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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51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51화

 

51화

 

 

 

 

 

 

1장 칠 년만의 만남

 

 

 

 

 

1

 

 

 

 

 

“뭐야? 그게 사실이냐?”

 

“예, 군사.”

 

사공은환의 침착함이 수하의 보고 몇 마디에 무너졌다. 그는 보고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제천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혁련무천의 목소리가 제천전을 울렸다.

 

“소천이가 왔다고? 그게 정말이더냐?”

 

“예, 주군.”

 

“지금 어디에 있느냐?”

 

“패천단에 있사옵니다.”

 

대답이 뜻밖이었는지 혁련무천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공은환을 내려다보았다.

 

“패천단?”

 

“천소라는 가명을 쓰고 들어왔사온데, 패천단의 무사가 되기 위해 입단 신청을 했다고 하옵니다.”

 

“무슨 말이냐? 왔으면 당장 나에게 달려와야지!”

 

“아마도 자신의 힘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올 생각인 듯하옵니다.”

 

“뭐라? 허어, 그 녀석!”

 

괘씸한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좌소천은 그에게 있어 천 명의 무인보다 중요한 ‘명분’을 제공할 사람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천이를 패천단의 말단 무사로 놔둘 수는 없다.”

 

그때 사공은환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말단 무사가 아니옵니다.”

 

“무슨 말이냐? 오늘 왔다면서?”

 

“그게… 들어온 지 한 시진 만에 대주가 되어서 제오대를 맡았다 하옵니다.”

 

“조장도 아니고… 대주?”

 

천하의 혁련무천이 이해를 못하고 사공은환을 빤히 바라보았다.

 

패천단에는 네 명의 대주가 있고, 각각의 대주가 각조 열 명으로 된 구조(九組) 일대(一隊)를 이끌었다.

 

대주가 되었다는 말은, 직속 무사 열 명까지 합쳐서 백 명의 패천단 무사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되었다는 말과도 같았다.

 

좌소천이 들어온 지 한 시진 만에 중견 간부인 대주가 되다니…….

 

어쩌면 혁련무천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사공은환이 사정을 설명했다.

 

“모이산을 꺾었다 하옵니다.”

 

“귀혈도 모이산을 소천이가 꺾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바로 대주의 자리를 넘겨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대주 자리는 무공의 고하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무공만으로는 많은 사람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모이산이 좌 공자를 시험하려고 했사온데, 지면 좌 공자에게 자신의 대주 자리를 내주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그제야 사공은환의 말뜻을 이해한 혁련무천이 입을 반쯤 벌렸다.

 

“그래서 모이산을 꺾고 대주가 되었다? 그것도 패천단의?”

 

“예, 주군. 다만 승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고 하옵니다. 지켜봤던 사람들은 패배를 자인한 모이산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사옵니다.”

 

“어쨌든 이유가 있으니까 모이산이 패배를 자인한 것 아니겠느냐?”

 

“좌 공자의 급작스런 쾌도를 피하기 위해서 뒤로 다섯 걸음쯤 물러났다고 합니다.”

 

“쾌도라……. 그것참.”

 

좌소천에게 아무리 좋은 자리를 내준다 해도 그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단의 대주보다 높은 자리를 줄 수 없다.

 

기껏해야 제천단의 조장 정도?

 

그런데 단숨에 대주가 되다니.

 

“그곳에서 견딜 수 있다고 보느냐?”

 

“어릴 때부터 침착했던 아이였지요. 게다가 자질이 뛰어나니 금방 적응할 것입니다.”

 

“하긴…….”

 

혁련무천의 눈빛이 깊어졌다.

 

사공은환의 말대로다. 꾸준히 능력을 키웠다면 지금쯤 대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비록 이 년이지만 선우궁현의 지도를 받은 아이가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내가 소천이를 너무 어리게만 생각했구나. 그 아이의 나이도 벌써 스물셋이거늘.’

 

문득 좌소천이 커다랗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혼자 놔둘 수는 없었다. 아직은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어야 했다.

 

“사나흘 정도 더 지켜보고 나서 그 아이를 불러라. 만나보고 나서 결정할 것이다.”

 

“예, 주군.”

 

 

 

 

 

2

 

 

 

 

 

설마 진짜로 약속을 지킬 줄은 몰랐다. 이제 막 들어온 사람에게 덜컥 대주 자리를 맡기다니.

 

하지만 좌소천은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빠르게 위로 올라갈 생각이 아니었던가?

 

비록 상황이 이상하게 엮여서 대주가 되긴 했지만, 그 역시도 실력으로 올라간 것이니 잘못된 것도 없었다. 

 

패천단은 실력이 말해주는 곳이었으니까.

 

더구나 대주 자리를 내던진 모이산도 그냥 그대로 제이대주 자리에 놔두기로 했다. 대주가 네 명에서 다섯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런 만큼 그에게 미안할 것도 없었다.

 

‘적어도 두세 달은 벌었군.’

 

급박한 강호 정세를 생각하면 두세 달을 벌었다는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

 

당장 수하라고 해봐야 최근에 모집해서 만든 삼 개 조 삼십 명에 불과했지만,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툭툭!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오.”

 

덜컥!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일곱 명. 대주의 직속 무사로 배정된 이들이었다.

 

원래는 열 명을 지명할 수가 있는데, 좌소천은 우선 일곱 명만을 지명하고 세 명은 나중에 보충한다며 남겨두었다.

 

그중 다섯 명은 좌소천도 아는 사람들이었다.

 

공손양, 종리명한, 사인학, 홍려운, 그리고 이자광.

 

나머지 둘은 단주의 전각 앞에서 이 새끼, 저 새끼 찾으며 떠들던 자들이었다.

 

좌소천은 그 일곱 명을 대주로 임명된 자리에서 곧바로 지명했다. 누가 거절할 틈도 없이.

 

악청백은 그가 지명한 사람을 그 즉시 좌소천의 휘하로 배정했다.

 

“축하하오, 대주.”

 

공손양이 조용히 웃으며 좌소천의 벼락출세를 축하했다.

 

“축하합니다. 인연이 이상하게 이어지는군요.”

 

종리명한과 사인옥도 마지못해 인사를 하고, 이자광은 퉁퉁거리며 볼멘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킁, 대주가 된 것을 축하하외다.”

 

조장 자리가 졸지에 날아간 그로서는 당연히 불만이 많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곧 죽을상이 되어서 어정쩡하니 고개를 숙였다.

 

“대주를… 뵈오.”

 

좌소천은 일단 불만이 얼굴 가득한 이자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 당신을 생각해서 지명한 것이오. 공손 형이 이 형에게 형이 되는가 본데, 당신을 부르지 않으면 지위 관계가 이상하게 되지 않겠소?”

 

그게 그렇게 되나? 

 

이자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좌소천이 말을 이었다.

 

“그것이 억울하면 언제든지 비무를 신청하시오. 누구든 나를 이기면 대주 자리를 내줄 테니까.”

 

순간 방 안에 들어선 사람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정말이오?”

 

이자광이 호랑이눈을 번들거리며 씩 웃었다.

 

다른 사람도 말은 안 하지만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오직 공손양만이 쓴웃음을 지을 뿐.

 

‘이기면 대주 자리를 준다고? 훗, 우리 중 누가 저자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안다. 모이산이 정말로 패했다는 걸.

 

좌소천의 도가 뽑혔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리고 몸이 굳어버렸다. 

 

비록 순식간에 흐트러뜨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에 한동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마 직접 당한 모이산은 자신보다 더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포기하겠소.”

 

흠칫한 종리명한이 공손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형님……?”

 

“나는 대주의 도식을 삼 초 이상 막아낼 자신이 없다. 그러니 언제 대주를 이긴단 말이냐? 아예 포기하는 게 속 편하지.”

 

사인학과 이자광이 말도 안 된다는 눈으로 공손양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는 것이다. 공손양이 이화산장을 나와 제천신궁에 온 이유를.

 

너무 강해서, 형들보다 더 강하기에 형들과 이화산장을 위해서 구화산을 내려온 사람이 바로 공손양인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두 사람은 공손양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 하기에 좌소천을 이기면 대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근질거렸다.

 

자신들에 비하면 나이도, 경험도 새카맣게 아래였다. 겉모습도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모이산이 졌다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기지 못할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정말 언제든 신청해도 된단 말이오, 대주?”

 

“물론이오.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좋소.”

 

둘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두 사람은 최근에 만들어진 오대의 조장인 사람들이었다. 좌소천에게 ‘어떤 놈’이냐고 했던 자가 일조장이었던 관추릉이고, ‘저 새끼’라고 했던 자가 이조장인 언자홍이었다. 

 

현재 삼조장은 공석인 상태다.

 

관추릉이 이자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조장,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이자광이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공손양에 대해 남 못지않게 아는 그다. 그로선 공손양의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나는 됐수. 두 분이나 하슈.”

 

“그래? 좋네. 그럼 우리 둘만 하지.”

 

관추릉은 산동 제남 관가장 출신으로, 십여 년 전 관가장이 철기보에 밀려 쇠퇴하자, 십여 년 동안 강호를 떠돌며 무공을 익힌 후 제천신궁에 들어왔다.

 

그는 언제고 산동으로 돌아가서 관가장을 재건할 생각이었다. 패천단의 대주가 된다면 그날이 보다 가까워질 것이다.

 

‘이긴다! 이겨서 패천단의 대주가 되는 거야!’

 

반면 언자홍은 진주 언가장의 둘째아들이었다. 

 

언가장은 오대세가 못지않은 대문파이면서 권에 관한한 일가를 이룬 곳. 그런 대문파의 아들이 제천신궁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출신만 정확하면 정도든 마도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곳이 바로 제천신궁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제천신궁에서 이루어보고 싶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서자이기에 서른이 다 되도록 간부가 되지 못하자 언가장을 뛰쳐나온 그다. 

 

나이 서른 초반에 패천단의 대주가 된다면 언가장의 누가 감히 그를 서자라 손가락질하겠는가.

 

‘대주, 단주가 되어 돌아갈 것이다. 돌아가서 나를 무시하고 놀렸던 놈들을 아래로 내려다볼 것이다.’

 

두 사람은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싸워보고 싶었다.

 

그러나 모이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쾌도가 아닌가.

 

오죽하면 이화산장의 아들인 공손양이 포기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

 

‘조금만 기다려라, 애송이! 내가 네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마!’

 

아직 시간은 많았다. 이길 때 확실히 이겨야 딴 놈들이 두말하지 않고 자신을 대주로 받들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 말, 번복하지 않기를 바라겠소.”

 

 

 

 

 

3

 

 

 

 

 

어둠이 황강산 자락을 기어오를 무렵, 좌소천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갔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묘역은 이제 자라기 시작한 풀로 곱게 덮여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소천입니다.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좌소천은 준비해 온 향을 피우고 묵묵히 절을 올렸다.

 

일배, 이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대로 놔둔 채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만 같다.

 

어머니가 조용히 웃으며 안아줄 것만 같다.

 

그러나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손길이고 가슴이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많이 강해졌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마세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어둠은 점점 짙어졌다.

 

 

 

좌소천이 근 한 시진 만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는 근처 묘역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백부의 시신을 가져갔다면 이곳 어딘가에 묘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황강산 묘역에는 지위가 높은 자만이 묻힌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황강산의 묘역에 묻힐 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겠는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었다.

 

생각했던 대로 선우궁현의 묘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좌소천은 묘역을 둘러본 지 이각 만에 선우궁현의 묘지를 찾아내고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울컥 치솟은 감정에 목이 메어서 입이 열리지 않았다.

 

한참 만에 입을 연 그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백부님, 령매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진인의 말씀대로라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꼭 찾아낼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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