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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7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7화

 

7화

 

 

 

 

 

 

“미친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애를 저 지경으로 만들다니!”

 

등소패도 지지 않고 진양을 마주 노려보았다.

 

“흥! 애한테 칠절연환을 펼친 놈은 어떻고? 저 애가 저렇게 된 것은 다 네놈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좁은 곳에서 건곤신권을 펼쳐?”

 

“나는 그냥 혼자 펼쳤지만 네놈은 소천이를 상대로 펼쳤다며? 게다가 철저한 네가 왜 소천이를 이각이나 늦게 보낸 거지? 무슨 꿍꿍이야?”

 

그때였다.

 

쿵!

 

호박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홱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좌소천이 뻣뻣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일단 저 아이부터 돌보고 나서 이야기하자.”

 

“그거야 당연하지.”

 

두 사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좌소천을 향해 급히 다가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연속된 충격이 잠시 좌소천의 기혈을 역류시킨 것뿐이었다.

 

진양이 잠시 좌소천을 살피더니, 품속에서 작은 함을 꺼내 금박에 싸인 단환을 집어 들었다.

 

“이걸 먹여라.”

 

“나도 약 있어.”

 

“비록 반쪽에 불과하지만…… 곧 죽어도 대환단이다. 사실 이걸 주려고 온 것이야.”

 

“……!”

 

눈이 휘둥그레진 등소패가 황급히 진양의 손에서 반쪽짜리 대환단을 뺏어 들었다.

 

소림지보인 대환단이 왜 진양의 손에 있단 말인가!

 

‘진가가 소림의 제자였을 거라는 소문이 있더니, 정말이었나?’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물어봐도 될 일. 등소패는 급히 좌소천의 입을 벌리고 대환단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진양이 등소패를 밀쳤다.

 

“저리 비켜. 약기운을 돌려줘야 하니까.”

 

 

 

좌소천이 깨어난 것은 이각가량이 지나서였다.

 

‘신권각에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어렴풋이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천봉각의 진양 스승님이 들어오신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런데 묵직하던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마치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부상이 모두 나은 것 같은 그런 기분.

 

“정신이 드느냐?”

 

그때 들려오는 등소패의 목소리.

 

좌소천은 천천히 눈을 두어 번 깜박이고 옆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의 엄중함은 온데간데없이 초조한 표정을 한 등소패가 보였다.

 

“제가 왜……? 죄송합니다, 스승님.”

 

“내기가 진탕되어서 정신이 혼미해진 것뿐이다. 곧 안정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좌소천이 일어나려 하자 등소패가 좌소천의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아직 시간이 있느니 좀 더 누워 있거라.”

 

“아닙니다. 제자가 어찌 스승님 앞에서…….”

 

“스승보다 환자가 먼저다. 그러니 더 누워 있어라.”

 

“조금 전에 진 사부님이 들어오신 것 같았습니다만…….”

 

등소패가 힐끔 문 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약만 던져 주고 그냥 갔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공력으로 약기운까지 인도하고 갔다.

 

하지만 등소패는 그 말을 빼먹었다. 조금 약이 올랐으니까.

 

“킁,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아라. 제법 괜찮은 약이었거든.”

 

서운해 할 것도 없었다. 너무 철저해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진양이 약까지 주고 갔다는 게 오히려 고마울 뿐이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심법 연마에 힘을 기울여라. 그래야 진가가 준 약이 제대로 효과를 볼 테니까.”

 

“예, 스승님.”

 

“그리고… 내가 불러준 구결은 어느 정도나 외웠느냐?”

 

극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처음의 몇 초식만 외웠어도 다행이지 싶었다. 

 

“기억을 더듬으면 대부분 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등소패가 눈을 깜박이며 다시 물었다.

 

“그, 그럼 동작은……?”

 

“다는 아니어도… 칠팔 할 정도는…….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가 못나서…….”

 

못났다고? 한 번 보고 열 중 일고여덟은 외운 놈이?

 

기쁜 한편으로 은근히 골이 났다.

 

“킁, 그럼 나는 아주 똥멍청이겠구나. 한 번 보고 이 초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저… 그런 말씀이 아니라…….”

 

좌소천이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등소패도 말리지 않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축객령을 내린 등소패가 몸을 돌렸다.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사람이 등소패다. 좌소천이 아는 한 그는 늘 그랬다.

 

좌소천은 등소패의 등에 대고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스승님.”

 

그런데 등소패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한 십 년 정도 꾸준히 연마해야 그럭저럭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네가 커서 혹시 괜찮은 놈을 만나거든, 건곤신권을 전해주고 건곤문의 맥이나 잇게 해다오.”

 

“제가 어찌… 그건 스승님께서…….”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구나. 늙은 것은 둘째 치고, 신월맹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도졌거든. 아마 다시는 건곤신권을 전력으로 펼칠 수 없을 것 같다. 약속해 주겠느냐?”

 

건곤신권은 등소패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한 것을 얻고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

 

“약속하겠습니다, 스승님.”

 

좌소천은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고 신권각을 나섰다.

 

그제야 등소패가 고개를 돌리고 씩 웃었다.

 

“흐흐흐. 분명히 제자로 삼지는 않았다네, 궁주.”

 

 

 

 

 

6

 

 

 

 

 

신권각을 나선 좌소천의 눈에 파란 하늘이 보였다.

 

비가 내릴 징조는 여전히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큭, 재미있는 분이야.’

 

그러나 그 밝던 표정도 제학전을 나오면서 점점 굳어졌다. 정원의 구석, 승화담 연못가에 서 있는 혁련호승이 보이는 것이다.

 

좌소천이 다가가자 혁련호승이 등을 기대고 있던 버드나무에서 몸을 떼었다.

 

“꽤 늦었는데?”

 

“예, 부상을 입는 바람에…….”

 

“부상?”

 

혁련호승이 차가운 눈빛을 번들거리며 좌소천에게 다가왔다.

 

좌소천의 주위를 한 바퀴 빙 돈 혁련호승이 갑자기 손을 꼿꼿이 세워 좌소천의 옆구리를 찔렀다.

 

“여기?”

 

‘윽!’

 

좌소천은 속으로 신음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혁련호승이 다시 가슴 부위를 쿡 찔렀다.

 

“아니면 여기?”

 

혁련호승의 단련된 손은 무기나 다름없었다.

 

쿡쿡 찌를 때마다 단단한 목검이 찌르는 듯했다.

 

“흠, 거기가 아니면 여긴가 보군.”

 

이번에는 손이 아닌 발을 날렸다.

 

피하면 더 심하게 손을 쓰는 혁련호승이다. 좌소천은 피하지 않고 발이 날아오는 곳에 힘을 주었다.

 

퍽!

 

혁련호승의 발끝이 허벅지를 걷어찼다.

 

‘흡!’

 

좌소천이 비틀거리자 혁련호승의 입가로 하얀 웃음이 차갑게 맺혔다.

 

“훗, 이번엔 제대로 짚었나? 어디 다른 곳도 찾아볼까?”

 

순간 혁련호승의 손이 옆구리로 날아왔다.

 

조금 전과는 판이한 위력이 담긴 수도다. 내공이 실린 듯 다가오는 혁련호승의 손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좌소천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고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혁련호승의 손끝이 옆구리를 스치며 옷자락이 찢어졌다.

 

“어쭈? 이 비천한 거지새끼가!”

 

손이 빗나가자 혁련호승의 눈썹이 역팔자로 추켜졌다.

 

“네깟 놈이 감히 내 손을 마다해? 주인의 발이나 핥아야 할 놈에게 무공을 가르쳐 놓으니까 주인의 뜻을 거부해?”

 

좌소천은 이마에 송골거리는 땀을 닦지도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혁련호승을 노려보았다.

 

“피하지 않았으면 내장이 상했을지 모릅니다. 형님이 더 잘 아시잖습니까?”

 

“흐흥! 그러니까 내가 고의로 그랬단 말이야? 난 그런 마음으로 손을 쓴 것이 아닌데?”

 

혁련호승이 느물거리며 손을 들어 올린다.

 

“나는 그냥 네가 어디 부상을 입었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나야 싫지만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부르잖아? 형이 동생의 부상을 모른 척하면 되겠어?”

 

피하자니 혁련호승의 독심만 더 키워줄 것 같고, 피하지 않자니 전과 달리 극심한 내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퇴양난. 좌소천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제 부상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가? 그럴 필요 뭐 있어, 내가 봐준다니까? 이리 와, 거지새끼야.”

 

다가오는 혁련호승의 눈에서 악독한 눈빛이 번들거린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심하게 괴롭히려 든다.

 

‘어머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차라리 평소처럼 비무를 하는 거라면 속이 편할 것이었다. 비무를 하다 보면 맞을 수도,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오늘 혁련호승이 바라는 것은 비무가 아니다.

 

대체 왜 저 늑대 같은 작자가 오늘 따라 살기를 드러내는 것일까?

 

‘선우 대협과의 일 때문에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아무도 제어하지 못한 저자를 선우 대협이 끌고 가지 않았던가.

 

그때 혁련호승이 음충맞게 웃으며 말했다.

 

“네 아비를 우리 아버지가 살려줬잖아. 그래서 나도 네 부상을 봐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순순히 말을 들어, 벌레새끼처럼 도망갈 생각만 말고.”

 

“견딜 만합니다. 형님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니 걱정 마십시오.”

 

문득 혁련호승의 비릿한 웃음이 짙어진다.

 

달싹거리는 입술, 뭔가 말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결국 속삭이듯 나직한 목소리가 썩은 냄새를 풍기며 흘러나왔다.

 

“후후후, 혹시 이거 알아? 네놈 아비가 왜 죽었는지 말이야.”

 

좌소천은 눈을 부릅뜨고 혁련호승을 노려보았다.

 

“무슨… 말입니까?”

 

“크크크. 오냐오냐해 주니까, 우리가 네 아비를 정말 의인처럼 생각하고 있는 줄 아나 보지?”

 

혁련호승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잇새로 나직이 흘러나왔다.

 

“잘 들어, 거지새끼야. 네 아비는 원래 죽게 되어 있었어. 물론 네 아비는 죽어서도 모르고 있을 테지만. 크크크크…….”

 

혁련호승이 잇새로 으르렁거리며 쳐든 손을 움켜쥐었다.

 

좌소천은 이를 악물고 혁련호승이 손을 든 채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다른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대체 무슨 말일까?

 

분명 아버지가 남긴 글에도 아버지가 죽음을 원했다 했거늘. 저 독사 같은 놈의 말은 또 뭐란 말인가.

 

‘단순히 나를 놀리기 위해서 하는 말일까?’

 

그럴지도 몰랐다. 거짓말 몇 마디로 사람 속을 뒤집어놓고도 남을 작자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혼란이 그의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였다!

 

퍽!

 

멍하니 생각에 잠긴 사이 혁련호승의 주먹이 가슴을 후려쳤다.

 

숨이 턱하니 막히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본능이 그의 가슴을 움츠러들게 하지 않았다면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를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전과 달리 공력이 실린 일격. 작정을 하고 날린 주먹이다.

 

‘역시 평소와 완전히 달라. 이자가 왜 그러는 거지?’

 

좌소천은 벌게진 얼굴로 혁련호승을 올려다봤다.

 

하얗게 웃으며 다시 손을 쳐드는 혁련호승이다. 한데 언뜻 그의 번들거리는 눈에 붉은 기가 돈다.

 

‘설마… 살기?’

 

“키키키, 언젠가 우연히 들었는데 아버지가 그러시더군. 어차피 사석이 될 돌이었는데 꽤 유용하게 썼다고 말이야.”

 

순간 말을 마친 혁련호승의 손에서 푸른 기가 맴돌았다.

 

그걸 본 좌소천의 눈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령수? 설마 나를……?’

 

이제 겨우 입문 단계에 불과하지만, 제천신궁의 직계만이 익힌다는 제령수가 분명했다.

 

무쇠도 부순다는 수공.

 

정통으로 맞는다면 정말 병신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든지.

 

좌소천은 안간힘을 다해 뒤로 물러서며 급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가슴을 맞은 충격으로 인해 모든 힘을 다 쓸 수는 없는 상황. 그래도 어떻게든 혁련호승의 공격을 벗어나야만 했다.

 

“흥! 한 번만 더 피하면 팔이 아니라 목을 칠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미려가 너를 구해줄 거라 생각했으면 꿈에서 깨라. 그 아이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가서 이곳에 오지 못할 테니까.”

 

“대체 왜 저를……?”

 

“왜냐고? 몰라서 묻는 거냐?"

 

혁련호승이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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