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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5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58화

채응도는 그의 앞을 막지 않았다.

당초당 앞에 선 장천운은 왕규를 향해 고갯짓을 보냈다.

이번 고문은 왕규 몫이었다.

정보상인은 돈으로 정보를 사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제로 얻을 때가 있었다. 왕규도 가끔은 그렇게 해서 정보를 얻곤 했다.

더구나 그는 지금 풍촌의 일로 인해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태였다.

성큼성큼 당초당에게 다가간 그는 다짜고짜 당초당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밟았다.

무창에서 장천운이 그런 식으로 고문해서 공손백이 보낸 자의 입을 열었다고 했다.

고문 도구가 없는 곳에서는 간편하고 효과적일 듯했다. 죽여도 시원치 않은 놈에게 고통도 최대한 줄 수 있고.

“풍촌에 갔었어. 마을 사람들을 다 죽였더군. 심지어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그 비천한 놈들을 죽인 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우드득.

왕규가 발에 힘을 주자 새끼손가락의 살이 뭉개지고 뼈가 부서졌다.

“크아악!”

“순박한 산촌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다 죽여! 그들이 늙은이 물건을 훔치기라도 했어? 늙은이를 핍박했어? 왜, 왜 그들을 죽인 거야!”

우지직.

손가락이 하나 더 짓뭉개졌다. 무명지였다.

“끄어어어억!”

두 번째 비명은 처음보다 더 처절했다. 왕규가 느릿하게 밟으며 발을 비튼데다 날카롭게 부서진 자갈이 상처를 파고들어서 고통이 훨씬 더 컸다.

“그냥 죽이지는 않을 거야. 너무 쉽게 죽이면 산촌사람들이 억울해 할 테니까. 늙은이도 그들 수십 명이 죽어가면서 겪었을 두려움과 공포를 모두 느껴봐.”

살과 뼈를 짓뭉개면서도 고저 없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왕규였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때 장천운이 당초당을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택은 당신이 하시오. 그나마 조금이라도 편히 죽을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고통스런 죽음을 택할 것인지.”

“으으으으으.”

“사람 죽이는 것을 개미 죽이듯이 하는 당신은, 온몸이 짓뭉개져서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뼈가 부서지고, 힘줄이 뽑혀도 누구 하나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거요.”

장천운은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왕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왕규가 입술을 하얗게 비틀며 세 번째로 중지를 짓이겼다.

당초당의 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으으으어어어어…….”

왕규가 이어서 검지를 밟자, 장천운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두 가지를 물을 거요.”

왕규가 검지를 밟은 채 동작을 멈췄다.

“첫 번째 질문. 해독제의 배합비율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당초당은 네 번째로 검지가 짓뭉개지고, 손가락 힘줄이 하나 뽑힌 이후에야 정신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처, 청색…… 병…… 황색…… 삼대 칠로…… 물에 풀어서…….”

장천운이 바닥에 놓인 청색병과 황색병을 추려낸 후 채응도에게 말했다.

“물을 구해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채응도는 즉시 무사를 시켜서 물을 구해오라 했다.

장천운은 일 장 직경을 진기로 막을 쳐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제부터 하는 말은 다른 사람이 들어선 안 되었다.

“이제 두 번째 질문이오. 당신은 이 년 전에 창평에 가서 뇌혈산을 만든 적이 있을 거요. 뇌혈산을 만드는 재료가 창평에서 나오니까. 그때 누가 뇌혈산을 만들어 달라고 했소?”

질문을 던진 그가 왕규를 바라보자, 왕규가 엄지를 발로 밟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언제든 뭉개버리겠다는 듯.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화가 다 풀리려면 아직 멀었거든.”

“나, 난…….”

당초당의 눈매가 심하게 떨렸다.

장천운이 은근한 어조로 그를 압박했다.

“뇌혈산은 평소 당신이 자주 만드는 게 아닐 거요. 당신에게 뇌혈산 같은 독은 조잡하게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이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발에 점점 힘이 들어가면서 엄지가 이지러졌다.

당초당의 공포도 서서히 커졌다.

“누가 뇌혈산을 원했는지 말하면 당신도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을 거요.”

엄지의 뼈가 으스러지기 직전, 당초당이 덜덜 떨리는 입을 열고 이름 하나를 말했다.

“어, 엄효…….”

 

선등경의 새파랗던 입술이 서서히 제 색을 찾기 시작했다.

독왕의 해독단이 효과를 본 듯했다.

그때쯤 무사가 자신의 검집에 물을 떠왔다. 오는 동안 많은 양이 흘러나와서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해독제를 녹일 정도는 되었다.

채응도는 해독제를 삼 대 칠 비율로 물에 타서 녹인 다음 선등경에게 복용시키려 했다.

바로 그때,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장천운이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채응도가 멈칫하며 장천운을 돌아다보았다.

“왜 그런가?”

장천운은 대답하기 전에 당초당을 쳐다보았다.

“정말 저 병에 든 가루가 해독제요?”

“무, 물론…….”

장천운은 당초당을 지그시 노려보더니 왕규에게 눈짓을 보냈다.

왕규가 으스러뜨리려다 멈췄던 엄지를 다시 밟았다.

장천운이 재차 물었다.

“정말 해독이 된단 말이지요? 거짓이면 나머지 손가락 모두와 발가락까지 뭉개버리고, 힘줄을 하나하나 뽑아버릴 거요.”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 당초당이 입을 두어 번 달싹이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내, 내가 착각…… 황색 병이 아니라…… 백색 병…….”

장천운이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우드득!

엄지가 으깨진 당초당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손가락으로 끝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

왕규가 무척 아쉬운 표정으로 발을 뗐다. 신발바닥에 피와 엉킨 살점과 뼈가 묻어서 덜렁거렸다.

 

***

 

선등경의 독은 이각쯤 지나서야 해독이 되었다.

여독 때문인지 안색은 여전히 파리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독왕의 해독단을 복용한 후 진기의 흐름이 좋아졌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이었다.

감청색 무복을 입은 세 사람의 무사도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객잔에서 당한 세 사람과 침을 맞은 두 사람 중 하나는 독기가 이미 심장까지 침투해서 해독제만으로는 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무사들의 죽음과 상관없이 장내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오른손의 손가락이 모두 뭉개진 당초당을 한쪽에 놔둔 채 채응도와 장천운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대 덕분에 노사와 진천대원 셋의 독이 해독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당초당을 넘겨줄 수는 없다.”

“이자를 죽이면 증거가 사라집니다.”

“당초당은 내 아우와 아우의 가족을 죽인 놈이다. 그것도 독으로 아주 처참하게 죽였지.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그리 알아라.”

“살려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죽여도 나중에 죽이자는 거지요.”

“저놈과 한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 해도 나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만에 하나 놓치기라도 하면 나는 오늘의 결정을 평생 후회할 거다.”

채응도는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장천운으로선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귀독마종의 생사는 관심 밖이었다. 그도 풍촌의 살겁을 목도한 터라 살려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문제는 귀독마종이 죽었을 경우였다.

아무리 진실이라 설득해도 자신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 공손백 등은 코웃음 치며 증인인 귀독마종을 데려오라고 할 것이었다.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자신들을 음해하려 한다며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증인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역으로 소성주를 공격하겠지.’

그 동안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트려서 모든 상황을 정리하려 할 것이었다.

아직 소성주는 그들의 공격을 막을 힘이 없었다.

‘복수를 하려다 반격의 빌미만 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그래선 안 된다.

결론을 내린 장천운은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채응도를 바라보았다.

“귀독마종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흥! 어림없는 소리! 내가 순순히 보내줄 거라 생각하느냐?”

장천운은 천천히 현월을 뽑았다.

“끝까지 막는다면 저로서도 검을 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훗, 오늘 이 채응도가 온갖 창피를 다 당하는구나. 어린놈에게 그 따위 협박을 듣다니.”

그때 채응도 뒤쪽에 서 있던 무사 중 하나가 노성을 내지르며 나섰다.

“어디서 감히 단주께 무례를 범하는 것이냐!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채응도는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께름칙했다. 운천이란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무사는 채응도가 제지하지 않자, 검을 앞세운 채 장천운을 향해서 신형을 날렸다.

장천운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현월을 들어서 무사를 가리키며 원을 그렸다.

달려들던 무사의 검이 원에 갇혔다 싶은 순간.

쩌정!

고막을 뒤흔드는 청명한 검명이 울리고, 달려들던 무사가 한쪽으로 튕겨나갔다.

그 광경을 본 채응도는 눈을 치켜떴다.

자신과 함께 온 무사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강호 어디에 내놓아도 최정예무사로서 활약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무사를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튕겨 내다니.

더구나 비틀거리며 정신없이 물러선 무사의 안색이 창백했다.

일검 대결로 받은 충격이 작지 않은 듯했다.

“실력이 제법이구나. 하지만 네놈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그때 왕규가 턱을 쳐들고 한마디 했다.

“궁천도도 장 대주를 막지 못했는데, 귀하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 말에 채응도의 안색이 대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럼 저자가 궁천도 곽교진과 싸우기라도 했단 말이냐?”

“내 말을 못 들었소?”

“웃기는 소리! 거짓말 마라! 궁천도가 누군데 저 따위 어린놈을 못 막는단 말이냐?”

왕규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보장사꾼은 신용이 생명이다. 그런데 비마의 신용을 의심하다니.

상대가 채응도만 아니었다면 혼쭐을 냈을 텐데…….

“믿기 싫으면 믿지 마시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서 먹어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때였다.

한쪽에서 진기를 고르고 있던 선등경이 나섰다.

“잠깐만 기다리게.”

독에서 겨우 벗어난 그는 아직 몸이 완전치 않았다. 더구나 어떻게 보면 장천운에게 신세를 진 처지 아닌가.

그래서 채응도에게 맡긴 채 가만히 지켜만 봤는데, 궁천도 곽교진의 이름이 나오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궁천도 곽 형과 싸웠다고 했는가?”

장천운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혹시 장강에서 싸우지 않았나?”

“맞습니다.”

“광양삼절을 장강에서 구해주었다는 사람이 자네였군.”

이제는 장천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그러다 뭔가를 깨닫고 표정이 급변했다.

“혹시……. 무적장?”

왕규의 눈도 커졌다.

정보장사꾼인 그조차 선등경과 채응도가 무적장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만큼 무적장은 장막에 가려져서 강호에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렇다네. 떠나오기 전 광양삼절이 장원에 들어왔네. 그들에게서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

선등경은 채응도를 지원하기 위해서 한 발 늦게 장원을 나섰다.

그 덕분에 광양삼절에게 장강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과장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이제 이십대의 무명 청년이 궁천도 곽교진을 비등하게 상대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지만 장천운을 직접 대해본 지금은 광양삼절의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이라면 채응도만으로 막을 수 없었다.

난감해진 것은 장천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무적장 사람이라면 싸우기가 애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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