이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천해를 알고 있다니. 

 

“음, 정말 의외군. 천 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은 천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목영락도 침중한 표정으로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소?”

 

“어느 정도는.”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오제 육기 구마도 그들의 수뇌인 사사나 십암을 만나면 이긴다는 보장이 없소. 그것도 알고 있소?”

 

좌소천이 목영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사와 십암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추론을 할 수는 있었다.

 

‘신녀와 싸웠다는 자들. 그들이 바로 사사와 십암에 속한 자들인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그들의 무위를 짐작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 역시 나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누하진이 변함없이 딱딱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조금은 비웃는 감마저 느껴지는 말투다.

 

능야산이 굳은 표정으로 좌소천의 말을 거들었다.

 

“사실입니다, 누 형님.”

 

“사실이라고? 야산, 나도 사사를 만나면 십 초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가 없다. 네가 보기에는 저 친구가 나를 십 초에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느냐?”

 

그 말에 능야산이 쓴웃음을 지었다.

 

“누 형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주군의 삼 초를 받을 자신이 없습니다.”

 

좌소천의 진정한 실력에 대해선 그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고만 했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자세히 말해봐야 고집 센 어른들은 믿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좌소천이 옆에 없는 이상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시킬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좌소천이 옆에 있는 상황. 끝까지 믿지 않으면 좌소천이 알아서 할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하진이 눈을 좁히며 능야산을 노려본다.

 

능야산이 보충하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같이하기로 했으니 약간의 이야기는 해줘도 괜찮을 듯했다.

 

“얼마 전, 구마 중 한 사람이 주군께 삼 초 만에 패배를 자인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가 펼친 마지막 초식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마찬가지다, 그 말이었다.

 

구마 중 한 사람을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일행들과 함께 외곽에 남은 헌원신우뿐이니까.

 

누하진의 얼굴이 씰룩였다.

 

능야산이 헛소리나 지껄이는 사람이라면 한바탕 코웃음 치고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는 능야산은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기에 지그시 악문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청년이 나섰다.

 

“능 형님, 형님의 말씀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형님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라도 제가 좌 공자와 비무를 해봤으면 합니다.”

 

“영운, 네가?”

 

목영운.

 

스물여덟의 그는 목화인의 아들이었다. 십 년 만 더 갈고닦으면 사사에 필적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는 기재 중의 기재.

 

자신보다 나이 어린 좌소천이 이미 그 경지에 올랐다 하니 호승심이 생긴 듯, 담담히 말하는 와중에도 눈에선 강렬한 눈빛이 일렁거렸다.

 

능야산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한껏 자신감에 찬 목영운이 이 기회에 쓴맛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정말 해볼 생각이냐?”

 

“얼마 전에 얻은 것이 조금 있습니다. 해서 이 기회에 제 자신을 알아볼까 합니다.”

 

말뜻은 겸손하지만 와중에 은근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하긴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 초절정에 달한 무위를 지녔으니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

 

좌소천이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때로는 검이 말보다 더 정확한 답을 내릴 때가 있지요.”

 

 

 

잠시 후, 열다섯 사람이 바람 부는 강가에 마주 섰다.

 

한쪽은 송림, 양쪽은 갈대가 숲을 이뤄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공터였다.

 

한수의 하류 쪽에는 도유관과 직속무사들이 서 있고, 상류 쪽에는 목영운의 일행 넷이 서 있다.

 

좌소천은 흔들리는 갈대에서 눈을 떼고, 검은 무사건으로 이마를 질끈 동여맨 목영운을 바라보았다.

 

검을 옆으로 눕혀놓은 듯한 눈과 짙은 눈썹, 각진 턱, 햇볕에 그을린 황동빛 피부, 단단해 보이는 균형 잡힌 체격. 굳건한 두 다리는 땅에 뿌리를 박은 듯하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모습!

 

좌소천은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능야산에게 목영운에 대한 것을 들었다. 그 설명이 부족하지 않은 자다.

 

그때 염려되는지 능야산이 한마디 나섰다.

 

“생사를 걸고 싸울 것이 아니라면 초 수를 정해놓고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목영운은 능야산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좌소천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어느 정도면 좋겠소?”

 

“십 초로 하지요.”

 

“좋소. 십 초가 넘으면 손을 멈추겠소.”

 

말을 맺음과 동시, 목영운의 몸에서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문득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좌소천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목영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그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이다.

 

‘능 형의 기운을 많이 대해서 그런가?’

 

당장 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목영운의 기운이 능야산과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듯했다.

 

어쨌든 지금은 그걸 따지며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검을 빼 든 목영운의 전신이 검과 하나가 되어간다.

 

신검합일의 경지.

 

생각대로 능야산보다 한 수 위의 경지다.

 

‘좋군.’

 

좌소천은 말아 쥔 주먹을 늘어뜨린 채 목영운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본 목영운의 눈이 가늘어지고,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허리의 칼을 뽑지 않으실 거요?”

 

“저에게 주먹질을 가르쳐 주신 분이 말씀하시길, 주먹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무기라 했지요. 염려 마시고 검을 쓰십시오.”

 

어릴 적, 제학전에 세 번째 갔을 때 등소패가 그리 말했다. 그러면서 너는 손이 크니 주먹질을 열심히 배우는 게 다른 것을 배우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했다.

 

단 세 번 만남에 좌소천의 진가를 알아본 등소패가 좌소천을 꼬시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좌소천 역시 주먹이 괜찮은 무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좌소천이 그날 생각을 하며 한 치의 변화도 없이 서 있자, 목영운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은근히 분노가 일었다.

 

좌소천이 자신을 무시하며 거만을 떠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오냐, 후회나 하지 마라!’

 

목영운은 칠성의 공력을 팔성으로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검첨에서 영롱한 검기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백광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후우웅!

 

동시에 목영운이 한 발을 내딛으며 이 장의 간격을 찰나간에 줄였다.

 

좌소천은 검과 하나가 되어 다가오는 목영운을 지그시 바라보며 두 주먹을 엇갈려 내밀고는 휘돌렸다.

 

한 번 휘돌린 듯 보였지만, 찰나의 순간에 세 번의 주먹이 엇갈렸다.

 

우르릉!

 

벽력음이 일며 대기가 석 자 크기의 원형을 이루며 비틀린다. 태극이 허공에 그려진 듯하다.

 

목영운의 검첨에서 뻗은 백광이 원 안에 갇혀 함께 휘돈다.

 

그때였다.

 

좌소천은 휘돌리던 주먹을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목영운도 굳어진 얼굴로 검첨을 내밀었다.

 

일순간 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치더니 쿵! 북소리가 나며 두 사람 사이에서 먼지가 솟구쳤다.

 

세 걸음을 물러선 목영운은 몸을 세우자마자, 이를 악문 채 다시 좌소천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순간 조금 전보다 더 눈부신 빛이 검첨에서 솟구쳤다.

 

석 자 길이로 뻗친 기운이 완벽한 검의 형상을 갖춘다.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선 완벽한 검강이다.

 

“헛! 영운이 벌써 저러한 경지에 올랐던가?”

 

옆에서 미처 몰랐다는 듯 감탄이 터졌다.

 

그 말에 힘을 얻은 목영운은 완벽한 검강이 솟구친 검으로 좌소천을 가리킨 채 그대로 쇄도했다.

 

좌소천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건곤신권 중 건곤구벽세를 펼쳤다.

 

층층이 겹쳐진 아홉 겹의 권영이 번갯불처럼 뻗어오는 검강의 진로를 막아선다.

 

하지만 목영운의 검강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한 겹 두 겹, 권영의 벽이 뚫렸다.

 

쩌저저적!

 

권영의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진다.

 

강력한 기운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마른 갈대들이 갈가리 부서져 먼지처럼 휘날린다.

 

그러나 여섯 번째 벽에 이르자 나아가던 속도가 줄어들고, 결국 일곱 번째 벽에서 검의 진로가 막혔다.

 

찰나, 좌소천의 쌍권이 목영운의 검을 옆으로 비켜 쳐내며 상하로 나누어졌다.

 

콰아아!

 

두 줄기 권세가 건곤을 뒤덮으며 밀려들자, 목영운은 뒤로 물러서며 침착하니 삼 초의 검식을 연달아 펼쳤다.

 

쾅!

 

하늘에서 떨어지던 권영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고, 유영하듯 하복부를 노리며 휘어져 들어오던 권영이 검세에 휘말려 스러졌다.

 

일 장의 간격을 두고서, 순식간에 좌소천의 권과 목영운의 검이 사 초의 공방을 이루며 뒤엉켰다.

 

우르릉, 쩌저정!

 

강기로 이루어진 권영과 검영이 방어벽을 뚫기 위해 서로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었다.

 

이미 단순한 형의 무공으로 승부를 가릴 단계가 아닌 두 사람이다. 내공에 차이가 없다면, 강기의 흐름 사이를 파고들어 상대의 기운을 무력화시키는 것. 거기에서 승부가 가려질 터였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쾅!

 

일 장의 간격이 이 장으로 벌어진 순간, 좌소천의 쌍권이 천천히 휘도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졌다.

 

찰나, 목영운이 눈을 부릅떴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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