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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202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202화

201화. 후위를 공격하다

 

 

 

 

“흐흐흐……. 놈들이 후퇴하고 있다고?”

“예. 빙동마령들께서 싸우신 몇 이외에 추가로 증원된 병력은 없는 듯했습니다. 또한, 대막의 입구로 가는 길목에 병력이 나서고 있으나 어제보다 매우 적은 수입니다.”

“여력이 없었겠지.”

밤새 대막혈궁을 살피고 있던 오등의 보고에 빙마동주 서량이 음산하게 웃었다.

“동주님, 좀 더 상황을 보셔야 합니다. 지원군이 온 상태에서 후퇴라니? 저들의 간계일지도 모릅니다.”

지원군이 오자마자 후퇴를 결정하는 그들의 움직임에 추련화가 불안감을 느낀 표정으로 말하자 서량이 매서운 눈을 빛냈다.

“닥쳐라!”

“…….”

“추가 병력이 온다면 지금이 더 적절한 시기다. 놈들의 증원이 오기 전에 선발대의 모든 전력을 투입해 대막혈궁을 되찾는다.”

서량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금제를 끝낼 시간이다. 후대를 위해 진격한다. 만년빙정을 되찾아 찬란했던 빙마동의 역사를 다시 시작한다!”

서량의 뒤로 일천에 달하는 빙마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거라! 중원의 잡졸들에게 우리 북해의 무서움을 보여 주어라!”

쿠아아!

빙마동의 괴인들이 괴성을 질러 대며 대막혈궁으로 가는 길목을 향해 달렸다.

그들에게 대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빙마동주를 따라 거칠게 달리는 그들은 무리 지은 짐승 떼 같았다.

 

그리고 멀리서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군.”

선두에 선 소청과 방효곤, 그리고 소강을 포함한 별동대였다.

아침 일찍 출발한 그들은 경로를 우회해 그들이 진을 친 외곽에 숨어 대기하고 있었다.

“형님, 어찌할까요? 곧바로 뒤를 칠까요?”

“아니. 기다린다. 일단은 지켜보기만 하고 천천히 뒤따른다.”

“지켜보기만 하는 건가요?”

“그래. 휘가 퇴각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큰 피해는 없을 거야.”

“…….”

소청은 혁련휘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소강은 가끔 그런 둘의 모습에 질투를 느꼈다. 자신에게도 그런 신뢰를 보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든든하기만 한 형은 자신을 보호하려고만 했다. 위험으로 내몰지 않고 울타리 속에서만 싸우게 했다.

소강은 그런 것이 싫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별동대와 함께 훈련하면서도 뒤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몸을 움직였다.

형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 형의 신뢰를 좀 더 얻기 위해서…….

“효곤!”

“예?”

“지금부터 너는 적들의 연락선만 노려라.”

“연락선이라면?”

“저런 식의 진격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열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다. 분명 대열 간에 연락을 취하는 놈이 여럿 배치되어 있을 거야. 놈들과 만나면 가장 먼저 그놈부터 죽여.”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방효곤의 궁술이 가장 적합했다.

더욱이 방효곤 정도의 궁술이라면 연락선을 맡은 무인 정도는 단번에 꿰뚫어 버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부탁하지.”

응? 명령이 아닌 부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방효곤은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부탁만일 리가 없었다.

“지금부터 적을 뒤따른다. 뒤처지는 놈들을 잡아 거리를 두고 섬멸한다.”

“예!”

빙마동의 괴인들의 후미가 그들을 지나쳐 갈 때쯤 소청 일행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서둘러라! 동주님과 거리가 너무 벌어졌다.”

상처를 입고 이백여 명이나 되는 후위를 이끌게 된 거웅이 수하들을 채근했다.

이미 빙마동주를 비롯해 나머지 빙동마령들이 이끄는 대열이 저 멀리 앞서가 버렸다.

항상 최전선에서 싸워 왔던 그로서는 부상으로 인해 후위로 밀려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록 냉악이 죽기는 했으나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빙동마령들은 건재했다.

으드득!

모든 것이 그 창을 쓰는 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격중당한 그의 공격이 그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망할 놈!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대갈통을 으깨 주마.’

소강을 생각하니 가슴의 상처가 더욱 아려 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 전공을 모두 빼앗길 셈이냐! 평천! 동주님께 우리의 위치를…….”

순간 명령을 내리려 했던 평천의 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그가 피를 뿜으며 땅바닥에 처박혀 굴렀다.

“……!”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들의 뒤를 십여 명의 무인들이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소강과 별동대의 무인들이었다.

콰아앙!

순식간에 다가온 그들이 후미와 격돌했다.

빙마동의 무인들 사이를 파고들어 학살을 시작한 무리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검은 창 월영을 든 소강.

자신의 가슴에 진한 상처를 남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거웅의 눈에 핏발이 솟구쳤다.

“놈!”

거웅이 나아가던 걸음을 되돌려 소강을 향해 달리자 진격하던 대열의 속도가 둔화되었다.

“적이다! 놈들을 죽여라!”

부지불식간에 습격을 당한 빙마동의 괴인들이 당황한 틈을 타 별동대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그들의 중심을 관통했다.

“효곤! 좌측 후방!”

소청의 말에 방효곤이 시위를 당기자마자 놓았다.

핑!

시위에 걸린 기운이 떠남과 동시에 또다시 시위가 당겨졌다.

찌이익!

“머뭇거리지 마! 계속해서 당겨!”

소청의 고함에 방효곤은 도무지 쉴 틈이 없었다.

핑! 피피핑!

별동대의 무인을 엄호하며 미친 듯이 당겨 댄 시위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마다 빙마동의 괴인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빡!

“으윽!”

소청이 방효곤의 머리를 때렸다.

“정신 차려! 지금 네가 제일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놓치는 순간 후위의 소식이 전해지면 계략이 물거품이 된다!”

“알겠습니다.”

 

이백 대 아홉의 싸움.

그 수에서는 밀리는 싸움이었지만 어려운 싸움은 아니었다.

기습은 성공적이었고 후위로 밀린 이들의 무공은 그리 높지 못했다.

빙마동의 괴인들은 모두가 백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빙동마령들처럼 가죽이 튼튼하지 못했다.

쇠붙이처럼 단단하긴 했지만 별동대의 무인들의 공격은 그들의 몸을 여지없이 잘라 놓고 있었다.

거웅의 눈에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별동대의 무인들에 의해 빙마동의 무인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그의 눈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소강의 얼굴만이 보였다.

“이야압!”

극음지기를 머금은 주먹이 거칠게 뻗어졌다.

따아앙!

소강은 창대를 튕겨 거웅의 주먹을 내며 물러났다.

하지만 거웅은 곧바로 지면을 밟아 몸을 날리며 소강의 상단을 노렸다.

날카로운 손톱이 세워져 마구잡이로 할퀴어 왔지만 일보월하를 앞세운 소강의 몸에 상처를 낼 수는 없었다.

“놈! 쥐새끼처럼 도망치지 마라!”

자꾸만 헛손질하게 되자 거웅이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콱!

양손으로 털을 움켜쥔 거웅이 소강이 있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던졌다.

파앙!

소강은 굳이 거웅을 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많은 적을 죽이는 것이었다.

거웅은 그저 많은 적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소강이 빠르게 빙마동의 괴인들 틈으로 파고들자 거웅이 날린 비침이 같은 편의 몸에 틀어박혔다.

난전이 펼쳐진 상황이었다.

적은 소수였고 대부분이 아군인 상황에서 대책 없이 날린 암기는 같은 편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었다.

“비켜라! 이 멍청한 놈들아!”

암기가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웅이 소강의 몸을 뒤쫓았다.

하지만 자꾸만 빙마동의 무인들이 거치적거렸다.

“이런 젠장!”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거웅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로막는 제 부하들을 쳐 내며 소강의 뒤를 쫓았다.

“이야압!”

소강이 서너 명의 무인들에 의해 주춤거리는 사이 거웅이 훌쩍 솟구쳐 올랐다가 양손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콰아앙!

소강은 퇴보를 밟으며 지면을 스치듯이 물러났다.

짜자자작!

거웅의 손톱이 소강과 마주했던 빙마동의 괴인들을 찢어 버렸다.

“…….”

소강이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거웅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런 쥐새끼…….”

파앙!

지면을 박찬 소강의 몸이 사라졌다.

“……!”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에 거웅은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향해 고개를 휙휙 돌렸다.

그리고.

좌측에서 나타난 소강의 싸늘한 눈동자와 마주했다.

쩌어어억!

옆구리를 파고드는 창대.

꾸우우우…….

짓눌렸다.

극음지기를 일으킬 새도 없이 창대가 그의 근육을 파고들어 척추뼈를 강타했다.

“크윽!”

허리를 꺾으며 비명을 토한 거웅은 창대를 통해 막대한 힘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그의 몸을 때렸다.

거웅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났다.

그리고 거웅의 육신이 그 충격을 줄였음에도 퍼져 나간 충격파가 소강의 주위에 있던 빙마동의 괴인들을 휩쓸어 버렸다.

“으으으…….”

반경 오 장여가 초토화되었다.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빙마동의 괴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핏물과 육편 조각만이 가득했다.

파앙!

소강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만들어 낸 처참한 광경을 음미하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많은 적을 죽이는 데 집중했다.

후위를 이끌던 거웅이 죽고 이백의 무인들은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가 줄어 갈수록 쓰러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콰직!

마지막 한 명, 쓰러진 빙마동 괴인의 머리에 창극이 꽂혔다.

“후우, 후우…….”

소강이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창극을 뽑아 올렸다.

악이군, 승혜, 언청연, 서문란…….

모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들이 만들어 낸 광경 속에 서 있었다. 온몸에 피 칠을 한 채로…….

이백…….

빙마궁의 괴인 중 생존자는 없었다.

첫 번째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야. 몸을 숨긴다. 다음 싸움을 위해 최대한 기운을 회복해!”

칭찬 따위는 없었다.

아니, 굳이 칭찬 따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누가 얼마나 잘 죽였다고 자랑하기 힘든 살육.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소청이 담담하게 말하고 몸을 날렸고 별동대와 방효곤은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 * *

 

소청이 후위를 공격하는 사이 혁련휘와 별동대, 섬뢰와 뇌령도문은 빙마동주 서량이 이끄는 본대와 전투를 치열하게 이어 가고 있었다.

“이야압!”

휘리링! 콰아앙!

황보인의 주먹이 거센 회오리를 만들어 내며 다가오는 무인 셋을 모조리 뭉개 버렸다.

와류투공을 천왕삼권에 섞은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그의 일권이 펼쳐질 때마다 빙마동의 괴인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옥명자, 서문중걸, 황보인…….

세 사람의 무공은 별동대의 무인들 중 단연 압권이라 할 만했다.

섬뢰가 그들이 빙마동의 괴인들을 공격하는 모습에 입을 벌리고 놀랄 정도였다.

“이만하면 대충 버틴 것 같은데요?”

전투에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 전세를 지켜보던 혁련휘가 섬뢰를 향해 말했다.

“고작 이 정도로 말인가?”

“예. 일단은 내어 주고 대막혈궁까지 물러나야 합니다.”

“음. 알겠네.”

혁련휘의 퇴각 명령에 섬뢰가 고개를 끄덕였다.

뿌우우우~!

섬뢰의 신호와 함께 뿔피리가 울려 퍼지자 뇌령도문의 무인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쳇!”

자신의 일취월장한 무공에 잔뜩 신이 나 있던 황보인은 퇴각 신호에 얼굴을 찡그렸다.

소강과 악이군 등이 싸웠다는 빙동마령과 싸우고 싶었는데…….

“황보 형! 서둘러 움직입시다!”

서문중걸과 옥명자가 퇴각하는 뇌령도문의 무인을 지키며 물러나고 있었다.

“예! 갑니다,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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