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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27화

 

27화

 

 

 

 

 

 

좌소천이 그렇게 만들어진 가명을 대며 인사를 하자, 위청현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우 형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네. 더구나 제자가 납치되었다니,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백 리 길을 단숨에 달려왔네만,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네.”

 

“제가 직접 보고 겪은 일입니다. 한이 사무쳐서 무공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나오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때 이마를 좁히고 있던 비혁산이 의문을 담아 물었다.

 

“대체 천외천가가 왜 선우 형을 살해했단 말인가?”

 

좌소천은 자신의 이야기는 숨긴 채 선우궁현과 천외천가 사이에 얽힌 이야기만 했다.

 

“전에 한 번 풍림에서 싸운 적이 있었는데, 당시 십여 명이 선사님의 손에 죽고 몇 명이 크게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의 원한 때문인 듯합니다.”

 

위청현이 냉소를 흘리며 분노를 토해냈다.

 

“흥! 천비삼역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감히 이곳까지 와서 선우 형을 살해하다니! 놈들이 선우 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선우 형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들이 어찌 오늘 같은 일을 저질렀겠습니까?”

 

좌소천은 그들의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제천신궁의 궁주 혁련무천이 선우궁현의 친구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두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궁주께선 과연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까?’

 

선우궁현의 복수를 하겠다고 천외천가에 선전포고를 할까?

 

아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전에 어머니가 그들의 습격에 중상을 입었는데도 그냥 두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지도 않겠지. 친우가 죽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강호가 손가락질할 테니까.’

 

문제는 자신이었다. 선우궁현이 자신을 빼내갔다고 생각한다면 배덕자로 치부할 수도 있는 냉정한 사람이 바로 혁련무천인 것이다.

 

하지만 선우궁현의 친구는 혁련무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친구는 강호에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었는데, 개중에는 절정고수도 다수였다.

 

위청현은 그걸 말하는 것이었다.

 

만패철검, 철검판관 선우궁현.

 

그는 혼자였지만 강호에 가장 많은 친구를 둔 사람이었으니까.

 

좌소천이 생각에 잠긴 사이 위청현이 구포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할 생각이오만, 구 방주가 연락 좀 해주시오.”

 

“염려 놓으십시오. 함자와 장소만 일러주시면 제가 최대한 빨리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구포봉은 기다렸다는 듯 문방사우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위청현과 비혁산은 즉시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에게 서신을 썼다.

 

곁에서 지켜보던 좌소천은 구포봉을 보며 진정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이 미리 갈아져 있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 것처럼.

 

아마 위청현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나서서 그리 진행했을 게 분명해 보였다.

 

‘저런 사람이 수적이었다니…….’

 

문득 선우궁현의 말이 떠올랐다.

 

 

 

“훗날 그를 네 사람으로 만들어라. 네가 창공을 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다.”

 

 

 

좌소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명하는 것만 빼면 자신의 동반자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구포봉이라는 것을.

 

 

 

 

 

3

 

 

 

 

 

천외천가의 움직임에 대한 것이 전해진 것은 아침을 먹고 난 직후였다.

 

구포봉은 서신을 받아 들더니 즉시 좌소천과 위청현, 비혁산에게 알렸다.

 

“현재 감리(監利) 쪽에서 배를 내려 북상하고 있는데, 놈들의 인원은 모두 열아홉이라 합니다. 본래 이곳에 나타났을 때 인원이 사십 명에 가까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놈들 중 반 이상이 어르신께 죽은 것 같습니다.”

 

감리라면 물길로 이백 리다. 하루의 거리.

 

그러나 그들은 부상자가 적지 않다. 그로 인해 발걸음이 늦어진다면 서두를 경우 사오 일 안에 꼬리를 잡을 수 있을 듯했다.

 

구포봉은 즉시 사람 몇을 부르더니 천외천가의 사람들이 북상할 길을 예상하고 미리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출발하시죠.”

 

“가세!”

 

위청현이 벌떡 일어서자 좌소천과 비혁산도 분연히 일어섰다.

 

비록 지금은 그들 네 사람뿐이었다. 구포봉이 구포방의 호위무사 중 추려낸 십여 명까지 합해도 아직은 천외천가의 사람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여실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가는 길에 몇 사람이 더 가담할지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4

 

 

 

 

 

저만치 바닥에다 뭔가를 긁적이고 있는 여인이 있다. 긴 머리가 귀 앞쪽으로 몇 가닥 흘러내려 바람에 춤을 춘다.

 

분칠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뺨은 연한 복사꽃처럼 발그레하니 달아 있다.

 

순우무궁은 그녀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미치겠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안달 나게 하는 계집이 있다니.’

 

하는 행동만 보면 영락없는 백치다. 그래서 이름도 백미(白美)라고 지었다.

 

그런데 백치 같은 백미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라도 하면 순우무궁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혁련미려조차 눈에 차지 않아 미련없이 돌아섰던 그가 여인에게 빠지다니…….

 

그것도 백치처럼 반쯤 넋 빠진 모습의 여인에게.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여인에게 말이다.

 

그는 은근히 화가 나면서도 백미가 눈길이라도 주길 바라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에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런 자신을 보며 고개를 젓는 이유를 그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어떻게 하면 백미의 웃음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나았다.

 

“이공자, 저 여인을 정말 태백산까지 데려갈 생각이시오?”

 

보다 못한 교초온이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순우무궁이 그 말을 듣더니 살기를 쏟아낸 것이다.

 

“데려갈 겁니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교 장로님.”

 

‘아무래도 섬에서 떠나면서부터 이상해졌어. 하긴, 그날의 일에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심지어 자신마저 그 충격을 벗어나는 데 하루가 더 걸렸다. 하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살아왔던 순우무궁에게는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험, 이공자가 원한다면 누가 말리겠소.”

 

홱 고개를 돌린 순우무궁은 다시 백미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을 다 죽이는 한이 있어도 너만은 데려간다. 데려가 예쁘게 단장시켜서 내 방에 놔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만 바라보며 살게 만들 것이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희열!

 

그랬다. 그것은 분명 희열이었다.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 되는 오직 자신만의 희열!

 

‘너는 나만의 인형이 되어야 해!’

 

그는 그 인형이 선우궁현의 것이었다는 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신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준 선우궁현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죽었고, 자신은 살아서 인형을 차지한 것이다.

 

 

 

 

 

5

 

 

 

 

 

감리에서 배를 내린 일행 앞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턱에 흑염이 풍성한 사십대 후반의 중년인이었다.

 

그를 본 위청현이 두 손을 모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남 형, 오랜만이외다!”

 

다가오던 자도 반가운 표정으로 포권을 취했다.

 

“삼 년은 족히 된 것 같소이다. 좀 더 좋은 일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외다.”

 

“하아, 그러게 말이오.”

 

위청현은 탄식을 하고는 좌소천을 가리켰다.

 

“여기 이 사람이 선우 형의 제자인 천소라는 청년이외다.”

 

“천소라 합니다.”

 

“이분은 창무객이라 불리는 남 형이시네.”

 

“남운평이네. 이런 일로 만나게 되어 안타깝구먼. 더구나 사매까지 납치되었다니…….”

 

남운평은 가볍게 포권을 취하고 좌소천을 살펴보았다.

 

평범해 보이는 모습에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은 그는 곧 위청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놈들이 더 멀어지기 전에 쫓아야 하지 않겠소?”

 

구포봉이 조용히 나섰다.

 

“일단 가면서 계획을 세워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추격대는 해가 지기 전에 잠강(潛江)에 도착했다.

 

어두워질 무렵, 추격대가 머물고 있는 객잔으로 다섯 사람이 찾아왔다.

 

궁산(穹山) 여가장의 장주인 여시현이, 그와 함께 궁산사호로 불리는 세 명의 의형제와 함께 오고, 강릉의 섬전수 종나겸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이백 리 길을 달려온 것이다.

 

모두가 일류고수로, 그들이 합류하자 추격대에 활력이 넘쳤다.

 

둘러앉은 그들은 선우궁현의 의기에 대해 칭송하고, 그런 선우궁현을 살해한 천외천가를 성토했다.

 

“선우 형이 어떤 분입니까? 그분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 게 어디 한두 번입니까? 강호에서 풀리지 않는 일을 얼마나 많이 해결했습니까? 천하에서 그분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아마 수백 명은 될 겁니다!”

 

“괘씸한 놈들! 수십 명이 몰려가서 그런 선우 형을 살해하다니! 마도 놈들이나 다를 바가 뭐 있습니까?”

 

“내 말이 그 말이외다! 그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흥! 듣자 하니 선우 형에게 반도 넘는 인원이 죽임을 당했다 하더이다. 심지어 절정고수 둘까지 섞여서 말이오. 진정 죽어도 싼 놈들이오!”

 

“맞소이다! 진정 대단한 분이 아닙니까? 천하의 누가 천외천가 사십 명의 고수와 목숨을 건 일전을 벌여서 그들 중 이십여 명을 죽일 수 있겠소이까?”

 

좌소천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새삼 백부가 그리워져 입이 열리지 않았다.

 

‘백부님, 친우 분들의 말씀이 들리시지요? 곧 령매를 구할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렇게 자정이 지나갈 무렵, 구포방의 수하가 객잔으로 들어왔다.

 

그는 구포봉에게 빠르게 다가가더니 급히 보고를 올렸다.

 

“오늘 오후 그들이 종상(鍾祥)을 지나쳤다고 합니다, 방주. 그들 중에 여자가 하나 섞여 있다는 것으로 봐서 어르신의 제자 분은 아직 별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구포봉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미간을 좁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좌소천은 소영령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령매, 조금만 참아라. 곧 구해주마.’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식은 차를 단숨에 입 안으로 털어 넣고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무엇 때문인지 놈들의 발걸음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삼 일 사이에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이다. 단순히 그 말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좌소천이 구포봉의 가라앉은 눈빛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릴 때다. 위청현이 굳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구 방주가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말해보게나.”

 

구포봉이 사람들을 둘러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발걸음이 늦어진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 이유가 사라지면 거리를 좁히기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출발했으면 합니다만…….”

 

“지금?”

 

“놈들이 속도를 높이기 전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접근했으면 합니다.”

 

위청현이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일리 있는 말이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그럼 망설일 게 뭐 있겠소? 갑시다!”

 

남운평이 탕! 탁자를 치고 벌떡 일어섰다.

 

좌소천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무진도를 움켜쥐었다.

 

 

 

날이 밝은 무렵, 추격대는 사양(沙洋)에서 한수를 건넜다.

 

배에서 내리자 십여 필의 말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던 구포방의 수하가 다가왔다.

 

“방주, 놈들이 종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래? 가시죠. 이곳부터는 길이 평탄하니 말로 달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모두가 구포봉의 철저함에 경탄하며 말에 올랐다.

 

좌소천도 잠시 망설이다 말에 올랐다.

 

어릴 때 두어 번 말을 탄 경험이 있지만 워낙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 바람에 처음에는 어색한 자세로 인해 뒤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말을 버리고 경공을 펼쳐서 따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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