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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39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239화

238화. 소강의 싸움

 

 

 

 

무황이 그러했듯이 마종 종리세 역시 중원 무인들의 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일단의 무리들이 조를 나누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움직일 생각인가?”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마종, 적들이 움직입니다. 저희가 나설까요?”

“아니, 아직이다.”

“…….”

종리세가 고개를 내젓자 흑묘가 공손하게 물러났다.

그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앙부를 제외한 모든 전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횡진을 이룬 마천의 전선 네 곳.

중앙부를 제외하고 세주들로 하여금 공격하게 한 그곳은 점차 중원 무인들을 몰아붙이며 진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주들을 투입한 전장에는 중원의 절대자들은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오존의 일원인 태존만이 전선의 중앙부에 나타났고, 사도련의 소련주인 혁련휘가 전장을 휩쓸고 있었을 뿐이다.

“전신…….”

종리세의 시선이 멀리 전선의 중앙부에서 마천의 무인들을 학살하는 혁련휘에게 닿았다.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나른한 감상.

당시 무황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혁련휘는 자신이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강했으나, 삼궁의 정수를 얻고 난 지금은 한낱 어린애처럼 보였다.

‘제갈휘문. 그때와 같은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무황이 후방에 남아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했다.

종리세는 제갈휘문의 노림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의 전투는 전생의 마지막 전투와 흡사했다.

중원이 정사연합을 이루고 자신들을 공격했던 그때, 제갈휘문은 똑같은 방법으로 대응했다.

내부의 분열로 인해 두 대공은 마지막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었다.

종리세가 선두에서 이끌고 세주와 그들의 세력만으로 정사 연합군과의 전투가 치러졌다.

그때도 제갈휘문은 고수들을 뒤로 물린 채 기다렸다.

그리고 몇 개의 조를 이룬 고수들을 보내 세주들을 하나씩 죽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구자겸과 백효가 빠진 전장은 통제가 되지 않았고, 수뇌를 잃은 마천은 지리멸렬했다.

당시 두 대공에 비해 무위가 떨어졌던 종리세가 사기를 끌어 올렸으나, 기울어 가는 대세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갈휘문은 그때처럼 자잘한 피해를 무시한 채 세주들을 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마천의 수뇌들을 끊어 냄으로서 승기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종리세 역시 알고 있었다.

언뜻 무인들의 수가 싸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지금의 명산평을 가득 채우고 난전을 펼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소모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적의 핵심 전력.

마천의 핵심은 진소청에 의해 다섯밖에 남지 않은 세주들처럼 보일 것이다. 

분명 세주들이 가진 힘은 그들보다 훨씬 강하다. 

그를 대비해 두 명, 혹은 세 명씩 조를 이루었으니 누가 이길지 모르는 싸움이 될 것이다.

세주들 중 일부, 아니면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들 역시 애초에 소모성 전력에 불과했다.

당장은 충성하고 있으나 자신들의 욕심이 훨씬 더 많은 자들.

처음 역천을 이루고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부터 종리세는 두 대공과 마천의 세주들을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은밀하게 십이마령을 키워 내었다.

세주들과 똑같은 힘을 가진 그들.

중원은 아직 그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세주들을 죽이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단숨에 무너질 것이다.

남은 것은 지켜보는 것이다.

저들과 세주들의 싸움.

누가 이기든 상관없는 싸움.

‘후후…… 파멸이다. 서로 죽이고 죽여라. 세상의 모든 곳을 피 냄새로 채워 놓아라.’

종리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무황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었다.

중원은 지금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하압!”

높이 솟구쳤던 창대가 터질 듯이 응축된 구체를 머금고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콰아아앙!

거친 폭발이 지축을 뒤흔들어 놓았다.

“물러나십시오!”

반경 십장 여를 짓눌러 버린 소강의 외침에 전장에 거대한 틈이 만들어졌다.

전선의 좌측.

소강이 펼친 천뢰충파로 인해 지면이 움푹 파고들어 거대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마천의 무인들은 찢겨 나간 동료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났고, 중원의 무인들은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다른 전장으로 몸을 움직였다.

“크으…….”

갑작스러운 공격을 정통으로 때려 맞은 요마 이옥상은 짜증스럽게 소강을 노려보았다.

단 일격.

약관의 무인이 만들어 낸 흔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충격파를 막아내기 위해 교차했던 양팔의 피부가 너덜거릴 정도로 찢어져 피가 흘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이었다.

공격해 온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튕겨 내려 했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뻗어 나온 기운이 증폭되는가 싶더니 엄청난 폭발을 만들었다.

“이 새끼…… 너 뭐야?”

옷이 찢어지며 투실거리는 살집 곳곳이 터져 피가 흐르는 요마가 짙은 살기를 뿌리며 소강을 노려보았다.

취리릭!

하지만 소강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창대를 휘두르며 요마를 공격해 왔다.

기운을 끌어올릴 틈도 주지 않고 맹렬히 창대를 휘둘러 왔고, 틈틈이 좌우에서 공격해 오는 악이군과 승혜가 그의 몸에 자잘한 상처를 만들었다.

“이것들이!”

열이 뻗친 요마가 거칠게 진각을 밟아 지면을 터트리며 기운을 회오리처럼 뻗었다.

하지만 마치 오랫동안 합격술을 연마해 온 것처럼 세 사람이 빠르게 기운의 범위에서 물러났다가 세 곳의 방위를 점하며 공격해 왔다.

소강이 전면을 맡았고, 악이군과 승혜가 그의 좌우측을 맡았다.

“하압!”

연거푸 뻗어지는 요마의 장력이 셋을 동시에 노렸다.

장력으로 그들을 밀어내고 기운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둘은 요마의 예상대로 공격을 피해 물러났으나. 전면을 공격하는 소강은 달랐다.

파앙!

소강의 발이 지면을 파헤치는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장력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헛!”

눈앞에 있던 소강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요마가 대경한 표정을 지었다.

그 뒤를 이어 물러났던 악이군과 승혜의 창이 교차하며 쏘아져 들어왔다.

“이것들이……!”

잡스럽다 생각한 요마가 사설검을 휘둘러 두 사람을 찢어버리려는 순간, 그의 좌측 후방에서 섬찟한 기운이 느껴져 왔다.

“이런!”

앞보다 뒤가 급했다.

요마는 다급히 사설검을 교차했다.

쩌어엉!

거칠게 휘어져 들어온 창대가 교차한 검의 중심을 때렸다.

“큭!”

기운을 겹겹이 둘렀음에도 검이 휘어버릴 정도의 충격에 요마의 몸이 뒤로 밀려 악이군과 승혜의 창극에 몸을 내민 꼴이 되었다.

파팍!

뱀처럼 교묘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창극이 그의 양쪽 옆구리를 찢어 놓았다.

“이런 썅!”

요마의 눈꼬리가 찢기듯이 치솟아 올랐다. 그의 눈에는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들이었다.

더욱이 자신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란 힘이었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창술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요마의 사설검에 사이한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냐, 어디 한번 계속 까불어 보거라!”

기가 맹렬하게 주입되는 순간 요마의 몸에서 사이한 기운이 흘러나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요마의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 전신에 물방울무늬의 비늘이 가득 채워졌다.

양손에 사설검을 쥐고 허리를 굽힌 그의 모습이 거대한 도마뱀처럼 보인 것은 착각이었을까?

“흐흐흐. 애송이 놈들, 나에게 사환술(蛇換術)을 끌어올릴 시간을 준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깨닫게 해주마.”

“…….”

요마의 변화를 지켜보던 소강은 말없이 창대를 휘돌려 궤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창대가 옆구리에 끼워졌다.

“잡스러운 기술.”

팡!

공기가 찢어졌다.

소청이 그에게 가르친 일보월하.

한 줌의 진기로 강을 넘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고속 이동술이 펼쳐졌다.

깡!

거친 쇳소리.

“……!”

분명히 그의 몸에 닿았다.

그런데 마치 철벽을 때린 것처럼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뱀의 혀처럼 변한 사설검이 밀려난 소강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취릿!

허리를 젖히며 피하는 순간 휘어진 공격이 그의 가슴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큿!”

아릿한 느낌이 전해져 오자 소강이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금 쏘아져 나갔다.

요마는 공격 자체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쉴 새 없이 두들기고 찔러 들어가는 창극을 무시한 채 공격해 왔다.

수십 초가 이어지도록 무수히 많은 공격이 그의 몸에 격중되었으나, 작은 생채기 하나 만들지 못했다.

“큭!”

측면에서 솟구쳐 오르며 찌른 승혜의 창이 요마의 비늘을 긁으며 스쳐 지나가고 사설검이 날카롭게 베어졌다.

승혜의 가슴 언저리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소저!”

악이군이 다급하게 요마의 공격을 막아내며 승혜의 몸을 잡아당겼다.

“흐흐흐, 계속해 봐도 마찬가지다! 그따위 공격으로는 나의 사피(蛇皮)에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소강의 공격뿐 아니라 악이군과 승혜의 공격 또한 통하지 않았다.

‘신체를 강화한 건가?’

공격이 먹히지 않자 뒤로 물러난 소강이 가늘게 뜬 눈으로 요마를 노려보았다.

일반적으로 외공을 강화하는 무공을 철포삼이나 경기공이라 부른다.

분명 놈의 무공은 외공을 극대화한 종류가 틀림없을 것이다.

몇 번을 해봐도 마찬가지다.

악이군과 승혜는 계속된 상처에 점차 지쳐 갔고, 소강 역시 쓸데없이 내공만 소모할 뿐이었다.

‘승부를 봐야 해.’

소강은 창대에 담았던 단전의 기운을 회수했다.

‘외부가 안된다면…….’

소강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기운을 담지 못한 공격은 요마의 몸에 상처는커녕 작은 떨림조차 만들어 내지 못했다.

소강이 노리고 있는 것은 파고들 틈이었다.

공격의 위력은 약했으나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이동하며 휘둘러지는 팔괘창법으로 그를 쉬지 않고 괴롭혀 대었다.

그리고 소강을 잡지 못하는 요마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 그의 동작이 커졌다.

“하압!”

강렬한 기운을 뿜어 악이군과 승혜를 밀어버린 요마가 소강에게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동작에서 소강은 단 한 순간의 틈을 발견하고 창극을 찔렀다.

쉬익! 가가각!

창극이 요마의 피부를 긁으며 스치는 소리가 귀를 따갑게 울렸다.

전면을 향해 다가오는 소강의 머리를 향해 요마의 일장이 뻗어졌다.

하지만 그의 장력이 소강의 머리를 때리려는 순간,

‘지금!’

소강이 원했던 순간이었다.

요마의 일장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던 소강이 급히 고개를 꺾었다.

뻗어진 손바닥과 기운이 그의 귓가를 스치며 섬뜩함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스친 것뿐이다.

후웅!

요마의 손이 허공을 때리는 순간 소강의 일장이 그의 늑골 아래를 향해 매섭게 뻗어 나갔다.

쩡!

둔탁한 격타음과 함께 되려 소강은 팔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놈! 몇 번을 해도…….”

그 순간.

소강의 손에서 막대한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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