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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26화

 

26화

 

 

 

 

 

 

1장 추적(追跡)

 

 

 

 

 

1

 

 

 

 

 

좌소천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한이 어깨를 떨고는 투덜거렸다.

 

“아씨, 추워 죽겠고만. 자네가 찾지 않았어?”

 

“찾긴 찾았습니다만, 혹시 그곳이 어디에 있는 줄 아십니까?”

 

“그전에… 왜 찾는지 말해줄 수 있나?”

 

왠지 심각한 표정이다. 뭔가 이유가 있을 터. 좌소천이 간단하게 용건을 밝혔다.

 

“그 객잔의 주인인 구포봉 아저씨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제야 장한이 좌소천을 내려다보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포봉객잔은 없어졌네.”

 

좌소천이 몸을 일으켰다.

 

“포봉객잔이 없어졌단 말입니까?”

 

목소리가 커지자 장한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사람이! 조용히 좀 말하게나.”

 

“죄송합니다. 한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그야 자네가 포봉객잔을 찾으니까 왔지.”

 

“없어졌다면서요?”

 

“물론 객잔은 없어졌지. 하지만 사람이 다 사라진 건 아니라네.”

 

하긴 자신이 찾으려는 것도 구포봉이라는 사람이지, 객잔이 아니었다. 좌소천이 조급해진 마음에 다급히 물었다.

 

“그분이 계신 곳을 아십니까?”

 

장한이 별 멍청한 놈 다 봤다는 눈빛으로 좌소천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아니까 말하는 거 아닌가? 킁, 나를 따라오게.”

 

 

 

공소라는 장한이 좌소천을 데려간 곳은 제법 큰 장원이었다.

 

커다란 기루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장원이었는데, 공소는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게.”

 

공소는 좌소천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빠르게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장원의 전각 안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좌소천을 향해 손짓을 했다.

 

좌소천이 전각 앞으로 다가가자 공소가 문을 열었다.

 

“들어가 보게.”

 

그의 고갯짓에 안쪽으로 들어간 좌소천의 눈에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황촉불이 켜진 탁자 옆에 서 있었는데, 좌소천은 그를 본 순간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포봉 아저씨?”

 

“하하하, 이게 누구신가? 서문로에서 포봉객잔을 애타게 찾는 멋진 청년이 있다기에 누군가 했더니, 좌 공자가 아니신가?”

 

“예, 소천입니다.”

 

구포봉은 두 팔을 벌리며 진정 반갑다는 듯 좌소천에게 다가왔다.

 

“그래, 어르신께서는 안녕하신가?”

 

순간 이를 악다문 좌소천의 두 눈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다가오던 구포봉이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고는 심상치 않은 좌소천의 표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는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좌소천이 차마 벌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백부님께선…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구포봉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씰룩이는 입에선 금방이라도 대갈이 터져 나올 듯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대체? 이보게!”

 

“저 때문에… 결국…….”

 

구포봉이 다급히 소리쳤다.

 

“자네 때문이라니? 자세히 좀 말해보게나!”

 

좌소천은 참담한 표정으로 일의 전말을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 바람에 저를 잡으러 온 천외천가 놈들에게… 당하셨습니다.”

 

“…….”

 

“제가 죄인입니다. 저만 아니었어도 백부님께서 돌아가실 일이 없으셨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구포봉이 망연한 표정으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얼마 전부터 처음 보는 고수들이 나타났는데, 그럼 그놈들이 천외천가였단 말인가?”

 

“그자들이 악양에 나타났단 말입니까?”

 

“그들이 악양에 나타난 것은 이십여 일 정도 전이었네. 숫자도 사십 명에 가까운 데다가, 그들 중 절정의 고수들이 몇 있어서 함부로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지. 그동안 별일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거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만, 그럼 제갈세가의 장로가 온 것도 그 일 때문이란 말인가?”

 

좌소천의 눈에서 한광이 반짝였다.

 

“제갈세가라 하셨습니까?”

 

“엊그제 제갈세가의 장로인 제갈진우가 악양에 들어왔네. 그는 기문진에 있어서 천하제일을 다투는 자지.”

 

싸늘한 살기가 좌소천의 눈에서 쏟아졌다.

 

“그럼 그가 무은도의 기문진을 뚫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내 생각도 자네와 같네.”

 

좌소천이 구포봉을 직시했다.

 

“제가 만약 복수를 하려 한다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구포봉이 흔들림없는 눈으로 마주 보았다.

 

“복수할 힘은 있는가?”

 

냉정한 질문.

 

좌소천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당장은 없습니다만, 지금은 힘이 없어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령매가 놈들에게 끌려갔으니까요.”

 

구포봉의 눈이 다시 커졌다.

 

“어르신의 제자 아이가 놈들에게 끌려갔다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섬을 나온 것입니다. 령매를 구하기 위해서.”

 

“이런!”

 

구포봉이 벌떡 일어섰다.

 

그는 벽 쪽으로 다가가더니 줄을 하나 잡아당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공소가 힐끔거리며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방주.”

 

“지금 즉시 알아봐야 할 일이 있다.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일전에 풍상객잔의 별채를 통째로 빌렸던 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라!”

 

“총동원입니까?”

 

“그래! 어쩌면 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장강 쪽에도 연락을 띄우고!”

 

처음 보는 구포봉의 다급한 표정에 공소는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예, 방주!”

 

공소가 뛰듯이 나가자 좌소천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 이건 자네의 일만이 아닐세. 어르신은 나에게 있어 은인이시네. 은인의 원수는 곧 나의 원수나 마찬가지인 셈이지.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천외천가와 적대시할 각오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토록 빨리 움직여줄 줄은 좌소천조차 생각지 못한 터였다.

 

‘포봉 아저씨에게 그들을 상대할 힘이 있을까?’

 

구포봉은 수적 출신이다. 당연히 그 밑에 고수들이 많을 리 없다. 공연히 끌어들여 희생이 커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좌소천이었다.

 

그때 구포봉이 좌소천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내 자네에게 부탁 하나 함세.”

 

“말씀해 보시지요.”

 

“복수를 한다는 것은 냉정해야 하네. 더구나 상대가 강할 때는 더욱 그렇지. 냉정하게 따져서, 지금의 자네는 천외천가를 상대할 수 없네. 심지어 절정의 고수 한 사람도 상대할 수 없네. 그렇지?”

 

싸워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싸움은 지닌바 경지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상대 역시 수많은 싸움을 겪은 사람들.

 

좌소천은 순순히 구포봉의 말을 인정했다.

 

“예, 아저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서 해도 늦지 않다고 했네. 그만큼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전에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지.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어찌 모를까. 자신 역시 소영령의 일만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지 몰랐다. 힘을 갖추기 전에는.

 

“걱정 마십시오. 령매를 구하기만 하면 심산 깊은 곳에 들어가서 힘을 기를 것입니다.”

 

“물론 그래야지. 그래서 말이네만… 소영령이라는 아이를 구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말게.”

 

좌소천의 눈초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저씨, 그럴 수는…….”

 

구포봉이 손을 들어 좌소천의 입을 막았다.

 

“대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겠네. 자네의 몸은 자네 혼자의 몸이 아니네. 자네는 어머니와 어르신의 복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아저씨의 말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놈들은 자네를 잡기 위해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까지 어르신을 해친 놈들이네. 하물며 자네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되겠는가?”

 

“최대한 조심할 것입니다. 저도 놈들에게 쉽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습니다.”

 

구포봉은 좌소천을 빤히 바라보고는 고집을 꺾기 힘들다 생각했는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그러면 자네는 얼굴을 감추고 철저히 정체를 숨기면서 움직이게. 몸을 빼도 놈들이 쫓아오지 않게 말이야.”

 

“뭔가 방법이 있겠습니까?”

 

구포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피면구라는 것이 있네.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을 거네. 그걸 쓴다면 얼굴만 봐서는 누구도 자네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할 거네.”

 

좌소천은 새삼 구포봉이 대단해 보였다.

 

자신은 감정만 앞서서 무작정 서두르는 데 반해, 구포봉은 감정을 누르고 모든 것을 경우에 따라 철저히 대처하고 있었다.

 

연륜의 깊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좌소천은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저씨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가세. 아무래도 안 되겠어. 소식이 오는 대로 즉시 움직일 준비를 해놓고 대기하세.”

 

“예, 아저씨. 그런데 저… 조금 전에 들으니 방주라고 부르던데, 방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구포봉이 움찔하더니 걸음을 옮겼다.

 

“험, 구포방이네.”

 

포봉객잔과 구포방.

 

구포봉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그 이름을 잊을까.

 

‘나중에 다른 일을 하면 ‘구봉’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나?’

 

 

 

 

 

2

 

 

 

 

 

좌소천은 잠깐 눈을 붙이고, 운기를 해서 몸의 피곤을 씻어냈다.

 

그렇게 아침 해가 밝아올 무렵, 구포봉이 좌소천을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좌소천은 장삼 속 허리띠에 묵령기환보를 단단히 묶고 옆구리에 무진도를 찼다.

 

무진도는 전날과 달라져 있었다. 도집과 도병이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아져 있었다.

 

도를 뽑기 전에는 당시 싸웠던 자들이라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물론 뽑는다 해도 알아볼 자는 당시 싸웠던 자들 중 두어 명에 불과하지만.

 

하나 달라진 것은 무진도만이 아니었다. 좌소천의 얼굴도 이십대 중반으로 완벽히 변한 상태였다.

 

구포봉이 밤중에 전문가를 데려왔는데, 그가 워낙 꼼꼼히 손질을 해서 인피면구를 씌워준 덕분에 바로 옆에서 봐도 표가 안 날 정도였다.

 

게다가 약간 냉정해 보이는 얼굴은 너무 평범해서 누구든 좌소천을 보면 길거리 어디선가 만났던, 표정이 조금 싸늘한 청년으로 생각할 것이었다.

 

구포봉은 백 냥의 은자를 줬다면서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

 

‘땀이 진짜 피부처럼 밖으로 나온다고 했지?’

 

그것뿐이 아니었다. 세수를 해도 괜찮고,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했다. 

 

떼어내는 방법이 조금 복잡하다는 것을 빼면 그 이상의 인피면구는 천면신마만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동경을 바라본 좌소천은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복수를 도와주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덜컹!

 

밖으로 나가자 건너편 건물에서 구포봉이 나오고 있었다.

 

“마침 나왔군. 가세. 만날 분들이 있네.”

 

 

 

전청에 두 사람이 와 있었다.

 

둘 다 사, 오십대의 중년인이었는데 언뜻 보기로도 예사 인물들이 아니었다.

 

구포봉은 등 위로 은빛 검병이 튀어나온 중년인과 무기가 없이 눈빛이 칼날 같은 중년인을 차례대로 가리켰다.

 

“인사드리게. 이분은 탕산은검 위청현 대협이시고, 이쪽 분은 염화장 비혁산 대협이시네. 두 분 다 어르신과 친분 관계가 두터우신 분이라 내가 모셨네.”

 

그러고는 좌소천을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여기 이 사람이 선우 어르신의 제자인 천소라는 청년입니다.”

 

좌소천은 구포봉이 어젯밤에 한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구포방은 정보 문파다. 그나마도 강호에 아직 이름을 날리지 못한 구석진 곳의 문파.

 

당연히 절정고수를 상대할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 방파의 주인인 구포봉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좌소천은 솔직히 무력에 대해선 의구심을 품었다.

 

그런데 구포봉에게는 나름대로 방법이 있었다.

 

자신들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선우궁현과 친했던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결코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소가 두 분께 인사드립니다.”

 

인피면구를 쓴 이상 이름도, 신분도 바꿔야 했다. 

 

어떤 이름을 써야 하나 고민하는데, 포봉객잔과 구포방의 이름을 직접 지은 구포봉이 그답게 간단히 해결했다.

 

 

 

“이름을 거꾸로 써서 ‘천소’라고 하면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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