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월진천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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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월진천 68화
67화. 마기, 휘몰아치다
소청이 비웃음을 지으며 한 걸음 다가갔다.
“쳐라!”
남궁천휴의 명이 떨어졌고 창궁검진이 운행을 시작해 소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까짓.”
우우우웅!
대기가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의 진원지에 선 소청은 단전에 모인 태극의 기운을 모조리 창대에 싣고 대지에 박아 넣었다.
드드득! 콰아아앙!
땅속에서 터져 버린 기운이 대지를 폭발시켰다.
남궁가가 자랑하던 창궁검진은 제대로 힘조차 써 보지 못하고 부서졌다.
검진을 구성하던 무인들은 중심을 잃고 튕겨 나갔고 소청은 사라졌다.
뻐억!
무릎을 꿇은 남궁천세의 옆구리로 소청의 발이 틀어박혔다.
“끄으…….”
내상을 입은 남궁천세는 더 이상 소청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청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던 남궁천휴는 날아가는 제 형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이노옴!”
뒤늦게 창천검이 휘둘러졌지만 이미 소청의 창대가 그의 옆구리로 날아갔다.
까앙!
남궁천휴는 창궁검식을 펼쳐 그의 공격을 흩트리고 검을 뻗어 넣었다.
소청의 손에서 팔괘연환의 창법이 모조리 펼쳐졌다.
둘의 공방이 한차례 이어지고 멀찍이 물러났던 소청이 창대의 끝을 잡아 남궁천휴를 향해 던졌다.
쉬이이익!
쩌엉!
검면으로 날아오는 창을 후려쳤던 남궁천휴가 서너 걸음이나 물러나며 몸을 세우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소청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끄윽!”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한 발을 축으로 돌린 소청의 뒤꿈치가 남궁천휴의 태양혈(太陽穴)을 찍었다.
쾅!
휘말린 발길질에 땅바닥에 처박혀 버린 남궁천휴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검을 휘저었다.
검격을 피해 물러난 소청을 향해 잠시나마 내상을 회복한 남궁천세가 검을 찔러 왔다.
따당!
손등으로 검면을 때려 방향을 바꾼 소청은 거리를 벌리고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팟!
호흡을 가다듬은 소청인 지면을 박차는 순간 이 대 일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쩡!
하지만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수없이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온전치 못한 남궁천세가 소청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남궁천휴가 밀려나는 사이 소청이 내지른 창이 남궁천세를 노렸다.
퍼억.
“끄으윽…….”
남궁천휴의 왼쪽 가슴팍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남궁천세의 위급함에 몸을 날렸던 남궁천휴는 더 이상 숨을 이어 가지 못했다.
“네놈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남궁천세의 온몸이 경련하듯이 떨렸다.
분노가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죽여, 죽여, 죽여.
마음속의 소리가 그의 정신을 휘저어 놓기 시작했고 분노가 짙은 살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스.
그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뿜어졌고 핏발로 붉어진 눈이 칙칙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으아아아!”
휘저은 손에 마기가 출렁이며 뻗어 나갔다.
추아아악!
모든 기운을 빨아 먹는 마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소청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흐흐흐, 결국 꺼냈구나. 남궁천세. 몰락의 시간이다.”
허리를 숙이고 힘없이 팔을 늘어뜨린 남궁천세의 검은 눈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뻗어진 손을 따라 마기가 땅거미처럼 흘렀다.
트득, 트드드득!
마기는 죽은 남궁천휴를 비롯해 남궁가의 무인들에게 닿아 생기를 모조리 빨아 먹기 시작했다.
역천의 진언으로 마기에 휩싸여 버린 남궁천세는 인성을 잃어버렸다.
시신에 남은 생기를 빨아 먹은 그의 눈이 흑요석처럼 빛나며 또 다른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진……소……청…….”
소청을 발견한 남궁천세의 몸에서 피어올랐던 마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유형화되어 휘몰아치는 마기의 폭풍을 바라보던 소청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휘오오오오!
단전에 네 번째 태극의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보세를 취했던 소청이 창대를 길게 잡았다.
그리고 단전에 남은 모든 기운이 창대에 실렸다.
우우우웅!
창대의 거친 떨림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까드득.
소청은 마지막으로 남은 기운을 단전에 담고 용천혈에 실었다.
파악!
지면을 박찬 소청의 신형이 사라졌다.
“크아아아!”
이성을 잃고 동생과 수하들의 생기를 빨아 먹고 마수(魔獸)가 되어 버린 남궁천세가 사방으로 마기를 뿜어내었다.
퍼엉!
내질러진 창대가 거칠게 남궁천세의 옆구리를 뜯어내며 폭발했다.
치이이익.
소청의 발이 지면에 긴 족적을 남기며 멈췄다.
독맥에 몰린 모든 내공을 쏟아 버린 소청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남궁천세를 응시했다.
꿀럭. 꿀럭.
상체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지만 남궁천세는 쓰러지지 않았다.
뜯긴 단면에서 핏물 대신 마기가 쏟아져 나와 사방을 가득 메웠다.
‘이건?’
이런 적은 없었다.
마기를 가진 상대와 가진 두 번의 결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마기였다.
“죽……인……다.”
마기는 남궁천세의 몸에 남은 생기마저 집어삼키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남궁천세가 아닌 마기 덩어리에 불과했다.
주춤거렸던 마기가 다시 넘실거리며 움직여 소청을 향해 천천히 뻗어 왔다.
“젠장…….”
몸 안에 남은 내공이 없었다.
“후우우…….”
소청은 재빨리 호흡을 가다듬었다.
남궁천세와의 거리는 이 장여밖에 되지 않았다.
한 줌의 진기만 회복한다면 일보월하로 마기를 뛰어넘고 그의 목을 따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팔괘연환공의 장점은 여덟 혈의 내공을 사용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단점은 회복력이 더디다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한 가닥의 진기를 회복한 순간.
“진소청!”
누군가 둘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막 도착한 방유현이 일 보에 삼사 장을 이동하며 소청을 향해 일 장을 뻗었다.
‘망할!’
한 줌의 진기.
남궁천세를 죽이고자 모았던 기운을 재빨리 용천혈을 향해 뻗었다.
파악!
아슬아슬하게 피해 버린 소청을 향해 헛손질을 했던 방유현이 재차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멈춰라!”
금빛 가사를 두른 노승이 소청의 앞을 가로막으며 천천히 한 손을 펼쳤다.
우웅-!
회오리치듯 뻗어 나온 불기(佛氣)에 마기가 밀려나고 항마의 힘을 머금은 대력금강장이 뻗어졌다.
“이런!”
쩌엉!
방유현이 내지른 일장과 대력금강장이 부딪쳐 폭발했다.
“신승…… 일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방유현이 짜증스럽게 코끝을 찡그렸다.
“방 시주, 시주께서 어찌 나서시는 게요? 분명 원로원에 구금되었다 들었는데…….”
“…….”
일해의 음성은 나지막했지만 무거움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고서도 확인하듯 묻는 느낌이었다.
“무량수불, 방 원주가 모든 일의 흑막이라는 말은 믿지 않았거늘…….”
또 다른 이가 나타났다.
백색의 도복을 걸치고 상투관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고정시킨 백미의 노인.
“결국 제갈 군사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말이 되겠구려.”
화산의 검존 현우자까지.
“패월!”
초사가 재빠르게 달려와 소청을 부축했다.
“파하…….”
참고 있던 숨이 터져 나왔다.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일을 꾸민 것이지만 방유현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남궁천세만을 유인하려 했던 것인데 방유현까지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소청은 눈앞에 선 세 명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현 정천 무림의 역사를 만들고 일선에서 물러난 최강의 무인들이었다.
소청은 초사의 부축을 뿌리치고 그들의 뒤에 섰다.
“진가의 소청이 세 분 어른을 뵙습니다.”
“아미타불.”
마주 인사를 해 오는 금빛 가사의 노승.
중원 무학의 조종이라 불리는 소림을 이끌다 불도에 전념하며 물러난 불존, 신승(神僧) 일해.
“무량수불.”
송문고검을 비껴들고 백의 도포를 펄럭이는 백미의 도사, 무당의 태존 청명진인.
그리고.
“자네 괜찮은가?”
화산의 검존 현우자.
아무리 소청이라고 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현우자의 물음에 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 그나저나 방 원주가 마천의 주구였다니…….”
이미 마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현우자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저자는 우리가 상대하겠네. 자네는 물러나 몸을 회복하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소청이 물러나자 현우자가 자하검을 빼 들었다.
“방 원주, 그만 포기하시오. 그대 혼자서는 우리 셋을 상대할 수가 없소이다.”
“크크크…….”
갑자기 방유현이 스산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기운을 머금고 울려 퍼지자 모두가 눈을 찌푸렸다.
“그래. 결국 이리되었구나. 진소청 네놈을 진즉에 죽였어야 했는데…….”
방유현이 천천히 남궁천세를 향해 걸어갔다.
“나를 잡겠다고? 너희 셋이서 말인가?”
“…….”
츠츠츠츠.
남궁천세의 몸에서 뻗어 나왔던 마기가 방유현의 손안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 쉽게 당해 줄 것 같더냐?”
퍼져 있던 마기를 모조리 흡수한 방유현의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검은 기운이 강해질수록 시작된 대기의 떨림이 더욱 강렬해져 일그러짐마저 생겨났다.
“아느냐? 마기란 원독을 머금으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역천의 진언으로 완벽해지지.”
눈뿐만이 아니라 방유현의 살갗마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에 있던 지면이 모조리 파헤쳐지며 돌무더기가 솟구쳐 올랐다.
“오너라. 모조리 죽여 주마!”
양팔을 곧게 펴자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온 마기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무량수불. 실로 악독한 자로다. 죽어 가는 생명의 원기까지 흡수하는 것인가!”
도호와 함께 뿜어진 기운이 마기를 밀어내고 청명진인의 송문고검이 저절로 떠올라 그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았다.
양손의 손가락에서 피어난 하얀 실같은 기운이 송문고검에 겹겹이 어려 감싸였고 뭉쳐지고 응축되어 새하얀 백검이 되었다.
우우웅.
무당의 태극혜검(太極慧劍).
일찍이 음양의 도리를 깨쳐 태극의 극의에 달한 자만이 사용한다는 무당의 절정 검예가 펼쳐졌다.
슈가가각!
백색의 기운을 머금은 송문고검이 청명진인의 손을 따라 쏘아져 나갔다.
“노납도 돕겠소이다!”
온몸에 금빛 기운을 두른 신승 일해가 지면을 밟고 쏘아져 나가며 양손을 곧게 뻗었다.
콰앙!
휘저은 손에서 시커먼 마기가 쏟아져 날아온 송문고검을 때렸고.
쩌엉!
내뻗은 손이 일해의 손과 허공에서 부딪쳤다.
튕겨 나온 송문고검이 다시금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 허공에 거대한 매화꽃이 그려졌다.
콰아앙!
오존의 경지에 오른 셋의 공방은 감히 눈으로 좇을 수가 없었다.
마기에 온몸을 감추어 버린 방유현을 향해 송문고검의 백색 기운이 살아서 춤추듯 날아들었고.
일해의 손에서 뻗어진 금빛 장력이 수십 장의 대지를 짓눌렀다.
붉게 물든 매화꽃은 수도 없이 그려졌다 낙화하며 세상을 할퀴었다.
그들의 싸움은 마치 세상 이면에 살아가는 자들이 마구잡이로 채색을 하듯이 세상을 서로 다른 빛으로 물들였다.
“초사! 일단 기운의 영향권에서 물러난다. 휩쓸리면 끝장이다.”
사방을 초토화시키며 벌어지는 그들의 싸움에 소청과 초사가 재빨리 물러났다.
콰쾅! 꽝!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을 울리고 땅을 뒤집어 놓는 그들의 싸움은 황산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