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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6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66화

 

66화

 

 

 

 

 

 

무사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웅성거렸다.

 

쨍강, 툭! 투두둑!

 

사방에서 병장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적생이 죽고 황문이 사로잡혔다. 중간 간부들조차 대부분이 피로 물든 채 쓰러진 상황. 말단 무사들로서는 죽음을 택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눈치를 보던 자들도 무기를 내려놓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자광이 그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마침내 전마성의 동부 최전선 응성 지부가 함락되었다.

 

좌소천이 정문을 통해 들어선 지 이각 만이었다.

 

응성 지부의 무사 중 죽은 자는 모두 일백오십. 이백여 명이 일부러 터놓은 서쪽으로 도망치고, 이백여 명은 무기를 던진 채 투항했다.

 

반면에 북향의 피해는 사망 열둘에 부상자 오륙십.

 

완벽한 승리였다.

 

“투항자 중 제천신궁에 들겠다고 맹세한 자는 모두 백오십삼 명, 그들에게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라 했고, 아직 확답을 하지 않은 자들은 혈도를 제압해서 뇌옥에 가두어놨습니다, 향주!”

 

이자광이 들어와 상황을 보고했다.

 

장내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이번 일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효창 지부를 떠나기 전, 공손양에게서 계획을 들었을 때에도 성공 가능성을 반도 보지 않았다.

 

한 시진 만에 응성 지부를 함락시키겠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한 시진은커녕 반 시진도 안 되어서 응성 지부를 접수했다. 그것도 미미한 피해만 입은 채.

 

거기에는 좌소천의 가공할 무위가 절대적인 작용을 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좌소천 한 사람에 의해서 황문과 우적생을 비롯한 사십여 명의 중간 간부가 죽거나 부상을 당했으니까.

 

그것은 가히 공포였다.

 

응성 지부의 무사들은 물론 북향의 무사들에게까지도.

 

멋모르고 좌소천에게 덤볐던 사람들은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좌소천의 눈치만 봤다.

 

보고를 올린 이자광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저… 향주, 그런데 왜 서쪽을 터놓고 놈들을 도망가게 한 것입니까? 그놈들까지 처리했으면 더 큰 공을 세우셨을 텐데요?”

 

공손양이 대신 대답했다.

 

“자광,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덤벼드는 법이다. 굳이 중요하지도 않은 자들을 잡기 위해서 피해를 볼 수는 없는 일 아니냐? 향주는 북향 무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더 큰 공을 세울 기회를 사심없이 버리신 것이다.”

 

“아!”

 

이자광이 감탄하며 좌소천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포규상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저들을 모두 받아들일 거요? 너무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 하오만.”

 

“위험할 것은 없소. 대항하면 죽음뿐이란 것을 저들도 잘 아니까.”

 

“그래도…….”

 

“한 가지 더. 그에 대한 소식이 적들의 귀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이 나올 것 같소?”

 

반도(叛徒). 전마성에선 제천신궁에 달라붙은 자들을 그리 규정할 것이 분명했다.

 

“일개 말단 무사들의 반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소.”

 

좌소천은 딱 잘라 말하고 공손양을 바라보았다.

 

공손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쉬고 내일 아침에 움직일 겁니다.”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공손양을 응시했다.

 

급박하게 응성을 칠 때는 언제고, 천문이 백오십 리밖에 남지 않은 이곳에서 하루를 쉰단 말인가?

 

포규상이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저들이 만반의 준비를 할 텐데, 피해가 커지지 않겠소?”

 

“천문은 응성과 비교해서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의 힘을 가진 지부지요. 설령 형주에서 무사들을 파견한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대대적인 지원은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좌소천이 한마디 거들었다.

 

“오늘 저녁이면 황파에서 지원군이 올 것이오. 게다가 하루를 쉬면 저들이 강해지는 것만큼 우리의 힘도 강해질 거요.”

 

물론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시간 차이. 그것이 필요했다. 혁련호승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어쨌든 좌소천이 결정을 내리듯 한마디 하자 포규상도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닫았다.

 

그제야 좌소천이 공손양에게 명을 내렸다.

 

“한천 지부에 이곳의 소식을 전하시오. 남향의 건투를 빈다는 말도 함께.”

 

그 소식에 혁련호승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좌소천의 말뜻을 알기에 공손양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렸다.

 

“예, 향주.”

 

 

 

 

 

5

 

 

 

 

 

미시 무렵, 한천 지부에 응성의 함락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혁련호승의 가슴에 불길이 타올랐다.

 

반 시진 만에 응성을 접수했다고 한다.

 

더구나 별 피해도 없이 완벽하게 승리했다지 않은가!

 

그는 미친 듯이 서둘렀다.

 

좌소천에게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에 쉬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날 오후, 한천 지부에서 무사 백 명을 지원받은 그는 남향을 이끌고 선도 지부로 달려갔다.

 

조용익은 입이 튀어나왔지만, 혁련호승의 서슬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결국 석양에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 전마성 선도 지부에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세 시진에 걸쳐 이어졌다. 그리고 근 사백여 명의 사상자를 낸 채 해시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전마성 선도 지부 사백여 무사 중 삼백여 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혁련호승이 이끄는 남향의 무사들 역시 한천 지부의 무사 칠십여 명을 비롯해서 제천단의 무사 삼십여 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또한 무천단의 고수들도 세 명이나 큰 부상을 당했다.

 

와중에도 혁련호승은 승리를 만끽하며 선도 지부의 여인들 중 미색이 뛰어난 여인들을 골라 앉히고 잔치를 열었다.

 

조용익은 이를 갈며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버렸다.

 

‘개자식, 수하들이 백 명이나 죽었는데, 무슨 잔치!’

 

 

 

 

 

6

 

 

 

 

 

황파에서 온 지원군은 모두 일백다섯 명이었다.

 

그들 중에는 진짜 고수라 할 수 있는 자도 열 명이나 되었다.

 

특히 그들을 이끌고 온 추설객 단청호는 절정의 경지가 완숙함에 이른 진정한 고수였다.

 

그는 호북 총지부인 황파 지부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로, 그가 이번 일을 맡게 된 것은 본의가 아니었다.

 

본래는 그가 아닌 단혼검 엽풍이 북향 지원대를 이끌 계획이었는데, 그가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 단청호가 오게 된 것이다.

 

“오시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단청호는 인사를 하는 좌소천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효창에서 곧바로 응성을 치기 위해 움직일 거란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

 

철부지 어린놈이 객기를 부린다 생각했다.

 

그러다 효감을 지날 때 응성의 함락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때 역시 좌소천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응성을 함락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소식을 전한 자가 말했다. 그 피해가 수십 명에 불과한데다, 그중 죽은 사람은 열 명이 조금 넘는다고.

 

그는 그 말을 듣고는 입을 떡 벌렸다.

 

함께 황파를 떠나온 다른 사람들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코웃음 쳤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십여 명의 죽음으로 어떻게 응성을 함락시킨단 말인가?

 

하지만 직접 와서 본 응성 지부는 언제 이곳이 전마성의 지부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제천신궁의 지부가 되어 있었다.

 

“오면서 말은 들었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군.”

 

“아침 안개가 저희를 도와준 덕이지요.”

 

어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까.

 

단청호 옆에 서 있던 자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무 무리한 공격은 자제했으면 싶군.”

 

단청호와 함께 황파 지부의 지원군을 이끌고 온 적혈검 평완동이라는 자였다. 

 

그는 사십대 중반의 나이였는데, 아마 단청호가 따라오지 않았다면 지원군을 지휘했을 고수였다.

 

좌소천은 그의 말에 조용히 웃었다.

 

“무리하게 일을 진행시킨 적은 없습니다.”

 

“허어, 글쎄 우리 말을 들으라니까, 여기 단 대협도 오셨으니 천문의 일은 우리에게 맡기게.”

 

공손양이 평완동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북향의 지휘권은 향주께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단 대협도 향주의 지휘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평완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라? 건방지게 감히! 우리는 지원을 하러 왔지 명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란 걸 모르나?”

 

“지원대 역시 북향 소속으로 움직일 것이 아닙니까?”

 

“누가 그걸 모르나? 다만 이제부터 지휘는 단 대협께서 하실 거라는 거네.”

 

“그것은 귀하가 결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저희 향주께서 결정하실 사항이지요.”

 

“흥! 꽤나 시건방지군. 그래, 향주!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단 대협이라면 북향을 충분히 이끌 수 있다 생각하네만.”

 

평완동이 좌소천을 바라보고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좌소천은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단청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청호가 어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좌소천이 조용히 웃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평완동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상관이나 수하나 시건방진 태도가 하나같이 똑같군!”

 

좌소천이 그를 향해 눈을 돌렸다.

 

“명을 받기 싫으면 그냥 가십시오.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

 

“이 건방진 놈이! 북향의 향주 자리에 올라가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느냐?”

 

그때 도유관이 어슬렁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거, 어지간하면 상황을 좀 파악하고 나서시구려. 꼭 그렇게 억지를 부려서야 쓰겠소?”

 

“네놈은 또 누구냐?”

 

“도유관이라 하오.”

 

“도유관?”

 

고개를 갸웃거리던 평완동의 눈이 점점 커졌다.

 

“혈심부 도유관?”

 

“향주께선 사람이 좋아 그냥 넘어갈지 모르지만, 나는 성질이 더러워서 하극상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오. 부디 내 도끼에 아군의 피가 묻히지 않기만을 바라겠소.”

 

평완동이 도유관을 노려보며 입술을 씰룩였다.

 

좌소천이 손을 들어서 도유관을 뒤로 물렸다.

 

“평 대협, 명령 하나에 수백 명의 목숨이 오가는 일입니다. 원치 않는다면 그냥 돌아가십시오.”

 

“그냥 돌아가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게 싫으면 내 명령에 따르시든가. 거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단 대협 역시.”

 

평완동이 힐끔 단청호를 바라보았다.

 

단청호가 굳은 표정으로 좌소천을 응시했다.

 

“자네 명을 받기 싫으면 떠나라?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전시입니다. 명이 이행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는 전쟁 중이란 말입니다. 본 향주는, 명을 거부하는 자는 즉결로 처리할 것입니다. 그게 누구든. 그러니 선택은 단 대협이 알아서 하십시오.”

 

좌소천은 할 말만 하고 공손양을 불렀다.

 

“공손 형, 단 대협을 쉴 곳으로 안내해 드리시오.”

 

“예, 향주!”

 

하지만 단청호는 좌소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즉결이라 했나? 그게 누구든? 아주 대단한 자신감이군.”

 

좌소천도 단청호를 직시했다.

 

“살아온 세월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헛소리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지요. 믿어도 될 겁니다.”

 

순간, 눈이 마주친 단청호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등골이 저릿했다.

 

그때 또 도유관이 지나가듯이 말했다.

 

“황문은 단 일 초에 어깨를 잘렸는데, 단 대협은 향주의 도를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군.”

 

단청호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황문이 단 일 초에 어깨를 잘렸다고?

 

철사비검 황문. 그는 자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무위를 지닌 자다. 

 

믿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또 믿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유관이 곧 탄로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저놈이 정말 황문의 어깨를 일 초에 갈랐단 말인가? 도대체 저놈이 누군데……?’

 

그때였다.

 

덜컹!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이자광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저, 향주.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라고 설명하기도 전에 누구에겐가 떠밀리듯 안으로 들어왔다.

 

“비켜, 이 왕곰 같은 놈아!”

 

동시에 얼굴이 동그란 동천옹이 실실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서 등소패와 위지승정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따라 들어왔다.

 

“수고가 많지?”

 

“힘든 점은 없는가?”

 

좌소천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대체 저분들이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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