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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0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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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0화

 

10화

 

 

 

 

 

 

금라천의 후예.

 

그랬다. 어머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완전히 바보멍청이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내 아들이 더 사랑스럽구나.”

 

“예?”

 

동방선유의 입가에 가는 웃음이 그어졌다.

 

“그동안 이 어미를 많이 걱정했을 것이 아니냐?”

 

사실이었다. 너무나 걱정해서 혁련호승에게 맞고도 참았었다.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피하기라도 했을 텐데.

 

그걸 생각하니 괜히 약이 올랐다.

 

“정말 너무하십니다, 어머니. 그걸 아시면서도 말씀해 주시지 않다니요?”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네가 알아봤어야지. 정식으로 무공을 배운 지 이 년이나 되었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한 네 잘못이 더 크다.”

 

할 말이 없어진 좌소천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동방선유가 처음의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부터 며칠 간격으로 누군가가 우리 집을 엿보고 있다.”

 

고개를 든 좌소천의 표정이 굳어졌다.

 

“도대체 누가… 왜 우리 집을 엿보는 걸까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냐마는, 예상할 수 있는 자들은 두 무리다.”

 

동방선유의 표정도 굳어졌다.

 

좌소천은 흠칫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어머니를 쫓는다는 자들인가요?”

 

“그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동방선유는 잠시 망설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신음하듯이 탄식했다.

 

“하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잘못하면 선입견이 생겨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지 모르니 좀 더 살펴보고 말해주마.”

 

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그러는 걸까?

 

어쨌든 항상 신중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는 어머니다. 좌소천은 곧 의문을 접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어머니. 궁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떨까요?”

 

멈칫한 동방선유가 피식 웃었다.

 

“내가 걱정돼서 그러느냐?”

 

“솔직히 그렇습니다, 어머니.”

 

동방선유가 입가에 작은 웃음을 매달고 손가락으로 좌소천의 코를 콕콕 찌르는 시늉을 했다.

 

“나는 우리 아들이 걱정된다.”

 

좌소천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머니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걱정만 태산보다 더 높게 간직하고 있던 자신이다. 걱정될 만도 했다.

 

“좌우간 나는 너를 걱정하고, 너는 이 어미를 걱정하니 궁주께 말씀을 드려보기는 해야겠지.”

 

“그래도 되겠습니까?”

 

좌소천의 얼굴이 밝아졌다.

 

“안 될 것이 뭐가 있겠느냐? 대신 네가 만나봐야 한다.”

 

“당연하죠. 궁주님에게 부탁하는 걸 어떻게 어머니께 맡기겠어요?”

 

“휴우, 우리 소천이가 그래도 남자라고 집안일에 나서는 것 같다만, 코앞에 있는 어미의 능력도 몰라본 철부지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참나, 어머니도. 제가 이래 봬도요…….”

 

좌소천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자신을 자랑했다. 어머니 앞에서 뜀박질을 자랑하는 세 살짜리 아이처럼.

 

동방선유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럼, 누구 아들인데…….’

 

 

 

 

 

2

 

 

 

 

 

혁련무천과의 독대가 허락되었다.

 

비록 내궁의 제학전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지만, 혁련무천을 만난 것은 지난 이 년 동안 일곱 번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아버지의 기일에 두 번, 혁련무천의 생일에 초대되어 두 번 등, 네 번은 공식적인 자리였고, 나머지 세 번도 혁련무천이 잠시잠깐 제학전에 들렀을 때 일각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좌소천은 궁주 집무실이라 할 수 있는 제천전의 내실로 들어서자 손에 땀이 고였다.

 

넓은 내실은 화려하다기보다 고풍스럽게 보였다.

 

천하를 아우르는 무인의 집무실답게 양쪽 벽에는 천하 산천을 그린 산수화가 그려져 있었고, 거대한 태사의 뒤로는 검을 든 무인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초상화에 그려진 무인의 모습은 혁련무천과 비슷해 보였다.

 

“내 아버님이시지.”

 

좌소천이 멍하니 그림 속의 무인을 바라보는데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좌소천은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올렸다.

 

“궁… 백부님께 소천이 인사를 올립니다.”

 

“오랜만이구나. 육 개월 만인가? 허허허, 그러고 보니 백부가 너무 무신경했던 것 같구나.”

 

“아닙니다, 백부님. 바쁘신 분을 이렇게 찾아온 것만으로도 죄송할 뿐입니다.”

 

“죄송하기는. 그리 앉아라.”

 

좌소천이 의자에 앉자 혁련무천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 어머니께선 평안하시느냐?”

 

“예, 염려 덕분에 건강하십니다.”

 

마침 시비가 다과를 내왔다. 아무래도 좌소천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 내온 듯했다.

 

그때 혁련무천이 말했다.

 

“말은 많이 들었다. 네 자질이 훌륭해서 제학전의 스승들이 서로 가르치려 한다고 하더구나.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백부님. 그분들은 그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저를 가르치시는 것뿐이지 제가 뛰어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냐? 듣자 하니 등 장로가 자기 밑천이나 다름없는 건곤신권을 가르쳤다고 하던데.”

 

“제 안목을 키워주시려고 그냥 한 번 펼쳐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졸라도 보여주시지를 않는걸요.”

 

“원 그 양반도. 좀 자세히 가르쳐 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래, 정말 가르쳐 주지 않더냐?”

 

좌소천은 탁자 아래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형(形)과 식(式)은 다 배웠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혁련무천의 은근한 목소리를 들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그리 움직이니 입에서도 다른 소리만 나왔다.

 

“예, 백부님. 워낙 고집이 세신 분이라…….”

 

“흠, 아깝지만 하는 수 없지. 그래도 너무 서운해 말거라. 이제 조금만 있으면 네 나이 열여섯이 아니더냐? 그때부터는 본 궁의 절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천하제일패 제천궁주의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말에 가슴이 뛰어야 하는데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는다.

 

혁련무천의 눈빛이 너무 고요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 눈빛에 아무런 열기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가?

 

그렇다고 멀뚱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좌소천은 일단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백부님.”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보자 한 것이더냐? 보아하니 단순한 일로 온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만. 혹시 호승이의 일 때문에 온 것이더냐?”

 

좌소천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고요한 찻물에 혁련무천의 굳은 표정과 눈이 비친다.

 

고개 숙인 그의 눈에 그 모습이 보인 것은 우연이었다. 깊숙이 숙이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찻잔 속의 혁련무천을 본 순간, 좌소천은 오한이 들었다.

 

얼음처럼 차가워 보이는 표정.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

 

왜?!

 

왜 당신은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는 겁니까?

 

전날의 온화하던 그 눈빛은 어디로 간 겁니까?

 

정말로 저희 모자에게 말 못할 일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는 눈빛이다.

 

좌소천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백부님.”

 

“그럼 무슨 일이더냐?”

 

“얼마 전부터 저희를 지켜보는 눈이 있습니다. 해서 백부님께 부탁을 드리려고 찾아뵌 것입니다.”

 

좌소천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혁련무천을 바라보았다.

 

고요히 가라앉아 있는 눈빛,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조금 전 자신이 허상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좌소천이었다.

 

‘내가 정말 잘못 본 걸까?’

 

그때 혁련무천이 이마를 찌푸리며 걱정과 분노를 동시에 쏟아냈다.

 

“너희 모자를 감시한다고? 누가 감히!”

 

“확실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워낙 교묘하게 모습을 숨기고 있어서요. 해서 궁의 순찰무사 몇 명으로 하여금 어머니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혁련무천의 송충이처럼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눈에서 분노가 일렁였다. 조금도 거짓이 보이지 않는 진실된 분노였다.

 

“걱정 말아라. 내 호성당의 무사 열을 붙여줄 것이니라.”

 

호성당(護星堂)이라면 일류고수로만 이루어진 제천신궁 내궁의 호위무사들이다.

 

그들이라면 더 이상 어머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감사합니다, 백부님.”

 

“태군사의 가족을 지키는 일이다. 내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 너는 그런 걱정 말고 배움에 더욱 정진하도록 해라.”

 

“예, 백부님.”

 

 

 

좌소천이 방을 나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혁련무천은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고 허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은환.”

 

“예, 주군.”

 

좌측의 벽면 뒤에서 나직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알아봐라. 누가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지.”

 

“존명!”

 

“그 이유까지 상세히 알아봐야 할 것이니라.”

 

“알겠사옵니다.”

 

그 대답을 끝으로 혁련무천의 눈이 다시 감겼다.

 

신월맹이 무너진 이후로 세상이 변했다.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며 오랜 세월 강호를 이끌어왔던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조차 이제 제천신궁의 눈치를 본다.

 

전마성과 사천련, 해왕방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천하제일패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좌유승이었다.

 

영웅!

 

혼탁한 그 당시 제천신궁은 영웅이 필요했다.

 

앞으로도 영웅이 필요할 것이다.

 

좌유승은 그런 영웅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제천신궁이 더 크기 위해선 그의 뒤를 따르는 영웅들이 나와야 한다.

 

좌소천 모자는 영웅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해, 제천신궁이 영웅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지금은 열 명의 절정고수보다도 그 두 사람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유승을 위해 누만금(累萬金)을 투자했고, 그 가족에게 무릎까지 꿇는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리려 한단 말인가.’

 

실처럼 가늘게 뜨여진 혁련무천의 눈에서 파르스름한 살기가 어른거렸다.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다. 그게 누구든!’

 

 

 

 

 

3

 

 

 

 

 

좌소천이 혁련무천을 만나고 온 그날 오후.

 

호성당의 무사 열 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동방선유를 태부인이라 부르고, 좌소천을 소궁주 대하듯 했다. 궁주의 명을 떠나 태군사 좌유승에 대한 예우였다.

 

그렇게 사흘째 되던 날 해가 질 무렵.

 

좌소천의 집을 감시하던 자들의 은밀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호성당이 경비를 선 이후 삼십 장 안으로 접근하지 않던 그들이 이십 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호성당 무사들이 알아챈 것이 아니다. 그들은 멀찌감치 비켜 지나가는 감시자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동방선유는 달랐다. 그녀는 계속 신경을 써왔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호성당 무사들보다 먼저 눈치 챌 수 있었다.

 

동방선유는 호성당의 무사들에게 알리기 전에 먼저 좌소천을 불러들였다.

 

“금라천경은 없앴느냐?”

 

“예, 어머니. 제가 직접 아궁이에 집어넣고 태웠습니다.”

 

“잘했다. 네 아버지가 남긴 것이라 아깝긴 하지만, 후환이 될 것은 없애는 것이 낫다.”

 

금라천경을 없애라 말한 것은, 감시자들이 천외천가의 사람들일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천외천가가 단순히 자신만 노리고 십오 년을 추적했을 리가 없다. 자신의 목숨 말고 자신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금판뿐이다.

 

저들은 금라천경이 있다는 것은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가 닥친다 해도, 아들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지 몰랐다. 

 

저들은 아직 금판이 해석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테니까. 아들이 그것을 다 외우고 있다는 것 역시도.

 

좌소천이 동방선유의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라는 투로 말했다.

 

“호성당이 지키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어머니.”

 

동방선유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더구나 이곳은 천하제일패 제천신궁의 대지. 아무리 천외천가라 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호성당만을 믿기에는 저들이 너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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