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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45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245화

244화. 소청의 계략

 

 

 

 

모두를 물린 후에 종리세는 천추관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곧 알게 될 것이네.]

 

죽음의 순간 미소와 함께 무황이 남긴 말이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러왔다.

“진소청…….”

신경 쓸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직접 부딪쳐 본 진소청의 힘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서 무황은 그런 말을 한 것인가?

그가 가진 힘은 고작해야 대공들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다.

자신과 일 합을 겨누고 도망친 뒤 명사평의 싸움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보면 나서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기연?’

아니다.

고작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기연을 만났다고 해도 그 힘을 제대로 흡수하기 어려운 시간이었고, 설사 무황이 어떤 가르침을 주었다 해도 무언가를 깨닫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흠, 내가 너무 과민한 것인가? 고작 도적놈 따위에 신경을 쓰다니…….”

종리세가 신경질적으로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무황이 죽었으니 중원에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없었다.

더욱이 수만에 달하는 마천의 무인들과 십이마령까지 건재하다.

놈들에게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이 순간을 위해 하늘의 뜻을 거슬러 왔다.

모든 역사를 바꾸고 어둠 속에 숨어 장장 이십 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 오지 않았던가.

“중원…… 다시 한 번 피로 물들여 주마.”

결심을 굳힌 종리세가 명령을 내리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콰아아앙!

강렬한 충격파가 천추관을 뒤흔들어 놓았다.

“……!”

충격파에 실린 힘의 여파는 꽤나 익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진소청?”

의문이 드는 순간 종리세는 곧바로 천추관의 문을 빠져나갔다.

 

* * *

 

쩌어어!

마천의 무인들은 일시적으로 정지한 것처럼 멈춰 버렸다.

고작 한 발자국이었다.

가볍게 밟은 진각에 바닥에 깔려있던 청석을 모조리 솟구쳐 올랐다.

범위 내에 있던 무인들은 모조리 피떡이 되었다.

“네놈은?”

파군 용유명이 소청을 노려보았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고 용모파기까지 보았으니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가 찾아온 곳이 마천의 수만 무인이 집결해 있는 중심부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곳에 홀로 창 한 자루를 비껴들고 찾아오다니,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놈들! 정신 차리지 못할까!”

파군의 호통 소리가 겁에 질려 물러나는 마천의 무인들을 향해 내질러졌다.

소청은 아랑곳하지 않고 창극을 바닥으로 늘어뜨린 채 무황의 시신을 놓은 장작더미 앞에 섰다.

“무황의 시신을 찾아가겠다.”

“뭐?”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데 장작더미 위로 야행복을 입은 무인 둘이 야조(夜鳥)처럼 내려앉았다.

은수와 재선이었다.

“이것들이! 감히!”

무슨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하는 말에 파군이 쌍심지를 돋우며 장작더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강맹한 권력을 머금은 주먹이 무황의 시신을 짊어 메는 은수를 향해 뻗어지려는 순간.

파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 파군의 눈앞에 쇠몽둥이가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터라 몸을 허공에 띄웠던 파군은 피할 틈이 없었다.

몸을 막은 양팔에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쩌어억!

“크악!”

소청의 창대가 기운을 잔뜩 두른 파군의 양팔을 수수깡처럼 부수고 몸을 강하게 때렸다.

쿠당탕!

충격과 함께 중심을 잃어버린 파군이 바닥에 처박혀 공처럼 뒹굴었다.

“파군!”

수마가 당혹스럽게 외쳤으나 이미 소청의 몸이 파군을 향해 내려앉고 있었다.

콰직!

“……!”

핏물과 함께 허연 뇌수가 튀어 올랐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모두의 눈동자에 파군의 죽음이 그려졌다.

허무한 죽음.

아무리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하더라도 고작 단 두 번의 움직임뿐이었다.

창으로 쳐내고 발로 짓밟았을 뿐이다.

그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절대적인 강함으로 존재해 온 마천의 세주를 가장 단순하고 잔인하게 죽여 버린 것이다. 

“은수!”

“…….”

“뭘 하고 서 있나!”

소청의 일갈에 무황의 시신을 짊어 메었던 은수가 엉거주춤 서 있다가 급히 몸을 날렸다.

“저놈들이! 감히! 뭣들 하느냐! 쫓아…….”

수마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밤하늘에 떠오른 달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은수의 퇴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린 소청의 창대에 어린 거대한 구체였다.

건월식 만월.

곧게 세워진 창대가 거칠게 내리쳐졌다. 산산이 부서진 기의 조각들이 쏟아졌다.

콰콰콰콰콰!

폭발이 만들어 낸 여파가 거대한 먼지구름을 만들어 주변을 감추어 버렸다.

“이런 젠장…….”

수마가 닭 쫓던 개가 되어 날카로운 눈으로 먼지 안을 살폈다. 

휘이이…….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피와 육편으로 가득 찬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청이 창대를 비껴든 채 서 있었다.

“아무도 못 쫓아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듣는 모든 이에게 소름을 돋아 올렸다.

움직이기는커녕 작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소청의 몸에서 뿜어지는 거친 압박감과 살기가 대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 이놈이…….”

수마가 어찌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눈알을 굴리는 그때, 열두 개의 그림자가 소청을 향해 쏘아졌다.

마종 종리세가 만들어 낸 십이마령.

파캉!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든 검격이 소청의 창대를 때렸다.

“……!”

익숙했다.

언젠가 한 번 싸워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일곱 자루의 기의 검. 마검 회선칠류(回旋七流).

“검마……?”

분명 검마의 비기였다.

하지만 놀랄 틈도 없이 측면에서 나타난 자의 주먹이 뻗어져 왔다.

묘한 비틀림 역시 익숙했다. 

비틀림이 만들어 낸 와류가 소청을 향해 다가왔다.

쩌어엉!

소청은 곧바로 똑같은 방법으로 주먹을 비틀어 뻗었다. 두 개의 와류가 부딪히며 파공성을 만들어 내었다.

“크아앙!”

울부짖음과 함께 몸을 급격하게 부풀리고 공격해 온 사내의 모습은 흡사 짐승 같았다.

“저, 저건!”

파군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던 수마는 십이마령 중 하나가 선보인 무공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짐승을 부리는 만수통령술과 함께 대대로 만수곡(萬獸谷)의 주인들에게 전해져 온 무공이었다.

“어찌 저놈이 수인화(獸人化)의 비공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청과 어우러져 싸우는 십이마령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모두가 마천 십이세라 불렸던 세주들의 그것과 똑같았다.

“설마…….”

수마 교악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주들의 무공은 비기 중의 비기였고, 그들의 휘하라고 해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찌 저들이 저리도 능숙하게 펼쳐 낼 수가 있단 말인가?

“설마 마종이?”

쩌어어엉!

거친 일격에 소청을 공격하던 십이마령이 동시에 튕겨지듯 물러났다.

하지만 열둘이 아니라 열하나였다.

“이것 봐라?”

“……!”

소청의 손에 목이 잡혀 있는 녹안(綠眼)의 무인.

“혈독(血毒)을 놓아줘라!”

십이마령의 수좌인 흑묘가 날카롭게 외쳤다.

“이름 지은 꼬라지 하고는…… 재미있네. 아주 재미있어. 독마와 흡사한 독기를 풍긴다 이 말이지?”

소청이 싸늘하게 이죽거리며 손에 잡힌 무인의 목을 꺾어 뽑아 버렸다.

우두둑!

“……!”

머리가 뜯겨 버린 혈독의 몸에서 핏물을 대신해 짙은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독이다! 피해라!”

독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마천의 무인들이 그 주위에서 모조리 물러났다.

그것은 십이마령들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아주 좋아. 의외의 방어막이 생겼군.”

혈독의 피는 든든한 방어벽이 되어 주었다.

짙은 독기에 그 누구도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바람에 소청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종리세가 꽤나 준비를 많이 해 놓았었군. 세주들의 대체자를 만들어 놓을 줄이야.”

소청은 손에 잡고 있던 독마를 바닥에 던졌다.

“어쩐지 세주들을 그리 많이 죽였는데도 신경조차 쓰지 않더라니…… 대체자를 만들어 놓았으니 애초에 죽어도 상관없었던 것이군.”

소청의 말에 수마가 믿기 힘든 표정으로 십이마령을 바라보았다.

“그런…….”

“…….”

“어찌 된 일이냐? 어찌 네놈들이 세주들의 무공을 알고 있는 것이냔 말이다!”

수마가 다그치듯이 말했지만 십이마령들은 소청을 노려보고 있을 뿐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 수마가 십이마령들을 향해 나서려는 순간 묵직한 기운을 가진 손 하나가 수마의 어깨를 잡았다.

“호오? 혈독의 독기를 버티다니, 만독불침이었나?”

마종 종리세.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호오? 역시 개를 때리니 주인이 나오는군. 지난번엔 신세가 많았다.”

종리세는 말없이 소청을 지그시 노려보며 걸음을 내딛었다.

“그때 죽지 못한 것이 억울했나? 이곳에 홀로 나타나다니…….”

종리세가 나서자 십이마령들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마천의 무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시…….’

소청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이 생각이 맞았다.

종리세가 직접 나서면 누구도 그의 앞을 가로막지 않는다. 

그것이 불경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무도 종리세가 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소청이 마천을 찾아온 것은 오직 추측에서 기인한 도박이었다.

수만에 달하는 병력, 세주들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진 열두 명의 마인들.

홀로 그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종리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놈을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마천의 본대와 멀어지게 해야 해.’

그를 마천에서 떼어 놓고 시간을 벌어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자신이 음양합일을 이루었다고는 해도 마종은 무황을 죽인 사내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지?”

종리세가 물어왔다.

아직 부족하다.

그의 표정을 봐서는 그저 작은 호기심일 뿐 호승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무슨 생각은…… 그저 미리 알려주러 왔다.”

“알려주러 와?”

“그래.”

소청은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상대의 관심을 자극해야만 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승부였다.

놈이 자신의 의도를 눈치채기 전에…….

-네놈은 전생에 이루지 못한 마천 정벌을 다시 하고 싶겠지.

“…….”

갑작스러운 전음에 종리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종리세는 굳이 전음으로 답하지 않았다.

-내가 마천비고를 찾아갔던 것이 고작 역천의 비밀 따위라고 생각하나?

종리세를 향해 비웃음을 날린 소청은 은밀하게 백회의 기운을 단전에 뒤섞이게 했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역천의 비밀에 대해서는 너도 얼마 전에 알았을 텐데?

종리세의 전음이 소청의 귓가에 닿았다.

소청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싶었다.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육성이 아닌 전음.

놈이 자신의 말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제 거짓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놈이 물고 싶어 하는 미끼를 던지면 된다. 

-그래. 역천의 비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지. 하지만 내가 노린 건 그게 아니었어.

-뭐?

-궁금하겠지. 세 번째 후계자에 불과했던 네놈이 어찌 알겠나?

종리세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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