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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3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30화

떠더덩!

전륜폭의 검세는 정도하가 펼친 장력의 막을 갈기갈기 찢으며 파고들었다.

눈을 치켜뜬 정도하는 전력을 다해 검막을 펼쳤다.

검강지기로 펼쳐진 검막은 철벽과도 같았다. 그러나 장천운의 검세는 철벽조차 찢어버리고 밀려갔다.

쩌저정!

다시 한 번 비명 같은 충돌음이 울렸다.

뒤로 몸을 빼내는 정도하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어느새 그의 어깨 옷자락이 쩍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것은 옷자락만이 아니었다. 어깨에서 시작된 짜르르한 통증이 뇌리를 후벼 팠다.

‘크윽, 이런 빌어먹을 일이…….’

좌우에서 겨우 진기를 가라앉힌 두 호법이 그 광경을 보고 몸을 날렸다.

장천운은 울컥 치미는 핏덩이를 억지로 삼키고 환신술을 펼쳤다. 정도하에게 내상을 입힌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의 목을 치겠다고 치명상을 자초할 수는 없었다.

그가 어두침침한 허공으로 사라진 직후, 묵사가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목령사자 둘이 그와 함께 쓰러져서 몸을 들썩거렸다. 그들이 들썩거릴 때마다 가슴에서, 잘린 다리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남은 묵씨 셋은 분노의 불길이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목령사자를 노려보며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다 쏟아냈다.

그 사이, 환신술을 펼쳐서 몸을 감춘 장천운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서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혼자였다면 어림도 없었다. 그나마 묵씨들 덕분에 한쪽 길이라도 터진 것이었다.

“놈이 입구 쪽으로 가고 있소!”

정도하가 장천운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악을 썼다.

장천운의 흔적을 잃고 주춤대던 두 호법이 입구 쪽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때였다. 입구 쪽 계단에서 또 다른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 하나가 허공을 노려보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

“흥! 장천운, 빠져나갈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그 자를 본 장천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손우곤, 그였다.

그와 함께 나타난 자들은 아홉 명. 조금 전까지 싸웠던 자들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자들이 아니었다.

‘제기랄, 저자까지 나타나다니. 첩첩산중이군.’

이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동굴광장을 벗어나도 누군가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손우곤이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천외의 세 세력은 친구라기보다 적에 가까웠으니까. 불가침조약을 맺은 적.

도대체 이번 일을 주관한 자가 누구기에 천외의 세력 중 둘을 끌어들였단 말인가. 이러다 나머지 한 곳도 나타나는 것 아닐까?

“놈을 잡게!”

손우곤이 허공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온 자들 중 갈색 옷을 입은 셋이 무기를 빼들고 몸을 날렸다.

사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둘은 검을 무기로 사용했고, 하나는 만월처럼 휘어진 도를 들고 있었다. 그들도 장천운의 움직임을 인지했는지 공격함에 있어서 거침이 없었다.

손우곤은 장천운에 대한 공격을 그들에게만 맡겨놓지 않았다. 태군의 수족인 십삼사(十三使)가 강하다는 걸 그도 모르지 않았다. 십삼사 중 셋이 합공하면 자신도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니까.

그렇다 해도 장천운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놈은 괄목상대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놈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두 번째 만났을 때가 달랐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난 오늘은 정도하와 청산궁의 호법 둘을 혼자 상대하고도 패배는커녕 오히려 득을 본 모양새였다.

도대체 한계가 어디일까?

‘괴물 같은 놈.’

결국 그조차도 장천운을 흑월대원들과 똑같은 눈으로 봤다.

놈은 인간이 아니다. 아마 천외삼성 이후 무신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바로 저놈일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너는 반드시 죽는다!’

놈은 이미 정도하와 그의 측근, 청산궁의 두 호법을 상대로 대결을 벌였다. 정도하 등이 두들겨 맞은 개처럼 되었을 정도면 놈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절호의 기회!

‘오늘이 아니면 죽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해!’

쌍장에 공력을 집중시킨 손우곤은 동굴광장 천장에서 너울처럼 퍼지는 기운의 흐름을 주시했다.

한쪽에서 여전히 격전 중인 묵씨들과 목령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처리할 수 있으니까.

‘역시 십삼사로는 안 되나?’

십삼사 중 둘이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난 순간, 미세한 진기의 흐름이 그들 사이를 관통하는 게 느껴졌다. 십삼사 셋으로는 장천운을 완벽히 틀어막지 못한 것이다.

“어딜 도망가려고!”

바닥을 차고 솟구친 그는 구성 공력을 집중시켜서 쌍장을 뻗었다.

콰아아아아!

가공할 위력의 장력이 장천운을 향해서 해일처럼 밀려갔다.

전력을 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적 중의 강적이 바로 장천운이었다. 그를 상대하면서 공력을 아낀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럼에도 손우곤은 일 성 공력을 아꼈다.

놈도 놈이지만 정도하 역시 조심해야 했다. 죽 쒀서 개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장천운은 손우곤이 날아드는 걸 보고 이를 악다물었다.

환신술을 펼친 상태로 정면대결을 벌일 수는 없었다. 전보다 공력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해도 육칠 성 정도였다.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부풍비를 펼쳐서 허공을 유영하던 그는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최소한 허공에서만큼은 그가 신이었다.

그런데 하늘은 그가 빠져나가도록 순순히 놔두지 않았다.

“여기도 있다, 이놈!”

정도하가 악을 쓰며 날아들었다. 청산궁의 두 호법도 뒤따라서 공격에 가세했다.

장천운에게 밀려서 땅에 내려선 십삼사 셋도 뒤질세라 신형을 날렸다.

장천운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빠져날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동굴광장의 특성 상 천장을 뚫고 나가거나, 땅으로 푹 꺼지지 않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장천운은 눈 한번 깜짝일 순간에 한 가지 결심을 굳혔다.

‘좋아, 운은 하늘에 맡긴다!’

결심을 굳힌 그는 환신술을 풀었다. 모든 공력을 공격에 집중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모습이 드러나자, 손우곤이 득의해서 소리쳤다.

“이제야 죽을 각오가 된 모양이구나!”

“죽어라, 이놈!”

정도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장천운의 목은 반드시 자신이 잘라야 했다. 놈의 모가지를 손우곤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실컷 힘을 빼놓았더니 중간에서 낚아채려고? 그럴 순 없지!

고오오오오.

몸을 날리며 뻗은 그의 검에서 다섯 자 길이 검강이 푸른 기둥처럼 쭉 뻗어 나왔다.

그때였다.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장천운이 무심한 눈으로 정도하를 보며 검을 내밀었다.

‘천뢰만파.’

검첨에 머리통만한 구 형태의 검강이 맺혔다 싶더니 정도하를 향해 튀어나갔다.

두 사람의 공세가 충돌한 순간, 갑자기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도하의 눈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주위에 있던 청산궁의 두 호법과 손우곤 일행의 얼굴도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우르르르릉.

동굴광장이 울어댔다.

쿠구구궁.

둔중한 폭음이 뒤이어서 동굴광장을 흔들어댔다.

“커억.”

끝내 정도하가 피를 토하며 주르륵, 정신없이 물러섰다.

장천운도 눈앞이 노래졌다.

목구멍에서는 억눌러 놓았던 핏물이 울컥거리며 기어 올라왔다.

하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뒤에서 가공할 장력이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손우곤은 정도하가 피를 토한 순간 공격했다.

정도하가 저 정도 내상을 입었다면 장천운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봐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등 뒤에서 공격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상대는 괴물 같은 장천운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하는 놈!

장천운은 남은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손우곤의 태천금룡신공에 맞섰다.

자존심마저 팽개친 손우곤의 공세는 광풍폭우가 따로 없었다.

장천운은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며 뛰어난 신법을 이용해서 상대와의 장면충돌을 최대한 피했다.

그러나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몸에 쌓인 충격으로 인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눈앞이 노래지고 사물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손우곤도 장천운의 상태를 짐작하고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십삼사도 가세해서 빈틈을 노렸다.

오왕, 칠절, 십마조차 우습게 여기는 고수들이 장천운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합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호가 이 사실을 안다면 경천동지하리라!

 

손우곤과 십삼사 셋이 장천운을 공격하는 동안 짙은 회색 무복을 입은 여섯 명은 부챗살처럼 늘어서서 입구 쪽을 틀어막았다.

퇴로가 완벽히 차단된 상태.

수비에 급급한 장천운의 몸에 검상이 몇 개 더해졌다. 호신강기를 일으켰음에도 강기가 어린 검세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간 강기의 기세가 살을 갈랐다.

그나마 호신강기 덕분에 치명적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문제는 검강보다 손우곤의 장력이었다. 천고의 절기인 태천금룡신공을 감당하기에는 장천운의 상태가 최악이었다.

결국, 콰광! 하는 폭음과 함께 장천운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갔다.

참고 참았던 핏물이 그의 입에서 분수처럼 뿜어졌다.

손우곤은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후후후후, 이제야 네놈을 잡는구나.”

서두르지는 않았다. 핏물을 저렇게 뿜어낼 정도면 내장이 터졌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놈은 독 안에 든 쥐였다. 그것도 두들겨 맞아서 걷지도 못하는 쥐.

이제는 장천운보다 정도하와 청산궁 놈들을 더 조심해야 했다.

천외의 삼세는 어느 정도 서로를 알고 지냈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인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서로에 대해 불간섭하는 게 지금까지의 원칙이었을 뿐.

오늘은 장천운이라는 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대면하긴 했는데, 자신이 장천운을 잡은 것에 대해서 정도하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허튼 짓하면 너부터 죽여주마, 정도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그때였다.

장천운은 피를 뿜으며 삼 장이나 날아가 떼굴떼굴 굴렀다. 그런데 대여섯 바퀴 더 굴러간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가 싶더니 동굴광장 안쪽을 향해서 쏜살같이 날아갔다.

“엇? 저놈이!”

손우곤이 눈을 부릅뜨고 신형을 날렸다.

십삼사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때 묵씨들이 갑자기 손우곤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과 싸우던 목령사자들은 정도하를 보호하기 위해서 손을 뺀 상태였다.

“흥! 우리를 죽이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다!”

묵씨들은 오기가 일었다.

어차피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이곳은 입구만 막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동굴광장. 십중십, 죽을 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장천운이라도 살려야 했다. 밉든 곱든 동료 아닌가 말이다.

복수를 해준다면 고맙고.

“비켜라!”

눈을 치켜뜬 손우곤이 노성을 내지르며 우장을 휘둘렀다. 태천금룡공이 무지막지한 장력이 묵씨들을 덮쳤다.

묵씨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맞섰다.

그들이 비록 손우곤의 적수는 되지 않았지만 일초 만에 쓰러질 정도로 약한 자들도 아니었다. 약하기는커녕 강호에 나가면 절정고수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주르륵, 밀려난 묵씨들은 다시 무기를 들었다.

손우곤의 얼굴이 벌게졌다. 장천운이 동굴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네놈들이 정녕……!”

그때 뒤따라온 십삼사가 묵씨들을 공격했다.

“이자들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태사령께선 놈을 쫓아가십시오!”

손우곤도 묵씨들에게 화풀이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

묵씨들을 십삼사에게 맡겨놓은 손우곤은 시커먼 동굴 안으로 날 듯이 달려갔다.

정도하도 진기를 억지로 가라앉히고 동굴 쪽으로 몸을 날렸다.

‘손우곤, 그놈의 목을 베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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