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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화

 

18화

 

 

 

 

 

 

“그래도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던데?”

 

“솔직히 지금도 제가 어떻게 싸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빤히 보면서 상대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지,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자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처음에는 다 그런 거다. 누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죽인다더냐? 자신이 살기 위해서, 원한을 갚기 위해서, 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지. 물론 마도에 물든 놈들은 또 다르지만 말이야.”

 

“그런데 놈들이 또 쫓아올까요?”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당분간은 놈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천외천가는 태백산에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나올 때쯤이면 너는 놈들이 찾지 못하는 곳에 있을 테니까.”

 

동정호에 떠 있는 섬이라 했다. 찾고자 하면 찾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십오 년 동안 어머니를 추적할 정도로 끈질긴 놈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찾지 못할 곳이라 하는 걸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좌소천은 선우궁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선우궁현의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다.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밝은 웃음이다.

 

전염이 되었는지 좌소천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역시 나오기를 잘했어!’

 

 

 

 

 

 

 

6장 무은도(霧隱島)

 

 

 

 

 

1

 

 

 

 

 

제천신궁을 떠난 지 구 일째.

 

석양이 질 무렵, 좌소천은 선우궁현과 함께 악양에 도착했다.

 

순간 좌소천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를 바라보고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동정호였다.

 

말로만 들은 바다가 이렇게 넓을까?

 

오면서 크고 작은 호수를 숱하게 봤다. 그러다 장강을 보고는 벌떡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동정호만 한 감동은 주지 못했다.

 

가슴이 넓어져서 바다라도 담을 것 같은 기분.

 

머릿속에 환해져서 무엇이든 깨우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온 세상을 두 눈 안에 담을 수 있을 듯했다.

 

푸드드득!

 

저 멀리서 수천 마리의 물오리 떼가 비상한다.

 

“정말 굉장하군요!”

 

좌소천의 입에서 떨리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선우궁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는 곳은 여기서 배를 타고 한나절은 가야 한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 아마 너도 마음에 들 거다.”

 

 

 

곧 어둠이 몰려올 것 같다.

 

뱃길로 반나절 거리를 밤에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선우궁현은 일단 악양에서 하루를 지내고 아침에 출발하자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단골집이라며 골목길 안쪽에 있는 객잔으로 데려갔다.

 

객잔의 이름은 포봉객잔으로 십여 개의 탁자가 있는 작은 객잔이었다. 그나마도 반은 비어 있고 반만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단골집이라더니 선우궁현을 아는 듯 고개를 돌린 주인의 입에서 웃음이 번졌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나이는 사십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두 손을 쳐들고 웃는 것이 마치 십 년 만에 만난 지기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잘 있었나, 포봉?”

 

“저야 항상 그렇죠. 일 년 만이신가요? 어째 이번에는 좀 격조하셨습니다그려.”

 

“좀 멀리 갔다 왔지.”

 

“앉으시지요. 제가 바로 음식을 내오겠습니다.”

 

“항상 먹던 것 있지? 그거 이 인분만 내오게.”

 

돌아서려던 포봉이라 불린 주인이 힐끔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웬일이십니까? 일행을 다 데려오시고.”

 

“내 조카라네.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했지.”

 

구포봉은 좌소천의 전신을 스윽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키가 좀 작아서 그렇지 괜찮아 보이는데요?”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음식이나 내오게나.”

 

구포봉은 빙그레 웃으며 돌아서려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좌소천을 바라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요?”

 

선우궁현이 눈을 부라렸다.

 

“쓸데없는 생각 말랬지. 계속 그러면 다시는 안 올 거네.”

 

“크흠, 어르신이 그런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더 욕심나는데요?”

 

“소천아, 일어나자!”

 

일어나지도 않을 거면서 선우궁현이 짐짓 인상을 쓰고 말했다.

 

그제야 구포봉이 씨익 웃고는 몸을 돌리며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장가야! 화양탕 이 인분이다!”

 

 

 

여러 가지 야채와 함께 잘게 찢어진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좌소천도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맛있었다. 입에서 화끈하게 불이 붙는 것 같으면서도 담백한 맛은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도 특이하면서 입맛에 맞았다.

 

“어떠냐?”

 

선우궁현이 넌지시 물었다.

 

좌소천은 솔직히 대답했다.

 

“정말 맛있습니다, 백부님. 그런데 무엇으로 만든 겁니까?”

 

“흠, 나도 그것은 잘 모른다. 저 녀석이 비법이라면서 알려주지 않았거든.”

 

좌소천은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맛있게 보인 듯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탁자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장, 우리도 저 사람들과 같은 것으로 삼 인분 주시오!”

 

좌소천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자 선우궁현이 전음으로 말했다.

 

“저들은 형산파의 제자들이다.”

 

형산파(衡山派).

 

동정호 남단의 상강을 따라 내려가면 오악 중 하나인 형산이 나온다.

 

상수를 따라가면 처처에 형산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형산은 범위가 넓어서, 전체 넓이가 팔백 리에 이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형산의 봉우리는 모두 칠십이 개. 사시사철 안개가 끼는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수십 개의 무파가 존재했는데, 언제부턴지 그들이 축융봉의 검문을 중심으로 뭉쳐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산파의 태동이었다.

 

그렇게 형산파의 이름이 내걸린 지 삼백 년. 현재 형산파는 비록 구대문파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황산검문과 함께 구대문파 못지않은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좌소천은 악양까지 오면서 당금 강호의 유명한 문파에 대해 선우궁현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하기에 형산파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해 봤다.

 

두 사람은 삼십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한 사람만이 사십에 가까운 중년인이었다.

 

삼십대 장한의 검에는 세 개의 수실이 매달려 있는 반면 중년인의 검에는 네 개의 수실이 달려 있었다.

 

장문인이 여섯 개의 수실을 매달고, 장로가 다섯 개의 수실을 매단다고 했으니, 중년인은 장로 바로 아랫사람이라는 말과도 같았다.

 

좌소천이 그들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다.

 

“꼬마야, 뭘 그렇게 보는 것이냐?”

 

삼십대 장한 중 하나가 좌소천을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차!’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은 좌소천이 곧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런데 장한의 눈이 좌소천의 허리를 향하더니 그의 눈에 비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흠, 칼을 차고 있는 걸 보니 무림에 발을 들여놓은 초짜인가 본데, 그렇게 바라보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는 걸 알아두어라.”

 

잘못을 했으니 뭐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좌소천이 땡감을 문 표정을 지으며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선우궁현이 빙그레 웃었다.

 

그때 장한이 선우궁현을 보고 가르치듯이 말했다.

 

“보아하니 그 아이의 사부이신가 보구려. 제자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치시오.”

 

좌소천은 자신으로 인해 선우궁현까지 한소리 듣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선우궁현은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고 좌소천에게 말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그런 거다. 한 사람이 잘못하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가 있지. 그러니 너는 앞으로 행동함에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예, 백부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훗, 그래도 말귀가 어두운 사람은 아니군.”

 

장한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럴수록 좌소천은 선우궁현에게 죄송하기만 했다. 

 

상대가 아무리 형산파 제자라지만 선우궁현이 누군가. 자신만 아니라면 저딴 자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분이 아니었다.

 

‘제길. 내가 멍청해서 백부님께 폐만 끼치는군.’ 

 

그때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서 객잔 구석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앉아 있던 손님 중 작은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자기만큼이나 작은 소년이었다. 얼굴이 목덜미까지 하얀 데다 남자인 자신이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잘생긴 소년.

 

그런데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조금 전 자신이 실수한 것 때문에 웃는 듯했다.

 

그러잖아도 무안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던 터였다. 좌소천은 선우궁현이 술을 한잔 마시는 틈을 이용해서 소년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인상을 썼다.

 

그러자 얼굴을 붉힌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막았다. 

 

보조개가 파이는 것이 귀여워 보였지만 그보다는 무안함이 앞섰다.

 

‘저게!’

 

좌소천의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때였다.

 

촤르르륵!

 

주렴이 걷히더니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두 사람 다 오십대 정도로 보였다. 

 

얼굴 우측이 갈색 점으로 반쯤 덮인 사람은 하얀 장삼을, 들창코가 하늘로 향한 데다가 메기처럼 입이 두터운 사람은 붉은 장삼을 입고 있었다.

 

한 번 보면 잊어지지 않을 정도로 특이한 얼굴이었다.

 

그들을 본 형산파의 제자 셋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표정 변화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입구 쪽의 탁자에 앉았다.

 

<저 두 사람은 홍백쌍사라는 자들이다. 동정호 건너편에 있는 상덕(常德) 귀마문의 장로들이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그냥 지나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선우궁현의 전음에 좌소천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귀마문이라면 호남의 십대세력 중 한 곳이라고 했지?’

 

그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소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지만, 좌소천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미처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주렴이 걷히더니 철립을 쓴 무사 넷이 들어섰다.

 

그들을 본 선우궁현이 좌소천에게 또 전음을 보냈다.

 

<상양(湘陽) 광한방의 광한십팔객 중 넷이다.>

 

그러고는 미간을 좁혔다.

 

광한방은 귀마문에 비할 수 없는 대문파다. 과거 팔대마세 중 하나. 호남십대세력에서 형산파와 함께 수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상하군. 대체 왜 이곳 외진 곳에 저런 고수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지?’

 

형산의 제자인 중년인도 그렇고, 홍백쌍사와 광한십팔객은 일류고수라 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구석진 객잔에 한꺼번에 모일 이유가 뭐란 말인가?

 

물론 그냥 지나가다 들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로의 커다란 객잔도 아니고, 골목 안의 구석진 객잔에 저런 자들이 같은 시간에 들어와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수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다.

 

그가 중원제일의 해결사라는 말을 듣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뭔가 음침한 냄새가 났다.

 

한편, 좌소천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이미 몸을 완전히 돌린 채 뒷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조금 전과 달리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위축된 듯 느껴졌다.

 

‘왜 저러지?’

 

좌소천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선우궁현은 좌소천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뒤로 돌려서 구석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 잠깐이었다. 그런데 선우궁현의 미간이 좁혀지고 가늘어진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네 사람 중 나이가 많은 중년인이 누군지 알아본 것이다.

 

‘저자는 얼마 전에 멸문당했다는 통성 세운산장의 세운삼걸 중 소광섭이군. 둘은 세운산장의 무사들인 것 같고, 소년은… 세운산장이 보물 하나 때문에 멸문당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럼……?’

 

바로 그때, 제일 나중에 들어온 광한십팔객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옆구리의 검을 굳게 잡고는 천천히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소년이 있는 바로 그 자리를 향해서.

 

그가 걸음을 옮김과 동시, 나머지 세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싸늘한 기운이 객잔을 가득 메웠다.

 

광한십팔객 중 나중에 일어난 세 사람이 걸어가는 사람의 뒤를 막은 형국.

 

참지 못하고 붉은 장삼을 입은 홍사 오교홍이 의자를 박찼다.

 

“보자보자 하니까 저 건방진 놈들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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