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형산파 321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21화
321화. 적운상의 싸움 (1)
적운상은 백수연 일행을 찾다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자 숲에서 죽자 살자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면 어차피 그들 중 하나였다. 아마 다른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수연이 잡혀 있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적운상은 끓어오르는 살기를 누를 수가 없었다. 주양악이 혈불에게 잡혀 간 이후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가?
혹여 백수연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적운상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적운상은 살기를 있는 대로 풍겨대며 한창 싸움이 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쪽으로 다가갈수록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느 한쪽이 전멸을 한 경우였고, 다른 하나는 양쪽의 고수들이 부딪친 경우였다.
적운상이 보기에는 후자였다. 잠시 심호흡을 하면서 적운상은 살기를 내리눌렀다. 저곳은 호랑이의 입속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백수연을 찾아야 했다.
적운상은 망설임 없이 그리로 걸어갔다. 그런데도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빽빽하니 모여서 넋을 잃고 뭔가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꿈속에서조차 염원하는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칼을 맞대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다른 곳에 시선을 두겠는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칼을 휘두르며 상대를 죽고 죽이던 그들이 지금은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고수들의 대결만 지켜보고 있었다. 덕분에 적운상은 아무런 방해 없이 그 중심까지 갈 수가 있었다.
가보니 조황인이 일영진인, 적양진인과 팽팽하게 대치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들 모여 있었군.”
적운상의 단 한 마디에 팽팽했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금방 사라져버렸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라서 적운상을 봤다. 그리고 뒤늦게 그가 무적일검이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무적일검!”
“오오…… 무적일검 적운상이다!”
적운상을 본 이들이 감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랬다. 그들은 단지 적운상을 본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무적일검이란 별호가 강호에 쩌렁하니 울릴 때까지의 과정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뭐 하나 대단한 것 없는 극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노력해서 무공이 절정에 이른 강자, 동경하고 싶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사내, 그게 바로 무적일검이라고 불리는 적운상이었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패도육영대와 무림맹 사람들조차도 적운상을 경이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이 어떤 상황이던가?
무림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서로 무공을 겨루고 있었다. 그것도 목을 내놓고.
그런데 적운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어떤 무위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뛰며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또한, 흥분으로 인해 손에 땀이 배었다.
“오랜만이군.”
조황인이 여유롭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자 적운상이 그를 향해 무표정하니 말했다.
“보아하니 작은 성취를 이룬 것 같습니다. 축하할 일이군요.”
적운상은 적이라고 생각되면 망설임 없이 손을 썼다. 그럼에도 이렇게 존대를 하는 이유는 한때나마 그의 밑에서 신세를 졌던 예의였다.
“작은 성취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절대로 작은 성취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황인은 순순히 인정했다. 먼저 그 같은 경지에 오른 적운상의 입장에서 보자면 작은 성취일 수도 있었다.
“싫다는데 지겹게 사람을 보내더군요. 하마터면 조비를 베어버릴 뻔했습니다.”
“약하면 죽는 것이 강호의 법칙이지. 그게 싫다면 숙이든가.”
조황인과 적운상이 하는 말에 조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두 사람은 조비를 당연하다는 듯이 약자취급을 하고 있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는 그런 상대 말이다.
솔직히 조비는 조황인이 한마디쯤 변호를 해주기를 바랐다. 조황인의 성격상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동안 조비는 조황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형과 동생을 제치고 그가 후계자의 자격을 얻은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조금도 조황인의 눈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황인은 오히려 적인 적운상을 더 인정하고 있었다.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적운상을 그리 냉정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네가……왜 여기에 있는 거냐?”
일영진인이 적운상을 향해 물었다. 적운상은 지금 형산파에 있어야 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며칠 후면 무당삼현, 화산이로와 비무를 해야 하는 적운상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지.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일영진인은 선뜻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비무하는 것을 보러 왔다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일영진인이 대답을 망설이자 적양진인이 대신 대답을 했다.
“우리는 사문의 어르신들을 뵈러 형산파로 가는 길이다.”
“팔자 좋군. 그깟 비무를 구경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는 건가?”
그깟 비무란 말에 일영진인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게 어떻게 그깟 비무란 말인가?
지금 그 비무 때문에 천하가 들썩이고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하지만 당사자인 적운상이 그리 말하니 할 말이 없어 대꾸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난 은원을 해결하기에는 좋은 자리로군.”
그렇게 말하면서 적운상이 천천히 태룡도를 뽑았다. 그걸 보고 조황인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끼겠다는 건가? 기다려라. 저들을 처리하고 상대해 줄 테니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당신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기다리라고요? 저들은 제 사부님과 사제를 아주 비열한 방법으로 죽게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 손에 당하게 놔두란 말입니까? 그리고 당신 또한 내게는 적입니다. 조비 때문에 잊으려고 했지만 그가 먼저 등을 돌리더군요. 당신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오늘 깨닫게 될 겁니다. 애초에 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걸 모르고 또 누군가가 내 주위 사람들을 납치한 것 같더군요.”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 시선에 마주한 사람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들은 알아야 할 겁니다.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그 본보기로 당신들을 죽일 생각입니다. 그럼 더 이상 함부로 굴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적운상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섬뜩한 광기가 담겨 있었다. 계속 눌러왔던 살기가 그 순간 확 번져 나왔다. 주변의 공기가 후끈해지면서 사람들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기왕에 그렇게 마음먹었으니 최대한 발악을 하십시오. 그래야 베는 맛이 날 테니까.”
어찌 저리 오만하단 말인가?
사람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하련만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적운상의 존재감과 박력이 너무나 대단했고 풍겨내는 살기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짙었다.
“큭큭. 기껏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이지. 하하하하. 하하하.”
조황인이 앙천대소(仰天大笑)를 했다. 누가 있어 그를 그렇게 낮춰 볼 수가 있겠는가?
죽을 것을 알고 뛰어드는 불나방의 배짱도 그러하지는 못하리라.
“그 입을 다물게 해주마!”
조황인이 살기를 띠며 적운상을 향해 일장을 내려쳤다. 적운상은 몸을 휘둘리며 태룡도를 밑에서 위로 올려 그었다.
후우우우웅!
그대로 계속 손을 내려치면 조황인의 팔이 잘린다. 이에 조황인은 그 손을 거두면서 다른 쪽 손을 휘둘렀다. 빠르고 강맹한 공격이었다.
웬만한 고수들이라면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옆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고 뒤로 물러난다 해도 조황인이 따라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면서 조황인의 품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왼쪽 주먹을 힘껏 올려쳤다.
후우우우웅! 파지지직!
뇌기를 가득 담은 적운상의 주먹이 조황인의 턱 끝을 스쳤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조황인의 턱이 박살이 났을 것이다. 조황인은 섬뜩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적운상이 몸을 한 바퀴 휘돌리면서 태룡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후우우우우웅!
칼바람이 일며 무서운 기세로 태룡도가 조황인의 허리를 베어갔다. 조황인은 다급하게 공중으로 몸을 뽑아 올리면서 발로 적운상의 머리를 찼다.
파팡!
팔로 조황인의 발차기를 막아낸 적운상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쪽에는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이 서 있었다.
적운상은 그들을 보지도 않고 태룡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설마 하던 그들이 기겁을 하며 그 공격을 피했다.
“무슨 짓이냐?”
“말했지! 본보기라고!”
떠엉!
적운상의 태룡도를 엉겁결에 막아낸 일영진인은 몸을 휘청거리며 정신없이 뒤로 밀렸다. 그러자 적운상이 황금색이 일렁거리는 눈으로 살기를 뿜어내면서 뒤쫓아 들어왔다.
“헛!”
일영진인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적운상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과 같은 공격을 또 당한다면 검이 부러지고 말 것이다.
그때 적운상의 가슴을 노리고 검 하나가 쭉 뻗어왔다. 적운상이 급히 몸을 틀어서 피하자 검끝이 파르르 떨리더니 연이어 일곱 송이의 매화를 그리면서 적운상을 따라다녔다.
일영진인이 위험해지자 적양진인이 이십사식매화검법을 펼친 것이다.
따다다다다다땅!
적운상은 적양진인이 펼치는 변화를 힘으로 모두 눌러버렸다. 그러다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몸을 뒤로 젖히면서 태룡도로 크게 원을 그렸다.
후우우우우웅!
적운상의 뒤를 노리고 강맹한 공격을 해오던 조황인이 다급하게 공중에서 몸을 휘돌렸다. 그러자 적운상이 휘두른 태룡도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타핫!”
일영진인이 몸을 날려 적운상을 향해 검을 뻗었다. 적운상이 몸을 뒤로 젖히는 걸 보고 자세를 바로 잡기 전에 공격을 한 것이다. 적양진인 역시 지금이 기회라고 여겨 검을 찔러갔다.
적운상은 그들이 동시에 검을 찔러오자 몸을 그대로 뒤로 넘기며 태룡도로 다시 한 번 크게 원을 그렸다.
따당!
“큭!”
“흡!”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은 검을 통해서 느껴지는 묵직한 위력에 신음을 뱉어냈다. 더구나 손으로 타고 드는 찌릿한 뇌기에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잠깐 사이에 벌어진 네 사람의 공방에, 그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적운상은 놀랍게도 조황인과 일영진인, 그리고 적양진인, 이렇게 세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찌 저 나이에 저렇게 강할 수가 있단 말인가?
따다다다다땅!
적운상은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이 연이어 뻗어오는 검을 태룡도로 모두 쳐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훌쩍 날아올라 뒤에서 공격해오던 조황인의 머리를 뛰어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황인이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그 사이에 적운상은 땅에 내려서자마자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태룡도를 횡으로 그었다.
조사묘에서 익힌 베기였다. 완벽한 하나의 선이 조황인의 허리를 뒤에서 갈랐다. 그러나 벤 것은 조황인의 옷자락뿐이었다.
조황인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오히려 적운상의 얼굴을 공격해왔다. 일영진인이 그런 조황인의 뒤를 따라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검을 휘둘렀다.
적양진인은 그대로 앞으로 내달려 적운상을 향해 검을 뻗어갔다.
잠시 숨 돌릴 사이도 없는 빠른 공방전이 계속 이어졌다. 일영진인과 적양진인, 그리고 조황인은 서로를 견제하며 싸우느라 어느 한쪽을 깊게 공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적운상은 아니었다.
그는 일격에 온 힘을 실어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휘둘렀다. 그런 과감한 행동으로 인해 서로를 견제하는 세 사람의 균형이 자꾸 깨지면서 조금씩 상처가 늘어갔다.
이에 승패가 어찌 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압!”
조황인이 기합을 내지르면서 쌍장을 쭉 밀어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거웠다. 이렇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짜릿한 싸움을 해보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몰랐다.
공격을 피할 때마다 섬뜩함이 느껴지며 전율이 온몸을 타고 돌았다. 그리고 그건 일영진인과 적양진인도 마찬가지였다.
절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두려움보다는 투지가 솟았다. 그러나 부족한 실력 차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조황인이 뻗어오는 손을 피해서 검을 찔러 넣으려던 일영진인은 재차 뻗어오는 손바닥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찔러 넣던 검을 거둬서 그 손바닥을 막았다.
원래대로라면 검날에 손바닥이 잘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조황인은 뻗어가던 손앞에 일영진인이 검을 대자 손을 덮어 눌렀다. 그러자 검면에 손바닥이 닿으면서 밀고 들어가는 힘은 그대로 유지할 수가 있었다.
“크윽!”
일영진인은 조황인의 손바닥이 계속 밀고 들어오자 검신에 손을 갖다 대서 그의 힘에 맞섰다. 그러자 검이 둥그렇게 휘었다. 그대로라면 검이 부러지고 말 것이다.
그걸 보고 적양진인이 조황인의 팔을 노리고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당연히 피할 거라 생각한 조황인은 오히려 반격을 해왔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일영진인을 밀어붙이면서 다른 손으로 적양진인의 검을 쳐냈다.
땅!
조황인의 손이 검면을 때리자 찔러오던 적양진인의 검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 여파로 인해 적양진인의 팔까지 떨려왔다.
“흡!”
적양진인은 검을 놓치지 않게 내공을 더 일으키면서 중심을 바로 잡았다. 그때 공중에서 엄청난 기세의 뭔가가 떨어져 내리며 조황인과 일영진인을 베어갔다. 적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