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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0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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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07화

 

107화

 

 

 

 

 

 

그 순간, 여가릉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네 사람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쉬아악!

 

호위를 잘못해서 죽는 것이 아니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죄다.

 

아니, 보지 않았다 해도 방안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로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호위들의 시신을 내려다보던 혁련무천이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종효민, 당분간 은환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그 누구에게도.”

 

“예, 주군!”

 

 

 

 

 

 

 

3장 삼화(三花), 꽃의 유혹(誘惑)

 

 

 

 

 

1

 

 

 

 

 

천외천가와 정한궁의 격돌이 강호에 알려진 것은, 싸움이 벌어진 지 닷새가 지나서였다.

 

천외천가가 대패했다는 소식에 무림맹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무당의 일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한궁은 말로만 들었던 것보다 더 강했다.

 

정한궁이 그렇게 강했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되면서도, 천외천가가 된통 당한 일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게다가 정한궁의 강함을 알게 되자 추적대마저 힘이 빠져서 추적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했다.

 

무림맹은 추적대에게 명을 내렸다.

 

 

 

―추적을 멈추고 종남으로 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천외천가의 패배 소식이 강북 일대를 뒤흔든 상황,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고 종남으로 향했다.

 

그사이 무림맹은 섬서로 향하려던 무사들을 하남의 남부로 돌려서 제천신궁의 북상을 막는 데 주력했다.

 

당연히 제천신궁도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광폭한 소용돌이가 서서히 휘돌며 강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 * *

 

 

 

 

 

좌소천도 제천신궁을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

 

제천전으로 가기 위해 패천단에서 나오는데 천이당의 수하 하나가 다가왔다. 

 

“호 당주께서 만나뵈었으면 하십니다.”

 

호연금은 전대 당주였던 상유 이후 당주가 되었다. 그러나 사공은환의 괄시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좌소천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이었다.

 

“알겠소.”

 

좌소천은 그의 청을 받아들이고, 제천전에 가기 전 천이당을 먼저 들렀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좌소천이 의자에 앉으며 말하자, 호연금이 슬며시 작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가로세로 다섯 치 크기에 몇 번이나 접힌 자국이 있는 것으로 봐서 전서구에 사용되는 서신이었다.

 

“조금 전에 왔네. 일은 며칠 전에 벌어진 것 같은데, 천외천가가 정보를 차단시켜서 얻기가 쉽지 않았네.”

 

 

 

[섬서성 자양에서 정한궁과 천외천가 간에 커다란 싸움이 벌어졌음. 천외천가가 사백의 희생을 치르고 대패했음. 정한궁의 여인들은 이후 발견되지 않음. 천외천가의 추적을 피해 대파산으로 들어간 것 같음.]

 

 

 

신녀의 무위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접 겨루어본 무당의 장로와 노진인들조차 합공을 할 정도였기에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 하물며 말만 듣고는 누구도 신녀의 무위를 알 수 없었다.

 

‘우습군. 적으로써 싸워야 할지 모르는 여인들이 나를 도와주는 셈이 되었으니.’

 

좌소천은 서신을 내려놓고 호연금을 바라보았다.

 

“들어오는 소식을 계속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황파야 전서구가 오가니 어려울 것도 없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걱정 말게. 그러잖아도 자네가 부탁했던 소영령이라는 여인의 행방을 찾지 못해 미안했는데, 그 정도야 뭐…….”

 

모두가 섬서의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호북 일대를 바라보던 눈들이 일제히 위로 향한 것이다. 

 

어쩌면 신검장의 일이나 구포방의 움직임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몰랐다.

 

호기라면 호기였다. 놓칠 수 없는 기회!

 

천이당의 능력으로도 소영령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의 일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천이당을 나온 좌소천은 곧장 내궁으로 향했다.

 

생각대로 내궁의 분위기는 깊게 침잠되어 있었다.

 

그 원인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좌소천이었다.

 

‘그의 죽음을 알릴 수 없었겠지. 혁련무성에 이어 그의 죽음마저 알려진다면 절대 득이 되지 않을 테니까.’

 

호성당의 무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좌소천을 맞이했다. 그들 역시 굳은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아닙니다, 좌 단주님.”

 

좌소천이 묻자 호성당의 무사 하나가 급히 대답하며 옆을 힐끔거렸다.

 

정보를 관리하는 천이당주조차 모르고 있는 일. 그만큼 철저하게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뜻이다.

 

좌소천도 모른 척하고는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왔느냐?”

 

혁련무천이 담담한 얼굴로 좌소천을 맞이했다.

 

옆에는 사공은환 대신 여가릉이 서 있었다.

 

“총지부장 좌소천, 더 이상 황파를 비울 수 없어 출발할까 합니다.”

 

“그래?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전마성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궁주!”

 

혁련무천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좌소천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닫았다.

 

‘저놈이 은환의 죽음을 알고 있을까?’

 

그때 좌소천이 물었다.

 

“한데 군사 어르신은 어디 가셨습니까? 뭘 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만.”

 

혁련무천은 얼굴을 펴고 묵묵히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실을 털어놓았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며칠 전에 죽었다.”

 

그러고는 좌소천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좌소천은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쳐들었다.

 

“예? 군사께서 돌아가셨단 말입니까? 대체 언제……?”

 

혁련무천은 좌소천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이마를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되었다. 모르고 있었다면, 아직은 알릴 때가 아니니 너만 알고 있도록 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궁주.”

 

“그만 가봐라. 가는 길을 성대히 환송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함을 이해하고.”

 

“군사께서 돌아가셨는데 어찌 환송식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궁주.”

 

 

 

좌소천이 제천전을 나가자 혁련무천이 여가릉을 향해 물었다.

 

“정말 모르고 있었다고 보느냐?”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표정에서는 거짓을 찾지 못했습니다.”

 

“으음……. 그럼 다행이다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갑자기 좌소천의 그림자가 크게 느껴진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도 늙었나?’

 

처음이다. 청춘은 아니지만, 늙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좌소천의 등을 바라보면 자신이 늙어간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가릉, 호정이를 불러라. 아무래도 그 아이에게 소천이를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

 

움찔한 여가릉이 고개를 숙였다.

 

“예, 주군.”

 

“그리고 당분간은 네가 밀천단을 움직여서 소천이를 감시해라.”

 

여가릉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전이었다면, 자신이 조심해야 한다고 보고해도 코웃음 치며 ‘저런 어린애쯤이야!’ 했을 혁련무천이다. 

 

아니면 앞에 데려다 놓고 ‘허튼 생각하지 마라!’라며 호통을 쳤던가.

 

그게 바로 천하제일패, 제천무제 혁련무천다운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바심을 내며 상대의 성장을 걱정하고, 견제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도 태군사의 아들인 좌소천을.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그에겐 아픔이었다.

 

‘당신도 늙어가나 봅니다.’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2

 

 

 

 

 

좌소천이 떠난 그날 오후, 괴이한 소문이 돌았다. 

 

―밀천단주 사공은환이 자결했다!

 

소문은 내궁에서 시작되었는데, 막을 새도 없이 외궁까지 퍼져 버렸다.

 

그러더니 밤이 될 무렵에는, 사공은환이 자결하기 직전에 유언장을 남겼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 일은 제천신궁을 떠난 좌소천조차 알지 못했다.

 

어쨌든 그 일로 제천신궁이 술렁거렸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간부들이 모두 제천전으로 몰려갔다.

 

결국 상황이 그에까지 이르자, 혁련무천은 사공은환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유언장에 대한 것만 빼고서.

 

경악한 탄식이 제천전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밖에까지 흘러나왔다.

 

사공은환의 죽음이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연이은 최고위 간부들의 죽음이 제천신궁의 분위기를 늪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술렁임이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유언장의 내용 일부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공은환이 자결한 것은, 그가 오래전에 지은 죄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죄’라는 것이었다.

 

―태군사의 죽음에 사공 단주가 관여되었다고 한다.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던 태군사의 목숨을 사공 단주가 암수를 써서 앞당겼다고 한다.

 

―결국 그로 인해 태군사가 스스로를 던지는 신계를 펼쳤다고 한다.

 

―사공 단주는 패천단의 좌소천 단주가 그 일을 알까 봐 살수를 보내 좌 단주를 죽이려 했다. 한데 좌 단주가 살아서 돌아오자 후환이 두려워진 그는, 좌소천에게 가족들만큼은 용서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만으로도 제천신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뭐야?”

 

분노한 혁련무천이 여가릉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찾아라!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 진원지를 찾아!”

 

“예, 주군!”

 

여가릉이 제천무령을 대동한 채 밖으로 나가자 혁련무천이 태사의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부스스…….

 

자단목으로 만든 단단하기 그지없는 손잡이가 가루로 변해 부서져 내렸다.

 

“고정하십시오, 아버님!”

 

혁련호정이 다급히 나서서 혁련무천을 진정시켰다. 

 

그가 아니었다면 제천전의 모든 기물이 혁련무천의 기운에 의해 부서졌을지도 모를 만큼 거센 분노였다.

 

“내가 은환의 유언장을 가지고 있거늘. 대체 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질 수 있단 말이냐?”

 

“혹시 유언장을 본 사람이 더 있는 것 아닐지요?”

 

“있기야 있겠지. 종효민도 봤을 테니까. 물론 전부 보지는 못했겠지만.”

 

“그는 아닐 겁니다. 자신이 제일 먼저 의심받는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의문이다. 대체 어떤 놈이……. 음?”

 

한마디 한마디 씹어뱉듯이 말하던 혁련무천의 눈이 치켜떠졌다.

 

밀천단의 호위가 죽기 전에 남긴 한마디가 떠오른 것이다.

 

 

 

“드릴 말씀이 하나…….”

 

 

 

뭔가 다급한 표정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 말을 들을 여유가 없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그가 또 다른 뭔가를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혁련무천은 혁련호정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그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호정아, 남양으로 가기 전까지 네가 비밀리에 밀천단의 사람들을 조사해 봐라. 혹시 유언장에 대해 아는 놈이 또 있는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아버님.”

 

 

 

 

 

3

 

 

 

 

 

황파로 돌아가는 좌소천 일행의 행렬은 올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차이라면 시신을 운구하던 마차가 한 대 줄었다는 것 정도.

 

나머지 마차에는 그때처럼 네 노인이 단리 남매와 함께 타고 있었다.

 

그들은 북상하던 길을 그대로 따라서 내려갔다. 

 

그런데 대오를 지난 행렬이 효창을 삼십여 리 남겨놓았을 때였다.

 

왠지 수상하게 보이는 무리들이 전면에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칼을 찬 장한 넷과 찢어진 옷을 입은 소녀 셋.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언뜻 봐도 흑도의 건달이 확실해 보이는 장한들을 이제 십칠팔 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들이 따라갈 이유가 뭐 있을까.

 

더구나 소녀들의 얼굴은 땟물로 인해 지저분해 보였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셋 모두가 뛰어난 미색이었다.

 

“팔려가는 아이들인가 봅니다, 단주.”

 

도유관이 싸늘한 눈빛으로 장한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좌소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장한들은 무사 수십 명과 마차가 빠르게 다가가자 소녀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좌소천은 그들을 비켜가지 않고 오히려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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