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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1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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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17화

 

117화

 

 

 

 

 

 

탈혼궁이 섭양산을 향하자, 섭양산이 급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즈음에는 이미 백여 명의 무사가 달려 나와서 싸움이 벌어진 정원을 둘러싼 후였다.

 

그리고 마침내,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 셋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 중 하나가 장원영을 노려보며 소리친다.

 

“장원영! 진정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형산의 이름에 본 방이 겁먹을 줄 알았더냐?!”

 

섭양산이 그들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장원영보다 저자의 활을 더 조심하게, 구 장로! 저 궁이 바로 탈혼궁이네!”

 

광한방의 장로인 응혈마검 구연상이 눈을 크게 뜨고 소광섭의 손에 들린 활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탐욕과 긴장으로 일렁였다.

 

“그럼 저자가 세운산장의 생존자란 말인가?”

 

그 말에 소광섭의 활이 구연상을 향했다.

 

탈혼궁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탈혼궁이 세운산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곧 한 가지를 의미했다.

 

그 역시 세운산장의 참사에 관여되었다는 말.

 

“세운산장에 갔던 놈들은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소광섭이 냉랭하게 소리치며 탈혼궁을 튕겼다.

 

한줄기 빛살이 소광섭과 구연상을 일직선으로 이었다.

 

“헛!”

 

구연상이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검을 휘둘렀다.

 

텅!

 

절정의 고수답게 탈혼시를 튕겨내는 구연상이다. 그러나 소광섭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투둥!

 

다시 두 발의 탈혼시가 구연상을 향해 날아갔다.

 

활시위 튕겨지는 소리와 동시 구연상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러나 탈혼궁의 위력은 구연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퍽!

 

제대로 쳐내지 못한 한 발의 탈혼시가 구연상의 허벅지에 비스듬히 틀어박혔다.

 

“이런, 개 같은……!”

 

구연상이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비틀거리며 물러서자, 바라보고만 있던 자들 중 십여 명이 몸을 낮추고 일제히 달려 나왔다.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장로!”

 

순간 맑은 현음이 울리며 탈혼궁의 활시위가 연달아 튕겨졌다.

 

투두두둥!

 

달려들던 자들 중 네 사람이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꼬꾸라진다.

 

하지만 칠팔 명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소광섭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십여 명의 무사와 혼전이 벌어진 상황. 게다가 절정의 고수들이 끼어든 마당이다.

 

좌소천 일행은 유리한 싸움을 하면서도 소광섭을 도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소광섭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원영이 다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소 형! 물러서시오!”

 

그때였다. 좌소천이 소광섭의 앞으로 나서더니, 달려드는 자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과광!

 

일순간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사 셋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뒤로 날아갔다.

 

뒤이어 번쩍! 허공에 검은 선 한 줄기가 그어지는가 싶더니, 무사 넷이 초점 없는 눈을 뒤집어 깐 채 그대로 무너졌다.

 

화아악!

 

무너지는 무사들의 몸에서 하늘로 쭉 뿜어지는 시뻘건 핏줄기!

 

좌소천은 단숨에 일곱 명의 무사를 처리하고는 조용히 서서 섭양산을 바라보았다.

 

광한방의 전력에 대해선 얼추 답이 나온 상태다.

 

광한방의 일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대충은 알 듯했다.

 

대화보다는 힘을 중시하는 자들. 강자존(强者存). 강호의 철칙을 따르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선 말로 하기보다 힘을 보여주는 것이 빠른 법이다.

 

“안타깝군. 대화로 풀어나갔으면 했는데.”

 

좌소천의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작은 목소리인데도 섭양산의 귀청에는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이 들렸다.

 

“네놈은 누구냐?!”

 

섭양산은 머리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무공 역시 절정에 달한 고수였다. 하기에 좌소천이 조금 전에 펼친 권과 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았다.

 

일류라 할 수 있는 무사 일곱이 한순간에 쓰러졌다.

 

자신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가공할 무위!

 

과연 방주가, 태상 방주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장내의 상황을 주시하던 절정고수 둘이 좌소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우리가 놈을 맡겠네!”

 

오십대의 중년 무사. 열세 명의 광한방 장로 중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소광섭의 탈혼궁을 예의주시하면서 좌소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섭양산이 그들을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경고를 보냈다.

 

“조심하게! 보기보다 무서운 놈이네!”

 

그 말에 광한방 무사의 이마를 쪼개고 돌아서는 도유관의 입가에 조소가 매달렸다.

 

공손양과 능야산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달려드는 적들만 몰아쳤다.

 

‘무서운 놈’ 정도가 아니다.

 

공포의 존재라 해야 맞을 것이었다.

 

그걸 모르는 이상 광한방은 피의 회오리를 비켜갈 수 없다.

 

끼이이!

 

좌소천의 무진도가 비틀린 순간, 기괴한 소음이 일고 묵광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찰나,

 

쾅!

 

먼저 좌소천을 공격한 팔면귀창 염지곽이 부러진 창대를 부여잡고 뒤로 훌훌 날아간다.

 

쒜엑!

 

이어 허공이 길게 갈라지는가 싶더니 귀령마도 동화민이 어깨를 부여잡고 급급히 물러섰다.

 

“크윽!”

 

조금만 늦었으면 어깨가 아니라 가슴이 갈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두 번의 칼질로 두 명의 절정고수를 튕겨낸 좌소천이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에 삼 장을 쭉 미끄러진 좌소천이 도를 들어 하늘과 땅을 사선으로 갈랐다.

 

쩌적! 쾅!

 

일격에 한 뼘 넓이 귀두도의 허리가 부러졌다.

 

“끄억!”

 

눈을 홉뜨고 비칠거리는 동화민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동 장로를 구하라! 놈은 혼자다! 두려워할 것 없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수하들을 독려하는 섭양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 나왔다.

 

어찌 그러지 않으랴!

 

절정의 고수라는 염지곽과 동화민이 두어 수 만에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모두 합공해서 놈을 죽여라!”

 

“맞아! 제아무리 강해도 놈은 혼자다! 모두 공격해!”

 

여기저기서 합공을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해서라도 두려움을 떨치기 위함이었다.

 

우르르, 수십 명의 무사가 좌소천 일행을 에워싼 채 접근했다.

 

하지만 오롯이 서서 그들을 바라보는 좌소천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절정고수 중 대여섯 명이 부상을 입고 힘을 쓰지 못한다. 거기다 일류고수들 중 벌써 이십여 명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된 상황.

 

본격적인 싸움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거늘, 광한방의 전력 중 적어도 일 할이 반 각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무너졌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안쪽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십여 명이 격전장으로 날아들었다.

 

“감히 본 방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네놈들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그들을 바라보는 좌소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십여 장을 날아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자. 장로라는 자들에 비해 훨씬 강한 기운을 지니고 있다.

 

‘저자가 섭정산?’

 

하얀 얼굴에 너무 길어서 귀에 닿을 것 같은 눈썹.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 소광섭이 그를 보고는 이를 갈며 외친다.

 

“섭정산! 마침내 네가 나왔구나!”

 

그렇다. 그가 바로 광한방의 방주인 천혼신마 섭정산이다.

 

그와 함께 나타난 자들은 장로들과 방주의 최측근 호위들인 팔대호법, 광한팔마(廣寒八魔)고. 

 

드디어 광한방의 진정한 고수들 중 반 이상이 모였다.

 

상대적으로 외곽의 공격에 대항할 고수들이 적어졌다는 말. 광한방에는 저주일지 몰라도 상황은 예정대로 흐르고 있었다.

 

“모두 뒤로 물러나서 놈들을 넓게 포위해라!”

 

섭양산이 외쳤다.

 

공손양 등에게 밀리던 무사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들이 물러섬으로 인해 전장은 정원에서 넓은 연무장으로 옮겨졌다.

 

장소가 넓어진 만큼 광한방의 무사들도 더 넓게 포위망을 구축했다.

 

적어도 다섯 겹으로 구축된 포위망이다. 한 번에 이십여 장을 날아갈 수 없다면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

 

포위망이 완벽하다 생각했는지, 섭정산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을 번들거리며 좌소천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섭양산이 다급히 경고하듯이 말했다.

 

“형님, 저쪽에 다리병신이 바로 세운산장의 소광섭입니다. 놈의 손에 들린 것이 바로 탈혼궁이니 조심하십시오!”

 

섭정산의 눈이 소광섭을 향했다.

 

“훗, 보물을 들고 제 발로 들어오다니. 그건 반가운 일이군.”

 

순간.

 

“이놈!”

 

투두둥!

 

소광섭의 손에서 번개처럼 탈혼궁이 튕겨졌다.

 

섭정산을 향해 날아가는 세 발의 탈혼시!

 

쏘아졌다 싶은 순간에 이미 섭정산의 전신을 노리고 가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공할 빠름이다.

 

거의 동시, 섭정산이 양손을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따다당!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세 발의 탈혼시가 사방으로 튕겨진다.

 

섭정산이 코웃음을 치며 조소를 머금었다.

 

“흥! 어림없는 짓이다, 소광섭!”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순간 소광섭이 다섯 발의 탈혼시를 한꺼번에 탈혼궁의 활시위에 걸고 다시 튕겼다.

 

투웅!

 

설마 그렇게 빨리 연사할 줄은 몰랐던지 섭정산이 흠칫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크게 저었다.

 

그러나 한두 발이 아닌 다섯 발의 탈혼시다. 그것도 각기 다른 곳을 향해 날아든다.

 

섭정산이 제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그대로 서서 받지 못했다. 그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옆으로 석 자가량을 비켜나며 시퍼런 강기가 서린 두 손으로 화살을 걷어냈다.

 

그나마도 그가 절대에 근접한 고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윽!”

 

“허억!”

 

하지만 그 바람에 탈혼시가 섭정산의 뒤쪽에 있던 무사 둘을 꿰뚫어 버렸다.

 

찰나 섭정산의 몸이 둘 셋으로 나누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소광섭을 향해 날아갔다. 두 손에서 시퍼런 수강을 뻗어내며!

 

“이놈!”

 

작심한 듯한 공격!

 

소광섭도 이를 악물고 탈혼궁을 들어 섭정산을 향했다. 허리를 스친 왼손이 시위를 잡는다 싶더니, 어느새 세 대의 탈혼시가 하늘을 향해 독아를 내밀었다.

 

쉬쉬쉭!

 

시위 튕기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세 발의 탈혼시가 삼각의 형태를 이루며 섭정산을 향해 날아갔다.

 

무음사(無音射)와 삼재탈혼(三才奪魂).

 

탈혼궁을 사용해 펼칠 수 있는 다섯 가지 궁술 중 하나가 소광섭의 손에서 수백 년 만에 펼쳐진 것이다.

 

소리 없이 날아드는 탈혼시에 섭정산도 이를 악물고 번개처럼 손을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천혼수의 손 그림자가 그의 전면에 시퍼런 막을 형성했다.

 

찰나간에 이 장의 거리가 되었다.

 

세 대의 탈혼시가 강기의 막을 뚫긴 했지만, 위력이 약해지는 바람에 섭정산을 스쳐 지나간다. 그나마 한 대가 허리를 스치며 섭정산의 이마를 찡그리게 했을 뿐.

 

제아무리 궁술이 뛰어나다 해도 너무 가까운 거리.

 

소광섭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탈혼궁에 한 대의 탈혼시를 걸었다.

 

그러나 눈 깜짝할 순간에 다가온 섭정산이 먼저 득의의 표정을 지으며, 물러나는 소광섭을 향해 손을 뻗었다.

 

쾅!

 

순간 갑작스런 굉음이 일더니, 섭정산이 인상을 찡그린 채 뒤로 물러났다.

 

마침내 좌소천이 나선 것이다.

 

복수는 소광섭의 몫이다. 그래서 소광섭이 섭정산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소광섭의 한계가 드러난 이상 이제는 자신이 나서야 할 때다.

 

“네놈은 누구냐?!”

 

눈을 부릅뜬 섭정산이 좌소천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뒤늦게 나온 그는 좌소천에 의해서 두 장로가 부상당하는 과정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젊은 좌소천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을 물러서게 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좌소천의 뒤에 늘어선 자들도 형산의 젊은 제자 둘을 빼면 모두가 절정의 고수들이다.

 

평소라면 일단 때려눕혀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그가 싸우기 전에 먼저 입을 연 이유였다.

 

좌소천도 곧바로 손을 쓰지 않고 무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제 진정한 목적을 위해서 판을 벌여야 할 때가 되었다.

 

“구포방에서 온 사람.”

 

“구포방? 악양의 그 하오문 말인가?”

 

“그렇소. 얼마 전 귀 방이 본 방의 배를 탈취하고 사람들을 죽였거늘, 우리가 왜 왔는지 정말 모르겠소?”

 

“뭐라?”

 

전혀 모르는 눈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상황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좌소천이 늘어뜨린 무진도를 사선으로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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