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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살마신 40화

무료소설 흑살마신: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3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흑살마신 40화

40화. 흑영대

 

 

천마신교.

무를 숭상하는 무림인들 중에서도 제일 별난 이들만 모였다고 하는 곳.

오로지 힘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교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라 이익이나 목적에 맞는 여러 조직이 존재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암운곡, 기계진법과 같은 곳부터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단체인 흑영대, 흑사대 등등까지.

그중 흑영대는 그나마 외부에 많이 알려진 조직이었다.

천산의 보고 근처에 늘 상주하며 하나 같이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고. 마교 내의 일에 일체 간섭하지 않으며, 오로지 마교의 보물들을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놈들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천강에게 달려들고 나머지는 천산의 보고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명을 재촉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가마!"

10개의 날카로운 기운이 쏘아져 날아온다. 천강은 내빼는 대신 오히려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합공엔 돌진이 최선의 선택이지.'

마치 그 승부에 응하겠다는 듯 똑바로 마주해 달려오는 녀석들.

날붙이의 끝이 일제히 천강을 향한다. 순식간에 거리는 좁혀지고. 그들의 날이 몸에 부딪치려는 순간, 천강은 몸 주변을 강기로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는 단숨에 전방에 있는 검날 두개를 위로 쳐냈다.

팡!

하늘 위로 폭음이 울려 퍼진다.

두 녀석의 자세가 무너졌다. 천강은 단숨에 안으로 바짝 파고들어, 양 손으로 그들의 가슴팍을 잡았다. 그리고 그 때, 천강의 몸에도 8개의 날붙이들이 짓쳐들었다.

파파팡.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며 폭음이 인다. 그러나 몸을 크게 뒤흔드는 타격을 아랑곳 않고 천강은 두 놈의 진기를 확 끌어당겼다.

뿌드득. 뿌득.

'독한 놈들……. 비명 한마디 안 지르네.'

천강은 붙잡은 두 녀석을 방패삼아 그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들의 기운을 싹 뺏은 뒤, 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았다.

손을 뻗기가 무섭게 무기들을 쥐고는 거리를 벌리는 녀석들.

"여어. 실력은 없어도 촉들은 좋네?"

"정말이지 무식한 방법으로 싸우는군."

"칭찬이야? 고맙게 받을게."

무식한 방법. 간만에 듣는 말이다. 흑살마신 때는 귀에 닳도록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게, 몸에 이종진기가 넘치다보니 어떻게든 그것을 활용은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적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막고 반격을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회피하는 데에는 내 내기가 소모되지만, 방어하는 데에는 안 그렇잖은가?

"이봐. 괜히 죽고 싶지들 않다면 그냥 길 내라."

"……몸 풀기는 이쯤 하도록 하지. 기회는 주겠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라."

몸 풀기는 무슨.

"끝을 보잔 거지?"

"넌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 좋아. 근데 잠깐만."

천강은 후다닥 무진에게 다가가 그 기운을 흡수했다. 그리고는 생각.

'일각에 끝내자.'

다음번에도 싸움 도중에 빠져나올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을 테니.

"형님……."

"괜찮아. 내가 금방 녀석들 손 좀 봐주고, 너 낫게 해줄게. 날 믿어. 그리고 교관님. 무진이 맡겨도 되죠?"

"걱정 마라. 흑영대는 저 선을 넘지 않는 한 선공하지 않는다."

그것 참 위안이 되는구만.

천강이 다시 전장에 들어섰다. 그런 천강의 주위를 8명의 복면인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일단 개개인의 실력은 화경 정도 인가?'

응당 현경급도 있을 거라는 생각했는데……. 대체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마교의 보물들을 지켜온 거지?

그러나 곧 그런 천강의 생각이 뒤바뀐 일이 벌어졌다.

천강 주위를 도는 이들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어느 순간, 흙먼지를 일으키더니 잔상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더 지켜보면 안 될 것 같다 느낀 천강은 한쪽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런데…….

팡.

뻗기가 무섭게 튕겨져 나오는 손.

다시 시도해본다. 그러나 똑같이 그대로 튕겨져 나온다.

'생각보다 잘 막아내는데?'

닿는 순간 기운이 흡수 되긴 하나, 바로 떨쳐내는 걸 보면…… 하나 같이 보통 놈들은 아니었다. 전생에 상위 1-10위 마두보다도 더 강하다도 볼 수 있었다.

그때 사방에서 중앙으로 날카로운 공격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순간적으로 창을 찔렀다 회수하는 듯한 일격에, 천강은 몸을 강기로 둘러 그것들을 막아냈다.

'큭……. 젠장. 절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이런 진법에 당할 때에는 가만히 있으면 적들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꼴이다. 진법은 안정성에 기반을 두는 것. 그걸 부수기 위해서는 강한 변화가 필요하다.

천강은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대신 처음과는 좀 달랐다.

암운행보.

발바닥 아래로 나선의 흐름이 이루어진다. 그 어떤 조짐도 없이 순식간에 전방으로 쏘아져 나간 천강은 다시금 손을 뻗어, 뱅글뱅글 돌고 있는 놈들의 한 면을 강타했다.

파파팡!

'오호라. 그런 식으로 튕겨낸 것이었나?'

보인다. 놈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는 것인지.

흡성대법과 북명신공의 강점은 잡는 순간, 적이 탈출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한 번 붙들리면 시전자가 놓아주기 전까지는 내기를 뺏겨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들은 천강이 붙잡는 순간, 옆에서 나아오는 동료들이 재빨리 그 손을 쳐내주었고. 그 덕에 순순히 풀려날 수 있는 거였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또 쏟아져 나오는 직선의 검강들. 그 공격들을 무시하고 붙잡으려 해도, 앞에선 튕겨내고 뒤에선 찔러온다.

'하. 소림의 나한진을 당하는 것 같구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데?'

사람이라면 약간의 오차나 틈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이놈들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그만 포기하고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라."

"웃기는 소리!"

암운행보.

곧바로 발을 놀려 공중 위로 날아오른다.

"허공답보?!"

"아니. 이것은 말이야. 그냥 높이 뛰어오른 것뿐이야!"

이유는 간단. 바로 진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하늘 높이 떠오른 천강이 땅으로 강하게 하강했다.

천근추!

땅이 산산조각이 나, 지형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도 어디 얼마나 진법을 잘 쓰는지 보자고!

그런데 그때였다. 허공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천강을 걷어찼다.

"큿……."

절벽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그러나 전생에 갖은 싸움을 다 해본 천강은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나무단도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걸 밟아, 절벽 안쪽으로 힘껏 뛰었다.

"후우. 넌 뭐냐?"

고개를 든다. 8명의 복면인 앞으로 한 남자가 서 있다. 똑같이 복면을 쓰고는 있지만, 느껴지는 기세가 사뭇 다르다.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럼 왜 끼어들……. 아, 저 8명으로는 날 막기엔 무리인 것 같아서?"

"아니. 그저 이곳 지형이 무너지면 천산의 보고가 위험하기에 그런 것뿐이다."

그렇군. 순간 싸움에 집중하느라 여기 온 목적을 잊고 있었다. 부탁을 하러 온 만큼, 어르신에게 피해가 가는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일대일로 싸움을 하지. 대신 지형엔 무리가 가지 않게."

"뭐 나야 상관은 없다만……. 가능하겠어? 그냥 존심 세우지 말고 뒤에 8명이랑 함께 싸워. 욕 안 할게. 어차피 널 이겨도 뒤의 애들이랑도 싸워야 하는 건 피차일반이거든."

"아니, 날 이기면 그냥 통과시켜주지."

오호?

"너 방금 그 말 지켜라."

"날 이길 수 있다면."

방금 내가 싸우는 걸 본 놈이다. 그런데 싸움을 걸었다는 건…….

'그만큼 이길 자신이 있단 거겠지.'

천강의 눈이 착 가라앉는다.

양손을 아래로 늘어뜨린 천강은 찬찬히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놈 또한 뒷짐을 진채 천강을 마주보며 옆으로 이동했다.

"자세가 거만한 게 꽤 자신이 있나봐?"

"고작 핏덩이를 상대로 긴장을 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하여튼 말은……. 너 그러다 오늘 코뼈 부러진다?"

"글쎄. 내가 거만한 건지, 네가 거만한 건지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좋아. 그럼 어디 그 실력, 직접 확인 좀 해보겠어!"

천강이 단숨에 쏘아져 나갔다. 놈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쐐애액-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들려온다.

팡!

강하게 맞부딪친 두 사람. 천강과 이름 모를 사내가 각각 다섯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들의 얼굴은 뻣뻣이 굳은 상태였다.

"너…… 현경이구나?"

"화경치고는 제법하는군. 그것도 흡공이라……."

천강이 손을 내려다본다.

얼얼하다. 전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내기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 손바닥이 이리 찌릿찌릿 하는 건.

석상 마냥 굳어 있던 놈이 얼굴을 풀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수준이라니…… 솔직히 놀랍군. 그러나 넌 날 이길 수 없다. 깨달음이 극에 다다라야 도달할 수 있는 게 현경이다. 화경과 현경은 비록 한 경지 차이여도, 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큰 강이 흐르고 있으니……."

현경부터는 '나'가 아닌 '자연'의 흐름을 깨달아가는 경지이다. 그렇기에 이때부터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점차 가능해진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진기를 형상화 시켜 외부로 방출하는 건 물론, 검을 손으로 잡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기어검술 같은 게 가능해진다.

"지금이라도 기회를 줄 테니 돌아가라."

녀석은 천강에게 그만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천강은 그럴 수 없었다. 무진을 한 차례 돌아본 천강이 픽 웃음을 흘렸다.

"하아……. 거참 잘난 척 오지게 하네. 그런 식으로 여유 부려도 소용없어, 새끼야. 너 아까 당황해하는 거 이미 봤거든? 그리고 그거 알아, 현경 나리?"

천강이 주먹을 쥐락펴락 한다.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진다.

"싸움의 승패, 즉 생과 사를 가르는 건 그게 전부가 아냐."

"뭐?"

남자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그도 그럴 게, 이제 겨우 열 살배기다. 그런데 현경인 자신에게 이러쿵저러쿵 생사를 논하고 있으니, 어찌 아니 그럴까?

그러나 방금 전 1합을 떠올린 그는 나직이 물었다.

"그럼 뭐지?"

"기술, 지혜, 경험, 요령, 무공. 때로는 운까지. 셀 수도 없이 많지. 그 중 제일은 말이다……."

팡. 천강이 단숨에 쏘아져 나간다.

남자 또한 자세를 잡는다. 처음 보여주던 건방진 태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스슷. 스스슷.

뒤로 몸을 빼며 공격의 사거리를 유지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뒤쫓는 천강. 천강의 발놀림이 현란해졌다.

암운행보.

벌어진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판단한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천강은 그것을 손으로 받아내며 기회를 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쉴 새 없이 날아오는 검격.

천강의 손이 점점 뜨거워졌다. 공격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방어만 하는 천강의 모습에 남자가 비아냥거렸다.

"그중 제일은 뭐? 입을 놀리는 것에 비해 실력은 형편없는 놈이로구나!"

그 때, 천강의 입가에 미소가 씨익 올라왔다.

덥석.

"흠?!"

돌풍마냥 매섭게 움직이던 남자의 검이 멈춰 선다. 묵묵히 검격을 받아내며 그 규칙과 흐름을 파악하는데 성공한 천강이 옴짝달싹 못하게 그 검을 틀어쥔 것이었다.

그 상태로 적의 기운을 힘껏 빨아들이며 천강이 소리쳐 외쳤다.

"그중 제일은,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의지다!"

쿠콰콰콰콰.

어마어마한 기운이 양손을 통해 천강에게 빨려 들어간다. 남자의 얼굴에 눈에 띄게 당혹감이 올라왔다.

"이, 이게 대체……! 어째서 반탄강기가 발휘를……."

"소용없어! 내게 잡힌 순간 넌 이미 끝이야!"

그저 경지타령 하며 이길 거라 생각하는 네놈 따위에게 내가 질 것 같아?!

"승부는 끝났어!"

"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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