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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75화 (완결)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75화 (완결)

375화. 아! 형산파 (2)

 

나연란은 적운휘를 안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 품에서 내상약을 꺼내서 적운휘에게 먹였다.

“괜찮아? 응?”

“하악…… 하악……괜찮……아요…….”

그때였다. 지금까지 꽉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면서 적운혜가 나왔다. 그러자 내상으로 인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노인이 눈을 크게 떴다. 이어서 적운혜의 뒤를 따라 나오는 연호민을 보자 다급하니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저 아이와…… 크윽…….”

“작은 조부님!”

연호민이 다급하게 다가가서 노인을 부축했다.

“끄으……저 아이…… 저 아이를 안았느냐?”

“죄송합니다. 작은 조부님…….”

연호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걸 보고 노인은 일이 완전히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너…… 너…….”

“저는 적 소저에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얻는 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잖습니까?”

연호민은 할아버지인 연협성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갈등을 많이 했었다. 적운혜 같은 미인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더없이 자극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끝내 이성으로 그것을 눌렀다. 그리고 적운혜에게 춘약이 든 차를 못 마시게 한 것이다.

“그, 그런……세가의…… 세가의 앞날이 네게 달렸었거늘…….”

“아닙니다. 숙부님. 그런 방법은 아닙니다. 세가는 제 힘으로 부흥을 시키겠습니다. 그러니…….”

“크윽…….”

노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내상이 심한 상태에서 정신적인 충격까지 받자 그대로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적 소저, 소저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소.”

“아니에요. 보아하니 일대일의 대결이었던 것 같네요.”

적운혜가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휘에게 다가갔다. 나연란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를 봤다. 그러자 적운혜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나연란은 이런 상황인데도 적운혜의 미소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녀의 미소를 본 연호민은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괜찮아요. 내가 좀 볼게요.”

“그, 그래.”

나연란이 옆으로 비키자 적운혜가 적운휘를 보며 말했다.

“앉을 수 있어?”

“응.”

적운휘가 간신히 대답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러자 적운혜가 그의 등에 두 손바닥을 대고 운기요상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연란은 눈물을 닦고 주위를 단단히 경계했다.

하지만 연호민이 여기에 있는 이상 그들에게 해를 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벌써 시작되었군.”

혁무한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가서 말린다면 그 역시도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싸움을 말릴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지?”

혁무한이 난처해하며 옆에 있는 적운상에게 물었다. 그러자 적운상이 근처에 있던 몽둥이를 하나 주워 들었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패야지.”

“뭐?”

혁무한이 잠시 멍하니 있는데 적운상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어느새 오 장이 넘는 곳에 나타나 있었다.

그러고는 주위에서 싸우고 있는 호왕문과 연씨세가의 사내들을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했다. 적운상의 몽둥이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꼬꾸라졌다.

“뭐, 뭐냐?”

“제길! 협공해라!”

“저놈부터 죽여라!”

호왕문과 연씨세가의 사내들이 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적운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부나방과 같았다.

달려드는 족족 얻어터져서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한 속도로 나가떨어졌다. 적아(敵我)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그렇게 휭휭 나가떨어지자 무기를 휘두르며 피 튀기게 싸우던 자들이 하나 둘씩 물러났다.

그러면서 적운상의 우악스러운 몽둥이질을 피해 도망 다니려고 했다. 하지만 적운상에 얻어맞은 사람들이 날아와 그들을 우르르 쓰러트렸다.

“저기 있군.”

적운상은 마청기와 연석강이 싸우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은 너무나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라 적운상이 나타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머리에서 불이 번쩍 하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크윽! 어떤 자식이…….”

욕을 하려던 마청기는 적운상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적운상은 유혈이 낭자한 이런 곳에서도 여유롭게 히죽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전에 호왕문을 상대하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그때 마청기는 적운상에게 인질로 잡혔다가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었다.

“저, 적 형!”

“오랜만이군. 빨리 부하들이나 챙겨.”

“알겠소!”

마청기는 적운상이 자신들을 도와주러 온 줄 착각했다. 그래서 신이 나 부하들을 챙기려는데 멀쩡히 서있는 사람들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이게 대체…….”

연석강도 신음을 하며 너부러져 있는 세가 사람들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뭐하나? 너도 사람들 챙겨야지.”

“다, 당신이 이런 거요? 도대체 어느 틈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흠. 저기는 아직도 안 끝났군.”

적운상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면서 시선을 둔 곳에서는 마인걸과 연협성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순간 적운상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마인걸과 연협성 사이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러자 마인걸과 연협성이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들은 마지막 비기를 펼쳐서 상대를 죽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적운상이 나타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크악!”

“커헉!”

마인걸과 연협성은 뒤로 오 장이나 튕겨져 나갔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마인걸의 호조는 완전히 휘어져 있었고, 연협성의 검은 두 동강이 나있었다.

“너, 너는…….”

마인걸과 연협성이 적운상을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알 만한 사람들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제 여기서 끝내십시오. 그래도 계속하겠다면 제가 먼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이,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다. 네가 끼어들 명분이…….”

마인걸이 욱해서 소리치는데 적운상이 중간에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럼 조용히 싸우던가 해야지 왜 애꿎은 양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줍니까? 그들이 형산파로 찾아와서 당신들의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한두 명이 찾아와서 그랬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거면 명분이 되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래도 계속하겠다면 제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절대로 어정쩡하게 하지 않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애어른 할 것 없이 마지막 한 명까지 피를 봐야 할 겁니다.”

적운상의 섬뜩한 말에 마인걸과 연협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적운상이 명문정파인 형산파 출신이기는 했지만 손에 정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잔인하다고 할 만큼 과감하게 손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뒤늦게 쫓아온 혁무한은 너무나 어이없이 싸움이 끝나버리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것을 그는 몇 달이 걸려도 어떻게 하지 못해서 고생만 실컷 했었다. 그러니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어? 아버지!”

멀리서 나연란의 부축을 받고 오던 적운휘가 적운상을 보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적운혜가 슬쩍 적운휘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적운상은 천천히 적운휘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엉망인 그의 꼴을 보고도 미소를 지었다.

“이겼냐?”

“네.”

적운휘가 무표정하게 대답하자 적운상이 기특하다는 듯이 머리를 흩트려주었다. 누구와 싸웠는지는 몰라도 이 지경이 될 정도면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나연란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적운상을 꽉 껴안았다.

“적 사형!”

“어이쿠! 하하. 오랜만이구나.”

나연란은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적운상의 목에 매달렸다.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었지만 적운상에게 그녀는 언제까지고 어린 사매였다.

적운상은 나연란을 다독여놓고 적운혜를 봤다. 적운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크게 혼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적운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적운상의 품을 파고들었다.

“네 엄마들이 걱정 많이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느냐?”

“흐윽……응……죄송해요……죄송해요……흐윽…….”

“괜찮아. 괜찮아.”

혁무한과 나연란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적운상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나자 호남의 무림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적운상의 얼굴을 한 번 보고자 형산파로 몰려들었다. 이에 형산파는 때아닌 손님들을 맞아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건 말건 적운상은 막정위와 마주 앉아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냐?”

“곧바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양악이와 수연이 임신 중입니다.”

“하하하. 이야기는 들었다. 음…… 그럼 천고를 데려가는 것이 어떠냐? 아마 도움이 될 거다.”

“너무 험지라서 어렵습니다.”

“흐음. 도대체 어딘데 그러는 거냐?”

적운상은 대답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사실 그가 은거한 곳은 마도연맹의 본거지에 갔을 때 절벽 밑에 떨어져서 갇혔던 바로 그 분지였다.

적운상은 한때 그곳에서 백수연, 주양악, 백리난수와 너무나 즐겁게 보냈었다. 또한 무극의 영역에 계속 머물 수 있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은거를 한 것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때 다시 오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운휘와 운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실은 그 녀석들 때문에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봐라.”

“제가 다시 올 동안 그 녀석들을 좀 돌봐주십시오.”

“하하하. 물론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거기서만 키웠더니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 걱정입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치면 될 거다.”

“네. 장문사형.”

“어쨌든 네가 돌아오니 좋구나. 형산파에 다시 활기가 돌고. 하하.”

막정위가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는데 초사영이 방으로 들어왔다.

“초 사형.”

“그래. 후우…….”

초사영은 목이 말랐던지 차를 따라서 단번에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러고는 적운상을 보며 말했다.

“네가 가줘야겠다.”

“네? 어디를 말입니까?”

“너를 보려고 온 사람들 때문에 난리다. 가서 사람들을 좀 진정시켜줘라.”

“하하하. 그래. 내가 너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보구나. 어서 가봐라.”

“알겠습니다.”

초사영을 따라서 적운상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 같은 반응에 적운휘와 적운혜는 자신들의 아버지인 적운상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어머니들에게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리 와 닿지 않았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반갑소. 적운상이라고 하오. 볼 것 없는 사람인데 이리 반겨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소.”

적운상이 포권을 취하면서 말하자 사람들이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다 사람들이 좀 진정하자 도자명이 막정위의 아들인 막손서와 초사영의 딸인 초운지 등을 힐끗 보고는 적운상을 향해 말했다.

“적 사형, 그간 무공이 얼마나 늘었는지 좀 보여주십시오. 이 기회에 새파란 것들 안계를 좀 넓혀 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옳소!”

“우오오오옷!”

“찬성이오!”

여기저기서 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적운상은 못한다고 뺄 수가 없었다.

“알았다. 그럼 잠깐 하나 보여줄까?”

그렇게 말한 적운상이 십 장 정도 떨어져 있는 담벼락 앞의 나무를 향해 손을 쫙 펴서 내밀었다. 그러고는 꽉 움켜쥐고 손목을 틀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적운상이 뭘 하는 건지 의아해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호남의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이 모두 와있었다. 그런데도 적운상이 뭘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때였다. 뭔가가 적운상에게 휙 날아오자 모두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방금 적운상이 손을 뻗은 십 장 밖에 있던 나무의 나뭇가지였다.

“헉!”

“서, 설마…….”

“허공섭물?”

누군가가 소리치자 사람들은 그제야 적운상이 뭘 했는지를 깨닫고 경악을 했다. 말로만 들었지 저런 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처음 알았다.

웬만큼 대단한 것을 보여줘야 크게 환호성이라도 지르며 칭찬을 하지, 이건 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너무나 높은 경지였다.

만약 저게 나뭇가지가 아니라 사람의 목이나 팔이라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십 장 밖에서 단지 손을 한 번 폈다가 쥐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적운상은 괜한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멋쩍어하면서 멍하니 있는 사람들을 향해 포권을 취하고는 그 자리를 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뒤늦게 한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아직도 이리 차이가 난단 말인가?”

“앞으로 향후 십 년 후면 형산파가 무림제일이 되겠구나.”

적운상은 이제 중년이었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창창했다. 그런데 저런 경지라니, 그가 죽기 전까지는 천하제일이란 명성은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으리라.

더불어 형산파가 무림에 우뚝 서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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