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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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22화
322화. 적운상의 싸움 (2)
후우우우우우웅!
“헉!”
“웃!”
조황인과 일영진인은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적운상이 내리친 태룡도가 땅 바로 앞에서 멈추면서 좌우로 바람을 밀어냈다.
파아아아아앙!
그 일격으로 인해 잠시나마 싸움이 멈췄다. 일영진인은 방금 전의 아찔한 순간을 생각하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건 조황인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조황인이 묵직한 음성으로 적운상을 향해 중얼거렸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본보기라고.”
“이제 슬슬 끝을 낼 참인데, 어떤가?”
“조심해야 할 겁니다.”
“후후.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조황인이 말을 끝낸 순간이었다. 갑자기 일영진인의 앞에서 조황인과 적운상이 뒤로 확 튕겨져 나갔다.
퍼어어어어어엉!
“크윽!”
“흡!”
사람들은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황인과 적운상은 분명 일영진인과 이 장이 조금 넘는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일영진인의 앞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뒤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그 결과 조황인은 왼쪽 어깨를 다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적운상은 안색이 굉장히 창백했다. 내상을 입은 것이다.
“탈인의 경지!”
일영진인이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탈인의 경지가 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때 조황인이 입을 열자 일시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대단하군. 내가 탈인의 경지에 올라서 있는 걸 알고 있었나?”
“짐작만 했었습니다.”
“나는 탈인의 경지에 오르면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네. 상대가 같이 탈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먼저 움직인 사람이 이길 테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군. 하나 물어도 되겠나?”
조황인이 하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아까 조황인이 삼대마두 중 두 명을 가볍게 처리하는 것을 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상도 못할 엄청난 싸움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 조황인이 적운상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말투는 거만해도 그 안에 담긴 뜻은 그랬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물어보십시오.”
“내가 움직일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
조황인이 궁금한 것은 오로지 그거 하나였다. 형산파를 공격하다가 크게 패한 조비는 돌아오자마자 조황인에게 탈인의 경지에 대해서 물었었다. 그때 조황인은 미소를 지었었다.
조황인은 무극의 영역에서 이 초식까지 펼칠 수가 있었다. 폐관수련의 결과가 그거였다. 조비는 적운상의 강함을 역설했다. 그걸 들으면서 조황인은 적운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나이에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호천마궁으로 끌어들였어야 했건만, 조비 때문에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죽여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황인은 같은 경지에 오른 사람과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적운상을 만나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심을 하던 그는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탈인의 경지에 오르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몇 장이나 이동하면서 상대를 공격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빠르기 때문에 상대가 같은 탈인의 경지에 올랐어도, 막아낼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
그랬건만 놀랍게도 적운상은 조황인이 일영진인을 죽이기 위해서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자 똑같이 그 영역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태룡도로 조황인의 어깨를 베었다.
조황인이 다급하게 내지른 손바닥을 막아내느라 적운상이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팔 하나가 그대로 날아갔을 것이다.
조황인은 도대체 그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잡아내고 같은 영역으로 들어왔는지가 궁금했다. 조황인이 대답을 재촉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적운상이 입을 열었다.
“모릅니다.”
“음…….”
하긴, 그러한 것을 그냥 말해줄 리가 없었다. 그 방법을 알면 지금과 같이 상대가 탈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충분히 막아내거나 되받아칠 수가 있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적운상의 말이 이어졌다.
“그냥 몸이 알 뿐입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군. 혹시 탈인의 경지에 오른 다른 사람과 겨룬 적이 있나?”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이겼나?”
“처음에 겨룬 사람은 고진명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동쪽의 끝에 있는 나라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가 내게 탈인의 경지에 대한 것들을 가르쳐줬습니다. 상대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몸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준 것도 그입니다. 무극의 영역은 찰나의 세상입니다. 머리로 깨닫고 움직이면 늦습니다. 그래서 몸이 바로 반응해야 합니다.”
“음…….”
조황인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무공의 상승묘리인 것 같아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자네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궁주님이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걸 저는 막아낼 수 있지만 제가 무극의 영역에 들어서는 걸 궁주님은 막아낼 수 없습니다.”
“얼마나 그곳에서 머물 수가 있나?”
“삼 초식입니다.”
“음…….”
조황인이 다시 침음성을 냈다. 완벽한 패배였다. 지금의 자신은 절대로 적운상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황인은 탈인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 줄곧 자만하고 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졌군. 패배를 인정하네.”
생각지도 못한 말이 조황인의 입에서 나왔다.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했다. 혹시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조황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직접 들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특히 호천마궁 사람들은 더했다.
조황인은 그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패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내 뜻대로 해도 되겠군요.”
적운상이 조황인을 싸늘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조황인이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잠시 생각을 하던 적운상이 입을 열었다.
“십 년 동안 봉문하십시오.”
십 년 동안 봉문하면 어느 문파건 그 세력이 급격하게 약해진다. 주위의 다른 문파들이 영역을 노리고 들어올 테고, 신흥문파들이 우후죽순으로 일어날 것은 당연했다.
그러면 갈수록 문파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그렇게 십 년을 보내다 보면 나중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조황인은 잠시 미간을 좁히며 적운상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적운상이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에 저는 당장에 궁주님을 죽일 겁니다. 저기 있는 조비와 장로들도 물론 벨 겁니다. 그리고 호천마궁의 세력을 조금씩 줄여갈 겁니다. 그들은 절대로 혼자서 돌아다니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백 명씩은 무리지어 다녀야 안전할 거고, 밤에는 몇 명이 모여 있든 조심해야 할 겁니다.”
적운상의 시선과 조황인의 시선이 공중에서 뒤엉켰다. 조황인은 지금 자신이 봉문을 하지 않으면 짧으면 몇 달, 길어봐야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호천마궁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 한 사람에 의해 호천마궁이 무너지는 것이다.
적운상이 탈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든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했다. 조황인은 충분히 그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비의 자만과 질투, 그리고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조황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내공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오늘부터 호천마궁은!”
“아아…….”
“크흑…….”
조황인이 무슨 말을 할지 깨달은 장로들이 비통해하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십 년 동안 강호에서의 모든 활동을 접는다!”
충격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황인이 왜 싸우지 않고 봉문을 선언하는지 알지 못했다. 겨우 한 사람일 뿐인데, 왜 자신들이 모두 물러서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궁주인 조황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됐나?”
“됐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약속을 어기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강호에 모습을 보이는 즉시 제가 모두 죽여 버릴 겁니다.”
조황인은 잠시 적운상을 쏘아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러자 비통해하던 여섯 명의 장로들이 그 뒤를 따랐다.
“자네를 적으로 돌린 걸 이렇게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군.”
조비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그러자 적운상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후회하는 건 자네만이 아닐 걸세.”
섬뜩한 말이었다. 적운상의 시선을 따라가던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는 일영진인을 비롯한 무림맹의 수뇌부가 있었다.
“그렇군. 나중에 다시 만나세.”
조비가 떠나자 적운상은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에게 다가갔다.
“우리에게도 봉문을 하라고 할 셈인가?”
“생각 같아서는 멸문시켜버리고 싶소.”
이 얼마나 오만한 말인가?
하지만 일영진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대항하고자 한다면 할 수는 있었다. 적운상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자신들에게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방법이 있다면 적운상을 무림의 공적으로 몰아서 다 함께 힘을 합쳐 죽이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적운상의 명성이 너무나 컸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전에 적운상이 했던 말이 유행처럼 돌고 있을 정도였다.
의와 협이 없는 칼질은 개백정의 칼질보다 못하다는 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고 명문정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새겨놓아야 할 말이었다. 자신의 검에 그런 올바른 신념을 담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런 적운상을 무림의 공적으로 몰려면 이제는 웬만한 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를 감안해야 했다.
호천마궁이 스스로 봉문을 하고 물러갔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적운상 한 사람의 힘이 그들을 넘어서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적운상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어찌 피해가 적겠는가?
“우리가 죽기를 각오하고 맞선다면 어쩔 텐가? 그럼 자네의 지인들도 무사하지 못할 걸세.”
“조황인이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소?”
맞는 말이었다. 조황인이라고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봉문을 받아들였다.
“나는…….”
일영진인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네. 하지만 그냥은 아니네. 자네가 만약 무당삼현 어르신들과의 비무에서 이긴다면 그렇게 하겠네.”
“화산파도 그리하겠다. 화산이로 두 분의 어르신들이 패한다면 네 말대로 십 년간 봉문하겠다.”
적운상이 다른 사람들을 봤다. 그러자 그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잊지 마시오.”
“물론일세.”
일영진인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적운상은 그런 일영진인을 보며 코웃음을 치다가 아직도 안 가고 있는 북진마문의 금극영과 호유광 등을 봤다.
“당신들은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거요? 당신들도 봉문을 하고 싶은 거요?”
“아니요. 그런 것이…….”
“검 속에 들어 있던 것은 정말 그게 맞소. 이후로 천응방 사람들을 절대로 건드리지 마시오.”
“알겠소. 약속하리다. 험! 갑시다.”
금극영은 지금까지 적운상에게 품고 있던 감정을 싹 다 지워버렸다. 그래야만 했다. 그는 호천마궁을 혼자서 봉문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조만간 무당파와 소림사를 비롯한 문파들도 모두 봉문을 당할 것이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금극영을 비롯한 북진마문마저 떠나자 이제 남은 건 마도연맹뿐이었다.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객잔에서 만난 적이 있던 흉신악살 사도명이 크게 감탄을 한 듯이 말했다.
“당신이 이들을 모두 이끌고 온 거요?”
“그렇지. 나는 너를 회유하러 왔다. 그게 되지 않을 경우 죽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럼 가시오.”
“우리들의 맹주를,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만나 줄 수는 없겠느냐?”
“싫소. 나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오. 만나고 싶으면 그쪽에서 오라고 하시오.”
“음,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결국에는 맹주님을 만나러 올 것이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오. 가시오.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러지.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사도명이 마도연맹마저 데리고 떠나자 적운상은 무림맹 사람들을 힐끗 한 번 보고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영진이 모두에게 말했다.
“우리도 갑시다.”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게 된 것만도 기적이었다. 적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살아난다 해도 호천마궁에 끌려가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운상에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적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에게 봉문을 강요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강호 역사상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사람이 두려워서 십 년 동안 봉문을 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던가?
하지만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패하면 그렇게 해야 했다. 모든 것은 그들 손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