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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30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30화

 

30화

 

 

 

 

 

 

쿠구구구궁! 

 

대기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속도가 줄어든 듯 느껴졌다.

 

그 사이 계곡 아래쪽에서 흐르는 격류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속도를 줄였다 해도 물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는 상황.

 

그는 혼신을 다해서 금라천황공을 끌어올리고, 계곡물에 부딪치기 직전 몸을 말았다.

 

콰아앙!

 

찰나, 굉음이 온몸으로 울렸다.

 

그와 동시, 거대한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편, 골짜기에서의 싸움은 막바지를 치닫고 있었다.

 

천외천가의 사람 중 싸우고 있는 사람은 교초온과 도지강, 천귀단의 무사 둘이 전부였다.

 

칠팔 명은 죽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부상이 심한 손자기와 서너 명의 무사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한쪽에 앉아 있을 뿐.

 

반면에 추격대도 서너 명이 목숨을 잃고, 부상이 심한 대여섯 명은 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거친 숨소리,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십여 명만이 눈을 부릅뜬 채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노은은 숲을 헤치고 나오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의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제정신이 아닌 듯싶더니 혼자서 그대로 도망친 듯했다.

 

‘빌어먹을 새끼!’

 

그때 구포봉이 그를 발견하고 다급히 다가왔다.

 

“노 대협,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게…….”

 

입술을 지그시 깨문 노은이 간략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뭐라고요?!”

 

“한탄곡의 물이 깊긴 하네만, 급류가 워낙 거세서 휘말리면 짐승조차 갈가리 찢기고 만다네. 하아, 그것참.”

 

노은의 탄식에 구포봉은 아연한 표정으로 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모두 멈춰라!”

 

외침이 골짜기를 울리는가 싶더니 동쪽 골짜기 입구로부터 수십 명의 무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갑작스런 출현은 싸움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천외천가의 무사들과 추격대는 서로를 밀치고 거리를 벌렸다. 들어온 자들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포봉은 넋을 잃고 숲 너머를 바라보다 그들의 출현에 정신을 차렸다.

 

‘제천신궁의 무사들이잖아?’

 

그들은 순식간에 싸움터로 다가왔다.

 

모두 오십 명 정도로 보였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피로 얼룩진 장내를 쓸어보았다.

 

“본인은 제천신궁 제천단의 부단주 육천수라 하오! 천외천가의 사람이 아닌 분들은 옆으로 비키도록 하시오!”

 

추격대의 고수들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하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쪽으로 비켜섰다.

 

“제천신궁에서 무슨 일로 온 것이오?”

 

위청현이 대표로 나서서 육천수에게 물었다.

 

육천수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방을 쓸어보며 입을 열었다.

 

“궁주님의 죽마고우이신 선우 대협께서 천외천가의 악적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소! 대노한 궁주님께선 천외천가 악적들을 모조리 잡아오라 하셨소이다! 반항하는 자는 이 자리에서 참수할 터! 순순히 우리를 따라 제천신궁으로 가야 할 것이외다!”

 

교초온과 도지강 등은 망연한 표정으로 제천단의 무사들을 둘러보았다. 설마하니 제천신궁에서조차 자신들을 잡으러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듯했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든다 했더니!’

 

혁련무천과 선우궁현이 친하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마하니 죽마고우였을 줄이야.

 

그 한 사람을 위해 천외천가를 적으로 삼으려 하다니!

 

교초온으로선 이번 일을 진행한 순우무궁이 원망스러웠지만, 보이지 않는 그를 원망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는 일단 천외천가의 이름으로 버텨봤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그리된 일, 아무리 제천신궁이라 해도 천외천가의 일에 너무 과한 참견이 아닌가?”

 

하지만 그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흥! 궁주님께선 이번 일에 대해서 그대의 가주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하셨소! 대항한다면 머리만 따로 떼어갈 것이니 그리 알고 순순히 따르시오!”

 

단호한 육천수의 말에 교초온의 눈이 질끈 감겼다.

 

천외천가의 이름도 먹히지 않는다면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없다. 그나마 순순히 따라가는 길만이 목숨을 보장받을 수 있을 뿐.

 

혁련무천이 아무리 분노했다 해도, 천외천가의 장로를 무조건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죽이려 했다면 굳이 데려가지 않고 이 자리에서 죽였을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구포봉이 육천수에게 사정하듯이 말했다.

 

“육 부단주, 저자들도 저자들이지만, 선우 대협의 두 제자가 한탄곡에 떨어졌소이다. 그들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제야 육천수가 대경해 소리쳤다.

 

“뭐요?! 선우 대협의 제자가 어디로 떨어졌단 말이오?!”

 

그에게는 천외천가의 사람들을 잡아가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임무가 있었다. 그런데 구포봉의 말대로라면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노 대협의 말씀으로는 저 뒤쪽에 거대한 협곡이 있는데, 한탄곡이라는 곳이외다. 그곳에 떨어졌다 하오.”

 

노은이 나서서 구포봉의 말을 보충했다.

 

“나는 노은이라 하오. 적들 중 백의를 입은 청년이 하나 있었는데, 그자가 선우 대협의 제자를 협곡에……. 중간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았소만, 그 후로는 돌개바람으로 인해 절벽 안쪽으로 꺾어지는 바람에 보이지가……. 협곡 아래는 거센 급류가 흘러서 사람이 떨어지면 곧장 물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데, 그곳은 물살이 거세서 벌써 십 리는 떠내려갔을 것이오.”

 

노은이 다시 상황을 설명하자 육천수가 다급히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이십 명은 천외천가의 사람들을 제압한 후 궁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즉시 협곡의 아래쪽을 조사한다!”

 

“우리도 함께 조사하겠네.”

 

위청현이 나섰다.

 

어차피 상황은 끝난 터였다. 자신들이 거의 다 처리한 것을 제천신궁이 나타나 가로채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어차피 자신들의 목적은 선우궁현의 복수를 하고 그의 제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육천수도 그 상황을 익히 짐작하기에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해 주시겠소? 노 대협, 협곡에 대해 잘 아신다면 앞장서 주시오.”

 

“알겠소.”

 

 

 

 

 

2

 

 

 

 

 

노도인은 한탄곡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격전음에 혀를 찼다.

 

부운처럼 세상을 떠돌다 삼십 년 만에 사문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제 하루만 가면 무당이거늘, 무당이 지척인 곳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다니…….

 

“쯔쯔쯔, 왜 그리 어렵게 사누.”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비명과 신음이 협곡의 윙윙거리는 울음소리와 섞여 들려온다.

 

십여 걸음 옮기는 사이에도 한두 명은 죽은 듯하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들의 다툼이 그저 어리석기만 했다.

 

나이 칠십이 막 넘은 삼십 년 전만 해도 그 역시 크고 작은 일에 끼어들어 피 보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것만이 정의를 지키고 마를 제거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철저하던 그의 신념이 한 사람을 만나면서 허물어졌다.

 

 

 

그의 이름의 악붕.

 

그는 마인 중에서도 천하제일을 다투던 마인이었다. 섬서의 강호인들은 악붕을 천악신마(天惡神魔)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당연히 그는 악붕을 만나면 죽일 거라 작정했다.

 

실력이 안 된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악붕을 죽이면 만인을 구할 수 있거늘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그런데 어느 날, 청성으로 가기 위해 촉산을 지나던 중 우연히 악붕을 만났다.

 

악붕은 당시 한 여인을 옆구리에 낀 채 계곡 깊숙한 곳의 모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상을 입었는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그는 기회라 생각하고 악붕을 몰아붙였다. 옆구리의 여인은 악붕이 겁탈하기 위해 잡아가는 여인이라 생각했다.

 

단 십 초.

 

혼신을 다한 그의 검은 결국 악붕의 심장을 부수고 깊숙이 박혔다.

 

그는 악붕의 심장에 박힌 검을 빼내며 원시천존을 외쳤다.

 

“원시천존! 악인이여, 지옥에 가서 스스로의 죄를 참회하라!”

 

그때 죽어가던 악붕이 처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허 늙은이야! 뭐가 선이고 도란 말이냐! 너로 인해 내 딸이 죽게 될지도 모르니 너 역시 반드시 지옥에 들 거다!”

 

뜻밖의 반응에 그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옥에 드는 것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악붕이 한 말뜻은 알아야 했다.

 

그는 여인을 깨워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여인은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더니, 그를 향해서 악다구니를 쓰고는 스스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원수! 귀신이 되어서라도 내 기필코 아버지의 원한을 갚을 것이다!”

 

악붕과의 격전으로 내상을 입은 그는 천장절벽으로 떨어지는 그녀를 구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너무나 어이가 없던 그는 그 자리에서 어둠이 몰려올 때까지 움직이지를 못했다.

 

어둠이 몰려오자 그는 일단 악붕의 거처로 들어갔다. 그러다 뒤늦게 떠오른 생각에 악붕의 거처를 살펴보았다. 

 

뭔가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면 누구에겐가 전하기 위해서라도 그 사연을 적어놓았을지 모른다 생각한 것이다.

 

그는 그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방바닥 밑의 구멍 속에서 두 권의 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방을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책에 적힌 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다.

 

그는 절벽 아래를 뒤져 악붕의 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청성으로 가려던 길을 돌려 섬서로 달려갔다.

 

그렇게 석 달.

 

천악신마 악붕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난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악붕은 결코 세상에 알려진 것만큼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었다. 악붕이 비록 이백 명에 달하는 사람을 처참하게 죽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혈겁을 당한 자신의 가족 백여 명의 죽음에 대한 응징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적들이 악붕을 대악인으로 소문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악붕을 돕지 못하게 했다. 그런 한편 악붕을 끊임없이 추적해서 죽이려 했다.

 

그에게 죽은 그날, 악붕은 인질로 잡혀 있던 딸을 적들로부터 구해서 심산에 있는 자신의 거처로 향하는 중이었다. 

 

악붕의 딸은 다리가 불구여서 잘 걷지를 못했는데, 그와 만났을 때 악붕은 불구인 딸을 안고 적들과 싸우느라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그런 악붕을 죽이고 너무나 기뻐서 원시천존을 찾았던 것이다.

 

정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세한 사정은 아예 알아볼 생각도 않고.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후 그는 무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검성? 으하하하하! 그따위 것은 지나가던 개에게나 줘버리려무나!”

 

결국 그는 악붕의 묘 앞에서 삼 년간 악붕의 극락정토행을 빌고 그곳을 떠났다.

 

 

 

그게 벌써 삼십 년 전의 일이었다.

 

지난 삼십 년을 세외(世外)로 떠돌아다니며 홀로 수행한 그로선 모든 싸움이 허무하기만 했다. 

 

결국은 욕망에서 일어난 싸움이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볼 것이고, 슬픔을 느낄 것이 아닌가.

 

애초에 하지 않으면 될 일을 왜 해서 저리 아귀다툼을 벌인단 말인가.

 

하지만 노도인 영허는 곧 고개를 저었다.

 

“나 자신도 아직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찌 저들만 탓하랴.”

 

그때였다.

 

저만치 위쪽, 협곡의 꼭대기에서 비감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그때만 해도 영허 진인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삼백여 장이라는 거리도 거리거니와 아귀다툼을 벌이는 자들의 외침을 일일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들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 자신이 나서서 뭘 어쩐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게 구름을 걷듯이 걸어가던 영허 진인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외침이 일었던 곳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것이 보인 것이다.

 

영허 진인은 침침한 눈에 기운을 돋우고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순간 그의 노안이 한껏 커졌다.

 

사람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중의 하나는 스스로가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빠르게 떨어지던 두 사람이 하나로 엉키고, 나중에 떨어진 사람이 칼을 절벽에 박으며 속도를 늦추는 장면이 하나하나 느릿하니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속도였다.

 

칼로 절벽을 찍은 덕분에 잠깐씩 속도가 늦춰지고는 있지만, 그 정도로는 수십 장을 떨어지며 가중된 무게를 이길 수 없었다.

 

“저, 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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