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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46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46화

46화. 131 대 2

 

 

"이것들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퍽. 퍽. 퍽…….

"큿…….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요, 용서를……."

"마을에서 그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로도 모자라, 쥐새끼들에게 처맞고 돌아와?"

교관의 호통에 열두 명의 아이들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들의 몸은 맞아 생긴 멍으로 그득했다.

"여울나무를 망신시켜도 유분수지!"

그때 누군가 다가와 교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교관은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섰다.

"투, 투파창귀님?!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아아. 그냥 지나가다 들렀네. 밖에 축제소리보다 이곳이 더 시끄러워 뭔 일이 있나 하고 말이야."

"면목 없습니다."

"허헛. 아니래도. 근데 무슨 일인가? 아이들을 이리 모아두고."

"그, 그게……."

교관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투파창귀. 그의 입이 귀에 걸린다.

"하하하핫."

"투파창귀님……?"

"하핫. 미안허이. 실은 애들에게 그리하고 다니라 이른 건 나일세."

"예에?"

"아니, 돈 주고 사온 개가 영 말을 듣질 않으니…… 매질을 하던 벌을 주던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시킨 일이었네. 생각이 바뀔 때까지 괴롭히라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미숙한 나머지 미처 그걸 못 깨닫고……."

"아냐아냐. 괜찮아. 그래서 어떻게 할 참인가?"

"예?"

교관 호접일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이든 뒤로는 말귀를 한 번에 못 알아들으면 엄청 피곤한 거 아나?"

"죄, 죄송합니다."

"이번 일 어떻게 처리할 거냔 의미다."

"일단 애들은 적당히 혼을 낸 뒤 끝낼 참입니다. 아무래도 졸업기수니 크게 혼을 내기엔 기경만회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여……."

"흠. 그 정도로 되겠는가? 그 일로 밖에 주민들은 너도나도 암운곡이 승리할 거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 판국에……. 싸우기도 전에 애들 기가 팍 죽겠구만."

"그럼 어떻게……."

"쯧쯧. 난 이만 가네. 마인이라는 작자가 뭔 두려움이 이리 많은지. 옛날 같았으면 받은 그대로 돌려주었을 터인데. 요새 것들은 뭔 하나 같이……."

투파창귀가 사라졌다. 그리고 방 안에는 열두 아이와 교관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고민에 잠긴 사람들.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교관님."

"왜?"

"저희 복수를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복수?"

"어차피 윗선에서도 저희들끼리의 싸움은 그저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다 같이 가서 혼을 내주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합세한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당시엔 몰랐는데, 5년차가 고작 1년차에게 두들겨 맞고 다닌다는 소문이 이렇게 쪽팔린지 몰랐습니다."

"개인전은 몰라도, 암운곡과 저희가 단체로 맞붙으면 이길 자신 있습니다."

"동기들도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미 도와주기로 다 약속했고요!"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친다.

"그러니 허락해 주십시오. 저희들끼리 처리하겠습니다, 교관님!"

호접일검이 고민에 잠겼다.

현재 여울나무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는 투파창귀와 적삼혈마다. 적삼혈마는 잔잔하고 조심스레 일을 처리한다면, 투파창귀는 요란하고 과격한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 그의 성품으로 보건대, 어쩌면 그가 원하는 방식도 지금 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같을지도 몰랐다.

"교관님!"

한 차례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울렸다. 입술을 짓씹으며 고민을 하던 호접일검의 입가가 움직였다.

"허락한다."

"야야. 허락이 떨어졌다. 애들 모두 집결시키고, 그 새끼들 위치 파악 들어가."

여울나무 숲 5년차 중 제일 강자인 영달의 명령 하달에,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비록 못난이들이지만, 같은 동기들이 암운곡 새끼들에게 맞고 왔단 소식에 다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무휘 패거리.

"이야기 들었습니다, 선배. 저희 4년차들은 필요 없으신가요?"

기경만회엔 4년차들도 참석한다. 물론 전체가 아닌 1/4에 불과하지만. 영달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우리 선에서 끝낼 수 있다. 너희는 쉬고 있어라."

"예, 선배. 뭐 늘 그렇듯 잘 하시겠죠.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그를 지나쳐 유유히 동료들과 사라지는 말총머리 소년.

"……재수 없는 새끼."

침을 한 차례 탁 뱉은 그는 다시 동기들을 채찍질했다. 그리고는 위치를 물어온 이를 따라,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럼 잘 가."

"가, 감사합니다."

천강 일행과 청청이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녀는 오른다리 허벅지 부근의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는 절뚝절뚝 걸음을 옮겼다.

의족이라 하기엔 조잡한 나무막대가 땅을 이리저리 짚으며 나아간다.

그 모습이 조금 짠해 보인 천강은 초아에게 돈을 빌려 무진의 손에 쥐어주면서 말했다.

"직접 데려다줘. 중간에 탕후루라도 사주고."

"예? 제가요?"

"어. 너 지금 당장 데려다주고 싶잖아. 안 그래?"

무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챙겨줘. 대신, 이건 나나 초아 누님 돈이 아니라 네 돈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지?"

곰곰이 고민하더니, 알아들었다는 듯 왈.

"누님 돈이면 부담스러워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거군요."

"……그래. 알았으면 어서 가봐."

무진이 후다닥 뛰어 소녀 옆으로 다가간다. 초아가 팔꿈치로 천강의 옆구리를 툭 때린다.

"오오. 천강……. 눈치가 제법이야? 어떻게 안 거야?"

"그냥 여자애 쪽이 식사 내내 무진이를 계속 흘끗거리더라고요."

"하긴. 좀 티 나긴 했지. 그런데 무진이랑 이어줘도 돼? 아끼는 동생이잖아?"

"저 이어준다고 안 했습니다. 그리고 지 인생이니, 마누라는 지가 선택 하겠죠. 방금은 그냥 불쌍하면서도 의문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 누님은 신경 안 쓰이나요? 저 애."

"쪼금은……. 저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맞고 다닌 게 조금은 이해가 안 되네."

그때 두 사람 사이로 연화가 확 끼어들었다. 그리고는 빽 소리치며 왈.

"아, 천강! 왜 내 이야기 안 들어? 나도 탕후루 먹고 싶다구!!"

"사먹어."

"나 돈 없어."

"그럼 누님에게 사 달라 해."

"네가 말해줘."

"……."

천강은 초아에게 돈을 받아 연화에게 탕후루를 사주었다. 그리고는 무진을 뒤따랐다.

두 사람은 여울나무 숙소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양 진형의 숙소는 마을 정반대편 끝자락에 위치해…… 자연스레 인적이 드문 거리에 들어서게 되었다.

천강이 자리에 멈춰 선다. 그리고는 초아에게 왈.

"누님, 잠시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죠?"

"둘이서 괜찮겠어?"

"제가 애들에게 질 수준입니까?"

초아가 픽 웃음을 흘린다. 그녀는 천강의 부탁대로 자리를 이탈해 마을 중심부로 사라졌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걸 확인한 천강은 주위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쯤이면 적절할 것 같은데. 모습들 드러내지?"

어둠 속으로 수많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백 명이 넘는 숫자라…… 많이도 끌고 왔네."

"우리가 뒤를 밟고 있단 걸 알았나?"

"그래."

"그런데도 도망을 안치다니. 배포가 큰 건 인정해야겠군.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여울나무 숲 5년차 대표, 영달이 앞으로 나온다. 천강은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소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우리가 온 이유는 알겠지?"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나?"

"아아……. 이미 충분히 크다고 판단해서 나선 것이다. 온 마을 주민들이 그 일을 시끄러이 떠드니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말은 그리해도, 앞의 영달이란 소년은 대화가 충분히 통할 인물이란 판단이 들었다.

혼자라면 모를까, 애들이 엮인 판에 일이 요란해지길 원하지 않은 천강은 설득에 나서보기로 결정했다.

"일이 커지면 애들 싸움으로 끝나지 않아. 마두들까지 피를 볼지도 모른다. 잘 생각해."

"……."

화가 나 동기들을 모아 달려왔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코앞에 다가오자 고민에 잠긴 소년.

'저 말이 맞긴 하지. 일단 이 3명을 밟고, 이후 암운곡 애들을 밟는 건 매운 쉬운 일이다. 문제는…… 잘못하면 수습 곤란한 상황까지 치달을 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이제 와서 물러나기엔…….

그런 그 때, 그의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아아암. 뇸뇸……."

"우움. 여씨 이마이야……! (역시 이 맛이야)"

먹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들을 치느냐 마느냐. 치면 복수를 할 수 있지만 일이 너무 커지고,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자니 존심이 상한다. 그에 어찌 할까 하는 그런 진중한 고민을 하는데…… 계속. 계속해서 쩝쩝 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을 메운다.

"좀 조용히……."

"오물오물."

"아니, 적당히 좀……."

"우웅. 마씨서."

"야!"

"헤에. 탕후루. 탕후루~"

빠직.

"츤긍. 꿀꺽. 나 이거 하나 더 사주면 안 돼?"

탁-

"후에엥?"

결국 참다못한 영달이 연화의 탕후루를 쳐냈다. 그것은 핑그르르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곳에 서 있던 그의 동기는 그것을 보란 듯이 발로 꾹 밟아 비볐다.

뚜둔……!

연화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마냥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야 거슬리는 소리가 사라졌음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영달은 자신이 결론을 내린 부분을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역시 일을 키우는 건 좀 아닌 것 같군."

"좋은 생각이야. 복수야 기경만회에서 해도 그만이잖아?"

"그렇지. 그럼 우리는 이만 해산……"

그러나 그런 그의 말은 끝을 맺을 수 없었으니……. 그의 시야에 웬 인간형 괴수 한 마리가 섬뜩한 얼굴로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탕후루의 원수……. 죽엇……!"

쾅. 폭음이 울리고, 원만히 잘 해결될 것 같은 싸움이 결국은 시작됐다. 2대 131의 싸움이. 근데 양상이 조금 이상하다.

'뭐야? 연화 얜 어디 갔어?'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돌연 사라져 버린 것.

"야, 합심해서 공격해."

"사이사이 비집고 들어가!"

천강은 짓쳐드는 5개의 날붙이를 막아낸 뒤, 맛나게 내기를 흡입하면서 연화의 기운을 추적했다.

그리고 곧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얜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 순간 연화는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바로 죽달이라는 소년이었다. 그는 방금 전 연화의 탕후루를 발로 밟아 으깬 장본인이었다.

"아, 씨발. 잠깐! 아 왜 나만 쫓아와!"

"탕후루. 탕후루……!"

"아, 그거 때문이라면 그걸 쳐낸 영달이를 쫓아가야지 왜 나야! 걔 만나고 와!"

그러나 이미 영달이란 소년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상태다. 연화의 섬뜩한 얼굴을 보고는 몸이 굳어, 제대로 방어조차 못하고 그대로 맞고 기절한 것이다.

"탕……후루. 내 과일꼬치……!"

결국 달리다 지친 죽달이 음식에 미친 소녀와의 타협에 나섰다.

"그, 그만. 이제 그만! 내가 잘못했어. 응? 그러니 한 번만 봐줘."

"과일꼬치……."

"아, 쫌! 그깟 음식이 뭐가 중한데!"

그러나 감정 없는 퀭한 눈이 소년에게로 한발 한발 다가온다. 소년은 난생 처음 공포를 느꼈다. 뒷걸음치던 그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기다시피 뒤로 이동했으나 이내 나무에 막혔다.

"탕……후루……."

"야 이 씨발새끼들아! 나 좀 도와줘!"

"과일……꼬치……."

"아무도 없어?! 야! 나 좀 도와달라고!!"

그러나 소년의 목소리는 밤하늘 사이로 공허히 울릴 뿐이다. 그 사이 소녀의 얼굴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응?"

그러자 소녀 왈.

"넌…… 평소 꼬치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내 꼬치 돌려내."

"새, 새로 하나 사줄게."

"……그럼 새로 하나 사고, 아까 먹던 것도 돌려내."

소년의 얼굴에 울상이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어둠 속으로 나지막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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