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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68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68화

167화. 남궁세가에 쳐들어가다

 

 

 

 

추격자들을 피해 도주한 소청은 황산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철혈군을 이끄는 백강과 각 조장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주군을 뵙습니다!”

“그래. 다들 고생했다.”

혁련휘가 짐짓 위엄을 보이며 그들을 공을 칭찬하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일은 어찌 되었나?”

“모두 열두 곳을 공격했습니다. 각 위치마다 따로 관리하는 자들이 있더군요. 그들에게서 발견한 장부입니다.”

백강이 내민 열 권 정도의 장부를 받아 든 혁련휘가 소청에게 건넸다.

촤라라락.

“하, 이것 봐라? 엄청 해 처먹었네.”

장부에는 고리를 지워 빚을 받아야 할 이들에 대한 이름이 잔뜩 적혀 있었다.

그 금액이 상상조차 못 할 액수였다.

아마도 그 많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고혈을 쉬지 않고 짜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소청이 묻자 백강이 혁련휘를 대하듯이 공손하게 답했다.

“일단은 수하들에게 잡아 두라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들은 남궁세가의 죄를 밝혀 줄 증인입니다. 그들 중 핵심이 되는 자들을 황산 인근으로 데려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백강이 대답을 하고 물러나자 혁련휘가 물었다.

“그런데 관과 남궁세가의 연결 고리는 어떻게 밝혀낼 거야? 그들이 발뺌을 하면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방효곤이 필요한 거야.”

“…….”

혁련휘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소청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설명했다.

“방효곤을 부를 때 반드시 형부를 통해 도찰원 감찰어사직을 받아 오라고 했어.”

“호? 이상백을 속인 것이 사실이 되는 건가?”

“뭐, 그렇게 됐지. 그리고 그가 동창의 인물들을 데려올 거야.”

“동창을?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동창주가 직접 영입하고 싶어 했을 정도로 뛰어난 친구거든.”

“그런데 그들을 데려와서 어쩌려는 건가?”

“보여 주고 듣게 해 줘야지.”

“보여 주고 듣게 해 준다고?”

“그래. 지금부터.”

소청의 음흉한 웃음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어디 남궁세가를 무너뜨리러 가 볼까? 후후, 금마강이 어찌 나올지 궁금하군그래.”

 

* * *

 

이틀 후, 소청과 혁련휘는 대놓고 남궁가의 정문 앞에 나타났다.

“여기가 남궁세가가 맞소?”

“그렇소만…….”

경계를 서고 있던 외당의 무인 천두는 갑자기 다가온 소청과 혁련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익숙한 얼굴인데 갑자기 떠올리려고 하니…….

“어?”

“멍청하긴, 빨리도 알아보네.”

천두는 용모파기의 얼굴임을 확인하고 호각을 꺼내…….

콰직!

하지만 호각은 불지도 못했다.

소청의 주먹이 그의 턱뼈를 으스러뜨려 버렸다.

“호각보다 훨씬 떠들썩하게 만들어 주지. 한 번에 몽땅 몰려오도록 말이야.”

차자자작!

숨을 들이마시고 창대를 늘어뜨린 소청이 단전의 힘을 창대에 밀어 넣었다.

후우우웅!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진 창대가 남궁가의 정문을 때렸고 그 안에 실려 있던 기운이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정문은 물로 담벼락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무, 무슨 일이냐!”

갑작스러운 소란에 남궁가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욱한 먼지가 남궁가의 정문에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남궁가의 무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며 정문을 경계하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먼지를 뚫고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의 주인은 비대한 살집에 창대를 들고 있는 소청과 그의 호위 무사인 척했던 혁련휘였다.

“뭐야? 다들 마중 나와 준 거야?”

먼지가 걷히면서 무너져 버린 정문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람이 만들어 내었다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네놈들이!”

소란을 듣고 나온 금성희는 소청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요 며칠간 자신의 신경을 거슬려 왔던 인물들을 직접 보게 되니 살심이 치밀어 올랐다.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어디긴? 남궁세가지. 그것도 모르고 왔을까 봐?”

소청이 싱글거리며 웃자 금성희의 눈동자에 진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네놈들은 오늘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게다.”

“죽을 자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좀 있으면 그 말이 쏙 들어갈 거야. 네년이 믿고 있는 이 남궁세가가 오늘부로 사라질 테니까.”

“네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만 과한 자신감이구나.”

금성희가 소청을 비웃었다.

“휴, 거참. 하여간 다들 처맞기 전에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니까. 그나저나 그 상황에서 나를 주범으로 몰아갈 줄이야. 아주 신선했어.”

“흥,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될 것이다. 네놈들은 이곳에서 죽을 테니까.”

“죽어? 자신만만하네.”

소청이 금성희를 비웃었다.

“그나저나 옆에 있는 아들이 다리를 절던데? 소가주가 안됐어. 마천에 변절하지만 않았더라도 멀쩡했을 텐데.”

“……!”

순간 금성희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역린(逆鱗).

남궁진수의 상처는 그녀에게 역린과도 같았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처였다.

“네놈이 감히…….”

“아, 상처였나? 미안하군.”

사과 아닌 사과.

비웃음이 가득 담긴 소청의 얼굴에 금성희는 불이 토해지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놈을 죽여라!”

그녀의 낮은 음성에 남궁가의 무인들이 모조리 칼을 뽑아 들고 소청을 향해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

물경 수백을 헤아리는 무인이었다.

우우웅!

그들을 바라보던 소청이 단중의 화기를 단전에 밀어 넣었다.

소청의 전신이 순식간에 푸른 불꽃에 휩싸였다.

“이야압!”

차자작! 콰드득!

창대를 떨쳐 낸 소청이 그대로 지면에 쑤셔 박았다. 그리고 창대가 뿜어낸 기운에 대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콰드드드…….

대지가 경련하듯이 요동치다 한계점에 달하자 소청을 중심으로 원형을 이루며 폭발했다.

콰과과광!

폭발에 휩쓸린 이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고 연이어 솟구친 푸른 불꽃에 휩쓸린 이들은 새카맣게 태워졌다.

“……!”

소청을 향해 내달리던 남궁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이 펼쳐 낸 무공의 흔적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경고야. 모조리 뒈지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 있어.”

새파란 불꽃이 일렁이는 소청의 눈동자를 마주친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고, 서 있는 자들도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으으, 괴, 괴물…….”

멀리 떨어져 있던 남궁진수가 겁먹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뒷걸음질 치자 금성희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뺨을 때렸다.

짜악!

“아랫것들이 보는 앞에서 이 무슨 추태냐! 너는 남궁세가의 주인이다!”

“어, 어머니, 하, 하지만…….”

그날 이후 심약해져 버린 아들의 모습이 그녀의 화를 더욱 돋워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는 소청을 향했다.

“어이, 그러지 말고 직접 나서 보는게 어때? 대남궁세가의 가모라면 어느 정도는 될 거 아냐?”

“닥쳐라!”

금성희는 이죽거리는 소청을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무인들을 질리게 만들어 버린 소청의 무위라면 지금 남궁가의 전력으로는 무리였다.

놈들이 남궁가로 직접 쳐들어올 것이라 생각지 못하고 마을에 진을 치고 있는 창궁검수대와 관병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소란이 난 것을 알았을 테니 지금쯤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준비한 또 다른 수가 남아 있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될 일이었다.

“하나만 묻자꾸나. 네놈은 어째서 이런 일을 꾸몄더냐?”

“뭐? 대충 짐작하고 있었던 것 아냐?”

“뭐라고?”

“너와 마천의 관계. 그리고 금마강과 마천의 관계.”

“네놈이 그걸 어떻게?”

방효곤이 아니었다.

마천과 자신의 관계는 관에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네놈 형부에서 보낸 것이 아니었단 말이냐?”

“형부? 뭐야, 지금까지 내가 형부에서 온 줄 알았던 거냐?”

“…….”

“관의 일은 관이 알아서 하겠지. 굳이 내가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금마강과 남궁세가가 마천과 연관이 되었다면 말이 좀 달라지지.”

“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창궁검수대와 천이 넘는 관병들이었다.

‘됐다!’

당황하던 금성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가모님!”

막 도착한 남궁월인이 금성희의 앞을 막아섰고 창궁검수대가 소청과 혁련휘를 둘러쌌다.

“제 발로 찾아왔군.”

관병들을 이끌고 남궁세가를 겹겹이 둘러싸게 한 정대수 천호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놈들은 끝이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새로운 창궁검수대였다.

더욱이 자신들의 세력이나 마찬가지인 관병들까지 있으니…….

그런데 소청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무엇이란 말인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뭐 이리 늦어?”

기다렸다고?

“이건 뭐, 죄다 관군이라 해도 믿겠네. 무림인이 갑주로 몸을 둘둘 감고 관에서 쓰는 무기까지 들고 다니면 어쩌자는 거야? 대놓고 관부의 무기를 빼돌렸다고 자랑하는 거야?”

너무나 여유 만만한 얼굴이었다.

무엇을 믿고 있는 건가?

“네, 네놈 그게 무슨 소리냐?”

“거참 멍청한 년이네. 아직도 모르겠어?”

“…….”

“죽이려고 생각했으면 너 같은 건 벌써 죽였어.”

“뭐, 뭐라고?”

“내가 왜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겨우 네년 하나를 잡기 위해? 고작 힘도 없는 남궁세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

“천만에……. 증거가 필요했다.”

“증거라고?”

“그래. 네년이 안휘성 사람들의 고혈을 짜내서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으로 관에 뇌물을 바치고, 은밀하게 무기를 사들여서 무인대를 만들었다는 증거.”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다 알면서 모른 척은…….”

금성희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참 대단하더군. 정말 독해. 자신의 식솔들마저 죽이다니…….”

“……!”

순간 금성희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네, 네놈이 어떻게 그걸…….”

“하마터면 기껏 모아 놓은 증거들이 죄다 쓸모없어질 뻔했어. 네년의 잔혹함 때문에 말이야.”

금성희의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떨려 왔다.

“자, 이제 뇌물을 처먹은 관리 놈도 있고 증거는 넘쳐 나고. 네년으로 인해서 네년의 아비, 그리고 이번 일에 관여한 수많은 관리들까지 모조리 엮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제 끝을 내야겠지?”

“다, 닥쳐라! 이놈,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증거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금성희가 소청을 노려보며 고성을 질렀다.

“그래.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소청이 혁련휘를 쳐다보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흑포를 두른 이들이 남궁가로 접근해 왔다.

혁련휘의 호위인 철혈군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남궁세가가 안휘성 외곽에 자금처로 뿌려 두었던 고리꾼, 밀수꾼을 관리하던 자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시신들…….

금성희가 꼬리를 자르기 위해 독차를 먹여 죽인 남궁가의 식솔들이었다.

“이, 이런…….”

“자, 이제 이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할 사람을 모셔야겠지? 아니 그렇습니까? 방 지주님. 아니, 이제 감찰어사라고 불러야 할까요?”

소청의 시선이 남궁세가의 지붕 위로 향하자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였을까?

관복을 입은 방효곤을 비롯해 검은 철립을 쓴 다섯 명의 관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증거는 충분한 듯합니다.”

지붕에서 내려온 방효곤과 철립을 쓴 무인들이 소청을 향해 걸어갔다.

“서, 설마 동창(東廠)?”

천호 정대수가 방효곤과 함께 온 이들의 복장을 알아보고 경악했다.

동창은 황제에 의해 설치된 특무 기관으로 각종 음모와 반란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 망할…….”

정대수가 노래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동창은 황제 이외에 그 어떤 곳의 명령도 받지 않았기에 그들의 조사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전 상계지주이자 현 도찰원 감찰어사다. 지금부터 남궁가와 정 천호를 비롯한 모든 이들을 조사해야겠다. 하니 모두 칼을 버리고 물러나라.”

방효곤의 말에 관군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후후,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

금성희는 소청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비대한 살집의 중년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의 얼굴이 변하고 몸이 기괴하게 틀어졌다.

“남궁천세가 마천의 변절자라는 사실을 증명시키기 위해서 비슷한 일을 꾸몄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금성희가 급살을 맞은 것처럼 떨어 대기 시작했다.

어찌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지, 진소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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