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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84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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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월진천 184화

183화. 무황을 찾아가다

 

 

 

 

“자 자, 모두 조용히 해 주십시오.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작을 운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희만 해도 하오문과 묵영단, 새로 만들어진 개방을 동원해 저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지 않습니까?”

제갈휘문이 소란을 진정시키며 말을 꺼냈다.

“저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단은…….”

제갈휘문이 무어라 말하려는데 소청이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진가의 소생이 무림의 여러 어른들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소청은 평소답지 않게 잔뜩 예의를 차렸다.

웬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는 그의 모습에 제갈휘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황을 바라보았다.

무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곳저곳에서 소청을 향해 말했다.

“헛헛, 무림의 영웅인 자네가 말한다는데 누가 막겠는가?”

“말해 보시게.”

시선이 집중되고 모두가 귀를 기울이자 소청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하나 묻겠습니다. 어디서 어디까지의 세작에 대해서 처리하실 계획입니까?”

“…….”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수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하오문의 소문주이신 우진혜 여협에게 묻지요.”

갑자기 자신을 지목하자 우진혜가 커다란 눈을 끔벅거리며 소청을 바라보았다.

“하오문의 정보원들은 모두 하오문도입니까?”

“예? 그건…….”

“아니겠지요.”

소청이 낮고 느린 음성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어 갔다.

“하오문의 정보원들은 실상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저 수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사는 것뿐이지요. 대부분이 그저 돈을 얻기 위해 사소한 정보를 값을 받고 팔고 있는 겁니다. 한 끼 밥값을 벌기 위해, 아이에게 당과 하나 사 주기 위해…….”

낮고 느리게 이어지는 소청의 말이 웅성거림을 잦아들게 했다.

“그들을 모두 마천의 세작이라 여겨야 합니까? 정보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소청의 시선이 황보숭을 향했다.

“그, 그건…….”

“세작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마천의 세작이 될 수도 있고 중원의 세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

모두가 소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세작보다는 저들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집중된 저들의 세력에 비해 분산된 중원의 전력은 약합니다.”

“진 공자의 말이 옳습니다.”

제갈휘문이 소청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들에게 대비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정사 연맹이 결성되었다고는 하나 부족한 전력입니다.”

“그럼 어찌한단 말이오? 세작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낱낱이 알릴 것인데?”

“물론 세작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각 파에서는 일단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사들이는 자들을 은밀하게 파악해 주십시오.”

“파악만 하는 것인가?”

“예. 저들은 우리의 정보를 반드시 마천에 알려야 합니다.”

“…….”

“우리가 전력을 서천맹에 집중하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합니다.”

회의장에 모인 수뇌들은 제갈휘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해가 내려오고 있다.

혈승이 무림에 들어왔을 때부터 한 달여 이상이 지났으니 이제 다섯 달 정도가 남은 셈이었다.

그리고 서천맹을 공격했던 대막의 전력은 이만에 달했다.

“북천맹을 버리려는 것이오?”

사도련의 수뇌가 일어나 묻자 무황이 손을 저어 말을 막았다.

“군사의 말을 끝까지 들으라.”

무황의 말에 다시 좌중에 침묵이 흐르고 제갈휘문을 향해 시선이 집중되었다.

“일단은 저들이 깔아 놓은 세작들에게 그리 보여 줌으로써 마궁의 움직임을 봉쇄합니다.”

“…….”

“어차피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는 북천맹과 서천맹 두 곳 모두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옳은 말이었다.

북천맹의 전력은 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만약 북해에서 내려오는 병력의 수가 대막과 동일하다면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전력을 서천맹으로 집중시키는 대신 별동대와 선별된 고수들을 은밀하게 북천맹으로 보냅니다.”

“별동대를?”

좌중의 시선이 제갈휘문에게서 소청과 혁련휘에게 닿았다.

‘이런 젠장, 또 나를 부려 먹을 생각이군.’

소청이 살짝 찡그린 눈으로 제갈휘문을 쏘아보았지만, 그는 일부러 눈을 피하고 있었다.

“저들의 수가 많다 해서 많은 수의 무인을 배치하면 피해만 늘어날 뿐입니다.”

“…….”

“아무래도 별동대를 이용해 치고 빠진다면 북해의 전력을 계속해서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저들을 몰살합니다.”

“하긴 그리되면 피해는 확실히 적어지겠군.”

누군가의 말에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랑비에 옷이 젓는 법이다.

소수 정예로 구성된 별동대로 치고 빠져 적들의 수를 줄여 나가서 상대하면 대규모의 전투는 없을 것이고 죽어 가는 무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흠,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인 게군.”

“그렇습니다. 저들의 시선을 서천맹에 집중시키고 진짜 고수들은 북해를 상대하는 것이지요. 지극히 단순한 수이지만 충분히 저들을 속일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제갈휘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저들의 세작들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것이군.”

“예. 그렇기에 세작들은 동향만 파악해 둡니다. 그리고 북해와 전쟁이 시작되면 일시에 몰살할 것입니다.”

“…….”

“지금부터 대대적인 재편성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연맹의 지시를 따라주시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반드시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비밀에 부쳐 주십시오. 그 어떤 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알겠소.”

그 후부터 세세한 병력의 배치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갔지만 소청과 혁련휘의 역할을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밤새 이어진 회의는 그렇게 결론이 났고 모두가 빠르게 자파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 * *

 

다음 날 아침.

수뇌들이 빠져나간 뒤 소청과 혁련휘는 청초각으로 불려 갔다. 제갈휘문과 우진혜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리 부른 것은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거겠지?”

소청의 말에 제갈휘문이 빙그레 웃었다.

“맞네.”

“여전히 음흉하군.”

“우 선주에게 부탁해 오늘 회의장에 모인 이들의 주변을 감시하라 했네.”

정사 연맹이 결성된 이후 묵영단과 개방, 하오문의 정보 조직을 통합해 새로이 흑선을 조직하고 우진혜에게 맡겼다.

그렇기에 제갈휘문은 그녀를 ‘선주’라 부르고 있었다.

“그렇군.”

소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작은 어느 곳에나 있는 법이다. 그것은 각 파의 수장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었다.

굳이 그들이 아니더라도 분명 주위에는 세작이 있을 것이다.

제갈휘문이 회의에서 말한 내용은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초사와 비마대를 써야겠네.”

“그들을 살수로 쓸 생각인가?”

“그래. 이 중원에서 자네가 직접 훈련시킨 그들만큼 뛰어난 은신술을 가진 자들은 없으니까.”

제갈휘문의 말에 혁련휘가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사와 비마대의 은신 능력에 대해서는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만약 오늘 회의장에 모인 이들이나 그들의 주위에도 세작이 있다면 반드시 죽여야 하네.”

“잔인해졌군.”

“그래. 나는 이번 싸움이 중원 무림의 존폐를 결정할 것이라 보네. 마궁이든 북해든 하나만 무너뜨린다면 그 이후는 한 곳에만 집중해도 될 테니까.”

“음, 좋아. 그렇게 하지. 하지만 초사는 제외시켜 줘.”

“팔 때문인가?”

제갈휘문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싸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야.”

소청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빼 달라 청하는 것만으로도 초사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초사는 자네가 알아서 해 주게.”

“고마워.”

“고맙긴. 오히려 항상 내가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네.”

“참, 혹시나 좌수를 쓰는 검법서를 구할 수 있을까?”

분명 초사를 위한 것일 터였다.

“그에게 가르칠 생각인가?”

“맞아. 무인으로 일평생을 살았으니 다른 걸 하긴 힘들 거야. 함께 싸운 자를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지.”

“알겠네. 그리하지.”

“고마워.”

소청의 부탁에 제갈휘문이 빙긋이 웃었다.

“다른 일은?”

“이번 계획을 성공시키자면 이번 싸움은 소수 정예의 실력에 따라 좌우되겠지?”

“맞네.”

“그럼 훈련을 시켜야지.”

“훈련?”

“그래. 좀 더 강하게 다듬어 놓을 생각이야. 남은 두세 달 동안…….”

“두세 달로 충분하겠는가?”

두 달 만에 갑자기 무인들의 힘이 강해질 수는 없었다.

“충분하지. 알다시피 일정한 경지에 이른 자들이라면 하루아침에 깨달음을 얻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순간의 발전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지.”

“하지만 깨달음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오진 않을 것인데…….”

“쉽게 오게 만들면 돼.”

“…….”

제갈휘문은 무척이나 의아했지만, 따로 묻지 않았다.

필시 소청에게 계획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혹시 속명단을 구할 수 있나?”

속명단은 상처가 중한 사람에게 응급 처치할 때 사용하는 단약으로 무인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내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소청이나 별동대에 소속된 무인들이라면 그 정도의 단약으로는 내력의 일 할조차도 회복하지 못할 것인데…….

“구할 수야 있네만…….”

“그럼 가능한 한 많이 구해 줘. 스무 명 정도가 한두 달 정도 사용할 만큼 많이…….”

“아, 알겠네.”

대답해 놓고도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흐흐흐, 앞으로 곡소리가 좀 더 나야 하거든…….”

“…….”

왠지 소청의 음성이 음산해지고 얼굴 표정이 잔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난 무황 어른을 좀 뵙고 갈 테니까, 서천맹에 있는 별동대에게는 소식을 대신 보내 줘. 지금부터 밤낮가리지 말고 이곳으로 달려오라고 말이야.”

“알겠네.”

대화가 끝난 소청이 혁련휘와 함께 청초각을 나서려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리고 서신에 꼭 써 줘. 늦게 오면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

 

청초각을 빠져나온 소청은 곧바로 무황의 거처로 향했다.

“근데 스승님은 왜 뵈려고 하는가?”

“뭣 좀 여쭤볼 것도 있고, 부탁드릴 것도 있고.”

“흠, 바로 돌아갈 줄 알았더니…….”

“그래. 어차피 악이군과 승혜에게 준 군자산의 효능은 앞으로 아홉 시진은 더 지속될 테니까. 기다리는 동안…….”

혁련휘는 그 순간 소청이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있는 것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스승님께는 무얼 부탁할 참인가?”

“대련.”

“대련?”

“그래. 무황께서는 과거에 마종과 싸워 본 경험이 있으시니 지금의 나와 얼마나 차이가 나나 확인해 보고 싶어.”

“아, 그렇군.”

혁련휘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굴에 한 줄기 어둠이 서려 있었다.

소청에게는 말할 수가 없는…….

“근데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응? 아, 아닐세. 가세. 모처럼 스승님과 차나 한잔 마실 겸.”

“…….”

마치 뭔가를 들킨 것처럼 앞서 걷는 혁련휘의 모습에 소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혈랑대의 무인들이 지키고 있는 무황의 거처에 도착했다.

정사 무림 연맹, 진룡각(眞龍閣).

소청과 혁련휘가 도착하자 혈랑대의 무인들이 공손하게 인사를 해 왔다.

“소련주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다. 스승님은 안에 계시나?”

“예. 회의에서 돌아오셔서 잠시 쉬고 계십니다.”

“기별을 넣어라.”

“예!”

안으로 들어갔던 무인이 돌아오자 진룡각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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