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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6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66화

366화. 방문객 (1)

 

“장문사형! 장문사형!”

다급한 외침소리에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막정위가 뒤를 돌아봤다. 그는 어느덧 장년이 되어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흑곰의 등에는 크게 부상을 입은 패악룡이 업혀 있었다.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지만 상태가 위중했다.

“너는 가서 천고를 오라고 해라.”

“네.”

강은영이 부리나케 대청을 달려 나갔다. 그녀는 몇 년 전에 도자명과 혼인을 해서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잠시 후에 뚱뚱한 체구의 장년 여인이 허겁지겁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천고였다. 원래 그녀는 그런 체구가 아니었으나 형산파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는 바람에 잔뜩 살이 쪄버렸다.

“무슨 일이야?”

“패악룡의 상처가 중합니다. 좀 살펴봐 주십시오.”

막정위의 말에 천고가 패악룡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품에서 침을 꺼내 곳곳에 꽂아 넣었다.

대청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숨죽이며 천고가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후우…… 괜찮아. 목숨은 건졌어.”

“아! 정말 감사합니다. 천고!”

“고맙기는, 이렇게라도 신세지는 값을 해야지.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조심히 옮겨.”

“알겠습니다.”

흑곰이 패악룡을 조심스럽게 들고 대청을 나갔다. 그러자 막정위가 한숨을 내쉬며 같이 온 장동오를 봤다. 그는 이제 앳된 소년이 아니라 어엿한 중년의 사내가 되어 있었다.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봐.”

“상황이랄 게 뭐 있습니까? 연씨세가하고 호왕문이 크게 붙는 바람에 중간에 말리려다가 저렇게 된 거죠. 지금 무한이 형님이랑 자명 사형, 연오 사형이 애는 쓰고 있는데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 그들은 무사한 거냐?”

“모르겠습니다. 패악룡 사형이 당하는 것을 보고 무한이 형님이 다급하게 저와 흑곰 사형을 함께 보내는 바람에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내가 직접 가야겠다.”

“네? 하지만, 그랬다가는 초 사형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더 이상 그들에게만 맡겨놓을 수가 없구나.”

“일단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한이 형님이나 사형들이 애를 쓰고 있으니까 뭔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장동오의 말에 막정위는 인상을 살짝 쓰며 크다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적운상이 그렇게 가버린 것이 벌써 이십 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 형산파는 호남제일문파로서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물론 적운상이 그 발판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막정위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호남제일의 문파가 되니 여기저기서 도움을 청하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막정위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거절을 했다. 그런데 최근 큰 문제가 터졌다. 호남의 거대세력인 연씨세가와 호왕문이 크게 맞붙게 된 것이다.

이권에 관계된 일이었다면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며 잘 해결이 되었을 테지만, 사람이 죽고 다쳐서 그럴 수가 없었다. 문파와 가문의 명예를 걸고 대립을 하게 되면서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에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고 참다 못한 그들이 형산파로 찾아와 연씨세가와 호왕문의 중재를 요청한 것이다.

막정위는 일단 사건의 원인을 알아봤다. 그랬더니 기가 막히게 얽히고설켜서 어떻게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란 걸 알았다.

호왕문의 장문인인 마청기에게는 문무를 겸비한 뛰어난 아들이 하나 있었다. 많은 여자들이 그를 연모했는데, 그 중에는 연씨세가의 가주인 연석강의 처제도 있었다.

그녀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에게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그녀는 그에게 춘약을 먹이고 억지로 관계를 맺었다. 그러고는 겁간을 당한 것처럼 연석강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와 맺어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지 않던가?

그녀의 말을 들은 연석강은 흥분을 해서 가신들을 이끌고 직접 가서 그의 팔을 하나 잘라버렸다. 만약 그가 호왕문의 문주인 마청기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목을 베어버렸을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안 마청기는 화가 잔뜩 나서 연씨세가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원인을 따지며 난리를 치다가 결국 무력충돌이 일고 말았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이 다치고 마청기는 아들과 함께 간신히 도망쳐 올 수가 있었다. 그 후로 호왕문과 연씨세가는 완전히 적이 되어 버렸다.

그것을 중재하려니 막정위는 답답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와서 부탁을 하니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석강과 마청기를 찾아가서 화해를 할 것을 제안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어느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끝을 보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런 상황에서 호왕문의 정예인 포호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연씨세가의 정예인 암영단도 움직임을 보였다. 포호대와 암영단이 붙으면 끝이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막정위는 혁무한을 비롯한 도자명과 나연란, 나연오 등을 보내서 싸움을 말리라고 했다. 그리고 초사영을 연씨세가로 보내고 자신은 호왕문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설득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격돌이 이는 바람에 막정위는 미처 호왕문으로 떠나지 못하고 패악룡과 흑곰 등이 오는 것을 봐야 했던 것이다.

“이럴 때 운상이가 있었다면 쉽게 해결이 되었을 것을…….”

호왕문이고 연씨세가고 간에 적운상이 가서 한마디만 했다면 좋게 해결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막정위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십 년이 훨씬 넘었건만 아직까지 소식 한 통 없는 적운상이 야속하기만 했다.

무공이 그리 대단하니 죽지는 않았을 터, 어딘가 첩첩산중에 은거해 있느라 강호에 완전히 발걸음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서찰이라도 한 통 보낼 수 있지 않은가?

“호왕문에는 나 사숙께 부탁을 드리고 너는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자.”

막정위는 그렇게 결정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헉헉…… 제기랄! 괜찮소? 사형.”

이제 약관이나 됐을까?

제법 체구가 단단해 보이는 잘생긴 사내가 다친 팔에 붕대를 감으면서 도자명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도자명 대신 그 옆에 있던 여인이 대신 대답을 했다. 그녀는 그와 얼굴이 상당히 닮아서 한눈에 봐도 두 사람이 남매란 걸 알 수 있었다. 나연오와 나연란이었다.

“너나 잘 치료해. 사형은 걱정 말고.”

“쳇! 왜 화를 내고 그래?”

“시끄러워! 네가 자리를 지키지 못하니까 사형이 다쳤잖아! 무한 오라버니도 저 꼴이 됐고.”

나연란의 윽박을 지르자 나연오는 투덜거리면서 입을 다물었다. 포호대와 암영단이 정면으로 맞붙는 것을 말리기 위해 그들은 정신없이 날뛰었다. 그 와중에 패악룡이 크게 다쳤고, 다른 사람들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사실 무공은 포호대나 암영단보다 그들이 더 뛰어났지만 말리는 입장이다 보니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해서 다친 사람이 많은 것이다.

“형님, 그냥 싹 다 밀어버리는 것이 어떻소? 이거 이러다가 우리만 사달 나겠소.”

도자명은 어깨의 상처를 지혈하면서 혁무한에게 답답한 마음을 풀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친 사제들을 보니 화가 나서 주체가 되지 않았다.

“참아. 다치기는 했지만 불구가 되거나 죽은 사람은 없잖아. 험한 강호에서 살고 있으니 이 정도 상처쯤은 감수를 해야지.”

“에휴…… 서린이가 또 얼마나 바가지를 긁어댈지 훤하군.”

도자명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자 혁무한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혁무한은 은서린과 혼인을 해서 형산파에 아주 눌러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은서린을 위하는지 공처가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럴 때는 적 사형이 그리워요. 적 사형이 있었다면 저런 녀석들은 찍소리도 못했을 텐데…… 쳇! 연락이라도 한 통 하지.”

유난히 적운상을 잘 따랐던 나연오는 투덜대면서 옆에 있던 술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어? 저건 뭐야?”

나연란이 뭐를 봤는지 눈을 빛내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언덕배기에 있는 커다란 느릅나무 아래였다. 언덕 아래에는 포호대와 암영단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치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까 한바탕했지만 아직까지는 전력을 아끼면서 탐색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 수가 워낙에 많아서 탐색전이라 해도 무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웬 소년이 말 한 마리를 끌고 그들 사이를 유유자적 지나가고 있었다. 많아봐야 열다섯이나 열여섯 정도 되어 보였는데 생긴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 정도로 대단했다.

큰 눈에 새까만 눈동자, 적당히 솟은 코와 굳게 다문 입술,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이라서 보기에 좋았다. 거기다 청삼에 자색포를 걸치고 허리에는 도를 한 자루 찬 채, 말고삐를 쥐고 느긋하게 걷고 있는 모습이 주위의 살벌한 분위기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헤에…… 잘생겼는데. 누나가 반할만 하겠어.”

“뭐야? 누가 반했다는 거야?”

나연오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나연란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니면 말지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 시집갈 나이가 됐으니 빨리 가란 뜻으로 한 말인데.”

“시끄러워! 네가 걱정 안 해줘도 나 데려가려는 사람 많아.”

“그럼 뭐해? 제대로 된 놈들이 없는 걸.”

“뭐야?”

“그만. 아무래도 한판 붙을 것 같다.”

도자명이 언덕 아래에 시선을 둔 채 나연란과 나연오를 조용히 시켰다. 연씨세가의 암영단에서 네 명의 사내들이 소년에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포호대에서도 네 명의 사내들이 다가가고 있었다. 저러다 또 싸움이 나면 양쪽에서 우르르 몰려나올 테고 그럼 뒷감당이 힘들었다.

“내가 가보마. 모두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혁무한의 말에 도자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여차하면 뛰어나갈 준비를 시켰다. 그러는 동안 혁무한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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