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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73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73화

172화. 혼자보단 둘이 낫잖아?

 

 

 

 

알아내야 한다.

그들이 무슨 작당을 꾸미는지 알아야만 했다.

초사는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뒤집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혈승과 싸울 순 없어도 이목을 피할 수는 있으리라.

-모두 잘 들어라. 지금 즉시 패월께 혈승이 금마강을 만나고 있음을 알려라.

-예? 대주께선?

-나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야겠다. 그리고 혈승을 뒤쫓겠다.

-…….

지금 있는 비마대원 중에는 초사의 은신술과 경공이 가장 뛰어났다.

만약 지금 혈승을 놓친다면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반드시 그의 행적을 파악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했다.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모두 잘 들어라. 애초에 우리 비마대는 마천을 뿌리 뽑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제갈 군사에게 맡긴 목숨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이 없던 비마대원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초사가 가장 적임자였다.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빨리 패월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지붕을 훌쩍 뛰어넘어 사라지는 비마대원들을 보며 초사는 은밀하게 금마강의 저택 안으로 숨어들어 갔다.

지키고 있는 자들이 많았기에 은신 능력을 극도로 발휘해야만 했고 접근에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드러난 존재 이외에도 수많은 은신자들이 살기를 머금은 채 곳곳에 숨어 있었다.

그들을 피해 조금씩 조금씩 안으로 들어간 초사는 점점 더 조여 오는 압박감에 기운을 감추고 최소한의 호흡만 사용했다.

달리던 것이 걷게 되고 걷던 것이 기게 되었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멀었다.

‘들리지 않는다. 반드시 저들의 대화를 들어야 한다.’

예민하게 펼쳐진 그의 감각에 혈승의 기척이 미세하게 느껴져 왔다.

역천대공 구자겸, 패월 진소청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무위를 가진 그였다.

그가 사방으로 퍼트려 놓은 기감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집중이 한순간이라도 끊어지면 발각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초사는 귀식대법을 펼쳐 몸의 모든 활동을 정지시켰다. 심장 소리가 잦아들고 펄떡이던 혈맥이 잔잔하게 가라앉는다.

내쉬고 들이쉬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호흡이 잦아들었고 그의 몸이 시신처럼 변해 갔다.

그 와중에도 초사는 모든 감각을 듣는 것에 집중했다.

“이젠 감행하는 수밖에 없소!”

금마강의 목소리.

“대군후, 하지만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소. 북해가 아무리 빨리 내려온다 해도 서너 달은 족히 걸릴 것이오!”

“닥치시오! 지금 나와 내 가문이 모조리 들려 나가게 생겼소. 어찌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이오!”

“하지만 병력이 충분치 않소.”

“일단은 좌군을 점령하고 일부의 병력만으로 금성을 쳐야겠소.”

“하나, 만일 포섭된 이들 중에 등을 돌리는 이가 생기면…….”

“해서 부탁이 있소이다.”

“…….”

“남궁세가를 조사하고 있는 방효곤을 죽이고 동창을 습격해 주시오.”

금마강의 말에 혈승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동창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관의 최정예 무인들이 모인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대군후, 만약 일이 잘못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소.”

“역풍? 이미 맞은 것이나 다름없소. 우리가 좌군을 치고 금성으로 진격하는 동안 그대가 방효곤을 죽이고 동창의 조사를 늦춰 주기만 하면 황제의 명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요.”

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여타의 도독부는 움직이지 않으리라.

좌군의 병력은 십오만에 달했다. 그리고 금마강의 손에 있는 중군과 후군의 병력을 포함하면 이십만을 넘었다.

황제의 직속 부대인 어림군으로는 막을 수 없는 숫자였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충분히 역천을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굳이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중원 무림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그동안 어렵사리 준비해 온 관부의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위험한 도박이었다.

‘으음……. 진소청…….’

혈승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이미 그 역시 남궁가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들은 뒤였다.

금성희의 요청으로 남궁가에 음마를 보냈다. 그곳에 진소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홀홀, 무한에 대체자를 만들어 두다니. 깨끗이 속았구나, 속았어.’

혈승은 눈을 질끈 감고 고심했다.

“혈승! 시간이 없소! 이 밤이 가기 전에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면 돌이킬 수가 없게 되오!”

“좋소.”

결국 혈승이 결론을 내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지만 금마강이 중원을 혼란에 빠뜨리는 순간 마궁의 병력으로 무림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북해가 도착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당장에는 그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전서를 보내야 했다.

마음이 급해진 혈승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무언가 신경을 거슬려 오는 느낌에 눈빛이 매서워졌다.

“왜……?”

금마강이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는 순간 혈승이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홀홀, 쥐새끼가 숨어 있었나 보오.”

혈승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젠장! 들켰다!’

몸을 깨워 귀식에서 벗어나고 있던 초사는 순간적으로 혈승의 살기가 증폭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아직은 완벽히 몸이 깨어나지 못했다.

“거기냐!”

혈승의 손에서 날카로운 수강이 뻗어 나갔다.

스걱!

그의 수강이 밀실을 깨끗하게 반으로 갈라놓았다.

핏자국.

예리하게 잘려 나간 팔.

그리고 순식간에 도망쳐 금마강의 저택을 빠져나가는 초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으, 은신자?”

“홀홀, 대군후. 걱정 말고 군을 움직이시오!”

파앙!

혈승이 지면을 밟고 엄청난 속도로 초사를 뒤쫓았다.

 

* * *

 

음마를 심문하던 소청은 곧바로 남궁세가를 떠났다.

비록 남궁세가를 무너뜨린 다음 날이었지만 혈승이 또 다른 계획을 세울지 모르니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분위기가 흉흉하군.”

안휘성과 절강성의 경계를 넘어서던 혁련휘가 멀리 보이는 관문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관문을 지키는 관군들의 기세가 평상시와는 달랐다.

자정에 가까워지는 시간임에도 횃불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평소보다 배는 많은 수의 관군들이 지키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 오가는 행인이 없었음인데 궁수까지 배치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칫, 관문을 통해서 들어가긴 어렵겠군.”

혁련휘가 짜증을 내자 소청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절강성에서는 좀 더 은밀하게 접근할 생각이었다. 말을 버리고 들어가자.”

소청의 말에 혁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저들의 경계에 대비하기 위함인가?”

“그래. 남궁가의 정보가 전해졌다면 미리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좋아. 그러지. 혈승이라는 자를 꼭 만나 보고 싶군.”

“혈승을?”

“그래. 얼마나 강한지 한번 싸워 보고 싶거든.”

여전히 호승심이 강한 친구였다.

소청은 눈동자에 투기를 가득히 피워 올린 혁련휘를 보다 관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누군가 관군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관문을 넘어오고 있었다.

“어?”

혁련휘의 눈이 가늘어지는 순간 소청이 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파앙!

“어찌 된 일이냐?”

그들은 비마대원들이었다.

절강성을 떠난 그들은 남궁가가 있는 황산까지 최단거리를 선택했고 같은 경로를 역으로 오고 있던 소청과 마주친 것이었다.

“패월!”

소청을 발견하는 순간 비마대원들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금마강을 감시하고 있어야 할 너희가 어째서 이곳에 있지? 그리고 초사는 어째서 보이지 않는 거냐?”

“초사 대주가 금마강의 저택으로 잠입했습니다.”

“뭐라고?”

소청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혈승이 나타났습니다.”

“혈승?”

“예. 대주는 저희에게 그 사실을 알리라 하고 안으로 잠입했습니다.”

“이런 미친!”

난감했다.

안으로 잠입했다면 금마강의 수하들은 물론 혈승의 이목까지 속여야만 했다.

혈승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소청이 알고 있는 초사의 능력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어째서 그 같은 멍청한 짓을 한 것이냐! 내 분명히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라 했는데!”

“대주는 둘의 대화를 반드시 들어야겠다 했습니다.”

“이, 이…….”

멍청한 짓이다.

정말로 멍청한 선택을 한 것이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제길…….”

소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잡혔거나 죽었을 확률이 너무 높았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제 막 군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사를 구하고자 금마강의 진형을 습격한다면 그들에게 빌미를 주게 될지도 몰랐다.

또한, 그들의 병력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초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제기랄…….”

소청은 한숨을 내쉬며 혁련휘를 바라보았다.

“휘, 상황이 어렵게 되었네. 비마대원들과 함께 남궁가로 돌아가 주게.”

“무슨 헛소리야?”

“만약 초사가 잡혔다면 장군부와 일전을 벌여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뭐?”

“또 자네 혼자 짊어질 생각인가?”

“…….”

“어차피 구하러 갈 것 아냐? 너 혼자보단 둘이 낫지 않겠어?”

“하지만 잘못하면…….”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 일단은 구해야지. 구하지 못한다고 해도 수하의 시신은 찾아야지. 맞은 정(情)도 정인데, 그대로 두면 미안하잖아.”

“…….”

피식 웃는 혁련휘는 돌아갈 생각 따위는 없어 보였다.

“좋다.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소청이 비마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곧장 남궁가로 가서 이 사실을 방효곤에게 알려라. 우리는 금마강에게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소청이 막 떠나려는 순간.

찍찍.

비마대원들이 항시 품에 넣고 다니는 적서(赤鼠)가 갑자기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어?”

그리고 갑자기 품을 뛰쳐나와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초사다!

 

* * *

 

콰드득!

아름드리나무가 통째로 잘렸다.

“허억, 허억…….”

반보만 늦었다면 허리가 통째로 잘려 나갈 뻔했다.

혈승이 가공할 기세를 머금고 날아왔다.

도망쳐야 했다.

그가 들은 이야기를 소청에게 알려야만 했다.

하지만 체력도 내력도 바닥이었다. 잘려 나간 어깨를 지혈했지만 흐른 피가 너무도 많아 현기증이 났다.

다행히 소청에게 배운 ‘단폐폭승(團閉爆乘)’의 경공으로 혈승에게서 도망쳐 왔지만 떼어 내지는 못했다.

‘망할, 좀 더 내공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섬찟함에 목덜미의 털들이 곤두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리향’의 단약을 몸에 뿌린 지 꽤 시간이 지났다.

분명 늦게라도 자신을 찾아올 것이다.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최소한의 표식은 남겨 놓아야 했다.

북해의 남하(南下).

마천이 노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관군을 움직여 무림에 제재를 가한 것은 북해의 움직임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

또한, 금마강의 움직임.

그가 좌군을 손에 넣고 역사를 바꾸려 하고 있다. 둘 모두가 무림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

초사는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지혈을 해 둔 어깨에서 피가 배어 나와 나무를 흥건하게 적셨다.

하지만 무언가를 남겨야만 했다.

초사는 등을 기댄 나무에 은밀하게 북해(北海)와 역천(逆天)이라는 글귀를 새기며 혈승을 노려보았다.

“쥐새끼 같은 놈, 잘도 도망치더니 결국 여기였더냐?”

혈승의 눈동자에 은은한 노기가 어렸다.

그리고 그의 손에 붉은 강기가 선명하게 어렸다.

“홀홀, 노납의 손에서 지금까지 도망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만, 그만 죽어라!”

붉은 강기가 구슬처럼 변해 쏘아져 나왔다. 피하고 싶었지만 더는 남은 내공이 없었다.

‘아, 패월…….’

절망이 느껴지는 순간.

쾌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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