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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90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90화

 

90화

 

 

 

 

 

 

7장 맹서(盟誓)

 

 

 

 

 

1

 

 

 

 

 

팽팽한 긴장감이 한수를 중심으로 휘돌았다.

 

전마성과 제천신궁의 싸움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민심이 흉흉해졌다. 관도에는 잠시 난리를 피하겠다며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일 정도였다.

 

상황이 그리되자 형주 일대에 배치된 관군들도 비상을 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렇게 대치상황이 이어지던 유월 보름.

 

좌소천이 직속무사와 함께 파견단의 수장으로 잠강 지부에 도착했다.

 

 

 

잠강 지부에는 패천단 일대에서 사대까지 사백 무사가 미리 와 있었다.

 

“어서 오시게, 좌 단주.”

 

황창안이 침중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그도 천외천가와 제천신궁의 협상에 대한 소문을 들은 터였다.

 

더구나 소문은 입을 거치는 사이 진실처럼 변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별일은 없었네만……. 후우,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

 

씁쓸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은 황창안이 몸을 돌렸다.

 

좌소천은 잠강 지부에 미리 와 있던 네 명의 대주와 직속무사 아홉을 대동하고 잠강 지부에서 가장 큰 태명전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기다란 탁자와 서른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제법 많은 듯 느껴졌는데, 잠강 지부의 간부 십여 명이 따라 들어오자 대부분의 의자가 찼다.

 

언뜻 보면 좌소천의 파견단과 잠강 지부의 간부들이 대치한 모양새.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저 예의상 짧은 인사말이 잠깐 오갔을 뿐.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자 황창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궁주께서 무슨 생각으로 그리하시는 건지 모르겠네. 단주, 만약 그 일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황창안이 질문을 던지고 좌소천을 직시했다.

 

좌소천도 황창안을 마주보고 나직이 되물었다.

 

“제가 궁주와 반목을 한다면 지부장님께선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너무나 직설적인 질문이어서 가슴이 싸늘하게 식을 정도다.

 

황창안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말로 좌소천의 뜻을 짐작한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단주? 지금 배신이라도 하겠다는 거요?”

 

황창안이 대답하기도 전, 앞에서 다섯 번째 의자에 앉아 있던 자가 벌떡 일어나 질책하듯 소리쳤다.

 

그는 한천 지부의 부지부장으로 있다가 잠강 지부로 파견 나온 남평화란 자였다.

 

이자광이 마주 일어나서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배신? 지금 누가 누굴 배신했다는 거요?”

 

“지금 그 말이 배신하겠다는 말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배신이란 신의를 어겼을 때 하는 말이란 걸 모르시오? 지금 신의를 누가 어겼는데 배신이라 하는 거요?”

 

“그건…….”

 

기세에 눌린 남평화가 말을 얼버무렸다.

 

이자광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단주의 의백부이신 선우 대협이 죽었을 때만 해도 당장 천외천가를 칠 것 같았던 궁주였거늘, 지금 와서는 그들이 단주의 원수임을 알고도 손을 잡았소. 귀하라면 귀하의 불구대천지수와 궁주가 손을 잡는다면 웃으면서 반기겠소?”

 

이자광이 장황하게 소리치자 사람들이 뜻밖이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남평화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 소리쳤다.

 

“대의를 위해서는 원수와도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본 궁의 대업을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궁주의 마음도 헤아려야 할 것이 아닌가?!”

 

“대의? 무엇을 위한 대의란 말이오? 아니, 정말 대의를 위해서라면 단주에게 한마디 상의라도 해야 했을 것 아니오?”

 

이자광의 눈빛이 진짜 호랑이의 눈빛처럼 활활 타올랐다.

 

탕!

 

황창안이 탁자를 내려쳐 두 사람의 말다툼을 제지했다.

 

“되었네. 이제 그만 하게.”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자, 황창안의 눈이 좌소천을 향했다.

 

“조금 전의 질문에 답하지. 의백부였던 선우 대협의 일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제천신궁의 사람이네. 일단은 궁주의 뜻에 따르는 수밖에 없네, 좌 단주.”

 

그럴 거라 생각했다. 말 몇 마디, 소문 한두 가지에 궁주에게서 등을 돌릴 사람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이 흔들린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지금은 그것이면 충분했다. 작은 흔들림이 쌓이다 보면 거대한 암산도 무너지지 않던가.

 

“마음 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큰일을 앞둔 마당에 내부에서의 대립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지요.”

 

황창안이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네. 이해해줘서 고맙군.”

 

이후로 전마성의 무사들 배치에 대한 것과 제천신궁 지부들의 대응 방법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억지로 좌소천과 혁련무천 간의 대립에 대한 것을 회피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겉돌기만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이야기하고 쉬도록 하는 게 낫겠습니다. 내일 천문으로 떠나기 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음, 그럴까?”

 

황창안도 답답한지 순순히 수긍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좌소천은 가볍게 포권을 취하고 돌아서기 직전, 미처 못다 한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지부장님께서 아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천외천가와의 악연은 선우 백부님과의 일만이 아닙니다.”

 

막 손을 내리려던 황창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가? 선우 대협 말고도 그들에게 당한 친인이 있단 말인가?”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좌소천을 쳐다보았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좌소천의 입이 열렸다.

 

“칠 년 전, 저와 어머니가 습격당한 사건을 아십니까?”

 

태군사의 가족이 습격을 당한 사건은 당시 제천신궁을 뒤흔들었다. 당연히 당시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습격에 부상을 입은 태군사의 부인이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 않았던가.

 

황창안의 홉떠진 눈이 파르르 떨렸다.

 

“무, 무슨 뜻인가? 설마……?”

 

좌소천이 무심한 눈으로 황창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천외천가, 그들의 습격에 당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지요.”

 

살모지수(殺母之讐)!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공대천지수!

 

황창안이 석고처럼 굳은 표정으로 입만 달싹였다.

 

“그 사건의 범인에 대해선 밝혀진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어머니께서 원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밝히지 않았지요.”

 

좌소천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더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좌소천이 뚜벅뚜벅 걸어가자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그를 따라 움직였다.

 

특히 제천단과 무천단의 간부들은 부릅뜬 눈이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다.

 

선우궁현의 죽음과 좌소천의 어머니 죽음을 어찌 같이 생각할 수 있으랴.

 

좌소천의 어머니가 누구던가, 태군사의 부인이 아니던가!

 

 

 

―태군사의 부인이 천외천가에 의해 돌아가셨다!

 

 

 

그 말이 억만 근 바위처럼 제천신궁의 무사들 머리를 짓눌렀다.

 

좌소천이 대전의 문을 나서려 하자 황창안이 다급히 소리쳐 물었다.

 

“궁주는! 궁주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

 

걸음을 멈춘 좌소천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서 문을 벗어났다.

 

그제야 패천단의 무사들이 우르르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좌소천을 비롯한 패천단 무사들이 모두 나가자, 황창안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태군사의 부인을 죽인 자들이 천외천가라고? 궁주께서 알고 있었다고? 궁주께선 그걸 알고도……. 으음…….”

 

 

 

어머니를 들먹였다.

 

어머니를 이용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제거할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황창안은 제거하기에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마음이 무거워진 좌소천은 곧장 배정된 거처로 향했다.

 

패천단에게 배정된 거처는 잠강 지부의 동쪽에 있는 건물이었다. 황창안이 특별히 배려했는지 잠강 지부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좌소천의 거처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물로, 회의를 열 수 있는 넓은 회의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간부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따라 들어왔다.

 

“왜들 그런 표정이오?”

 

이자광이 머리를 긁적이며 더듬거렸다.

 

“제가 쓸데없이 나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단주.”

 

“아니오. 그보다, 이 형이 그렇게 말을 잘할 줄은 내 미처 몰랐소.”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좌소천이 한마디 덧붙였다.

 

“세상에 그렇게 말 잘하는 곰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지 뭐요.”

 

숙연해진 얼굴에 슬그머니 웃음이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얼굴이 벌게진 이자광이 입을 오물거렸다.

 

그때 전하련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을 흘겼다.

 

“엉뚱한 말을 했으면 가만 안 두려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제법이었어, 왕곰.”

 

순간 이자광의 벌게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느 정도 가라앉은 분위기가 살아나자, 좌소천이 탁자를 향해 손을 저었다.

 

“자, 일단 자리에 앉읍시다.”

 

자리에 앉자마자 공손양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모두 수하들 관리를 철저히 하시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2

 

 

 

 

 

그날 밤.

 

유시가 넘어간 시각, 여덟 명의 간부가 황창안의 방에 모였다.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당장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지 모릅니다, 지부장님. 본 궁에 사실을 알리시지요?”

 

남평화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황창안은 굳은 표정을 펴지 않았다.

 

“뭐라 한단 말인가? 궁주의 불의를 이유로 좌 단주가 배신할지 모른다고 할 건가?”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던 조용익이 남평화의 말을 끊었다.

 

“되었소. 솔직히 나는 지금 뭐가 옳은지 모르겠소.”

 

“조 대주!”

 

“저번에 벌어진 둘째 공자의 일도 그렇고, 왠지 궁주께서 태군사나 좌 단주를 너무 무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오. 지금 호북 일대를 누구 덕분에 본 궁이 차지하고 있는데…….”

 

황창안이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다른 무천단의 대주 두 사람도 막 입을 열려다 멈칫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네. 하나, 제천신궁에 속한 이상 그런 이유만으로 궁주를 멀리할 수는 없는 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세.”

 

바로 그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무사가 방 안을 향해 말했다.

 

“지부장님, 패천단의 좌 단주께서 오셨습니다.”

 

황창안의 굳어진 눈이 방문을 향했다.

 

안에 모여 있던 여덟 사람도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안으로 모시게.”

 

문이 열리고, 좌소천이 직속 호위무사 세 사람을 대동한 채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 황창안과 여덟 명의 간부가 모여 있는데도 태연한 걸음걸이였다.

 

“이 밤에 무슨 일인가?”

 

황창안이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좌소천이 탁자 앞에 멈춰 선 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낮에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나눌까 해서 왔습니다.”

 

“아침에 하면 되지 않겠나?”

 

“아닙니다. 지금이 더 적당할 것 같군요.”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황창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가?”

 

좌소천이 품에서 서신 한 장을 꺼냈다. 제천신궁에 남은 패천단의 정보원이 이틀 전에 보낸 서신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서신이 허공에 둥둥 떠서 황창안에게 날아갔다.

 

황창안이 손을 내밀어 서신을 잡자 좌소천이 입을 열었다.

 

“낮에 말씀드리려 했습니다만, 상황이 좋지 못해서 미처 말을 못했습니다.”

 

서신을 읽어가던 황창안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결국… 사실이었던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좌소천은 고개를 든 황창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암습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오기 전 암습을 당했습니다.”

 

“암습? 열흘 전의 일 말인가?”

 

황창안도 패천단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들은 듯했다.

 

“그것이 첫 번째 암습이었지요.”

 

“첫 번째? 그럼 암습을 당한 게 한 번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전에, 그 첫 번째 암습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알려지기로는 전마성에서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소문났습니다만, 진실은 알려진 것과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 그럼 누가……?”

 

“암살자들은 천외천가에서 온 자들이었습니다.”

 

“천외천가라고?”

 

“그게 사실이오?”

 

황창안과 조용익을 비롯해 잠강 지부의 간부들이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진짜 경악할 일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던 중 한수에서 한 차례 암습을 더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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