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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142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142화

141화. 음마를 기다리다

 

 

 

 

아미를 떠난 멸절사태 등은 소청 일행과 헤어졌다. 황보인과 악이군은 아직 소청이 가르쳐 준 경공술에 익숙하지 못했기에 말을 구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치 생사가 걸린 듯 달리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네 곳의 마을을 지나치며 말을 바꾸었고 사흘 밤을 새웠다.

객잔에 들러 식사를 하는 여유 따위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말 위에서 건포를 뜯으며 식사를 해결하고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장사 인근에 혜월천(惠月川)이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서 기다리겠다.

 

소청은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확실하지 않다고는 해도 소청이 다음 대상을 황보가로 추측한 이상 마음에 여유는 없었다.

황보인은 아미의 참혹함이 자신의 가문에 이어지지 않길 바랐고, 멸절과 승혜는 참혹함을 만들어 낸 흉수들을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했다.

“히이이잉!”

지쳐 버린 말이 힘이 다한 듯이 이내 곤두박질치며 쓰러졌다.

말 위에 있던 승혜가 제비를 돌아 바닥에 착지하며 재빨리 땅을 박차고 달렸다.

하지만 그녀의 경공으로는 말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승혜 소저!”

악이군이 말을 세우고 승혜에게 고삐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곧 마을입니다. 말을 구해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먼저 가십시오.”

하지만 악이군이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말을 구해 놓겠습니다.”

“……?”

승혜는 의아한 표정으로 악이군을 바라보았다.

말을 주고 어찌 자신보다 빨리 가서 말을 구하겠다 하는 것인가?

“걱정 마십시오. 근래 배운 바가 있습니다.”

떠넘기듯이 말고삐를 쥐여 준 악이군이 주저앉듯이 무릎을 굽히더니.

파앙!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단번에 사오 장여를 뛰어넘어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앞서간 황보인과 멸절사태를 앞질렀다.

악가에 저렇게 뛰어난 경공술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

꽤나 놀라긴 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말 위에 올라탄 승혜는 서둘러 채찍을 때렸다.

쫘악!

 

마을에 도착하자 정말로 악이군이 미리 도착해 말 네 필을 구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발바닥에 피가 흥건했다.

“자네!”

“괜찮습니다. 익숙지 않아서 무리하게 내공을 보냈더니…….”

황보인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악이군이 고개를 저었다.

“쉬어야…….”

“아닙니다. 차라리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것이 낫습니다. 세 분은 내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같은 마음이라 해도 세 분의 마음이 더 조급하신 것을 압니다.”

“…….”

모두에게 말을 넘겨주는 악이군의 안색이 파리했다.

무리하게 내공을 사용한 탓이 분명했다.

발에 피가 흥건한 이유도 내력을 이기지 못한 용천혈이 터져 버린 때문이리라.

“이군…….”

“서둘러 갑시다. 혹여 제가 중간에 처지더라도 세 분은 계속 달리십시오. 혜월천에서 만나자 했으니 저도 곧 따라갈 것입니다.”

“알겠네.”

말 위에 오른 넷은 또다시 채찍을 때렸다.

 

닷새…….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멸절사태 등은 닷새가 지난 초저녁이 되어서야 혜월천에 도착했다.

무려 이천오백 리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와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그들은 말 위에서 내리자마자 소청을 찾았다.

혜월천은 가구 수가 오십 호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기에 소청을 찾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진 공자!”

그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객점에 밖의 평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

멸절사태를 향해 인사하는 소청은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평상을 보니 음식에 술까지 잔뜩 시켜 놓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멸절사태의 눈이 잔뜩 찡그려졌다. 이 시국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백건아(酒)입니다. 한숨 푹 자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당장에 황보가로 달려가 위급을 알려야지! 저들이 올 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지!”

참지 못한 멸절사태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소청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장문인.”

“…….”

“장문인께선 제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그, 그 무슨?”

“출발 전에 말씀드렸을 터인데요?”

“…….”

“제 명령에 따르지 않으실 거면 돌아가십시오.”

단호하게 말하는 소청의 모습에 멸절사태의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도착하신 걸 보면 닷새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달려오신 것 같은데? 적을 만나면 제대로 싸우실 수나 있겠습니까?”

“…….”

물론 싸울 수야 있겠지만, 원래의 무공을 반도 발휘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회복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제가 두 번 말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오늘은 이곳에서 쉽니다. 너무 피곤하면 잠이 잘 오지 않을 것입니다.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잠을 청해 몸을 회복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네.”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은 멸절사태가 소청을 노려보며 말했다.

“장문인.”

“…….”

“불가의 율법이 그리 중요합니까? 그러다가는 흉수를 만나면 살생을 하지 못하겠다 하시겠네요.”

“…….”

멸절사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 말하지만 듣지 않으시려면 돌아가십시오. 반항하신다면 강제할 수밖에 없고요.”

“…….”

멸절사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떨궜다.

“대, 대장. 하면 제가 본가에 가서…….”

황보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순간 소청이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오늘은…… 쉬라고 말했다.”

“…….”

소청의 눈빛을 대하는 순간 황보인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초사!”

“예, 패월.”

“식사가 모자랄 것 같다. 더 챙겨 오고 술도 충분히 준비해. 미리 정해 놓은 숙소로 안내하고……. 오늘은, 충분히 쉰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초사를 뒤로하고 소청이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하아…….”

모두가 답답한 마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초사가 다가왔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이게 지금 걱정이 안 될 일인가? 진 공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소청이 사라지자 멸절사태가 섭섭한 얼굴로 토로했다.

하지만 초사는 오히려 빙긋이 웃었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아십니까?”

“…….”

“적들의 목표는 형산파와 황보세가, 둘 중 하나일 것이라 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황보인이 그제야 혜월천의 위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예. 두 곳의 딱 중앙에 위치한 마을이지요.”

“하면?”

“이미 패월께서는 황보세가와 형산파에 다녀오셨습니다.”

“…….”

“아직 아무 일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패월의 명령에 의해서 비마대원들이 교대로 은신해 감시하고 있습니다.”

“아!”

“패월께선 필시 저들의 세작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세작들이?”

“예. 만약 우리가 무리하게 움직이면 분명 세작들이 알아챌 것이고 습격자들에게 알릴 것이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멸절사태가 물었다.

“하지만 우리가 잠든 사이에 저들이 나타나면 어찌하는가?”

“그럴 리는 없습니다.”

“뭐?”

초사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저들의 행적이 발견되었거든요.”

“아니 정말인가?”

“예. 대군사께서 파악하신 정보로는 이곳에서 이틀 거리에 있는 곳에서 사내들 수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

이해되지 않았다.

그것과 흉수의 행적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패월께서 말씀하시길 아미를 공격한 흉수의 정체는 마천의 음마와 환희요락궁이라고 했습니다.”

“음마?”

“환희요락궁?”

“예. 사내들의 정혈을 흡정하는 여인이라더군요.”

“아니 그러면 민초들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멸절의 말에 초사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그들과 만나지 못하면 어찌 될까? 엇갈리기라도 한다면 말이야?

 

소청은 그리 말했다고 했다.

“황보가나 형산파 둘 중 한 곳은…….”

“음…….”

모두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옳은 말이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저들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구하고 싶어도 민초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패월께선 버릴 것을 안타까워하면 저들을 잡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일단은 민초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저들을 잡아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초사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쉬십시오.”

“…….”

초사가 돌아간 뒤 네 사람은 말없이 평상에 앉았다.

멍하니 있다 보니 음식 냄새가 코를 찔러 왔고 피로가 극도로 쏟아졌다.

옛말에 항우장사도 눈꺼풀은 못 막으며 사람의 욕구 중에 식욕이 제일이라 하지 않던가?

황보인이 음식을 째려보았다.

꿀꺽.

침이 마구 넘어갔다.

“드, 드실까요?”

먼저 먹을 수는 없었던지 모두의 의향을 물었고 모두가 허겁지겁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먹고 있나?”

“예.”

“잠자리를 잘 챙겨 줘라.”

“알겠습니다.”

소청은 말을 마치고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형산파에서 돌아온 은수를 불렀다.

저들이 쉬는 동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내들이 사라진 경로로 보았을 때 음마는 곧장 호남을 향해 오고 있었다.

하루에 한 곳씩.

그들은 사내들의 정혈을 빨아 먹으며 사람들을 습격했다.

‘망할 것들…….’

그들은 무림인이든 민초든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웠지만 참아야만 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위험을 알아챈 그들이 도망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내 반드시 잡아서 갈가리 찢어 주겠다.’

시간을 계산했을 때 모레쯤이면 분명히 이곳에 당도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 전에 세작을 찾아야 했다.

빈집을 털자면 그 집이 정말로 비었는지가 중요했다.

사람들을 죽이며 오는 이유는 일부러 경로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황보세가와 형산파를 노리고 있다, 라고 말하듯이.

그리고 그쪽으로 지원이 오면 분명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조롱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방향을 바꾸어 호북성의 제갈세가를 노릴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다른 성으로 넘어가 무가들을 공격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오게 만들어 주마.”

끌어들여야 했다.

반드시 황보세가로 오도록…….

그리되게 하려면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세작들을 찾아야 했다.

혜월천에 도착하자마자 비마대에게 황보세가와 형산파로 숨어들어 의심스러운 자를 찾으라 명했다.

지금쯤이면 분명 찾았으리라.

그들을 역이용한다.

“은수.”

“예.”

“형산파로 가라. 나는 황보세가로 가겠다. 확인만 하고 절대 죽여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 * *

 

숲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민가와 한참이나 떨어져 밤사이 인적이 없던 그곳에서 여인들의 교태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으…….”

억눌린 듯한 쇳소리.

“퉤!”

숲속에서 여인이 옷매무새랄 것도 없는 나의를 고쳐 입으며 걸어 나왔다.

그녀가 걸어 나온 숲 사이로 고목처럼 말라 버린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쳇, 정말 쭉정이 같은 놈들뿐이네…….”

“호홋, 교아, 잘못 고른 게냐?”

추련의 말에 교아가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이따위 것들은 먹으나 마나야. 아무런 도움도 안 돼. 오히려 피부만 상한다니까?”

교아가 짜증을 내며 음마에게 다가갔다.

“세주님, 언제 가실 거예요?”

“고년, 애가 달았구나?”

“아잉, 무인 놈들이 다들 사라져 버려서 입맛만 버렸단 말이에요. 서둘러 가서 황보가나 형산파의 무인들을 맛보고 싶어요.”

“호호호, 이년. 누가 그리 간다 하더냐?”

“어맛? 그럼요?”

“생각해 보거라. 네년들 정욕을 채우느라 벌써 서너 곳에서 사내놈들이 사라졌으니 우리를 의심하고 있을 게다.”

“아, 그러네요. 쩝…….”

교아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필시 황보가와 형산파에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세작들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흠, 알겠어요. 그럼 그때까지만이라도…… 저것들을…….”

교아는 무척이나 싫어하는 표정으로 잡혀 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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