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월진천 90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월진천 90화
89화. 검마를 추격하다
“패월!”
초사가 건물의 잔해에 깔려 버린 소청을 찾았다.
“쿨럭!”
다행히 피풍의를 덮어 외상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내상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완성된 폭멸마동.
폭마와 싸울 때 경험했던 폭멸마동과는 그 위력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제길…….’
소청은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현궁이 날아가고 곤륜산의 정상이 평지처럼 변해 버렸다.
‘망할, 성급했어…….’
소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검마가 폭멸마동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검마를 놓쳤다.
내상을 입은 사실보다 그것이 더 안타까웠다.
폭멸마동만 아니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을 터였다.
“곤륜의 피해는?”
“…….”
소청의 물음에 초사는 그저 고개를 돌렸다.
“장로 셋이 폭발에 휩쓸렸고 나머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방에 뿌려진 피와 온전한 곳이 없는 시신들.
검림의 무인과 싸우느라 가까이 다가섰던 이들 중 내력이 약했던 이들은 모조리 폭발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나마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었던 자들도 내상을 입어 파리한 안색으로 좌정하고 있었다.
“검림의 잔당은 소련주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했습니다.”
“…….”
“소련주께서 때마침 폭발력을 줄이지 않으셨다면 운현궁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조리 죽었을 것입니다.”
“제길…….”
그만하길 다행이었지만 폭발로 인해 운현궁을 빠져나간 검마의 종적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소청, 괜찮나?”
혁련휘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래. 내상을 좀 입었지만 버틸 만해. 하지만 놈을 놓치고 말았어. 젠장!”
“휴우, 일단 몸을 추스르게.”
“음…….”
소청을 대신해 혁련휘가 우진혜를 불렀다.
“진혜.”
“예.”
“하오문의 정보력이 필요하다.”
“…….”
“놈은 상처를 입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범위는 청해성 근방이다. 최대한 빨리 연락해서 놈의 종적을 쫓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숙성에 있는 사도련의 분타에 연락을 보내라. 가능한 모든 무인들을 동원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혁련휘의 명에 대답하는 우진혜를 향해 소청이 덧붙였다.
“가능하면 북쪽을 먼저 막는 것이 좋겠군.”
“북쪽…….”
소청의 말에 우진혜는 구자겸이라는 자를 떠올렸다.
그가 처음 스승을 만났을 때 구자겸이라는 자가 북쪽으로 갔다고 했다.
그런 연유로 북쪽 대막 너머의 세력과 마천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죠.”
소청에게 검마의 모습에 대해 물은 우진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사!”
“예. 패월.”
“지금 즉시 제갈휘문에게 검마에 대해서 알리고, 청해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사천이니 전서구를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묵영단에도 같은 내용의 전서를 보내겠습니다.”
“좋아. 동원할 수 있는 전부를 동원해야 한다. 그사이 우리는 곤륜산의 정상에서부터 훑어 내려간다. 분명 흔적이 남아 있을 거야.”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초사와 비마대가 전서를 날리고 다섯 개 조로 나뉘어 곤륜산을 내려갔다.
“우리도 돕겠네.”
소청을 향해 곤륜파의 장문인 양중선이 다가왔다.
“…….”
소청의 눈이 찡그려졌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마천에 협력하는 결정을 내리지만 않았어도 많은 사람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가 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
“곤륜은 이미 마천의 무리들에 의해 돌아섰던 전적이 있습니다. 또한 인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회유를 하러 온 저희에게 살수를 펼쳤습니다. 만약 같은 상황이 온다면 협조하지 않는다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으음…….”
차갑기 그지없는 소청의 말에 양중선의 마음이 바윗돌을 얹은 것처럼 무거워졌다.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이 만들어 낸 결과였고, 그에 대한 오명은 당연히 짊어져야만 하는 업보였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 하지만 곤륜과 청해성의 지리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네. 돕게 해 주게.”
“…….”
소청이 양중선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도망친 검마를 뒤쫓아야 했다.
부상을 입은 그가 회복한다면 다시 잡기는 어려울 터였다.
“알겠습니다. 하나 나중에 장문인께서는 곤륜의 변절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입니다.”
“각오하고 있겠네.”
양중선은 무겁게 대답하며 품에서 작은 옥갑을 꺼냈다.
“이게 뭡니까?”
소청이 심드렁하게 받아 옥갑을 열자 청아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곤륜의 태청신단(太淸神丹)일세.”
“받을 수 없습니다.”
“받아 주게. 용서를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네.”
“…….”
소청은 잠시 고민했다.
소림의 대환단이 그렇듯 곤륜의 태청신단 역시 무가의 비보였다.
“일단 받아만 두겠습니다.”
“그것은 마음대로 하게. 그저 곤륜을 지켜 준 자네에게 빚을 갚고자 하는 것뿐이니.”
양중선은 알고 있었다.
소청은 곤륜이 무너져도 상관없다 했지만 자신과 장로들을 구한 것은 바로 그였다.
그가 막지 않았다면 곤륜의 수뇌들은 검마의 손에 모조리 죽었을 터였다.
그리고 보았다.
갑자기 찾아와 자신들을 인질로 잡았던 검마를 압도하는 그의 무위.
장로들조차 둘을 이기지 못했던 검림의 무인들을 모조리 도살한 혁련휘의 무위.
만약 그들이 하루를 기다리지 않고 공격해 왔다면 곤륜에 살아남은 자들은 없었을 터였다.
소청에게서 몸을 돌린 양중선은 곤륜의 무인들을 향해 외쳤다.
“곤륜은 들어라!”
그의 목소리가 웅혼한 도가의 기운을 머금고 산자락을 울렸다.
결연한 다짐과 마음속의 짐을 떨쳐 냈기 때문이리라.
“곤륜은 중원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또한 나는 지금 이 순간 제자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도다.”
양중선의 말이 곤륜 무인들의 마음을 아릿하게 파고들었다.
“곤륜은 찾아온 은인을 핍박하고 흉적에게 동조했다. 해서 반드시 우리가 찾아야 할 터.”
곤륜의 무인들이 분연히 일어났다.
“나의 죄는 흉적을 처단한 뒤 반드시 모두의 앞에서 받으려 한다. 하니 곤륜의 제자들은 지금 즉시 흉적을 찾으라!”
“와아아아!”
곤륜의 무인들이 함성을 질러 대며 양중선의 말을 따랐다.
곤륜의 무인들은 살아남은 오백여 명의 인원을 반으로 나누었다.
반은 곤륜이 입은 피해를 수습했고 나머지 반은 살아남은 여섯 장로들을 따라 곤륜산을 내려갔다.
“소청. 나는 북쪽으로 가겠네.”
혁련휘의 말에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마가 강하다고는 하나 부상을 당했으니 그의 무위라면 충분하리라 생각되었다.
“휘, 놈이 폭멸마동을 더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회백색 눈을 가진 아이가 있거든…….”
“걱정 마라. 알아서 조심할 테니. 열심히 회복해서 뒤따라와라.”
혁련휘가 웃으며 떠났다.
소청은 좌정한 채 내상을 다스렸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만 했다.
‘개자식. 반드시 찾고야 만다.’
* * *
무림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곤륜의 장로들이 이끄는 오백 무인이 청해성의 외곽을 틀어막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도련의 섬뢰가 서쪽에서 뇌령도문을 이끌고 이동했고, 사천에서는 청성, 아미, 진가와 운남의 무인들이 세 줄기로 나뉘어 청해성으로 진격했다.
하오문과 묵영단의 전서구가 각지에서 정보를 싣고 날아올랐다.
수천의 무인들로 구성된 거대한 그물이 청해성을 향해 그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곤륜에서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 소청과 혁련휘가 있었다.
소청과 혁련휘는 바야흐로 정사의 중심에서 서서히 그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곤륜산에서 도망친 검마는 곧장 북서쪽으로 도망쳐 감숙성 명사산(鳴沙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크윽!”
상처의 고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진기로 누르고 있던 상처가 무리하게 달린 탓에 또다시 벌어져 피가 흘렀다.
명사산의 한 동혈에 몸을 숨긴 그는 운기를 통해 내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진소청…….”
분노로 인해 눈에 핏발이 돋아 올랐다.
자신과 검림의 정예 일백, 거기다가 폭멸마동까지 이끌고 나온 걸음이었다.
곤륜을 인질로 잡고 놈을 위협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폭멸마동을 사용해 죽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청에 대해서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와 싸웠던 역천대공에게 의견을 구했어야 했다.
자신의 오만이 만들어 낸 결과이니 남을 탓할 수는 없었다.
‘죽었을까?’
진소청은 폭멸마동과 함께 폭발했다.
하지만 죽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미 과거 폭마와의 싸움에서 한번 살아남은 전례가 있는 놈이었다.
다만 한 줄기 희망을 걸었던 것은 완성된 폭멸마동이라는 사실이었다.
‘일단 내력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그는 북쪽으로 가야 했다.
감숙을 지나 대막으로 가는 길목에만 도착하면 되었다.
이미 전서구를 보냈으니 검림의 무인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일단은 몸을 회복하고 다시 움직인다.”
그렇게 그는 긴 잠에 빠져들었다.
며칠이 지나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지만 내력은 거의 회복되었다.
그런데 그의 기감에 알 수 없는 이질적인 느낌이 잡혔다.
‘이건…….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검마는 운기를 멈추고 몸을 깨웠다.
기감에 잡히는 인원은 모두 일곱.
발소리는 가볍고 일정했다.
약초를 캐는 심마니 따위가 아니었다.
경공을 제법 익힌 무인이 틀림없었다.
‘겁 없는 피라미들 같으니…….’
검마가 기운을 주입하자 그의 몸에 유형화된 마기가 일곱 자루의 검의 형태를 갖추었다.
마검 회선칠류(回旋七流).
쉬익!
“큭!”
“켁!”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마기의 검이 접근하는 자들을 꿰뚫자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하나의 발소리가 살아남았다.
이전과 같은 경쾌함이 없으니 부상을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회선칠류의 범위를 넘어 있었던 것일까?
“흥!”
검마의 발이 지면을 박차는 순간 동혈을 빠져나가며 쏘아졌고 마검이 화살처럼 뻗어 나갔다.
쐐애액!
살아남은 자를 죽임과 동시에 허공으로 쏘아진 폭죽이 하늘에 수놓였다.
피융! 펑!
“신호탄?”
검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추격자.
누군가 자신을 뒤쫓고 있었다.
‘설마? 놈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진소청이었다.
“제길, 몸을 회복하는 사이에 추격대를 편성한 것인가? 하나 이미 몸을 회복된 이상 늦었다.”
검마는 지체 없이 북쪽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내력을 회복하는 사이 수천의 무인들이 그의 흔적을 뒤쫓아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된 것이지? 어째서 저들이…….’
중원 정벌을 계획하고 있는 마천이었다.
세주씩이나 되는 그가 복장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북쪽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사도련 예하 뇌령도문의 무인들이었다.
‘하나, 감히 나의 앞을 가로막다니…….’
장애물 따위를 걱정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당금 무림에서 조심해야 될 것은 진소청과 무황뿐이었다.
파앙!
뚫어 버리기로 결정한 검마가 일곱 자루의 마검을 만들어 뇌령도문의 무인들을 덮쳐 갔다.
콰앙!
마검이 쏘아져 뇌령도문의 무인들을 공격했다.
“검마가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뇌령도문의 무인들이 일제히 흩어지고 허공에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무인들이 날아들었다.
“이놈들이 감히!”
마치 함정을 파 놓고 사냥을 당하는 듯한 기분에 검마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마검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인들을 모조리 갈라 버렸다.
“모두 죽여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