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49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49화
349화. 세상 밖으로 (2)
“내가 먼저 갈게.”
“조심해요.”
“조심하세요.”
“응. 걱정하지 마. 내가 한 말 명심해. 흐름에 몸을 맡겨야 돼.”
“알았어요.”
적운상은 다시 한 번 당부를 하고는 급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풍덩 뛰어들었다. 그러자 세찬 물살이 순식간에 적운상을 삼켜버렸다.
“무사할까요?”
백리난수가 조금 불안한 투로 물었다. 그러자 백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할 거야. 잘못되더라도 우리가 뒤따라가잖아. 죽더라도 그와 함께하는 거니까 난 상관없어.”
백수연이 그렇게 말한 후에 잠시 심호흡을 하다가 급류로 뛰어들었다. 이어서 백리난수가 뛰어들었고, 마지막은 주양악이었다.
“푸하!”
주양악은 세찬 물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운상이 일러준 바위의 위치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다리가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내공을 잔뜩 끌어올려서 바위에 부딪칠 걸 대비했다.
콰아아앙!
발에 바위가 닿자 주양악은 사정없이 부숴버렸다. 그 반탄력 때문에 그 세찬 물살 속에서도 몸이 약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하지만 다시 물살의 흐름에 따라 밑으로 떠내려갔다.
그렇게 서너 번이나 바위를 부수며 유유히 떠내려 갈 때였다. 갑자기 배에서 극심한 통증이 왔다.
‘아야! 하필 이럴 때에…….’
주양악은 저번 달부터 달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배가 아파서 쉽지가 않았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아!
적운상은 폭포 밑에서 백수연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 높지 않은 폭포였고 밑의 웅덩이가 깊어서 위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급류 속에 있는 바위가 훨씬 위험했다. 잠시 그러고 있자 백수연이 떨어져 내리면서 풍덩하는 소리가 났다.
“푸하! 하아!”
물 위로 고개를 내민 백수연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물가에 있는 적운상을 보고는 웃으면서 헤엄을 쳐서 왔다. 잠시 후에는 백리난수가 떨어졌고 그녀도 무사히 적운상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제 남은 건 주양악뿐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그때 주양악이 폭포에서 떨어져 내렸다. 백수연이나 백리난수가 떨어질 때 적운상은 그냥 앉아서 기다렸었다. 하지만 주양악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주양악이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놀랍게도 물웅덩이를 가볍게 발로 한 번 차더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주양악의 몸을 중간에 안아들었다. 그러고는 반대쪽에 있는 바위 위에 사뿐히 내려섰다.
백수연과 백리난수는 그런 적운상의 경공에 크게 놀랐지만 지금은 주양악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에 다급하게 몸을 날려 그쪽으로 갔다.
“괜찮아?”
“어떻게 된 거예요?”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걱정을 하며 물었지만 적운상은 대답은 않고 주양악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주양악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떠내려 오면서 바위에 부딪친 것 같았다.
적운상은 상처 부위를 찾아서 지혈을 했다. 지혈이라고 해봤자 옷을 찢어서 상처부위를 누르는 것이 다였지만 그거라도 해야 했다.
“백 누이, 여기 좀 누르고 있어.”
“응.”
적운상은 백수연에게 지혈을 맡기고 주양악의 호흡을 살펴본 후에 완맥을 짚었다. 맥이 규칙적이지 않자 적운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양악은 천마의 내단을 흡수한 이후로 그 누구보다 몸 상태가 좋았었다. 내공이 그리 대단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뛰고 날고 해도 지치지를 않았고 맥박도 항상 일정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맥박이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뭔가 달랐다.
“왜 그래?”
“잘 모르겠어. 맥이 일정하지가 않아. 빨리 가까운 의원으로 데려가야겠어.”
“머리 말고 어디 다친 데가 있는 거 아냐?”
백수연의 말에 그제야 적운상은 주양악의 몸 곳곳을 살폈다. 다리와 팔, 그리고 어깨에 있는 자잘한 상처들이 다였다. 이런 경우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상처가 차라리 눈에 보이면 어떻게 치료라도 하지만 내상을 입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가 없었다.
“안 되겠어. 일단 등에 업혀줘.”
“그런 다리로는 무리예요. 내가 업을게요.”
백리난수가 말하면서 등을 내밀자 적운상과 백수연이 조심스럽게 주양악을 들어서 그녀에게 업히게 했다.
“가요.”
“내가 앞장설게.”
적운상은 주위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느끼면서 경공을 펼쳤다. 근처에 마을이 있는지를 빨리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그렇게 가자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저쪽이야.”
적운상은 나는 듯이 앞장서서 달려갔다. 한쪽 다리를 다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모두들 경황이 없어서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탕탕!
적운상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누구요?”
안에서 문이 열리면서 노인 한 명이 나왔다. 그러자 적운상이 다급하게 물었다.
“다친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 의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좀 알려주십시오.”
“이곳은 작은 마을이라서 의원은 없고, 저기 강 씨가 의술을 좀 아니까 그리로 가보시오.”
“거기가 어딥니까?”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강 옆에 집이 한 채 있을 거요.”
“고맙습니다.”
적운상이 뒤를 돌아보자 주양악을 업은 백리난수가 앞장서고 백수연이 뒤를 따르며 두 사람은 벌써 노인이 일러준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들도 적운상만큼이나 마음이 급했다.
노인이 일러준 곳에는 아늑하니 꾸며져 있는 이층집이 있었다. 집 앞의 공터에는 커다란 단지가 서너 개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작은 단지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강에는 대나무배가 대어져 있었다.
“계세요? 안에 아무도 없나요?”
백수연이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한 적운상이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흔들의자에 앉아서 한가하게 졸고 있는 중년여인이 보였다.
“이보시오. 잠시 좀…….”
적운상이 다가가서 그녀를 깨우려는데 갑자기 손이 쭉 뻗어왔다. 적운상은 목을 잡아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꺾었다.
“악! 너, 너 뭐야?”
잠결에 누군가 다가오기에 손을 썼다가 되레 반격을 당하자 중년여인이 크게 비명을 지르며 적운상을 노려봤다.
“실례했소.”
적운상은 뒤로 훌쩍 물러나서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중년여인이 적운상의 아래위를 뜯어봤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지저분하고 수염도 까칠하니 나 있었다. 거기다 옷까지 엉망이었다. 딱 보니 거지였다.
“뭐야? 이 마을에는 거지가 없는데. 뭘 얻어먹으려고…….”
중년여인이 한창 말을 하고 있는데 적운상이 중간에 말을 끊으면서 물었다.
“강씨 성을 가진 분을 찾고 있소. 그분이 의술을 안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강 씨? 그거 난데.”
“그럼 저 여인의 상태를 좀 봐주시오.”
적운상이 백리난수에게 업혀 있는 주양악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중년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한쪽에 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여기다 눕혀요.”
백리난수와 백수연이 조심스럽게 주양악을 눕혔다. 중년여인은 주양악의 머리에 있는 상처를 보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눈을 한 번 까뒤집어 본 후에 완맥을 잡았다.
“무림인이네. 그런데 뭔 내공이 이리 대단해?”
중년여인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주양악을 봤다. 묘령의 나이인데 어떻게 이런 내공을 지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영약을 섭취했나?”
“그렇소. 하지만 그건 오래전 일이오.”
“그게 살렸어. 애 아버지는 누구야?”
“네?”
“애 아버지라니 그게 무슨…….”
백수연과 백리난수가 선뜻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봤다. 그러다가 적운상에게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뒤늦게 말뜻을 이해한 것이다.
적운상은 멍하니 아무 말도 못하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자 중년여인이 알겠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보아하니 당신이 애 아버지네. 부인이 임신을 했으면 소중히 대해야지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된 거야?”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양악이가…….”
적운상은 어지간히 흥분을 했는지 중년여인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자 중년여인이 적운상의 뺨을 세차게 한 대 때렸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렇게 뺨을 맞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에 놀라서 때리는 것을 그대로 얻어맞았다.
짝!
“정신 차려! 임신한 것도 몰랐어?”
“그, 그런…….”
적운상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천고 언니! 이거 봐요! 내가 이렇게 큰…….”
커다란 잉어를 들고 들어오던 적교희는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적운상과 옆에 있는 백수연, 백리난수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 왈칵 울음을 터트리면서 적운상에게 달려들었다.
“흐아앙! 오라버니!”
“교희야!”
적운상은 품을 파고드는 적교희의 등을 다독여줬다. 그러다가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하지만 백수연이나 백리난수는 그런 적운상을 말리지 않았다.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 때문이었다. 기쁜 것이다. 주양악이 아이를 가진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적교희가 무사하고 이렇게 만났으니 저렇게 감정을 표출할 만도 했다.
“아이고! 시끄러워! 애기 놀라면 어쩌려고 그래! 나가! 나가서 일단 좀 씻고 와! 머리도 좀 단정히 하고.”
중년여인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아직도 웃고 있는 적운상의 등을 떠밀어서 내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