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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34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34화

334화. 비무 (2)

 

무극의 영역에 드는 것이 유일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힘들다고 봐야 했다. 저런 기세 속에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간다 해도 적운상 역시 무극의 영역에 들어갈 터, 결국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천천히 거리를 좁혀가던 검은 이제 일현의 가슴 앞까지 도달했다. 그런데도 일현은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적운상이 이겼다고 여겼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일현이 검을 치켜들자 적운상의 기세와 버금갈 정도의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태청강기(太淸剛氣)!”

일로가 크게 놀란 듯 소리쳤다. 일현이 익힌 구양신공과 태청강기는 그 성질이 달랐다. 그래서 구양신공과 태청강기를 동시에 익힌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두 개의 내공심법을 익힌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워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일현은 두 개의 내공심법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십이 성까지 완벽하게 익혔다. 일로는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양의심공을 익혔군요.”

“그렇구나.”

이로가 하는 말에 그제야 일로가 깨닫는 것이 있는지 탄성을 내뱉었다. 양의심공은 마음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이다. 한 손으로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세모를 그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천에 한 명, 아니 만에 한 명이 성공할까 말까 한 내공심법이었다.

일현은 그 양의심공을 가장 먼저 익혔다. 그리고 그 후에 구양신공과 태청강기를 익힌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

강맹한 기세가 쏟아져 나오자 적운상은 뒤로 두어 걸음을 물러났다. 그러자 일현이 망설이지 않고 검을 뻗어냈다. 그 일검에는 일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적운상은 일현의 검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방법이 있다면 맞받아치는 것뿐이었다.

땅! 카가가가가각!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자 검신이 요동을 치면서 상대의 검신을 긁어댔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무극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모든 것이 정지된 영역에서 오로지 두 사람만이 빠르게 움직였다.

카각! 카각!

서로의 기세를 밀어내느라 검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계속 상대의 검을 긁으며 미끄러졌다. 그렇게 삼 초식을 펼치고 무극의 영역에서 튕겨질 때였다. 적운상의 검이 일현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일현과 적운상이 서로 검을 맞대며 그대로 스쳐 지나간 것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일현은 무려 네 초식을 펼쳤고, 적운상은 하나 더해서 다섯 개의 초식을 펼쳤다.

“후욱… 후욱…….”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심적인 압박감 때문에 정신이 피로했다. 적운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씁쓸한 얼굴로 허탈하니 혀를 차고 있는 일현이 보였다.

“쯧,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뻗어올 줄은 몰랐군.”

“조금 무리했습니다.”

“마음먹었다면 목을 벨 수도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한 가지만 묻지. 마지막 초식 말일세. 무극의 영역에서 펼친 것인가?”

무극의 영역에서 머무는 시간은 삼 초식을 펼칠 정도가 한계였다. 그건 누구를 막론하고 그랬다.

일현은 무극의 영역에서 삼 초식을 펼치고 튕겨져 나올 때 적운상의 마지막 일검에 어깨를 베였다. 그때 적운상이 무극의 영역에 있었다면 삼 초식이 아니라 사 초식을 펼칠 시간을 머물렀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건, 인간의 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일현이 벌써 해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예상외의 대답이 나오자 일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입을 열어 패배를 인정했다.

“졌네.”

“사형!”

이현과 삼현이 일현에게 달려가 어깨의 상처를 살폈다. 적운상은 그러는 걸 힐끗 한 번 보고는 화산이로를 향해 물었다.

“바로 하시겠습니까?”

“아닐세. 자네는 지금 심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니 오후에 하세나.”

“알겠습니다.”

적운상은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짙은 안개가 모두 걷혀 있었다.

* * *

 

형산파의 식당은 사람들로 꽉 찼다. 자리가 없자 사람들은 식당 앞의 계단이나 바닥에 그대로 앉아서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이른 아침에 본 일현과 적운상의 비무를 이야기했다.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고수들이 그 당시의 상황을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경청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야말로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경지가 있다는 것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천외천(天外天)이라, 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알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탈인의 경지였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한 경지가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사람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직접 봤고, 들었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한쪽에서는 침울한 분위기로 뭔가를 의논하는 이들이 있었다. 무당파의 장문인인 일영진인과 화산파의 장문인인 적양진인을 비롯한 각 문파의 수장들이었다.

그들에게 일현의 패배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제 화산이로마저 패배하면 그들은 약속대로 십 년 동안 봉문을 해야 했다. 화산이로의 무공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일현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적운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번 승부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러니 누가 이길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방법이 없겠소? 화산이로 그분들마저 패한다면…….”

점창파의 장로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모두들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들은 화산파가 생긴 이래 가장 강하다고 칭송되는 분들이오. 질 리가 없소이다.”

적양진인이 굳건하니 말을 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무당삼현 그분들도 마찬가지였소. 하지만… 패했소이다.”

일영진인이 힘없이 하는 말에 적양진인은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도 화산이로가 이길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지금 큰소리쳤다가 화산이로마저 패하면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된다. 그러느니 조금 자중하는 것이 좋았다.

“적운상이 이번 비무에서 이기면 천하제일의 고수라는 명성을 얻을 것이오. 우리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가 그런 명성을 얻으면 앞날이 어찌 되겠소? 그가 우리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봉문을 끝내고 나면 모두 고개를 숙여야 할 거요. 십 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소이다.”

“맞소.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않소이까? 그의 명성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할 테니 앞으로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오.”

“음…….”

논의를 할수록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하북팽가의 가주가 눈을 빛내면서 의견을 냈다.

“황궁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떻겠소?”

“황궁을?”

“그렇소. 황궁은 지금껏 무림과는 별개였소. 그러나 적운상이 역모를 꾀한다고 하면 견제를 하려고 할 거요.”

“흐음. 방법은 좋지만 그게 그리 간단하겠소? 그들도 바보가 아닌데 나름대로 조사를 할 거 아니오?”

“좋은 빌미가 있지 않소?”

“빌미라니?”

“호천마궁 말이오.”

“그렇군. 뭔가가 될 것도 같소이다.”

점창파의 장로가 무릎을 탁 치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해를 하지 못한 적양진인이 묻자 하북팽가의 가주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호천마궁은 우리 무림의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황궁이 만든 세력이라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을 거요. 그런 호천마궁을 잠재운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적운상이오.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진 자가 그런 호천마궁을 눌러놓았으니 그게 무얼 뜻하겠소? 잘만 유인해서 황궁과 한판 붙게 만들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것이오.”

“그렇군.”

“꼭 그렇지 않더라도 예전에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핑계로 난을 일으켰던 종교세력들을 빗대어 황궁에 정보를 찔러주면 될 것이오. 지금 형산파는 남악현의 수많은 양민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지 않소? 하지만 조금 과함이 없지 않아 있으니 황궁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오이다.”

“생각해보니 그렇구려. 그들은 황제보다 오히려 형산파의 장문인을 더 칭송하고 있으니, 조금만 손을 쓰면 역도의 무리들로 만들 수 있을 것이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짓이었으나 지금 그들은 자파의 미래를 생각하느라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일영진인은 아니었다.

무당파는 이번 비무가 어찌 되건 무당삼현에 의해 봉문이 될 예정이었다. 검문이 아니라 도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함이었다. 제자들은 검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도를 닦을 것이고, 무가 아니라 덕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이다.

무당삼현이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고, 며칠간 고민을 한 일영진인이 내린 결론도 그것이었다. 그러니 이들의 이런 논의가 부질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빈도가 할 말이 있소이다.”

일영진인이 말을 꺼내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그를 봤다.

“무당파는 그 일에서 빠질 것이오.”

“그게 무슨 말이오?”

“이해해주시구려. 무당파는 앞으로 무당삼현 어르신들에 의해 규제가 심해질 거요. 당연히 내 권한도 줄어들 테고. 또한 그러한 짓을 무당삼현 그 어르신들이 아신다면 빈도의 목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이오.”

“그렇다고 무당파가 빠지면 어쩌자는 거요?”

“아미타불. 소림사 역시 빠지겠소이다.”

“구지대사! 그게 무슨 말이오? 아니 될 일이오!”

“노납은 며칠 전에 무당삼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남악현의 양민들을 봤을 때 이미 깨달음이 있었소이다. 소림사가 무공을 연마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행의 일환일 뿐이오이다. 허나 그것은 내 한 몸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일일 뿐! 그러니 소승이라고 하지 않소이까?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까지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승이오. 형산파는 대승을 직접 보여줬소이다. 강호에 수많은 무림문파들이 있지만 형산파만큼 양민들의 칭송을 받는 곳이 어디 있소이까? 부끄럽게도 소림사 역시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형산파와 같은 일은 하지 못했소이다. 앞으로 소림사는 봉문하는 십 년 동안 자중하며 지난 세월을 돌아볼 것이오.”

진중하니 설득력 있는 어투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구지대사를 보면서 모두들 잠시나마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는 법. 대사의 말씀에 크게 감동했소이다.”

일영진인이 진심으로 말을 전하며 반장을 했다. 그러자 구지대사가 합장을 하며 예를 받았다.

“가당찮소이다. 부끄러운 마음을 이렇게 해서라도 덜어내고자 하는 노납의 얕은꾀일 뿐이오.”

“원시천존. 원시천존.”

일영진인이 낮게 도호를 외우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구지대사도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두 사람이 나누는 말을 듣고 감명을 받은 몇몇 사람들도 자중하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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