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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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68화
68화
“예, 성주! 놈이 제천단과 무천단을 이끌고 왔습니다!”
“좋아, 일단은 지원군을 잠강에 집중 투입해라. 마종각과 전혈전의 무사들을 뽑아서 보내! 놈들을 모조리 잠강에서 죽여! 선도에서 죽은 삼백 수하들의 한을 갚아주란 말이다!”
“예, 성주! 하오면 천문은……?”
사도철군이 냉소를 지었다.
“천문으로는 진성이와 종 호법을 보낼 것이다.”
2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분다.
눅눅한 바람이다.
“비가 올지 모르겠군.”
동천옹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더니 중얼거린다.
아직은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다.
그러나 백 년 가까이 살아온 동천옹의 말을 좌소천은 무시하지 않았다.
“길을 서둘러야겠군요.”
천문까지는 백오십 리. 그리 멀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중간에 작은 수로들이 많은데다가, 비가 오면 멀쩡한 길도 뻘처럼 변해서 북쪽으로 빙 돌아가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좌소천이 천문으로 향할 즈음, 악양에선 구포봉이 수하가 올린 보고에 환하게 웃었다.
[제천신궁이 전마성의 동부 지부 두 곳을 쳤음. 남향은 혁련호승이 향주가 되어 선도 지부를 차지했으며, 북향은 천소라는 신진 고수가 향주로 임명되어 응성 지부를 접수했음.]
그가 웃는 이유는 천소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자신이 지어준 가명을 어찌 모를까.
그는 서신을 내려놓고 의자에 깊숙이 등을 묻었다.
단순히 혁련무천의 명에 의해 출동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혁련무천의 명이 있었다 해도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 나섰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공소와 장하경을 불러라.”
구포봉이 방문에 대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방주?”
구포봉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는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좌 공자가 응성에 있다.”
장하경이 눈을 크게 뜨고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이 물었다.
“정말입니까?”
“제천신궁이 정한거의 혈겁을 이용해서 서벌을 진행한 것 같다. 남쪽은 혁련호승이 맡고, 북쪽은 좌 공자가 맡은 것 같은데, 아마 최종 목적지는 저기, 천문일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눈이 벽을 향했다.
그곳에는 호남과 호북, 강서, 하남 일대의 지도가 세밀히 그려져 있었다.
“제천신궁으로선 잠강과 천문만 차지하면 전마성의 바로 코밑까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니 놓칠 수 없는 곳이지.”
“다른 연락은 없었습니까?”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연락을 자제하는 것 같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가만있을 수는 없는 일, 일단 좌 공자와 연락을 취해볼 생각이다. 이곳의 상황도 전해야 하니까.”
장하경이 재빨리 나섰다.
“그럼 제가 가겠습니다.”
구포봉이 피식 웃었다.
“그러잖아도 자네를 보낼 생각이었어. 단, 가기 전에 인피면구를 꼭 써야 하네. 자네 얼굴은 너무 표가 나거든.”
인피면구가 아니라 얼굴을 깎아내야 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할 장하경이었다.
“까짓것, 쓰죠, 뭐.”
3
천문을 삼십 리 남겨놓고 석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전마성 천문 지부에선 제천신궁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천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
좌소천은 육백에 가까운 북향의 총인원 중 백여 명을 엄선했다.
적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기다리고 있을 터.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면 대결은 그만큼 피해만 커질 뿐이었다.
몇몇이 그의 계획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나머지 무사들 역시 시차를 둔 채 좌우에서 공격해야 된다는 공손양의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일이 잘못되면 향주가 책임을 져야 할 거요.”
평완동이 끝까지 투덜거리자, 좌소천이 한마디로 그의 입을 닫아버렸다.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즉결로 처리할 거외다. 명심하시오.”
점심 무렵.
전마성 천문 지부인 동호장(東湖莊)이 보이자 백 명의 정예가 좌소천을 선두로 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동천옹을 비롯한 네 명의 노인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가하게 따라오는 중이었다.
좌소천은 그들에게 이번 싸움의 전면에는 나서지 말라고 했다. 소문이 나고, 혁련무천의 귀에 들어가 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네 노인이 천문 지부에 있다는 것을 전마성에서 알게 되면 잠강보다 천문을 더 위험하게 볼지도 몰랐다.
그러면 자신의 계획이 어긋난다.
나중에 알게 될지는 몰라도, 시간을 벌면 그만큼 이득이었다.
그런데 동천옹이 말했다.
“복면 쓰고 가지 뭐. 그럼 알 수 없을 것 아냐?”
빤히 쳐다보는 네 노인을 보고 좌소천은 별수없이 생각을 조금 바꿨다.
“그럼 동쪽과 북쪽의 공격을 도와주십시오. 복면은 꼭 쓰시고 말입니다.”
그 말에 무영자가 반문했다.
“나도 써야 하나? 내 얼굴은 흑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알아볼 텐데.”
오히려 그 흑살기 때문에 무영자의 정체를 알아볼지도 몰랐다.
“그래도 쓰세요.”
“끄응. 그것 참…….”
따라갈 것인지 말 것인지 한참 갈등을 했지만, 무영자도 흑살기를 완성한 이후 쓰지 않았던 복면을 오십 년 만에 쓰기로 했다.
그러자 동천옹이 아이처럼 좋아했다.
“클클클, 무영자가 복면 쓰면 정말 재미있겠는데?”
한편 동호장에선 백여 명이 장원 밖으로 나와 좌소천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가오는 사람이 백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자신들도 그 정도만 나온 것이었다.
“이봐, 지부장. 적의 숫자가 오백 정도라 들었는데, 왜 저들밖에 없지?”
맨 앞에 서서 다가오는 북향의 무사들을 바라보던 대머리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곁에 서 있던 중년 무사, 천문 지부장 무정검 염혁이 공손히 대답했다.
“보고에 의하면, 저들은 삼십 리 지점부터 백 명만 따로 떨어져서 오고 있다 합니다. 아마 다른 자들은 조금 늦게 올 것 같습니다.”
그 뒤에 철탑처럼 서 있던 청년이 묵직한 저음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다른 방향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겠지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오면 오는 대로 부수면 되지 않겠습니까?”
“말대로 되면야 쉽지. 하지만 저렇게 올 때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 아니겠나?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저놈들이 백 명밖에 안 되어서 더 걱정이네.”
옆에 서 있던 다른 두 중년인이 볼멘소리로 한마디씩 했다.
“종 호법님,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쓸어버립시다.”
“맡겨만 주시면 제가 깨끗이 정리하겠습니다.”
대머리노인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하겠냐? 쯔쯔쯔…….”
그사이 좌소천 일행이 백 장 앞까지 다가왔다.
선두에 서서 걷던 좌소천의 눈이 동호장 정문을 향했다.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노인에게서 대단한 기운이 느껴진다.
“헛! 원공마도(圓功魔道) 종후전?”
단청호가 그를 알아보고 경악성을 내질렀다.
좌소천의 깊게 가라앉은 눈이 대머리노인을 직시했다.
“원공마도라면 전마성의 팔대호법 중 하나라는 자 아닙니까?”
“그렇다네. 저자까지 왔다니, 전마성이 단단히 각오를 한 모양이군.”
단청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원공마도라면 그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고수다.
만일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노인들만 아니라면, 단청호는 이번 일을 다시 검토해 보자고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좌소천은 종후전도 그렇지만, 다른 자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종후전 뒤에 철탑처럼 서 있는 청년. 이제 이십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자의 얼굴이 종후전의 머리 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종후전 못지않았다.
또한 그 옆에 있는 통일된 복장의 이십여 중견 무사. 그들 역시 일류무사들이었다.
“종후전 옆에 있는 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단청호가 중얼거렸다.
“엇? 저놈은 영락없이 사도철군을 닮았구먼. 아! 사도철군의 셋째 아들이 그를 쏙 빼닮았다고 하던데…….”
좌소천의 눈에 고요한 웃음이 번졌다.
전마성에서 누군가가 나올 거라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사도철군의 아들이 나온 것 같다.
팔대호법 중 하나와 성주의 아들.
‘재수가 좋군. 저자를 두들겨 패다 보면 사도철군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겠어.’
아마 사도진성이 좌소천의 생각을 알았다면 심장에서 불길이 솟았을 것이었다.
거리가 이십 장으로 가까워지자 좌소천이 걸음을 멈췄다.
그때 목소리 큰 이자광이 앞으로 나섰다.
역시나 좌소천에게서 받은 명령을 시행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 정정당당히 싸우자!”
누가 뭐라 했나? 천문 지부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자광을 노려보았다.
이자광은 꿋꿋이 자신의 할 말만 했다.
“덤빌 놈 다 나와!”
그 말에 십여 명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저놈의 주둥이를 찢어버릴 것이다!”
“건방진 놈이! 덩치 크면 다야? 너 이리 와!”
“비켜, 저 곰은 내 거야!”
“우하하하! 가죽은 내가 벗겨주마!”
대머리노인, 원공마수 종후전은 그들이 나서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그들이 죽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응성 지부를 반 시진 만에 무너뜨린 자들이다. 적들이 얼마나 강한지 그것을 알아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단 세 사람만 나서는 것이 아닌가?
둘은 이제 삼십이 안 되어 보이는 자들이고, 한 사람만 사십 중반의 중년인이다.
종후전은 싸늘한 안광을 빛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긴 기세를 꺾는 것도 괜찮겠지.’
평완동은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도유관과 공손양만 자신과 함께 앞으로 나설 뿐,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당신이 나서보겠소?
좌소천의 그 한마디에 검을 뽑고 나서긴 했는데 괜히 나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심부 도유관. 이화산장의 공손양.
말로만 들은 저들이 얼마나 활약을 할지 몰라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린 사이, 도유관이 중간에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걸음을 빨리했다.
‘엇?’
평완동이 흠칫한 순간, 이번에는 공손양이 땅을 박차고 달려갔다.
‘제기랄!’
평완동도 땅을 박찼다.
어느새 그의 손에 검이 들렸다.
마치 전염이 된 듯했다.
쉬각!
도유관의 도끼가 먼저 허공을 갈랐다.
이어서 공손양의 검이 붉은 기를 토해냈다.
쒸아앙!
“컥!”
“으헉!”
순식간에 두 명이 피를 튀기며 무너져 내렸다.
대경한 천문 지부의 무사들이 도유관과 공손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사이 평완동도 자신이 노린 자의 어깨를 꿰뚫었다.
본격적인 싸움은 그때부터였다.
마치 세 마리의 혈랑이 양 떼 사이를 누비는 듯했다.
도유관의 은빛도끼가 번쩍일 때마다 피가 튀고 뼈가 갈라진다.
공손양은 붉은 기를 토해내는 검을 휘두르며 춤을 춘다.
평완동도 두 사람 못지않게 날카로운 검을 찔러대며 미친 듯이 도검 사이를 누볐다.
상대의 검이, 도가 몸을 스쳐 가며 피가 스며 나오는데도 아픔조차 느낄 틈이 없었다.
아마 그의 평생 중 가장 치열한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제기랄! 괜히 나섰어!’
그때 천문 지부의 무사들 사이에 서 있던 중년인 셋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도진성이 본성에서 데리고 온 스무 명의 진마각 고수 중 셋이었다.
좌소천은 그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나가는 것을 막았다.
‘기선을 제압한다. 그 후… 단숨에 쓸어버린다.’
도유관과 공손양이 셋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온 세 사람으로는 도유관과 공손양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었다.
잠깐 사이 네 명이 더 무너지고, 천문 지부의 무사 중 남은 사람은 넷밖에 남지 않았다.
그제야 두려움을 느낀 그들이 뒤로 물러서는가 싶더니, 나중에 나온 세 명의 중년인이 그들 대신 도유관과 공손양, 평완동을 향해 짓쳐들었다.
“하앗!”
“죽어!”
찰나간! 도유관의 도끼와 공손양의 검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생각지도 못한 강함에 달려들던 중년인들이 대경했다.
번쩍!
도유관의 은빛도끼가 찬란한 은빛 섬광을 뿜어내며 상대의 검과 몸뚱이를 동시에 내려쳤다.
두 줄기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쾅!
검이 튕겨지고,
퍽!
이마가 갈라졌다!
화르륵!
공손양의 붉은 검이 시뻘건 불길을 쏟아내며 낭아도를 휘두르는 중년인을 덮쳤다.
“혈심부 도유관이다!”
“이화신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