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사일 152화 | 성인 무협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풍운사일 152화

무료소설 풍운사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풍운사일 152화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의문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암석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공격을 개시하던 혈의인들은 시간이 지나자 마치 맹수를 쫓는 사냥감처럼 멀찍이서 포위망을 구축할 뿐 공격의 의지가 날카롭지 않았다.

뭔가 수상했다.

천왕성의 병력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자들보다 뛰어난 무력을 지녔는데, 마치 슬금슬금 놓아주기라도 하듯 길을 터주니 운호 일행은 바람처럼 움직여 포위망을 뚫고 나갔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가졌으나 그렇다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어차피 결사적으로 공격을 해왔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테니 말이다.

천왕산을 빠져나온 운호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십방(什防)을 향해 움직였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기 때문에 시간을 벌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천왕성의 근거지가 사천 북부였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십방(什防)과 면양(綿陽)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잠시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다섯의 흑포 괴인들이 나타난 것은 수녕(遂寧)을 훨씬 지나서였다.

이틀 동안 전력을 다해 청성산을 지나쳤고 그것도 부족해서 수녕(遂寧)까지 내쳐 달렸는데 다섯의 흑포 괴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을 가로막은 채 검을 꺼내 들고 있었다.

기세가 없다.

기세가 없다는 것은 초절정의 경지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걸음을 멈춰 선 운호 일행은 소하령을 뒤로 돌린 후 천천히 간격을 벌려 섰다.

운호의 입이 열린 것은 다섯의 흑포 괴인들 중 중앙에 선 자가 검을 비켜 든 채 접근해 올 때였다.

사내는 서른이 조금 넘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를 기다렸나?”

“당연히.”

“천왕성에서 왔겠지. 정체를 밝혀!”

“남들은 우릴 보고 오신풍(五神風)이라고 부른다. 들어보진 못했을 것이다. 아직 세상에 나온 적이 없으니까.”

“당신들만 왔나?”

운호가 대답을 해온 자의 눈을 피해 뒤에 선 자들과 그 뒤를 한꺼번에 훑었다.

이들만 왔다면 모를까 다른 자들까지 몰려왔다면 이곳에서 또다시 진한 피를 흘려내야 될지도 몰랐다.

무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은 너무 깊어서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사내에게서 대답이 나온 것은 운호의 눈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우리만 왔으니 뒤를 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비켜서라. 너희들만 가지고는 안 된다.”

“상대가 마검이란 소릴 듣는 순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아마 총사는 우리 주군에게 경고를 하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수많은 자들 중에서 하필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무슨 소리냐?”

“그런 게 있어. 우리 내부의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

오신풍의 수장, 상수의 얼굴에서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웃음이되 웃음이 아닌 웃음. 바로 슬픈 웃음이다.

이공자인 요홍의 최측근이란 이유로 총사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그들에게 이곳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중에 상대가 마검이라는 사실을 듣고 급하게 전서를 띄웠으나 요홍에게서는 미안하다는 답신만 왔을 뿐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동생처럼 아끼던 자신들을 죽음 속으로 몰아넣을 정도라면 주군인 요홍은 엄청난 위기에 처했음이 분명했다.

죽음을 원한다면 죽어준다.

주군이 자신들의 죽음으로 총사가 쳐놓은 덫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까짓 죽음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어차피 주군으로 인해 살아난 생명이었으니 아까울 것도, 안타까울 일도 아니었다.

 

당운영은 당가의 주력이 머무는 숙원으로 돌아간 후 꼼짝하지 않았다.

보고 싶던 사람, 보고 싶었던 얼굴.

꿈속에서조차 그리워하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

친구인 황보혜로부터 혼인식 전날 그가 찾아왔었다는 소식을 나중에서야 전해 들은 그녀는 목 놓아 소리 내어 울었다.

아버지와 가문의 결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혼인이었다.

정략결혼.

당가의 어른들은 청성파를 꺾기 위한 방편으로 풍검문을 선택한 후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안 된다며 미친년처럼 날뛰었으나 혼자의 힘으로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먼저 울었고 뒤이어 아버지가 울면서 그녀를 설득했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는 풍검문과 혼인을 해야 된다며 그녀를 끊임없이 수렁 속으로 밀어 넣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님은 산으로 돌아간 후 한 통의 편지조차 주지 않았고 어떠한 소식도 보내오지 않았다.

죽고 싶을 만큼의 괴로움이 지나고 포기하는 마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문을 위해 그녀를 설득하는 부모님이 불쌍했고 당당함 속에서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던 가주님의 모습에 조금씩 무너져 가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체념의 시간이 지나가자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왕 혼인을 할 것이라면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속여 가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풍검문의 장자 석천이 그 먼 길을 찾아와 그녀의 마음을 돌렸다는 거짓말을 친구인 황보혜에게 전해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녀를 이렇게 고통스런 삶 속에서 허덕이게 만들 줄은 몰랐다.

혼인이 정해진 후 점창과의 대결에 나섰다.

가문에서는 그녀와 운호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에 대결이 벌어진 장안평으로 그녀가 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그를 마지막으로 보려 했다.

어차피 혼인이 결정된 이상 사랑했던 그를 마음속에서 지운 후 가문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를 보자마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미웠다.

그까짓 가면 하나 썼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못 알아보는 그가 너무 미워 승부가 결정되었음에도 억지를 부려 싸움을 걸었다.

마주 서서야 알아본다… 나를.

그의 눈에 담긴 슬픔. 보고 싶었다며 더듬거리던 그의 음성.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미안하다던 그의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올라왔다.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보이게 되면 수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참고 참았다.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천고의 암기 강접을 그의 몸을 향해 쏘아낸 것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죽이고자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몸에서 옷이 찢기면서 시뻘건 선혈이 배어났다.

엄청난 무력을 지닌 그는 손쉽게 피할 수 있는 그녀의 공격을 그저 서서 받아들였다.

피가 흘렀다… 사랑하는 님의 몸에서 선혈이 흘러나와 그녀의 눈에 새겨졌다.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기에 피할 수 없었다는 그의 말을 들은 후 기어코 인내심이 무너져 내렸다.

울었다.

원 없이 울며 그의 몸을 부여잡았다.

순백의 옷이 그의 몸에서 흐른 피로 젖어갔으나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두 손에 담긴 그의 얼굴.

눈과 코, 그리고 입.

언제나 상상만 해도 즐거웠던 그의 얼굴이 두 손에 가득 담겨 있었다.

울면서도 기뻤고,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볼 사람이기에 정성을 다해 만져 준 후 떨어지지 않는 손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잔인한 이별.

그렇게 잔인한 이별을 끝내고 돌아온 후 그녀는 오랫동안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상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은 일어서지 못하고 먹지도 못한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 후 열흘 동안 쓰러져 일어서지도 못하며 무의식 속에서 운호만을 찾았다.

이를 악문 채 그에게서 돌아섰지만 마음은 여지없이 그를 떠나지 못하고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그 열흘 동안 그녀는 무의식 속에서 운호와 함께 살았다.

사랑을 속삭였고 그의 품에 안겨 깊고 깊은 밤을 꼬박 새웠다.

예쁘고 잘생긴 딸과 아들을 낳았으며 그와 함께 곱디곱게 늙어갔다.

즐거운 삶이었고 행복한 인생이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장춘몽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렸음에도 그에 대한 그리움이 없어지지 않았으니 그녀의 삶은 서서히 지옥으로 변해갔다.

그가 찾아와 주길 간절히 바랐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떠나자고 한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따라나설 생각이었다.

찾아와 준다면…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으나 그는 혼인식이 끝날 때까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른 남자의 앞에 서며 자신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그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원망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은 또 어쩔 것인가.

아…!

그런데 왔었단다.

혼인식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 그가 왔었다는 소식을 황보혜로부터 들었다.

정략결혼이었냐는 질문에 황보혜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면서 그녀의 행복을 위해 다시는 찾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너무 황당하고 슬퍼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친구를 위해 운호를 보내 버린 황보혜의 행동은 그녀가 한 거짓말이 원인이었다.

울고 또 울었다.

그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풍검문의 접근이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혼인식이 끝나고 석천을 따라 안휘 본가에 간 후 한참이 지났을 때였다.

석천은 혼인을 하고도 그녀와 합방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혼인 첫날밤, 마음의 준비가 될 동안 당분간 각방을 쓰자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서야 그가 여자를 안을 수 없는 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싸늘한 시선.

처음 당문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석천은 안휘 풍검문으로 돌아가자 아예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없는 사람 취급.

그런 상황이 오히려 그녀를 고요 속에서 숨 쉬게 만들었다.

혼인은 했으나 혼자 사는 몸이 된 그녀는 그때부터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림은 지치는 게 아니었다.

기다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더욱 힘들고 괴로운 것이라면 기다림은 즐거움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추억 속에서 시간을 살아갔다.

먹고 자는 것이 꿈결 같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는 것이니까…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진 것은 청당전으로 인해서였다.

청당전이 벌어지자 석천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방을 찾아와 떠날 준비를 하라는 말을 꺼냈는데 얼굴에는 조소가 가득 차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청성과의 싸움에 당문을 부추긴 것은 풍검문이었다.

혼인이 있기 전부터 그들은 주도면밀하게 당문과 접촉하며 청성과의 일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백부인 가주를 비롯해서 부친인 당황까지 풍검문의 의도를 알면서도 받아들인 이유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풍검문은 안휘에 근거를 두고 있는 집단이니 싸움이 끝나도 뿌리를 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당문 어른들의 판단이었다.

그 이면에는 당운영을 버릴 수도 있다는 심산이 깔려 있었다.

풍검문이 최후에 그녀를 인질로 잡는 경우가 발생한다 해도 당문은 그런 협박을 무시하겠다는 심산을 가졌던 것이 분명했다.

세상은 참으로 더럽다.

가문은 그녀를 버렸고 풍검문은 그녀를 이용해서 싸움에 가담했으니 그녀의 존재는 그들에게 벌레만도 못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가문으로 돌아와 전장에 참여하면서 미친 듯 싸웠다.

싸우다 죽어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으니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데… 죽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그가 불쑥 나타났다.

이미 무림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는 순식간에 전투를 종결시켜 버리며 양측의 공격 의지를 꺾어버린 채 군웅들을 오연하게 바라봤다.

몸이 떨려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를 찾아왔다… 나를.

저 남자는 아직까지 자신을 잊지 못하고 여기까지 찾아와 줬구나.

그런 생각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확인한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여인. 이름이 한설아라 했던가.

힘겹게 앞으로 나서던 걸음이 멈춰졌고 등을 돌린 채 한설아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슬프도록 낯선 것이었다.

그랬구나. 그랬어.

그는 이미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바보같이 그만을 그리워했구나.

바보같이…

성인 무협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4759 무당학사 1509
4758 무당학사 1541
4757 무당학사 1487
4756 무당학사 1536
4755 무당학사 1562
4754 무당학사 1471
4753 무당학사 1621
4752 무당학사 1479
4751 무당학사 1445
4750 무당학사 1473
4749 무당학사 1431
4748 무당학사 1392
4747 무당학사 1431
4746 무당학사 1480
4745 무당학사 1451
4744 무당학사 1544
4743 무당학사 1365
4742 무당학사 1448
4741 무당학사 1554
4740 무당학사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