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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월진천 74화

무료소설 패월진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월진천 74화

73화. 패배한 건가?

 

 

 

 

콰앙! 콰앙!

마기를 품은 주먹이 소청을 뒤쫓으며 주변의 지형을 모조리 바꾸어 놓고 있었다.

광기로 물든 눈이 소청의 잔상을 으깨 버리고 본신을 뒤쫓았다.

쿠웅! 콰쾅!

순간 물러났던 소청이 일보월하를 사용해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으며 창대를 찔렀다.

가가가각!

창극에 구자겸이 서 있던 바위가 터져 나가는 순간 소청은 급격하게 몸을 틀며 물러났다.

콰앙!

내려쳐지는 마기에 창이 지나갔던 바위와 일 장여의 땅이 움푹 꺼져 버렸다.

조금만 더 늦게 물러났다면 엄청난 압력에 몸이 짜부라졌을지도 몰랐다.

‘칫!’

소청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자겸이 일 장여의 높이에 허공의 무언가를 밟은 듯 멈춰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학!

지면이 파헤쳐지며 소청의 몸이 빛살처럼 솟구쳤다.

소청은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면서 창을 뻗어 내고 휘둘렀다.

구자겸은 꽤나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그저 오존보다 약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그였는데 갑자기 공력이 두 배로 증폭되더니 자신을 상회하는 힘을 보였다.

그리고 마치 허공에서 두들기듯 폭발시키는 기술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역천의 진언이라도 읊고 있는 것 같군.’

그의 감상이었다.

생명을 담보로 해서 마기를 두 배 이상 증폭시키는 역천의 진언.

소청의 태극 운용은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달랐다.

자신의 권공을 모조리 빨아들였을 때 한 번, 손등을 찢어 버렸을 때 한 번.

일회성인 역천의 진언과는 달리 소청은 같은 힘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하고 나면 내력이 빠져 틈이 생겨야 정상인데 움직이는 속도는 여전했고 위력도 일정했다.

몹시 불편했다.

보통의 공격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막대한 기운을 쏟아부어 눌러 버릴 수 있었다.

문제는 너무 빠르다는 데 있었다.

만약 자신의 내력이 쏟아졌을 때 생기는 작은 틈을 놈이 놓치지 않는다면?

물론 그 틈은 찰나의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왠지 소청의 속도는 그 찰나의 틈조차 놓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전과 같은 무지막지한 공격이 펼쳐질지 몰랐으니 아무리 자신이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또한 그것은 정타로 맞는다면 꽤나 위험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횟수에 제한이 있음이 분명한데…….’

쩡! 쩌엉!

구자겸이 소청을 냉철히 분석하는 와중에도 공격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엄청난 공방이 수십여 초를 넘어서고 있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기는 했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라졌다가 공격이 시작되는 시점에 힘이 극대화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 순간을 쫓아 막거나 피하면 되었다.

‘그나저나 더럽게 빠르군. 아니 더 빨라지고 있어.’

눈으로 좇을 수 없어 기감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기감의 반응 속도조차 넘어서고 있었다.

언뜻언뜻 보이던 소청은 구자겸의 전후좌우에서 동시에 나타나 공격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수십 명의 사람에게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여덟 개밖에 되지 않는 무척이나 단순한 초식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초식이 마구잡이로 변하고 있었다.

같은 느낌의 공격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초식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퉁!

한 번에 수십 초를 쏟아 낸 소청이 구자겸의 일격에 튕겨 나갔다가 순식간에 돌아왔다.

그의 움직임에 바람이 몰아치듯이 흘렀고 땅에 부스러져 있던 낙엽과 먼지가 회오리를 타고 피어올랐다.

스걱!

순간 아릿한 느낌에 구자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상처가 생겼다.

망할 놈의 속도가 평범했던 그의 공격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었다.

비록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한번 생긴 상처는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기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소청의 공격보다 느리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소청의 움직임이 기감에서 사라졌다.

거대한 기합성과 함께 머리 위에 나타난 소청의 창이 정수리를 내리쳤다.

쩌어엉!

굉음이 터져 나왔다.

‘큽!’

내리쳐진 창대를 팔을 교차해 막은 구자겸의 몸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런 구자겸을 쫓은 소청의 창극이 수십 개의 잔영을 만들며 쇄도했다.

구자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로움이 사라졌다.

소청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고자 했던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적당하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장차 마천이 본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무척이나 위험한 적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결심하는 순간 그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의 안개가 확 하고 뿜어져 나왔고 엄청난 기세로 날아가 소청의 창극과 부딪쳤다.

쩌엉!

힘의 여파에 쓸려 버린 소청이 튕겨 나갔다.

“크크크, 붙어 보길 잘했어. 너 같은 놈이 있을 줄이야. 마라강기를 쓰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결국 그는 모든 힘을 이끌어 내었다.

응축된 마기가 그의 전신을 타고 흘렀다.

‘시팔…… 이건 완전 괴물 아냐?’

멀찍이 떨어진 소청이 아랫입술을 거칠게 깨물었다.

역천의 힘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저런 힘이라니…….

구자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짙어지는 미소만큼이나 응축된 마기의 기운이 더욱 검게 변해 갔다.

‘어쨌든 놈의 힘을 모조리 끌어냈어. 이 상황에서 역천이면 무조건 죽는다. 놈이 여유를 부리고 있는 순간의 틈을 놓치지 말아야 해.’

우우웅.

소청은 단전의 내공을 모조리 용천혈로 때려 박으며 세 번째 태극을 응축시켰다.

우우웅!

소청이 용천혈을 닫아 기운의 발출을 막아 놓자 빠져나가려 애쓰는 기운의 힘에 반응한 그의 옷자락이 찢어지듯이 흩날렸다.

“와라!”

구자겸이 양팔을 벌리는 순간.

파앙!

닫혔던 용천혈이 열렸다.

파헤쳐진 흙이 튀어 오르는 순간 소청이 창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도약하며 쏘아져 나갔다.

구자겸이 몸에 두르고 있던 마라강기가 수십 개의 줄기로 나뉘어 채찍처럼 날아왔다.

하지만 소청의 속도를 뒤쫓지는 못했다.

소청 역시 그의 몸에 더 이상 상처를 만들지 못했다.

마치 호신강기처럼 온몸을 두르고 있는 그의 기운을 뚫을 수가 없었다.

‘젠장, 뭐 이런 게 다 있어?’

소청은 평범한 공격으로는 그의 공격을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어야 했다.

갑옷처럼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마기를 끌어내 그의 몸을 드러내야 했다.

구자겸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마라강기가 자신을 공격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소청은 마라강기가 자신을 향해 수십 가닥으로 창처럼 나뉘어 쏘아져 오는 순간 구자겸의 품을 향해 뛰어들었다.

팔다리에 상처가 생겼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가설 수 있는 만큼 다가간 소청은 양손에 기운을 모아 응축시켜 부딪쳤다.

콰아아앙!

천뢰충파의 충격파가 마라강기를 밀어내고 구자겸을 덮쳤다.

“으아압!”

구자겸이 양손을 들었다 내리는 순간 솟구쳐 올랐던 마라강기가 거대한 그물처럼 변해 세상을 짓눌렀다.

꾸우우…….

눌렀다.

천뢰충파의 충격파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짓눌렸다.

구자겸이 온 힘을 사용해 짓눌러 버렸다.

그리고.

아주 짧은 틈이 생겼다.

파앙!

천뢰충파를 시전하며 물러났던 소청의 신형이 구자겸의 측면에서 나타났다.

휘리리링.

창대에 네 번째 태극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취리리리.

소름 끼치는 회전력을 머금은 창대가 구자겸의 비어 버린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구자겸의 예상대로 소청은 강력한 일격 이후에 생기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퍼어억!

어깨를 훑고 가는 창대에 살점이 뜯겨 나갔고 피가 튀었다.

콰아아앙!

창대가 던져 놓은 천뢰충파의 기운이 구자겸의 전면에서 폭발을 시작하는 순간.

수십 갈기로 나뉜 마라강기가 천뢰충파의 기운을 휘말아 공처럼 감싸 버렸다.

구자겸은 그대로 손을 뻗었다.

터억.

소청의 목이 그의 손에 잡혔다.

“시도는 좋았다.”

차디차게 가라앉은 그의 어깨에서 시뻘건 선혈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상처가 깊지 못했다.

천뢰충파는 가로막혔고 여전히 그의 팔은 건재했다.

그런데.

‘웃……어?’

구자겸은 소청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에 눈살을 찌푸렸다.

순간 소청이 마지막으로 남은 기운을 손에 모아 구자겸이 마라강기로 억눌러 공처럼 변한 천뢰충파의 기운에 쑤셔 박았다.

“뒈져라! 개자식아!”

“이! 이런!”

쿠르르르르.

세 개의 기운이 뒤섞여 버린 기운이 짐승처럼 울어 대며 팽창했고 감싸고 있던 마라강기를 모조리 찢어 버렸다.

꾸아아아앙!

폭발이 산악을 집어삼켰다.

산허리가 거칠게 뜯겨 나갔다.

위급의 순간에 온몸의 기운을 끌어 올려 마라강기를 전신에 두른 구자겸은 가까스로 피해를 상쇄시킬 수 있었다.

마라강기가 찢기며 온몸에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런데.

터트려졌던 충격파가 진원지를 향해 ‘훕’ 하고 몰려들어 왔다.

콰콰콰쾅!

몰려든 기운이 지면을 재차 터트렸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직격으로 맞아 버린 구자겸은 꽤나 화가 났다.

“큭큭큭. 꽤 놀라웠다. 그 상황에서 그런 공격이라니.”

구자겸이 스산하게 웃으며 소청을 바라보았다.

소청은 여전히 독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 심히 거슬리는군.”

츠츠츠츳!

구자겸의 손에 마라강기의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길…….’

더 이상 구자겸의 힘을 막아 낼 여력이 없었다.

마지막 순간 사용한 기운에 목구멍으로 피가 넘어왔다.

뿐만 아니라 온몸의 근육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구자겸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인기척.

누군가 격전지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쯧, 아깝게도 여기까진가.”

순간 그의 기운이 흩어졌다.

“꽤나 즐거웠지만 더 이상은 마종께서 허락하지 않을 터다.”

구자겸은 멀리서 진소청을 응시하며 말했다.

“운이 좋구나. 때마침 조력자가 오다니……. 네가 또 어떤 힘을 감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에 만날 때는 반드시 죽여 주마.”

스산하게 읊조린 그는 자신의 기운을 흩어 버리고 북쪽을 향해 사라졌다.

소청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꽤나 상처를 입혔다 생각했는데 그의 움직임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괴물 같은 새끼…….’

살아 있는 것이 요행이었다.

아니 봐준 것이다.

충분히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완전히 져 버렸군.’

그는 너무 강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의문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엔 반드시.’

긴장감이 풀리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대었다.

사도련에서 잔마를 잡은 이후부터 구자겸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극도의 피로감과 상처에서 주는 고통이 한 번에 몰려들었다.

‘제길…… 위험한데, 잠들면…….’

소청은 내려앉는 눈꺼풀을 버틸 수가 없었다.

털썩.

결국 소청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저기다! 저기 패월이 있다!”

아득해지는 정신의 끝으로 초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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