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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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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8화

 

28화

 

 

 

 

 

 

어차피 갈 길이 먼 만큼 전력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경공을 펼친다 해도 충분히 따라갈 속도다.

 

문제는 종상까지 삼백 리 길이라는 것이다. 도착할 즈음에는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터. 그다음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좌소천이 처한 상황을 알았는지 속도를 늦춘 구포봉이 옆으로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

 

“몸을 가볍게 한 채 말의 움직임과 호흡을 같이하고 고삐를 너무 강하게 잡지 말게. 강제로 움직이려 들면 말이 반항할지 모르니까 허벅지로 말의 몸통을 감싸 안은 상태에서 최대한 말에게 자유를 주게. 고삐로 방향을 트는 건 알지?”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힌 좌소천은 어릴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구포봉의 말대로 말과 한 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반 시진가량을 달리자 말의 움직임이 몸에 익더니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큰 무리 없이 이루어졌다.

 

좌소천은 그제야 일행과 보조를 맞추며 말을 몰았다.

 

 

 

6

 

 

 

추격대는 한 시진을 달리고 이각을 쉬었다. 일행은 쉬는 동안에 운기를 하며 잠을 못 잔 피로를 풀었다.

 

좌소천도 운기를 하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정오 무렵, 마침내 추격대가 종상에 도착했다.

 

이제 천외천가 무리와 남은 거리는 이백 리에 불과했다. 

 

 

 

그 시각. 

 

제천신궁 제천전 안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뭐야?!”

 

전각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목을 움츠릴 정도로 분노에 찬 노성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혁련무천의 노성에 내궁이 고요해졌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선우 형이 죽었다니?”

 

태사의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혁련무천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무릎을 꿇은 채 보고를 올리던 천이당주 악상유는 이를 악물고 마저 보고를 올렸다.

 

“황파 지부에서 급보로 올라온 보고이옵니다, 궁주! 천외천가가 선우 대협께서 머물고 계시던 섬을 공격해서 선우 대협을 살해했다고 하옵니다!”

 

황파 지부라면 자신이 멸망시킨 신월맹에 세워진 지부다. 그들이 없는 일을 꾸며대 급보라며 올릴 이유가 없었다.

 

“천외천가, 그놈들이 감히!”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한 혁련무천은 이를 지그시 악물었다.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들은 선우 대협을 살해한 후 그분의 제자를 납치해서 북상하고 있사온데, 그로 인해 장강 일대의 고수들이 천외천가를 쫓고 있다는 보고이옵니다!”

 

혁련무천의 불길이 일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감돌았다.

 

“제자라고? 소천이 말이냐?”

 

“그게… 남자가 아닌 여자라 하옵니다, 궁주!”

 

그 말에 혁련무천의 미간이 좁혀지고 세 줄기 골이 파였다.

 

“여자? 선우궁현이 여제자를 들였단 말이냐?”

 

“예, 궁주. 정황으로 봐서 그런 듯하옵니다.”

 

분노를 가라앉힌 혁련무천이 악상유를 직시한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거처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거늘, 천외천가가 어떻게 선우 형의 거처를 알았단 말인가? 게다가 그가 머물고 있는 섬에는 기문진이 펼쳐져 있어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데… 이상하군.”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의문을 잠시 접은 혁련무천은 즉시 악상유에게 명을 내렸다.

 

“악 당주, 그대는 즉시 정확한 상황과 놈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보고해라! 필요하면 황파 지부의 사람들을 동원해서 최대한 빨리 알아보도록! 물론 소천이에 대한 것도 모든 것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

 

“복명!”

 

고개를 숙인 악상유가 몸을 일으키더니 조심스럽게 제천전을 나섰다.

 

그제야 혁련무천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환!”

 

조용히 서 있던 사공은환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주군.”

 

“태군사의 부인에 이어 내 친구가 천외천가에 의해 죽었다. 게다가 내 딸을 지난 이 년간 농락했다. 어찌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느냐?”

 

“주군께서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시지요.”

 

혁련무천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송충이처럼 굵은 눈썹이 팔자로 구부러졌다.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하셔야지요. 천하제일패이신 주군의 결심을 감히 누가 말리겠사옵니까?”

 

혁련무천의 눈이 사공은환을 똑바로 향했다.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마저 말해봐라.”

 

사공은환이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태백산은 이곳에서 너무 먼 곳이고, 그나마도 천외천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천하에 거의 없는 상황이옵니다. 또한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우리를 시샘하는 자들이 몇 곳이나 있지요.”

 

그랬다. 만일 제천신궁이 대대적으로 움직이면 무림맹에 속한 대문파들이 들고일어나 막을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무림맹이 다시 뭉치기라도 하면 저희에게 좋을 게 뭐 있겠사옵니까?”

 

그걸 혁련무천도 모르지 않았다. 하기에 태군사 부인의 죽음에도 천외천가에 직접 죄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닌 두 번, 아니, 세 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대로 있으면 남들이 제천신궁의 위엄을 부정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또 참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궁주님의 뜻이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천외천가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할 것이옵니다.”

 

“사람들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욕심만 챙긴다고 손가락질을 하지 않겠나?”

 

“그들이 감히 손가락을 들 수도 없게끔 일을 처리하시면 될 것이옵니다.”

 

“방법은?”

 

“일단 제천단 오십을 보내서 놈들을 잡아들이시고, 선우 대협의 장례를 본 궁에서 치른다는 걸 천하에 알린 다음 천외천가의 가주를 초대하시지요.”

 

“흠… 힘을 보여주고 상대를 안으로 끌어들여 굴복시킨다, 그건가? 한데 순우연이 태백산에서 나올까?”

 

“본인이 오지는 않아도 실례를 범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을 보낼 것이옵니다. 그 정도는 눈감아줘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궁주님께선 그저 만인이 보는 앞에서 태백산에 있는 순우연을 향해 호통을 치듯 그를 야단치시고, 나중에 순우연이 어떤 선물을 보냈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되옵니다. 물론 미려 아가씨에 대한 것도 빼놓지 말아야겠지요.”

 

말을 마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사공은환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던 혁련무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일단 선우궁현의 여제자를 구하는 것이 먼저겠군.”

 

“즉시 제천단을 움직이겠사옵니다. 그리고 섬으로 사람을 보내서 선우 대협을 모셔오고, 좌소천에 대한 것도 알아보도록 하겠사옵니다.”

 

혁련무천은 천천히 태사의에 앉고는 눈을 감았다.

 

“그 아이를 찾으면… 반드시 데려오도록.”

 

“예, 주군.”

 

고개를 숙인 사공은환의 눈 깊은 곳에서 은은한 한광이 번뜩였다.

 

‘오지 않겠다면 시신으로라도 데려오지요. 당신의 뜻대로…….’

 

 

 

 

 

 

 

2장 은원(恩怨)으로 엮인 인연

 

 

 

 

 

1

 

 

 

 

 

석양이 점점 붉게 변하는 시각.

 

추적대는 산등성이에 멈춘 채 몸을 낮췄다.

 

이백여 장 정도 앞, 완만한 골짜기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언뜻 봐도 스무 명 가까운 숫자. 그중 한 사람은 옷차림으로 봐서 여인이다.

 

그들을 본 좌소천은 갑자기 눈 가장자리가 찡해지는 바람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령매!’

 

종상을 출발한 지 하루 만에 천외천가를 꼬리를 잡았다. 남장(南章) 서쪽 삼십 리 지점에서였다.

 

추격대는 모두 스무 명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어젯밤 의성에서 세 사람이 합류한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은 부운비영(浮雲飛影) 노은이었다.

 

나이 마흔아홉의 그는 신법의 고수로, 일행 중 유일하게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였다.

 

“산을 돌아가 최대한 적들 가까이 접근한 다음 칠 것입니다. 위 대협과 남 대협, 여 장주님의 형제 분들이 적들 속에 속해 있는 절정고수를 합공해서 막는 사이, 나머지 분들이 일반 무사들을 처리해 주시고, 노 대협께선 그 틈을 타서 소영령이라는 여아를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구포봉이 대충 계획을 말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사람이 합공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했지만, 구포봉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집대로 밀어붙였다.

 

“최대한 빨리 적을 섬멸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놈들이 소영령이란 아이를 인질로 이용하기 전에 빼내야 합니다. 그나마 제갈세가의 장로가 보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십시오.”

 

그제야 못마땅하던 표정들이 풀어졌다.

 

구포봉은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좌소천을 바라보며 신중히 말했다.

 

“자네는 노 대협과 함께 움직이게. 몸조심하고.”

 

좌소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영령이 눈앞에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나가 놈들의 목을 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자신도 잘 안다.

 

자신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기에 사랑하는 소영령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시작합시다!”

 

그때 구포봉의 말이 나직이 울렸다.

 

노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좌소천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몇 걸음 옮기던 노은이 힐끔 좌소천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자네 혹시 비연문의 신법을 익힌 적이 없는가?”

 

“어릴 때 인연이 닿아서 기초적인 신법을 조금 배운 적이 있습니다.”

 

“흠, 어쩐지……. 좌우간 서두르지 말고 조심하게. 저들 중에는 절정고수만 세 명이나 섞여 있다네.”

 

좌소천의 실력이 못 미덥다는 표정이다.

 

좌소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는 칠성의 내공을 끌어올린 채 노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실력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충분히 저들을 상대할 수 있어!’

 

무진도를 쥔 좌소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교초온은 기이한 느낌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응?”

 

순우무궁으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람을 타고 이질적인 기운이 밀려든 것이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면과 좌우, 사방에서 느껴진다.

 

급히 고개를 돌린 그가 나직이 말했다.

 

“이공자, 아무래도 적이 다가오는 것 같네.”

 

백미를 바라보며 온갖 사악한 표정을 짓던 순우무궁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교초온을 노려보았다.

 

마음속에서 백미를 겁탈하려는 순간에 교초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훼방을 놓은 그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도 곧 이상함을 느꼈는지 눈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의 태도에 손자기가 급히 수하들을 움직였다.

 

“주위를 철저히 경계하라!”

 

바로 그 순간.

 

휘이익!

 

완만하게 경사진 골짜기 위에서 몸을 날린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웬 놈이냐?!”

 

쩡!

 

다급히 검을 뽑아 든 교초온이 날아드는 사람을 향해 소리치며 마주쳐 갔다.

 

바로 그때, 반대쪽에서도 대여섯 명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골짜기 아래로 몸을 날렸다.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암습을 하는 건가!”

 

교초온은 내공을 실은 음성으로 상대의 기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발을 멈추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쩌저정!

 

골짜기는 그리 깊지 않았다.

 

위청현 등이 두어 번 몸을 날림과 동시에 격전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뒤엉키더니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도유당의 무사들로서는 추격대의 고수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천귀단의 무사들이 그럭저럭 대항할 수 있을 뿐이다.

 

“으악!”

 

“크억!”

 

“놈들을 막아라! 이공자를 보호해!”

 

의외로 강한 공격에 교초온이 대경해 외쳤다.

 

하나같이 일류급의 고수들이다.

 

장로인 도지강도 세 사람의 합공에 꼼짝을 못하는 상황.

 

“교 형, 보통 놈들이 아니오! 내가 놈들을 막을 테니 이공자에게 가보시오!”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세 명의 공격에 쉽게 몸을 뺄 수가 없었다.

 

‘제기랄!’

 

교초온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뒤쪽에 있는 순우무궁을 바라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이공자! 따로 떨어지면 위험하니 조심하시오!”

 

그때였다. 순우무궁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백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더니 곧장 백미의 허리를 잡고는 대뜸 뒤로 빠졌다.

 

위기에 처해 있는 동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이놈!”

 

찰나, 뒤쪽에 숨어 있던 노은이 순우무궁을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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