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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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69화
69화
천문 지부의 무사들이 두 사람의 무공을 알아보고 대경해 외쳤다.
“혈심부는 뒤가 약하다! 뒤를 쳐!”
누군가가 도유관의 약점을 지적하며 악다구니를 질러댄다.
그에 부응하듯 공손양을 상대하던 자 하나가 홱 몸을 돌리며 도유관의 등을 공격했다.
바로 그 순간, 도유관의 신형이 옆으로 두 자가량 미끄러지며 거짓말처럼 돌아서고, 은빛 번개가 태양빛을 받아 번쩍였다.
쩍!
도유관은 도끼로 적의 이마를 가르고는 다시 돌아섰다.
그야말로 눈을 깜짝이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흥! 어림없는 짓! 이제 누구도 내 뒤를 치지 못한다!”
코웃음 치는 도유관의 눈에서 살광이 활활 타올랐다.
커다란 체구의 청년, 사도진성이 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모두 나가서 놈들을 죽여!”
기다렸다는 듯 진마각의 무사들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종후전은 그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옆구리의 만월도를 거머쥐었다.
그때, 그의 눈에 전면에 서 있던 나이 어린 청년이 앞으로 나서는 게 보였다.
‘흐음, 우려할 만한 놈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내심 여유만만해진 종후전이 옆구리에 걸린 만월도의 도병에서 힘을 뺄 때다.
“아, 안 됩니다! 모두 돌아오라고 하십시오!”
뒤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문 쪽에 서 있던 무사들 중 몇이 아우성을 치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가 바로 북향의 향주입니다!”
종후전의 눈이 가늘어졌다.
‘북향의 향주? 그럼 저 어린놈이 그 소문의 주인공?’
사도진성도 온몸에 철혈마공을 퍼뜨리며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바로 그놈이란 말이지?’
하지만 이미 십여 명에 이르는 일류고수가 나간 터였다.
잠시 지켜보며 소문의 주인공 실력이 어떤가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머뭇거림은 잠깐이었다.
그 순간, 좌소천이 한 걸음에 십여 장을 미끄러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도유관과 공손양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찰나였다!
쉬아악!
살랑거리던 바람이 갈라지며 시커먼 선이 쭉 허공에 그어졌다.
쩌저정!
“컥!”
“허억!”
단말마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무사 넷이 달려가던 그대로 서너 걸음을 더 가더니 맥없이 꼬꾸라졌다.
순간, 좌소천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고, 묵광이 회오리처럼 말리며 좌우를 휘감았다.
서걱! 취릭!
세 사람이 목을 감싸며 눈을 멍하니 뜬 채 뒤로 넘어갔다.
그제야 나머지 무사 여섯이 급급히 뒤로 몸을 뺐다.
하지만 좌소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덮쳤다.
“오, 오지 마!”
악을 쓰듯 터져 나온 공포에 질린 목소리.
쾅!
검이 부서지며 이마가 쪼개진다.
묵선이 그어지는 곳에서 피가 솟는다.
반쯤 베어진 목이 뒤로 꺾이며 치솟는 피분수!
예상치도 못했던 광경에 양편이 모두 몸이 굳어버렸다.
그것은 도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멈춰!”
“이놈!”
결국 종후전과 사도진성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바로 그때였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뒤쪽에서 바라만 보고 있던 북향의 무사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열한 명을 단숨에 쓰러뜨린 좌소천은 날아드는 종후전과 사도진성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무진도를 옆으로 눕혔다.
상대는 전마성의 호법과 성주의 아들이다.
둘 다 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들.
좌소천은 옆으로 눕힌 도를 그대로 휘둘러서 허공을 횡으로 갈랐다.
“으헛!”
종후전이 대경하며 만월도를 열십자로 휘둘렀다.
쩌어엉!
날아들던 종후전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졌다.
빙글, 몸을 돌린 좌소천의 무진도가 이번에는 사도진성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크으윽!”
땅이 깊게 파이며 사도진성의 몸이 이 장을 미끄러졌다.
좌소천은 여전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때 그의 좌우로 삼 장의 거리를 둔 채 북향의 무사들이 스쳐 갔다.
단청호와 황파 지부의 고수들, 포규상과 모이산이 이끄는 패천단의 무사들. 그리고 벽화웅을 비롯한 효창 지부와 운몽 지부의 지원 무사들.
사기충천해서 달려가는 그들의 기세가 가히 해일과도 같다.
좌소천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도진성과 종후전을 향해 다가갔다.
접전이 벌어진 상황.
상대편의 주요 무사 삼십여 명이 단숨에 쓰러지자 안쪽에서 백여 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꼼짝도 않고 자신만 노려본다.
종후전의 가늘어진 눈에서 살광이 뻗쳤다.
“너 같은 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세상이 넓다는 것을 몰랐나 보군.”
사도진성이 이를 갈았다.
“나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글쎄…….”
휘이잉!
바람이 불더니 세 사람 사이에서 먼지가 휘돌았다.
찰나, 기회라 생각한 사도진성이 먼저 몸을 날렸다.
앞으로 뻗은 커다란 장검에서 시퍼런 기운이 넘실거리더니 두 자가량 쭉 뻗친다.
수라가 이를 드러낸 채 달려드는 듯하다.
절정 경지에 이른 검강의 기운!
순간 좌소천이 내려져 있던 무진도를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쩡!
시퍼런 기운이 산산이 부서지고, 무진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사도진성이 이를 악문 채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다.
동시에 한 발 앞으로 내딛은 좌소천이 무진도를 뻗었다.
쩍!
두 사람 사이 이 장 거리가 묵선으로 이어졌다.
대경한 사도진성이 검을 들어 올렸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
쾅!
도검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사도진성이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좌소천은 사도진성이 중심을 잡을 새도 없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찰나간에 간격이 다섯 자로 줄어들었다.
눈을 부릅뜬 사도진성이 물러서는 와중에도 검을 내려쳤다.
“이잇!”
그때 기회만 노리고 있던 종후전이 만월도를 휘두르며 좌측을 쳐왔다.
쾅!
떨어지는 검을 무진도로 받아넘긴 좌소천은 좌수를 비틀어 앞으로 내쳤다.
쩌정!
종후전의 만월도가 옆으로 밀려나는가 싶더니, 권세의 결을 가르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이놈! 죽어라!”
좌소천은 좌수를 홱 뒤집고는 자신의 팔을 타오르려는 만월도의 도신을 중지와 검지로 찍었다.
땅!
만월도가 한 자가량 밀려난다.
대경한 종후전이 뒤로 물러서면서 만월도로 허공을 그어댔다.
시퍼런 도의 그림자가 그물처럼 펼쳐진다.
순간 좌소천의 무진도가 벼락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쩌저적!
그물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터져 나간다.
종후전은 찰나간에 십여 번의 칼질을 하고서야 겨우 벼락의 충격을 해소하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급급히 물러섰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좌소천이 마치 도를 봉처럼 휘돌려 만월도를 걷어내더니, 텅 빈 종후전의 가슴에 일권을 내질렀다.
“헛!”
종후전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좌수를 내밀어서 가슴으로 밀려드는 좌소천의 권을 막아냈다.
쾅!
“흐읍!”
손목이 부러져 나가는 고통!
하얗게 탈색된 종후전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좌소천은 멈추지 않고 세 번의 주먹을 더 뻗었다.
다섯 자의 거리를 둔 채 세 줄기 번개가 작렬했다.
콰광!
“커헉!”
종후전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일 장 뒤로 튕겨졌다.
“여기도 있다!”
그사이, 전 공력을 다 끌어올린 사도진성이 혼신을 다한 일검을 내려쳤다.
시퍼런 강기가 쭉 뻗어 여섯 자에 이르는 거검이 이 장 허공에서 떨어졌다.
“조심하시오, 향주!”
공손양이 대경해서 소리쳤다.
그런데도 좌소천은 떨어져 내리는 거검을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무진도를 가만히 뻗었다.
마치 승허암 아래쪽 절벽에 새겨진 첫 번째 그림처럼.
순간! 회심의 일검을 펼친 사도진성은 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숨을 멈췄다.
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보이는 건 오직 한 자루 시커먼 도뿐!
퍽!
둔탁한 소리. 먹먹한 가슴.
눈앞이 노래지면서 사도진성의 뇌리가 하얗게 변했다.
‘어, 어떻게 이런…….’
그 시각.
오백에 가까운 북향의 무인들이 천문 지부의 동쪽과 북쪽의 담장을 넘어갔다.
처음에는 나머지 삼면에 대해 철저한 경비를 서고 있던 천문 지부의 무사들이었다.
그러나 정문의 상황이 급변하자 경비는 나중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정문 쪽으로 다가가며 언제라도 정문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 채 상황을 주시했다.
북향의 무사들이 동쪽과 북쪽 담장을 넘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벗어나서 정문 쪽에 몰려 있었다.
“동쪽에 적이다!”
“적이 북쪽으로 들어왔다!”
담을 넘은 오백의 무사는 두 겹으로 인간 담을 형성한 채 무기를 앞으로 뻗고 천천히 전진했다.
마치 군병들이 창을 앞으로 뻗고 진격하는 것처럼!
그들에게서 일시에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천문 지부 무사들을 짓눌렀다.
담장 근처에 남아 있던 백여 명이 그들에게 달려들었지만, 몇 초가 지나기도 전에 그들의 피가 주위를 적셨다.
비릿한 혈향! 꿈틀거리며 죽어가는 무사들!
“씨발! 뭐 이딴 싸움이 있어?”
“조또, 무작정 덤빌 수도 없고…….”
전마성 무사들은 불평을 쏟아내면서도 뒤로 물러섰다.
사기충천한 북향 무사들의 기세가 살을 저미며 스며드는 듯했다.
묘한 대치가 이어지며 천문 지부의 무사들이 연무장 쪽으로 밀렸다.
쾅!
그때 정문이 부서지며 북향의 무사들이 들어섰다.
천문 지부 무사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제천신궁 북향의 무사들이 들어섰다는 것은, 정문 앞에 나갔던 고수들이 패배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막아! 여기서 밀릴 수는 없다! 모두 죽음으로써 놈들을 막아라!”
일부 중견 간부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그제야 이를 악문 천문 지부의 무사들이 포위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전세는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였다.
더구나 맨 나중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복면인들은 그들에게서 아예 싸우고 싶은 생각조차 빼앗아가 버렸다.
겨우 생긴 틈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장난처럼 잡아 던진다.
주먹을 빙빙 돌리는 것 같은데 무사들이 힘없이 꼬꾸라진다.
나뭇가지로 허공을 콕콕 찍을 뿐인데 뻣뻣이 굳어서 픽픽 쓰러진다.
그래도 세 복면인은 나았다.
그들에게는 덤비지 않고 도망갈 수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시커먼 장포에 시커먼 복면을 쓴 자는 안개처럼 움직이면서 도망조차 못 가게 한다.
천문 지부의 무사들에게 네 복면인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저, 저 괴물들은 또 뭐야?”
“아, 지미! 뭐 이런 개떡 같은 싸움이 다 있어!”
그나마 서쪽에 있던 자들은 상황을 눈치 채고 재빨리 장원을 빠져나갔다. 대부분이 응성 지부에서 서쪽 담장을 넘어 탈출한 무사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지붕 위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역시나 목소리 큰 이자광의 고함에 가까운 외침이다.
“대항하지 않는 자는 살려줄 것이다!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왠지 즐기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눈을 뜬 사도진성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몸에 기운은 없었지만,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은 없는 상태였다.
‘고, 공력이……! 크윽!’
사도진성은 참담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앞을 노려보았다.
고요히 앉아 있는 청년이 보였다. 자신을 무너뜨린 자.
머리 위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흘러내린 채 앉아 있는 그의 눈은, 마치 흑오석을 조각해서 박아 넣은 듯 무심하기만 했다.
“네놈은 누구냐?”
사도진성이 으르렁거렸다.
좌소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천소라고 알면 돼.”
“알면 돼? 본이름이 아니란 말인가?”
“좋을 대로 생각하도록.”
사도진성이 이를 지그시 물고는 잇새로 한마디를 씹어뱉었다.
“죽여라!”
“죽일 사람을 지금까지 살려놓았겠나?”
“내 입에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놈!”
“누가 그대에게 정보를 달라고 했나?”
사도진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좌소천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았다.
“네놈이 지금 나를 놀리겠다는 것이냐?”
“한 시진 만에 정신을 차린 사람치고는 기가 여전하군.”
“죽일 놈, 곧 본 성에서 이곳을 치기 위해 수많은 고수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 지금 전마성은 잠강을 지키기도 버거울걸?”
사도진성이 코웃음치며 냉랭히 소리쳤다.
“흥! 웃기는 소리! 혁련호승은 그곳에서 죽을 것이다!”
좌소천이 조용히 냉소를 지었다.
사도철군을 빼닮았다는 사도진성이다.
사도진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도철군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잠강의 코앞에 전마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궁주가 아들을 사지로 내몰았을 거라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