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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05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205화

204화. 서로가 서로를 속이다

 

 

 

 

소청의 몸에 상처가 생기듯 백괴와 추련화의 몸에서도 제법 많은 상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언뜻 밀리는 듯이 보였으나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들의 기감에서 사라져 사각을 공격하니 백괴와 추련화가 좀처럼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쯧, 멍청한 것들……. 고작 은신술 하나만 믿고 있는 놈을…….’

서량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까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비키거라!”

소청이 또다시 모습을 숨기는 순간 백괴와 추련화의 사이로 뛰어든 서량이 극음지기를 뿜어내었다.

꽈드드드…….

엄청난 한기의 폭풍이 뿜어져 나왔고 그를 중심으로 반경 십여 장의 공간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의 힘이 가진 한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던 백괴와 추련화가 급히 범위 밖으로 물러났다.

“놈! 거기냐!”

한기로 바닥을 얼리고 공간을 지배해 버린 서량이 이질적인 느낌을 느끼는 순간 일장을 뿜어내었다.

쩌어엉!

“크윽!”

은신술로 숨어 있던 소청이 황급히 튀어나와 서량의 일장을 맞고 뒷걸음질 쳤다.

“뛰어난 살수의 기술이다만 내 눈을 피할 수는 없다!”

“……!”

소청이 일그러진 눈으로 서량을 노려보았다.

극음의 기운을 품은 일장에 얻어맞은 팔이 허옇게 얼어붙었다.

“후우……. 합!”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고른 소청이 기운을 뿜어내자 팔에 파란 불꽃이 일어나 한기를 날려 버렸다.

“호오? 제법이구나. 극음지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뛰어난 열양공을 익히고 있었구나.”

감탄하듯 말했지만 서량의 얼굴에 지어진 것은 비웃음이었다.

“백괴!”

“예, 동주님!”

“시간이 지체되었다. 도망친 놈들이 다시 전선을 이루게 해서는 안 된다. 이놈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서둘러 놈들을 뒤쫓아라!”

“알겠습니다!”

백괴는 조금의 반문도 없이 명령을 받고 뛰어갔다.

서량이 자신의 기운을 뿜어낸 이상 빙마동의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잘못 휩쓸리면 한순간에 얼음 조각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동주님 안 됩니…….”

“닥쳐라!”

쩌저저적!

추련화가 재차 말을 하려는 순간 서량이 거칠게 일갈을 내질렀다.

새하얀 기파가 그녀의 전방을 모조리 얼려 버렸다.

“보고도 모르겠느냐? 고작 편법이나 쓰는 놈에게 휘둘리다니…….”

“…….”

“보거라. 내, 눈앞에서 놈을 죽여 줄 터이니…….”

기세가 오른 서량이 소청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량의 한기가 칼날처럼 뻗어 나갔고 소청은 급히 창대를 휘둘러 막았다.

까아앙!

“크윽!”

소청은 또다시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

자신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 낸 소청의 모습에 서량이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꽈득, 꽈득…….

그의 손안에서 한기가 뿜어지더니 대기 중에 퍼져 있던 수분이 얼어붙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극음지기가 만들어 낸 수십 개의 얼음 창.

금강섬모를 뽑아낼 필요도 없었다. 위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서량은 그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 자신했다.

“네놈이 언제까지 피해 다니는지 보겠다.”

슈슈슈슉!

서량이 손을 뻗자 수십 개의 얼음 창이 소청을 향해 쾌속하게 날아갔다.

파삭, 파사삭! 팍!

얼음 창의 공격에 소청이 열심히 피해 다녔지만, 점차 그 공격에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겨우 그 정도더냐?”

서량은 소청을 비웃으며 양손을 뻗어 이전의 두 배나 되는 수의 얼음 창을 허공에 만들어 내었다.

“그만 죽어라!”

양손이 동시에 뻗어지는 순간 소청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파파팍!

얼음 조각이 빼곡하게 바닥에 박혔다.

하지만 시체가 없었다.

“……!”

서량은 한기를 사방으로 퍼트려 급히 그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푸욱!

추련화의 눈이 부릅뜨였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과 함께 그녀의 가슴 사이로 솟구치는 예리한 창날.

“끄으윽…….”

뒤늦은 신음에 서량의 시선이 추련화를 향했다.

“커헉!”

추련화의 입에서 핏물이 토해져 나오고 그녀의 등 뒤에서 싸늘하게 웃고 있는 소청의 모습이 보였다.

“이, 이놈!”

서량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주 잠시 자신의 기감에서 사라진 순간의 놀람보다는 자신의 앞에서 수하가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감히……!”

서량이 핏발이 돋은 눈으로 소청을 바라보았다.

소청은 추련화를 창에 끼워 들어 올린 채 숨을 헐떡거렸다.

“허억, 허억…….”

“네놈이…….”

서량의 분노에 한기가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쩍쩍 얼어붙었다.

소청은 추련화의 몸으로 자신을 방어한 채로 다가오는 만큼 뒷걸음질 쳤다.

소청의 창대가 움직여 가슴을 휘저어 놓을 때마다 추련화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네놈, 감히 추련화를 방패 삼아 보겠다는 것이냐?”

“어차피 네놈도 이년을 죽이려던 것이 아니었나?”

“…….”

“네놈을 죽일 수 없다면 이년이라도 죽여야겠다.”

소청의 눈동자가 새파란 귀기를 뿜어내었다.

“놈, 오냐. 좋다. 그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짓인지 깨닫게 해 주마.”

서량이 온 힘을 끌어 올려 쌍장을 뻗었다.

콰드드득!

거친 한기를 머금은 장력이 대기자체를 얼려 놓으며 소청과 추련화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잘 가라.”

소청의 속삭임이 추련화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네, 네놈…….”

추련화의 눈이 부릅뜨였다.

위기의 순간을 느낀 자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여유로웠다.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놈은 지금까지 서량을 완전히 끌어들이기 위해 연극을 한 것이다.

“이…… 이!”

추련화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가슴 사이에서 느껴지던 창날이 빠져나갔다.

푸학!

“끄르륵!”

그녀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가슴에서 핏물이 솟구쳐 올랐다.

쩌저저적!

솟구치던 피가 허공에 멈춰 버렸다.

아니 장력에 강타당하는 순간 지독한 한기에 핏물이 얼어붙었고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 조각이 되어 버렸다.

우두둑. 파삭!

중심을 잃어버린 추련화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며 산산이 조각났다.

“…….”

추련화가 죽는 순간 서량의 눈동자가 그녀의 뒤편을 향했다.

장력이 강타되는 순간 빠져나가는 소청의 모습이 그의 눈동자에 선명히 그려졌다.

“놈! 놓칠 것 같으냐!”

파앙!

서량은 추련화의 죽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공격을 피해 도망친 소청으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을 뿐이었다.

“멍청하기가 멧돼지 같은 놈이군. 앞만 보고 달려 주니 오히려 잘되었다.”

소청은 악귀 같은 얼굴로 자신을 따라오는 서량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쯤 휘가 대막에서 물러나며 적을 유인하고 있겠지. 일단 대막을 넘겨준다.’

더는 서량을 유인할 필요는 없었다.

파앙!

소청은 나뭇가지를 밟고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이놈…….”

일순간 소청의 모습이 사라져 버리자 서량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뒤돌아섰다. 굳이 놈을 뒤쫓을 필요가 없었다.

서둘러 대막혈궁을 손에 넣고 남하하는 본진에 소식을 전해야 했다.

 

* * *

 

“대공! 빙마동주에게서 온 전갈입니다.”

전서구를 받아 든 전령이 황급히 다가와 백효의 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내민 쪽지를 받아 든 백효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빙마동이 벌써 대막혈궁을 손에 넣었다는군.”

백효가 옆에서 함께 말을 달리는 북해빙궁주 미여령을 칭찬하듯이 바라보자 그녀가 살포시 웃으며 교태를 부렸다.

“저를 칭찬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가 대공님의 은혜로 인한 승전입니다.”

“겸양이 지나치군. 그들에게 내려진 금제를 이용하자 했던 것이 자네가 아닌가.”

“홋홋홋. 저야 그저 대공을 돕고자 조언을 드린 것뿐이지요. 그들은 만년빙정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미여령의 환한 미소에 백효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그녀는 북해빙궁의 궁주였다.

하지만 빙궁이라는 세력보다 자신을 위해 더욱 충성하고 있었다.

빙마동의 괴인들에게 약속한 금제인 만년빙정.

그것은 거짓 약속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만년빙정은 그저 흔하디흔한 돌 조각이 돼 버린 지 오래였다.

빙마동의 무인들은 그것이 북해빙궁의 보고에 잠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마종이 십만대산을 떠나 삼궁의 정수 중 가장 먼저 취한 것이 만년빙정이었다.

그 안에 담긴 극음지기는 모조리 마종에게 흡수되었다.

“그들이 만년빙정의 극음지기가 사라진 걸 알면 난리가 날 일이군.”

백효가 피식 웃자 미여령이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난리랄 것이 무에 있을까요? 저들에게 약속한 것은 만년빙정이었지 그 안에 담긴 극음지기는 아니었습니다.”

“큭큭, 말장난으로 저들을 이용한 셈이군.”

미여령의 말에 백효가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도 대단하구만, 빙마동은 빙궁의 육패(六覇) 중의 하나인데 거짓된 금제로 그들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대공, 그들은 그저 성성이 떼입니다. 어찌 사람과 같다 하겠습니까? 북해빙궁의 어느 패주들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들을 선발대로 보낸 것인가?”

“선발대는 전공을 세우기 쉬운 자리이나 그만큼 피해를 보기도 쉽습니다. 빙마동이 멍청한 족속들이기는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으니 제일 적격이지요.”

“흠, 그렇군. 그들이 대막혈궁을 손에 넣었으니 자네의 생각이 주효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모양입니다. 모두가 대공을 위한 마음임을 알아주시길…….”

미여령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백효의 마음이 흡족해졌다.

그들이 북해를 떠나온 것은 혈승의 계획 때문이었다.

중원 무림에 빼앗긴 대막혈궁을 되찾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혈승은 마궁과 함께 동시에 중원무림을 공격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혈승은 죽었고…… 이제 어찌한다?’

백효가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의 옆에서 말을 달리는 무표정한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파군의 전언을 가져온 사내.

파군 용유명이 보내긴 했으나 백효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역천대공 구자겸도, 혈승과 마궁도 열두 세주들도 알지 못하는 그의 정체는 마종 종리세가 직접 기른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한 무인보다 못할 정도로 약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마천의 인물이라면 은연중에 스며 나오는 마기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자네 이름이 뭐라 했지?”

“운(雲)입니다.”

“운이라…… 마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군.”

“…….”

백효는 그의 이름을 물어보곤 피식 웃었다.

운.

십 년 전 마종이 빙궁을 떠나 중원에 들어왔을 때도 그의 곁엔 항상 그가 있었다.

북해, 대막, 토번. 그리고 열두 세력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

마천에 그런 자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도 이름을 물었었고 그는 ‘운’이라 대답했었다.

‘마종께서 참 재미있는 놈들을 만들어 놓으셨어.’

백효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마종은 자신들을 믿지 않았다.

열두 세주들 중 누가 죽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마천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혈기에 넘치는 멍청한 구자겸이나 노망난 혈승은 알지 못 하는 일이었지만, 백효는 알고 있었다.

북해에서 ‘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인을 본 순간부터 마종을 주도면밀하게 살펴 왔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마종에게 또 다른 세력이 있음을

마천 안에 숨은 또 다른 마천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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