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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4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49화

“팽 시주와 구천성 무사 사이에 시비가 붙었네.”

팽수의 정체가 밝혀지면 문제가 커질 터. 무경이 이마를 찌푸리며 일어났다.

“내려가 보세.”

 

대운과 무경, 청기가 내려갔을 때, 언홍두와 추명락이 한발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팽수를 구하기 위해서 싸움판에 뛰어들었다.

세 사람의 실력은 정파의 청년 중에서 최상위에 있었다. 구천성 순찰무사의 숫자가 서너 배나 되었는데도 밀리지 않았다.

밀리기는커녕 팽수의 칼이 구천성 무사 둘을 쓰러뜨렸다.

언홍두와 추명락도 한 사람씩 쓰러뜨리고 구천성 무사들을 압박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피가 튀자, 구경하던 양민들이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

“저놈! 하북 팽가의 도법을 쓴다! 조심해서 상대해!”

구천성 무사 중 하나가 끝내 팽수의 도법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이곳을 빠져나가세!”

언홍두가 다급히 말하고는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팽수는 더욱 강하게 도를 휘둘렀다. 그러고는 상대가 물러서자 뒤로 몸을 날렸다.

언홍두와 추명락도 상대를 놔둔 채 그곳을 떠났다.

“가서 알려라! 무림맹 놈들이 이창에 들어왔다고 해!”

 

대운과 무경, 청기는 싸움판에 끼어들지 않고 있다가 도주하는 세 사람을 따라갔다.

그들은 구천성 무사가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걸음을 멈추었다.

“팽 시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대운이 습관적으로 ‘시주’라 칭하며 물었다. 승복을 벗고 평복을 입었으면 그에 맞게 말투도 바꿔야 하거늘.

“갑자기 검문을 하겠다면서 앞을 막지 뭐요. 그래서 대충 대답하고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놈들이 철기보로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소.”

상황이 약간 다르긴 했다.

팽수가 구천성 무사들에게 감정을 드러내지만 않았어도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어가던 형제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참지 못했다.

대운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일. 추궁한다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일단 이창을 빠져나갔다가, 사마경이 돌아오면 다시 오는 게 좋겠소.”

그때 골목 저쪽 끝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저기 있다!”

휘이이익!

신호용으로 보이는 휘파람소리까지.

대운 등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외곽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98장: 흔들리는 갈대숲에서

 

 

강호의 이목이 구천성과 무림맹 간의 전쟁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 무창 일대의 판도가 급변했다.

용이 뱀에게 잡아먹힌 거나 다름없는 일대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장천운이 소문나는 걸 막은 것이다.

게다가 겉으로는 귀룡문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협약을 맺은 것처럼 알려졌다.

장천운은 귀룡문의 일이 마무리되자 왕규를 시켜서 곳곳으로 정보원 수십 명을 보냈다.

전쟁 때문만이 아니었다. 공손백 쪽의 움직임도 알아야 했고, 천외의 움직임도 파악해야 했다.

그런데 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이었다.

장천운이 정원에서 남초초에게 기문진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데 호양청이 다급한 걸음으로 찾아왔다.

“령주!”

고개를 돌린 장천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호양청을 바라보았다.

왜 저리 급박한 표정일까.

“무슨 일이오?”

“대운사가 화재로 전소되었다 하오.”

전쟁이 벌어진 판이다. 사찰 하나 불에 탄 것쯤이야 관심거리도 아니었다.

문제는 불에 탄 사찰이 대운사라는 것이다. 사마경의 조부와 부모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

장천운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언제 탔소?”

“사흘 전에 불이 났다 하오.”

“방화요?”

“그렇소.”

장천운과 호양청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었다.

“소성주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시오?”

“그 외에는 대운사에 불을 지를 이유가 없잖소?”

“그렇군. 그럼 호 형은 누구의 소행이라 생각하시오?”

“공손백.”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천외는 아니다. 사마경을 제거하려 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다.

‘진즉 제거했겠지.’

무림맹도 아니다. 그들은 지금 그럴 정신도 없고, 만에 하나 그들의 짓으로 밝혀지기라도 하면 명분마저 잃고 만다.

장천운은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

‘지금쯤 사마경도 대운사로 가고 있겠군.’

부모와 조부의 위패가 타버린 것을 모른 척할 그녀가 아니다.

결국 대운사로 가는 사마경을 두고 온갖 모사가 난무하겠지.

“내가 가보겠소.”

“령주, 굳이 직접 가실 필요까지는……?”

“어쩌면 그대로 놔두는 게 우리에게 더 이익일지도 모르오.”

호양청도 그 점을 생각해서 말리려는 것이었다.

“그렇소.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지금 가봐야 이익 될 게 없소.”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게 있었다. 계산만으로 잴 수 없는 사람이 장천운이라는 걸.

“그러나 내가 비록 맹서에서 자유로워졌다 해도 아직은 소성주의 호위무사요. 지켜야 할 사람이 위험에 처했다면 당연히 가봐야 하지 않겠소?”

호양청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묘한 사람이다. 장천운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실처럼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그를 거치면, 조금 힘들긴 해도 가능한 일로 바뀐다는 것이다.

“령주께서 꼭 가셔야겠다면 누가 말리겠소? 그런데 몇 사람이나 데려갈 생각이오?”

“나 혼자 갈 생각이오.”

호양청의 눈이 커졌다.

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한마디 하려는데 장천운이 선수를 쳤다.

“내가 다녀올 동안 호형과 왕 회주가 해줄 일이 있소.”

 

장천운은 호양청과 왕규에게 뒷일을 맡겨놓고 곧장 무창을 출발했다.

무창에서 대운사까지는 천 리가 넘는다. 게다가 대별산을 넘어야 한다. 아무리 빨리 가도 이틀 이상 가야 할 거리.

장천운이 혼자 가는 이유 중 하나였다.

 

* * *

 

사마경과 호위대는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응포진을 출발해서 그날 오후 대운사에 도착했다.

예전의 웅장했던 대운사는 폐허로 변한 상태였다.

대웅전, 극락전, 관음전 등 크고 작은 건물이 있던 곳에 시커멓게 탄 잿더미와 앙상한 기둥만 남아있을 뿐.

사마경은 타다 남은 기둥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핏줄이 도드라진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위패의 안전을 바란다는 건 요행수조차 되지 못했다. 차라리 저승에 가서 되찾아오는 게 더 쉬울 듯했다.

그녀는 냉원상에게 명령을 내렸다.

“냉 대주님, 인근 마을에 대원을 보내서 수상한 자들을 본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예, 소성주.”

냉원상에게 지시를 내린 사마경은 이를 악물고 대운사로 다가갔다.

류화와 연송하가 앞서 걷고, 구양명과 소연추가 좌우에서 따라갔다.

호법과 장로 넷은 착잡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뒤만 따랐다.

대운사 주지인 영월대사와 승려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사마경 일행을 맞이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서 오시오, 여시주.”

“대사님, 어떻게 된 건가요?”

“어떤 흉악무도한 자들의 방화로 부처님의 터전이 잿더미가 되었소이다.”

“위패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영월대사는 합장한 채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상대는 구천성의 임시성주인 사마경이다. 게다가 함께 온 무사들 모두 구천성의 핵심 전력이다. 아차하면 목이 떨어질 판.

아무리 구천성과의 사이가 좋다 해도 말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극락전이 불에 타서 무너졌소. 지금 내려앉은 잿더미를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있긴 한데, 그 아래에 성한 위패가 있을지는 알 수가 없소.”

불이 붙은 천장이 무너졌다. 십중팔구는 위패도 모두 탔다고 봐야 했다.

“여시주께서 죄를 물어도 할 말이 없소이다.”

뒤쪽에 서 있던 진철평이 잔뜩 인상을 쓰며 물었다.

“대사, 조금 전 방화라 하셨는데, 증거가 있소?”

“제자인 성연이 불을 지른 자를 봤다 하오.”

“그 성연이란 제자는 어디에 있소?”

“나무아미타불, 부처를 구하려다 그만 불붙은 천장이 무너지면서 죽었소.”

성연은 부처상이 불길에 휩싸이는 걸 보고 대웅전으로 뛰어들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그럼 그가 방화범을 본 사실을 어떻게 알았죠?”

이번에는 서두향이 물었다. 그녀의 예리한 눈빛이 열월대사의 내면을 파헤쳤다. 뭐든 감추는 게 있다면 그녀의 눈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영월대사는 처연한 표정으로 사정을 말했다.

“부처를 구하기 위해서 대웅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게 말했소.”

“범인의 인상착의나 특징에 대해서도 말했나요?”

“워낙 상황이 다급해서 자세한 것을 말하지는 못했소. 그저, 키가 큰 젊은 무사가 극락전 뒤쪽에서 나왔는데, 그 뒤에 불이 났다 하오. 그 자는 성연을 보고 흠칫하더니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고 했소.”

그렇다면 방화범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자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면 그런 정보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사찰이 방화로 인해 불탔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런데 영월대사가 말했다.

“아! 짙은 색 청의를 입은 그자의 등에 검이 메어져 있다고 했소. 그리고 검의 손잡이에 누르스름한 띠가 둘러져 있다고 했던 것 같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사소한 정보였다. 그러한 검을 지닌 사람이 강호에 수백 명은 될 테니까.

그럼에도 사마경은 실망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최소한 수만 명에서 수백 명으로 줄어들지 않았는가 말이다.

게다가 건장한 체격의 젊은 무사라면 더 줄어들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구산에게 말했다.

“구 조장, 가서 청목을 데려와.”

* * *

 

종리성학은 대운사에서 오십여 리 떨어진 촌락에 있었다.

“장로와 호법 넷, 흑월대와 백천대, 수혼대 등 이백여 명이 호위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종리성학은 차디찬 미소를 지었다.

“훗, 많이도 왔군.”

“그 정도 인원으로는 사마경을 보호하진 못할 겁니다.”

 

대운사로 오는 동안에는 건드리지 않았다.

자신이 데려온 사람은 서른다섯. 공격하기에는 숫자가 부족했고, 암습을 한다 해도 성공확률이 너무 낮았다. 호위대가 바짝 긴장해서 철저히 지킬 테니까.

긴장이 풀렸을 때, 고립되어 오도 가도 못할 때.

사냥은 그때 시작될 것이다.

“비천단은 언제 도착할 거라고 하더냐?”

“내일 오후면 도착할 겁니다.”

종리성학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에서 살기가 돌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사마경.’

 

* * *

 

대운사의 폐허 앞에서 밤을 보낸 사마경은 아침이 되자 극락전의 잿더미 치우는 일에 수혼대 무사를 투입했다.

지난 사흘 동안의 작업으로 겨우 천장의 서까래와 대들보 등이 치워진 상태였다.

자칫하면 멀쩡하게 남아있는 위패마저 상할지도 모르는 일, 산더미처럼 쌓인 재를 걷어내는 손길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혼대 무사들이 투입되자 속도가 빨라졌다.

사마경은 작업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바라보고 있으면 시커먼 잿더미 어디선가 멀쩡한 위패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방화범을 구천성에서 본 적이 있다면, 백부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겠지.’

청목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제 그가 열월대사의 이야기를 다 듣더니,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거침없이 말했다.

 

“제가 아는 무사 중 검병에 노란 띠를 감고 다니는 자는 열다섯 명입니다. 그 중 키가 큰 무사는 모두 여덟이고, 젊은 나이라면 모두 넷이 있습니다. 구천성에도 그런 검을 가진 사람이 셋 있는데, 그 중 둘은 젊고 짙은 색 청의를 입고 있습니다.”

 

영월대사도 청목의 말을 듣고 입을 반쯤 벌렸었다.

그런데 이어진 청목의 말이 사마경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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