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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0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09화

 

109화

 

 

 

 

 

 

머리가 묵직하다.

 

술 때문인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이한 기분. 온몸에 열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때 들려오는 이자광과 백화의 목소리.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백화인 것 같다. 아니, 한 사람이 아니다.

 

둘, 셋.

 

가벼운 발걸음. 삼화가 모두 온 것 같다.

 

무슨 일로 삼화가 모두 온 것일까?

 

구수한 냄새가 난다. 뭔가 먹을 것을 가져왔다는 말이다.

 

머리도 묵직한데다가 일어나기도 어정쩡한 상항. 일단은 그냥 잠든 척 그대로 놔두었다.

 

그런데 옷자락 쓸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침상으로 다가온다.

 

 

 

백화는 매미 날개와 같은 나삼만 입은 채 침상으로 다가갔다.

 

약한 등잔불에 나삼 속의 알몸이 다 보이다시피 했다.

 

굳이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강렬한 유혹이었다.

 

백화는 미소를 지어서 더욱 강한 요기를 발하며 좌소천의 침상 석 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단정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좌소천…….’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호북 총지부장이 된 사람. 자신들을 친동생처럼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던 사람.

 

백화의 눈빛이 찰나간 흔들렸다.

 

감정이 말살된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면, 잠사령주는 아마도 그녀를 백일 간 빛도 없는 어둠 속에 처박아놓을 것이 분명했다.

 

‘내 마음이 흔들리다니……. 말도 안 돼!’

 

이를 지그시 깨문 백화는 비녀 속에서 일곱 치 길이의 기다란 장침을 뽑았다.

 

‘호위무사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죽이고 빠져나가야 돼.’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살아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부귀영화가 주어지는데 이곳에서 비참하게 죽을 순 없지 않은가. 

 

천천히 숨을 들이켠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한 후 손을 뻗어서 얇은 이불을 잡았다.

 

흔들렸던 마음이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자는 단지 목표일 뿐이야.’

 

그때 언뜻 좌소천이 움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접근을 눈치 챈 듯했다.

 

‘아차!’

 

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이불을 젖혔다.

 

 

 

‘이, 이런!’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이불이 젖혀진다.

 

확 밀려드는 화향에 코끝이 찡해지고 갑자기 가슴이 뛴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

 

좌소천은 백화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기 전에 말리려 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 요사스러운 기마저 밀려왔다.

 

“하아…….”

 

백화의 입에서 옅은 비음이 흘러나온 것 또한 바로 그때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좌소천은 머리가 띵해지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참을 수 없는 욕망이 들끓었다.

 

갑작스런 반응.

 

당황한 좌소천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백화의 모습이 보였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나삼을 입은 소녀의 고혹적인 자태는 부처라도 돌아앉게 만들 정도였다. 

 

하물며 이제 이십대의 젊은 좌소천이 참기에는 너무 강렬한 유혹이었다. 

 

더구나 그는 차에 탄 미약을 마신 상태가 아닌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억지로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겨울바람을 맞은 문풍지처럼 흔들렸다.

 

“이, 이러면 안 돼……. 돌아가…….”

 

안간힘을 다해 입을 여는 좌소천을 향해 백화가 미소를 지었다.

 

“공자, 저를 물리치지 마시고 안아 주세요.”

 

뇌리를 울리며 파고드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그 어떤 남자라도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그런데 묘했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 좌소천의 내부에서 한 가닥 기운이 마치 강적이라도 만난 것 것처럼 스스로 일어났다.

 

좌소천은 그 덕에 일순간이나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헛! 내가 이게 무슨……!’

 

그의 눈을 주시하고 있던 백화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욕망으로 들끓던 눈빛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지 않은가?

 

세상에! 초혼단을 탄 차를 한 주전자나 마시고도 정신이 멀쩡하다니! 

 

경악도 잠시, 그녀는 좌소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은 나중 일. 일단은 임무가 먼저다.

 

그녀의 손에는 언제 들렸는지 한 자 길이의 가느다란 장침이 있었다.

 

기껏해야 두 자 거리.

 

푹!

 

끝이 파랗게 물든 장침이 좌소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찰나, 살을 파고들던 장침이 한 푼 깊이에서 금라천황공의 반탄력에 튕겨졌다. 

 

그와 동시, 좌소천의 몸이 침상에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그때 홍화가 몸을 날려서 백화와 함께 좌소천을 덮쳤다. 그녀의 손에도 소매 사이에서 빼낸 장침이 들려 있었다.

 

순간 좌소천의 신형이 빙글 돌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 바람에 홍화의 손에 들린 장침은 좌소천의 어깨를 스친 후 벽에 박혔다.

 

그사이 좌소천은 두 소녀의 머리를 타넘었다.

 

그 순간, 입구를 지키며 소리를 차단하고 있던 청화마저 공격에 가세했다.

 

앞에서는 백화와 홍화가, 뒤에서는 청화가 공격한다.

 

좁은 공간. 유령 같은 신법.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것만이 목적인 절제된 공격!

 

반면 자신은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상태다.

 

좌소천은 금라천황공을 끌어올리며 세 소녀의 공격을 피했다.

 

세 소녀, 삼요는 좌소천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찰나의 틈도 주지 않았다.

 

좌소천은 금환비영을 펼치면서 손을 뻗어 허공을 연달아 내려쳤다.

 

쿠구궁!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청화가 소음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태.

 

갑작스런 소음과 함께 강력한 기운이 방 안에서 흘러나오자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뭐, 뭐야? 무슨 소리지?”

 

“총지부장님!”

 

이자광이 좌소천을 부르고는, 아무런 대답이 없자 방문을 덜컥 열었다.

 

좌소천의 삼 장에 두어 걸음씩 물러난 삼요는 문이 열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좌소천만을 공격했다.

 

그녀들이 물러선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좌소천은 숨을 한번 몰아쉬며 금라천황공을 칠성까지 끌어올렸다.

 

일순간 좌소천의 두 주먹이 건곤을 점하고 휘돌았다.

 

후우웅!

 

방 안의 대기가 뒤집히며 바닥의 집기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삼요가 유령 같은 몸놀림으로 좌소천을 공격했다. 

 

찰나, 건곤을 뒤집은 좌소천의 두 손에서 커다란 권영이 삼요를 향해 밀려갔다.

 

떠더덩!

 

신음 한마디 없이 삼요의 몸이 죽 밀려났다.

 

찌이익, 탁자 모서리에 걸려 나삼이 찢겨지고, 충격에 가슴이 풀어헤쳐지며 백화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좌소천은 백화의 알몸을 차마 공격하지 못하고 멈칫했다.

 

방문을 연 이자광과 호위무사들조차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고 눈만 부릅떴다.

 

“이, 이게 어찌 된……?”

 

그때, 천장이 소리 없이 갈라지더니 한 줄기 번갯불이 빗살처럼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홍화가 고개를 들며 몸을 틀었다. 

 

하지만 그녀가 피하기에는 떨어지는 뇌전이 너무나 빨랐다. 

 

더구나 그녀는 좌소천의 반격에 강한 충격을 받은 터라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서걱!

 

뇌전은 홍화의 어깨를 훑고 가슴까지 갈라 버렸다.

 

비명도, 신음도 없이 홍화의 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대경한 일요와 이요가 장침을 휘두르며 천장에서 내려온 인영, 기천승을 공격했다.

 

홍화를 일검에 가른 기천승이 일요와 이요를 향해서 공세의 방향을 틀었다. 

 

휘리리릭!

 

연검이 살아있는 뱀처럼 휘어지면서 일요와 이요의 손을 휘감았다.

 

강호제일을 다투는 살수들의 싸움.

 

쉬쉬쉭! 스스슥!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만 나는 가운데 검과 장침이 얽혀들었다.

 

“물러서 있으시오.”

 

좌소천이 기천승을 향해 소리치고는, 한 걸음 나서면서 두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암살 실패를 절감한 일요가 이를 악물고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좌소천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했다. 

 

처음부터 그 차이를 간과한 것이 그녀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콰아아아!

 

커다란 주먹 하나가 백화의 몸을 덮쳤다.

 

건곤합일(乾坤合一)!

 

가공할 위력이 실린 일권은 일말의 인정도 두지 않고 백화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쾅!

 

창문을 뚫고 나가기도 전, 일요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몸뚱이가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다.

 

좌소천은 일요가 날아가는 것을 보지도 않고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근처 침상의 배게 부근에 눕혀져 있던 묵령기환보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좌소천이 묵령기환보를 들고 앞으로 쑥 뻗는 순간, 이요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굳어버렸다.

 

천붕칠절 중 설붕벽이 펼쳐지자, 자신의 온몸이 거대한 눈사태에 깔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이다.

 

순간 기천승이 나서서 몸이 굳은 이요의 혈도를 제압했다.

 

거의 동시에 이요의 입에서 진한 먹물 같은 검은 피가 한줄기 흘러나오더니 고약한 냄새가 방 안에 진동했다.

 

백화가 유혹할 때부터 그때까지. 모든 일이 숨 두어 번 쉬는 사이에 끝나버렸다.

 

오죽하면 방문을 연 이자광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을까.

 

‘으음…….’

 

좌소천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눈살을 찌푸렸다.

 

공력을 끌어올린 이후부터 장침이 꽂혔던 가슴과 살짝 찢어진 어깨에서 화끈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비록 한 푼 깊이에 불과하지만 그곳 역시 피가 흐르고 있는 곳. 독이 퍼지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았다.

 

바로 폐쇄를 시키고 자신의 기운으로 태워 버렸다면 더 이상 퍼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게 아쉬울 뿐.

 

“주군! 어찌 된 일입니까?”

 

그때 공손양이 좌소천을 향해 달려갔다.

 

“공손 형이 이곳을 정리해 주시오. 나는 옆방에서 몸을 좀 돌봐야겠소.”

 

“부상을 당하셨습니까?”

 

“가벼운 상처일 뿐이오. 걱정 마시오.”

 

좌소천의 말에 이자광의 눈이 떨렸다. 호위를 맡은 책임자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제길!’

 

순진해 보이던 삼화의 무공은 자신보다 윗길이었다. 

 

더구나 속이 다 비치는 나삼을 입었는데 나중에는 그것마저 찢어져서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자신 같았으면 어땠을까?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한 사람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고 죽었을 테니까. 

 

자존심 상할 일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그런 삼화가 조금 전만 해도 웃으면서 자신의 앞을 지나갔다.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이자광은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만큼 더 큰 분노가 끓어올랐다.

 

믿음에 대한 배신!

 

좌소천은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이자광의 마음은 편안할 수가 없었다. 

 

그 분노가 널브러져 있는 삼화에게 그대로 옮겨졌다.

 

“이봐! 보고만 있지 말고 이 계집들을 밖으로 들어내!”

 

그때 기천승이 탁자 위에 엎어진 찻주전자를 바라보며 코를 씰룩였다. 

 

탁자로 다가간 그는 손가락으로 찻물을 찍어 혀에 가져다 댔다. 

 

급히 고개를 돌린 그가 좌소천에게 물었다.

 

“이 차, 얼마나 마셨습니까?”

 

“서너 잔 마셨소.”

 

“이상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처음에는 몰랐는데, 조금 전에는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소.”

 

기천승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조금… 어지럽기만 했단 말입니까?”

 

“약을 탄 차였소?”

 

“그렇습니다. 그것도 보통 미약이 아닌, 조금만 복용해도 일각 안에 정신을 잃는다는 초혼단이 타져 있습니다.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 거라 일반 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것입니다만.”

 

정신만 잃는 게 아니다. 욕망이 끓어오른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슴의 통증이 심해졌다.

 

얼굴도 약간 창백해졌다.

 

“아무래도 이야기는 나중에 나눠야 할 것 같소.”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기천승이 한쪽에 떨어져 있는 장침을 보고 급박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저 장침에……?”

 

“살짝 찔렸소. 어깨는 스쳤고.”

 

기천승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벼운 상처라 했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한데 장침에 찔렸다면 말이 달라진다. 장침의 끝이 새파랗다는 것은 독이 묻었다는 뜻.

 

급히 장침을 집어 든 기천승이 냄새를 맡고 살짝 혀끝을 대더니 급히 뱉어냈다.

 

퉤!

 

두어 번 더 침을 뱉어낸 기천승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정말 지독한 독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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