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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55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4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55화

 

55화

 

 

 

 

 

 

“사람을? 내 수하 중에서 말인가?”

 

“원래 새로 들어온 사람은 저희 오대에 배치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물론 그렇지.”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 하나가 이틀 전에 일대로 배치되었다고 들었기에 그를 저희 대로 넘겨주셨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가 일대에 배치되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리 따지면 오대의 인원을 채우기가 막막해집니다.”

 

포규상의 입꼬리가 살짝 틀어졌다.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채워지겠지.”

 

“정해진 규칙대로 처리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일입니다. 그냥 넘겨주시지요.”

 

“세상이 어디 정해진 대로만 흘러간다던가?”

 

“그래도 만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지키지 않는 것보다 모두를 위해서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대주께서 양보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나를 훈계하는 건가?”

 

“있는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만일 넘겨주지 못하겠다면?”

 

“그럼 제가 데려가지요.”

 

포규상의 두 눈에서 은은한 열기가 떠올랐다.

 

“꽤나 건방지군. 대주가 되니까 보이는 것이 없나?”

 

좌소천이 포규상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포규상의 차가운 목소리가 묵직하니 내리눌렀다.

 

“모이산이 홧김에 던져 준 대주 자리에 앉으니까 세상이 다 자네 뜻처럼 흐를 것 같은가?”

 

“그렇게 보였습니까?”

 

“창피당하고 싶지 않거든 그냥 물러가라.”

 

“창피라…….”

 

“대주가 되니 젊은 객기에 뭔가를 하고 싶은가 본데, 그냥 조용히 지내는 게 그나마 대주 자리를 오래 지키는 길일 것이다.”

 

“나는 대주 자리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습니다.”

 

포규상의 눈에 비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하긴 있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겠지. 이기면 대주 자리를 내준다고 했다지?”

 

“물론입니다.”

 

“훗, 애들 장난 같은 짓거리 말고 차라리 그냥 물러나. 그게 너에게도 좋을 일일 것이야.”

 

“그건 제 일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람을 데려가야 하는 것도 제 일이지요.”

 

흑염만큼이나 검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군.”

 

좌소천은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일어섰다.

 

그가 뒤로 돌아섰을 때다. 등 뒤로 포규상의 차가운 목소리가 비아냥거림처럼 들려왔다.

 

“내가 왜 너를 탐탁지 않게 보는 줄 아느냐? 비천한 놈이 갑자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겉멋만 잔뜩 들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법이지. 그런데 네놈이 꼭 그 짝이다. 그래서 나는 네놈이 싫은 것이야.”

 

비천한 놈, 벌레 같은 새끼, 거지새끼.

 

어릴 때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다시 들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혁련호승을 다시 본 후여서 그런지 더 짜증이 났다.

 

좌소천이 다시 돌아섰다.

 

“당신, 나에 대해 아시오?”

 

지금까지와 달리 삐딱한 말투.

 

포규상의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럼 그렇지, 네놈이 별수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너 따위 놈, 내가 알 게 뭐냐?”

 

“눈이 썩었군.”

 

“뭐, 뭐라고?”

 

“그런 눈으로는 평생을 가도 악 단주의 발가락 하나 잡지 못할 거요.”

 

포규상이 벌떡 일어섰다.

 

“뭐야!”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말하는데, 당신은 당신의 박룡수를 대단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내 눈에는 그저 개나 잡으면 딱 어울리는 무공으로 보일 뿐이오.”

 

“네놈이 감히!”

 

노성을 내지른 포규상이 탁자를 건너뛰더니 우수를 휘둘러 좌소천의 목을 잡아갔다.

 

 

 

 

 

 

 

3장 사람을 얻다

 

 

 

 

 

1

 

 

 

 

 

사람을 얻기 위해 무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때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자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자다. 하기에 좌소천은 망설임없이 좌수를 뻗어 포규상의 우수를 휘감고, 우수 일권을 내질렀다.

 

순간 포규상이 좌수를 내밀어 좌소천의 우수에 부딪쳐 왔다.

 

쾅!

 

단발의 굉음이 방 안에 울렸다.

 

“대주, 무슨 일입니까?!”

 

밖에서 급박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두 걸음을 물러선 포규상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쳤다.

 

“별일 아니니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들어오는 놈은 내가 때려죽일 것이다!”

 

그러고는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제법이다만 나의 사문을 모욕했으니 걸어서 나갈 생각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이놈!”

 

상대야 분노에 찼든 말든 태연히 대꾸하는 좌소천이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건방진 놈!”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한 포규상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사오 초가 흘렀다.

 

탁자가 부서지고 의자가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방 안에서 난리가 났는데도 누구 하나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신출내기 대주가 단단히 혼이 나고 있다 생각하는 듯 가끔 낄낄거리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렇게 십여 초가 흐를 즈음, 포규상이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주르륵 물러났다.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좌소천이 그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얕봤나 보구려. 개가 아니라 돼지도 잡겠소.”

 

“이 쌍놈의 새끼가!”

 

이를 악문 포규상이 으르렁거리며 몸을 날렸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좌소천은 함께 죽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좌소천은 두 손을 번갈아 역으로 돌리며 건곤을 뒤집었다. 역으로 돌아가는 두 손이 천변만화의 변화를 일으키며 포규상의 악에 바친 공격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동시에 수백 개의 수영이 회오리처럼 휘돌며 포규상을 꼼짝 못하게 붙잡아 맸다.

 

두 손을 움직일 수 없는 포규상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콰광!

 

세 번의 주먹질이 포규상의 가슴을 연달아 두들겼다.

 

그리 강하게 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포규상을 뒤로 나가떨어지게 하기에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쿵!

 

“크읍!”

 

뒤늦게 흘러나오는 신음. 일그러진 얼굴.

 

푸들거리는 몸으로 겨우 일어선 포규상이 자신을 바라보자, 좌소천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뭔지 모르겠소?”

 

“뭐, 뭐가 말이냐?”

 

등소패가 포규상과 권장을 겨루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펼친 건곤신권을 알아봐야만 했다.

 

그걸 알아보라고 펼친 건곤신권이 아닌가.

 

그런데, 모른다?

 

설마 헛소문이었단 말인가?

 

그때 건곤신권을 가르쳐 주었던 등소패의 말이 떠올랐다.

 

‘이런, 내가 깜박했군. 그분이 그때, 다시는 이걸 펼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좌소천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못 본 게 당연하군.”

 

“놀리지 말고 차라리 죽여라, 이놈!”

 

“싫소. 내가 아는 분이 당신을 칭찬했는데, 내가 당신을 죽이면 그분이 뭐라 하겠소?”

 

“그분?”

 

좌소천은 그 의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기분도 어느 정도 풀린 터였다.

 

“나는 이만 가보겠소. 오늘의 일은 당신과 나만 아는 것으로 합시다. 그리고 도유관은 내가 데려가겠소. 이의 있으면 오대로 오시오.”

 

포규상은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눈빛으로 좌소천의 등을 뚫어버리겠다는 듯 노려보았다.

 

믿기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놈은 자신보다 권장에 있어 고수였다. 자신을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단 몇 수 만에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분이라니, 설마 등 어르신을 말하는 건가?’

 

포규상은 상대의 등이 훤히 보이는데도, 마음이 허탈해서 공격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퉤!”

 

결국 그는 입 안에 가득 고인 핏물을 뱉고 끌어올린 진기를 풀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뭐요?”

 

“모이산이 너의 도에 밀렸다고 들었다. 왜 나를 상대하면서는 도를 뽑지 않은 것이지?”

 

좌소천이 그를 돌아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안 듣느니만 못한 대답.

 

포규상은 입술을 깨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기랄…….’

 

 

 

덜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대여섯 명이 우르르 물러선다.

 

좌소천은 처음에 만났던 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당신, 가서 도유관이란 사람에게 지금 즉시 오대로 가라고 전하시오.”

 

턱짓에 찍힌 자가 힐끔 방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서 상처 입은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의 말대로 해! 엊그제부터 오늘까지 온 사람들, 다 보내!”

 

 

 

 

 

2

 

 

 

 

 

“대주, 모시고 왔소이다.”

 

밖에서 이자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오시오.”

 

방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이자광, 다른 한 사람은 도유관이었다.

 

도유관은 좌소천을 보더니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패천단의 오대로 가라 해서 다른 네 사람과 함께 따라왔다. 하지만 설마하니 오대주라는 사람이 좌소천일 줄이야!

 

“자네가 나를 데려오기 위해서 포 대주와 싸웠다는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앉으시지요.”

 

도유관이 자리에 앉자 좌소천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 직속무사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도유관이 좌소천을 쳐다보았다.

 

“직속무사?”

 

“열 명 중 일곱을 뽑았고, 세 명을 더 뽑아야 합니다. 당신이 그중 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며칠 후면 조장이 될 텐데, 그런 내가 그대의 직속무사가 될 거라 생각하나?”

 

포규상이 약속을 한 듯했다. 그러나 이제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제 직속무사 중에는 며칠 전까지 조장이었던 사람만 셋입니다.”

 

“그들과 나는 다르네.”

 

“당신보다 강한 사람도 있지요.”

 

도유관의 가는 눈이 슬며시 뜨였다.

 

“나보다 강한 자?”

 

“그렇습니다. 왜요? 믿어지지 않습니까?”

 

도유관의 눈에서 싸늘한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럼 자네는 어떤가? 나를 이길 수 있나?”

 

좌소천이 도유관을 직시한 채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포규상도 정면으로는 내 도끼를 막지 못하네.”

 

“그래도 마찬가집니다.”

 

“…….”

 

생각지도 못했던 단호한 대답이다.

 

도유관의 눈에서 새파란 냉기가 흘렀다.

 

“꽤나 자신만만하군.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라도 있나?”

 

“당신의 무공은 반쪽짜리니까.”

 

도유관이 좌소천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반쪽짜리라…….”

 

찰나였다!

 

도유관의 두 손이 가슴으로 가는가 싶더니 두 줄기 빛이 번쩍이고, 새하얀 낙뢰가 좌소천의 머리로 떨어졌다.

 

그러나 낙뢰는 떨어짐과 동시에 멈춰 버렸다.

 

도유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좌소천을 직시했다.

 

두 개의 도끼가 좌소천의 손에 잡혔다.

 

그것도 맨손에, 완벽히!

 

정말로 좌소천을 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어깨 위에서 멈출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도끼는 상대의 손에 잡히고, 오히려 도끼자루를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

 

“어, 어떻게 이런……!”

 

“그 정도로는 저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이를 지그시 깨문 도유관의 눈이 한참 동안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뻔한 사실을 부정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도유관은 도끼를 잡은 손에서 천천히 힘을 풀며 잇새로 자신의 패배를 씹어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이없이 패할 줄은 몰랐군.”

 

“반쪽짜리 무공을 완전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어떻게……?”

 

엉겁결에 묻던 도유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좌소천이 간단하게 답했다.

 

“나의 직속무사가 되면 됩니다.”

 

도유관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좌소천이 말을 이었다.

 

“그럼 반쪽짜리 무공을 완전하게 만들어 드리지요.”

 

“왜… 그렇게 해주겠다는 건가?”

 

“내 직속무사가 남에게 당하는 꼴을 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좌소천이다.

 

도유관은 한참 동안 망설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무공의 약점을 보완해 준다면, 대주의 직속무사가 되지.”

 

좌소천이 도끼를 놓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아마 반이 채워지면, 귀하의 도끼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무섭게 변할 겁니다.”

 

“대주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군.”

 

“대신 그 반을 채우려면 지금까지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후후후, 대주는 내가 어떻게 무공을 익혔는지 아는가?” 

 

반쪽짜리 무공이기에 죽을 확률이 절반이나 되는 걸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익혔다. 그래야 한을 풀 수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래서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무공을 완성시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좋은 사람을 얻었어.’

 

좌소천은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다.

 

도유관은 귀부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십 년을 기다릴 만큼 끈기가 있는 자다.

 

또한 혼자서 오기문(五旗門)에 쳐들어갈 만큼 용기도 있다.

 

포규상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자.

 

기분이 좋아진 좌소천은 도유관에게 주의할 점을 딱 하나로 잘라 말했다.

 

“이제부터는 오직 저의 명령만 따라야 합니다.”

 

“단주가 명을 내리면?”

 

“그야 저에게 허락을 받아야지요.”

 

“그 윗사람이 명을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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