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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44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44화

 

44화

 

 

 

 

 

 

쿠앙!

 

땅이 진동하더니 넓은 길이 거대한 나무로 막혀 버렸다.

 

뒤늦게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그때 먼지구름 속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저쪽으로 넘어뜨리려고 했는데, 방향이 살짝 틀어졌군. 미안하게 되었소.”

 

표정도 너무 담담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좌 공자, 왜 그 나무를……?”

 

“남의 집을 방문하는데 마땅한 선물은 없고, 그래서 땔감이라도 하라고 잘랐는데…….”

 

장하경과 열 명의 산적이 멍하니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선물하려고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를 자르는 사람이 천하에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진짜 이유는 겁을 주기 위함이었지만 산적들은 머리를 굴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좌소천은 산적들의 표정만 보고도 자신의 의도가 성공했음을 알고 장하경에게 말했다.

 

“장 형, 비룡채로 가지 말고 곧장 대왕채로 갑시다.”

 

“바로요?”

 

“언제 또 돌아가겠소?”

 

“뭐… 정 그러시다면야…….”

 

장하경이 산적들을 향해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산적들이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든 말든 자신이 할 말만 했다.

 

“우리는 대왕채로 가겠소. 그럼 수고들 하시오.”

 

좌소천과 장하경이 십여 걸음을 옮기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산적 하나가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불렀다.

 

“이, 이봐!”

 

그러자 옆에 있던 대감도를 든 산적이 잽싸게 그자의 입을 시커먼 손으로 막고서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럼 잘들 가시오!”

 

좌소천과 장하경이 언덕을 넘어가 보이지 않자 대감도를 든 산적이 눈을 부라렸다.

 

“미친 새끼!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다 죽이려고 하는 거냐!”

 

“소두령, 그게 무슨……?”

 

“아무리 무식해도 눈깔은 박혀 있으니까 저것은 보이겠지?”

 

그가 손으로 거목의 밑동을 가리켰다.

 

거대한 나무다 매끈하게 잘려져 있었다. 마치 나무젓가락을 낫으로 내려친 것처럼 

 

그가 손으로 목을 쓱 그으며 말했다.

 

“아마 우리 목이 저렇게 다 잘렸을 거다. 단 한 칼에. 그놈도 그렇게 무시무시한데, 하물며 그 수라귀 같은 놈은 또 어쩌겠냐?”

 

“흡!”

 

졸개는 좌소천보다 장하경이 더 두려웠다.

 

 

 

좌소천과 장하경은 곧바로 대왕채로 향했다.

 

조하채는 대왕채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산채였다. 그곳을 통과한 이상 대왕채까지는 별일이 없을 것이다. 만났던 산적들이 대왕채에 신호를 보내지 않는 이상은.

 

“덕분에 쉽게 통과했소.”

 

“어디 내가 나무를 베어서 그냥 보냈겠소? 장 형의 웃음 때문이지.”

 

“…….”

 

장하경도 그 말은 인정했다. 자신조차 고인 물에 세수를 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않은가.

 

‘냉정하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농담도 곧잘 하는군.’

 

마음이 조금 전보다 편해졌다.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생각이다. 매일 얼음장 같은 얼굴을 보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게 아닌가?

 

마음이 가벼워진 장하경은 입꼬리를 비틀고 대왕채를 향해서 잰걸음을 놀렸다.

 

 

 

오솔길을 따라 골짜기를 지나자 까마득한 저 안쪽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장하경의 말에 의하면 본채는 아직 더 들어가야 하고, 보이는 곳은 초소라 했다.

 

산적 서넛이 두 사람을 보더니 건물에서 튀어나왔다. 그 중 하나가 좌소천과 장하경을 보며 소리쳤다.

 

“누군데 여기까지 들어왔느냐?”

 

이번에도 장하경은 환하게 웃었다,

 

“정말 오랜만이오!”

 

좌소천은 나무 대신 바위를 가로로 갈랐다.

 

서걱!

 

그러고는 가볍게 밀어서 윗부분을 떼어냈다.

 

쿵!

 

간단하게 판판한 돌의자가 만들어졌다.

 

“근처에 앉을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서…….”

 

장하경은 이제 놀라지 않았다. 

 

바위가 진흙반죽이었나 보지 뭐. 그렇게 속편하게 생각했다.

 

“대왕채에 가려고 왔소만. 들어가도 되겠소?”

 

“저, 저 안으로 들어가쇼.”

 

초소장인 왕두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두 사람을 통과시켰다.

 

어차피 들어가서 뒈질 놈은 뒈질 것이고, 살 놈은 살 터. 자신이 목을 걸고 시험해볼 이유가 없었다.

 

그는 두 사람이 멀어진 후에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우, 그 자식, 인상 한번 진짜 죽여주네.”

 

그런데 왜 이렇게 손발이 떨리지?

 

‘지미…….’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초소 세 곳을 더 지나야 했다.

 

첫 번째 초소에서 무사통과했다는 것을 안 나머지 초소들은 굳이 장하경이 웃지 않고, 좌소천이 칼로 뭘 자르지 않아도 알아서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들은 보내주면서도 두 사람의 뒤에다 대고 한마디씩 했다.

 

“조상 중에 산적이 있었나?”

 

“저 얼굴로 어디 빌어먹기나 하겠어? 천생 산적이 될 팔자지 뭐.”

 

“쓰벌, 오늘 밤에 잠은 다 잤군. 저 얼굴이 꿈에 나오면 경기 들려서 어디 잠이나 자겠어?”

 

 

 

 

 

2

 

 

 

 

 

대왕채는 말이 산적들의 산채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넓은 계곡 안에 성 하나가 통째로 들어앉은 것 같았다.

 

사람 수가 일만이 넘는다더니 조금도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반응은 초소와 달랐다.

 

두 사람이 십여 장 가까이 다가가자 목책 위로 한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좀 가냘프게 보이는 자로 지금까지 봐온 산적들과는 판이한 인상이었다. 

 

오죽하면 인상 좋은 사람을 고의로 배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지! 무슨 일로 왔는지 거기 서서 말하시오!”

 

“나는 비룡채주 양대곡과 친구 사이인 장하경이라 하오! 안으로 들어가서 총표파자를 뵙고 싶소!”

 

“총표파자님을?”

 

그가 고개를 돌리더니 뒤 쪽을 향해서 뭐라고 중얼거렸다. 상관에게 보고하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름드리나무로 만들어진 목책의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나왔다.

 

그들은 곧장 좌소천과 장하경을 향해 다가왔다.

 

세 사람 중 얼굴이 영락없이 말대가리인 장한이 두 사람의 위아래를 쓱 훑어보았다. 그러다 장하경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 눈을 가늘게 좁혔다.

 

“비룡채주님의 친구라고?”

 

“그렇소.”

 

“그럼 저 젊은 사람은?”

 

“내가 모시는 공자시오.”

 

“무슨 일로 총표파자님을 뵈려는 것이지?”

 

장하경은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밥 얻어먹으러 왔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때 좌소천이 나섰다.

 

“물어볼 게 있어 왔소.”

 

“물어볼 것? 총표파자께?”

 

“그렇소.”

 

“흠, 보아하니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이곳에 몸담으려거든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게나.”

 

좌소천이 가만히 말상의 장한을 바라보았다.

 

“솜털은 어떨지 몰라도 사람 목은 자를 수 있소.”

 

좌소천의 담담한 말에 말상의 장한이 눈을 치켰다.

 

“머리 꼭대기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사람 목을? 훗!”

 

가소롭다는 코웃음이다.

 

좌소천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뭐 전부 목을 자른 것은 아니지만, 조금 전에도 열하나를 자르고 왔소.”

 

“열하나? 푸하하하! 거, 사람 웃길 줄도 아는 놈이군.”

 

“원한다면 당신 목도 잘라줄 수 있소만.”

 

말상 장한의 웃음이 뚝 그쳤다.

 

그가 싸늘한 눈으로 좌소천을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살소를 지었다.

 

“미친놈.”

 

이번에는 장하경이 코웃음을 쳤다.

 

“훗! 잘하면 오늘 목 떨어진 살미귀검을 볼 수 있겠군.”

 

말상의 장한이 홱 고개를 돌려 장하경을 노려보았다.

 

“놈, 어떻게 나를 아는지 몰라도 싸움은 인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웃기고 있네, 내 인상이 이렇게 된 것에 당신이 보태준 것 있어?”

 

살미귀검(殺美鬼劍) 조필.

 

강호에서도 알아주는 일류검사다. 너무 살기가 짙은 검이어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

 

하지만 몸만 성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자였다. 이긴다는 장담은 못해도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이런 자가 어떻게 산적들의 집단인 대왕채에 몸담고 있는 걸까?

 

그러나 대왕채에 일류고수라 할 만한 자들이 이십여 명 이상이라는 말을 양대곡에게 들었던 터다. 

 

더구나 절정고수조차 서너 명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살미귀검의 존재는 사실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살미귀검 같은 고수가 산채의 정문에 나와 있다는 사실이 더 의아했다.

 

‘무슨 일이 있나?’

 

한편, 살미귀검은 장하경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누구지?”

 

“장하경.”

 

조필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악바리 초혼마검(超魂魔劍) 장하경?”

 

“맞아.”

 

“죽었다고 들었는데, 살아 있었나?”

 

“다 죽기 직전에 겨우 도망쳐서, 이 산 저쪽 계곡에서 이 년을 숨어살았지.”

 

“악바리는 악바리군.”

 

어차피 나이도 비슷하다. 상대가 먼저 반말로 나온 상황. 장하상도 끝까지 반말로 했다.

 

“잔소리 말고 총표파자를 만날 수 있는지나 알아봐 줘.”

 

“조금만 기다려라. 일단 저 애송이 먼저…….”

 

“큭! 나더러 목도 없는 사람하고 이야기하란 말인가?”

 

조필의 눈초리에서 살광이 번뜩였다.

 

“네가 대신 싸워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큭, 좋지! 장하경의 무공이 제법이라던데 오늘 피 맛 좀 볼 수 있겠군.”

 

그때 좌소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더니 두 사람의 눈싸움을 간단히 중지시켰다.

 

턱!

 

손을 쭉 뻗어서 조필의 목덜미를 잡아당긴 것이다.

 

어찌나 빠른지 조필이 움찔했을 때는 이미 목덜미가 잡혀 있었다.

 

“내가 좀 바빠서 일을 서둘러야 할 것 같소. 확인하고 싶다면 목은 나중에 잘라줄 테니 일단 연락이나 해주시오.”

 

뱀눈처럼 살기를 뿜어내던 조필의 눈이 한여름 강가에 죽어 있는 물고기의 상한 눈처럼 희뜩하니 변했다.

 

‘허억!’

 

목덜미가 잡혔을 뿐인데 목이 콱 막히고, 온몸이 얼음 동굴에 갇힌 기분이었다.

 

지독한 공포에 짓눌린 몸이 저절로 덜덜 떨렸다.

 

살기로 똘똘 뭉쳐서 사람을 죽이면서도 표정 한번 안 변한다는 사람이 그다. 

 

그런데 오늘, 그런 조필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괜찮다면 바로 들어갔으면 하오만.”

 

좌소천의 담담한 말이 지옥 염왕의 명령처럼 들렸는지 조필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끄덕여졌다.

 

좌소천은 그런 조필의 목덜미를 확 코앞까지 잡아당기고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오늘은 손님으로 와서 그냥 두지만 다시는 내 앞에서 ‘엄마 젖’이라는 말은 하지 마시오. 진짜 죽여 버릴 거니까.”

 

좌소천의 눈동자에서 은은히 맴도는 가공할 기운에 조필은 눈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께, 깨…….”

 

‘예, 예’라는 대답인 듯했다. 

 

좌소천은 그제야 조필의 목덜미를 놓고 고갯짓으로 안을 가리켰다.

 

“들어가도 되겠소?”

 

조필은 언제 살기 띤 눈을 홉떴냐는 듯 멍한 표정이 되어서 안으로 걸어갔다.

 

곁에서 지켜보던 대왕채의 두 사람은 살모사 같은 살무당주 조필이 손 한번 못 쓰고 당하는 것을 보고 감히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필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은 대왕채의 목책 문을 막 지날 때였다.

 

그가 어깨를 부르르 떨고 몸을 바로 하자 좌소천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나는 칼을 풀 생각이 전혀 없소. 그러니 그냥 들어갑시다.”

 

목책 안쪽 초소 앞에 무기대가 놓여 있었다.

 

연무장이 아닌 곳에 무기대가 놓여 있을 이유는 하나뿐이다. 방문자로 하여금 무기를 놓고 들어가라는 말.

 

좌소천의 목소리에 조필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 그래도… 본 채의 법도가 그러니…….”

 

“법도?”

 

좌소천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검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바로 검대로 가지 않고 그 옆에 있는 사람 키만 한 바위 앞에 섰다.

 

바위를 한번 훑어본 그는 손을 들어서 내려쳤다.

 

퍽!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다시 장하경과 조필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제 갑시다.”

 

조필이 의아한 눈으로 바위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스스스스.

 

사람 크기의 바위 윗부분이 바람에 날려서 천천히 줄어들었다. 정확히는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당신의 머리도 저렇게 될 수 있어!’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조필은 더 이상 ‘법도’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가, 가시죠,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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