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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16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6화

316화. 난전(亂戰) (1)

 

“이제 장사로군.”

무당파의 장문인 일영진인이 말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뒤를 이어 소림사의 방장인 구지선사와 화산파의 적양진인 등이 말에서 내렸다.

“잠시 목을 축일 시간은 되니, 마실 물과 먹을 것을 챙기시오.”

일영진인의 말에 모두들 객잔 안으로 앞 다투어 들어갔다.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들을 봤다.

“헉! 저, 저분은 소림사의 방장인 구지선사님이 아니신가?”

“뭐야? 에이, 그런 분이 왜 여기에…….”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사내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에는 구지선사뿐만이 아니라 강호의 내로라하는 문파의 장문인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자마자 필요한 것들을 점소이에게 준비해오라고 시켰다. 이에 점소이는 주방으로 뛰어가서 주문받은 것을 재빨리 전했다.

원래 일영진인 일행은 이곳에서 쉴 예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 장사에서 준비를 하고 기다려야 할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객잔으로 온 것이다.

주방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그들 모두를 이렇게 한꺼번에 만날 일은 흔하지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일은 평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갑시다.”

술과 음식, 물, 등을 챙긴 일영진인 일행은 곧바로 객잔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말에 올라 형산파가 있는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뒤를 쫓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장사를 완전히 벗어나 한적한 관도를 따라 달리자 뒤에 따라붙는 이들이 있었다.

“뒤에 꼬리가 붙었소.”

적양진인의 말에 모두들 힐끗 뒤를 돌아봤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이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수가 많았다. 눈썰미가 좋은 청성파의 장로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적어도 이백은 될 것 같소.”

“이대로 계속 달립시다!”

일영진인의 말에 모두들 말에 더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은 먼 곳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원래는 장사에서 나오기로 한 사람들이 물과 음식, 그리고 바꿔 탈 말도 미리 준비를 해놓았어야 했건만, 그들이 나오지 않아서 말을 갈아타지 못한 것이다.

그에 비해 뒤를 쫓아오는 자들의 말은 쌩쌩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 간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그때 앞장서서 가던 일영진인의 눈에 관도 옆으로 펼쳐져 있는 숲이 보였다.

“숲으로 피합시다!”

“말을 버릴 참이오?”

적양진인이 묻자 일영진인이 뒤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말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저들에게 따라잡히오. 그러니 경공술로 가는 것이 더 낫소.”

“차라리 저들을 모두 처리하고 갑시다!”

성질 급한 종남파의 장문인이 소리쳤다.

“만약 저들이 호천마궁에서 온 자들이라면 준비를 단단히 해서 왔을 거요. 아마 저들이 다가 아닐 거요. 일단 최대한 거리를 벌립시다.”

“알겠소!”

무램맹주는 소림사의 방장인 구지선사였지만 모두에게 항상 의견을 피력하는 건 일영진인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다. 무당파의 이름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내립시다! 모두 말을 버리시오!”

일영진인이 달리는 말에서 그대로 경공술을 펼쳐 날아올랐다. 그러자 같이 말을 타고 가던 사람들도 일제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갑시다!”

그들은 강호에서 알아주는 거대문파의 장문인들이었다. 뒤에서 호위를 하며 가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호에서 명성이 쟁쟁한 이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경공술을 펼쳐서 숲을 내달리자 잔영이 남을 정도로 빨랐다. 한걸음에 칠팔 장이 넘는 거리를 쭉쭉 날아가며 발을 디딜 때는 흐릿하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이미 진을 형성해놓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촤아아아악!

“웃! 조심!”

갑자기 좌측에서 수십여 대의 화살이 날아오자 적양진인이 팔을 휘둘러 소매 바람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사람들도 무기를 뽑아들거나 같은 방법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처리했다.

그때 앞에서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무기를 들고 소리치면서 달려왔다.

“이쪽이다!”

“가자!”

“우오오오오오오!”

일영진인은 그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숲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말을 타고 계속 갔어도 적들은 거기에 따른 대비도 해놓았을 것이다.

넓은 평야에서는 수가 적은 자신들이 불리하니, 오히려 숲으로 들어온 것이 더 나았다. 일영진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앞장서서 길을 뚫겠소.”

“같이 갑시다!”

일영진인의 외침에 적양진인도 검을 뽑아들고 옆으로 와서 섰다. 화산파는 예전부터 무당파를 항상 경쟁상대로 여겼었다. 그건 전대의 고수들인 무당삼현과 화산이로가 서로 앙숙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좋소! 오늘 화산파의 검이 뛰어난지, 아니면 무당파의 검이 뛰어난지 한 번 겨루어 봅시다!”

장문인의 신분으로 이렇게 마음대로 싸우는 일은 흔치 않았다. 장문인은 그 문파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문인이 다른 이의 칼에 꺾이거나 죽으면 그 문파의 기세가 수그러든다.

그래서 대게는 그 아랫사람들이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웬만해서는 장문인이 직접 나서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장문인도 무인이었다. 때로는 지금처럼 마음껏 검을 휘둘러보고 싶기도 했다.

호기가 인 일영진인의 외침에 적양진인도 껄껄 웃으면서 소리쳤다.

“하하하! 좋소! 어디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그대의 태청검법(太淸劍法)보다 빈도의 이십사식매화검법(二十四式梅花劍法)이 더 뛰어남을 증명해 보이겠소!”

“기대해보리다! 하압!”

일영진인의 검이 빛을 발했다. 움직인다 싶은 순간 앞에서 공격해오는 다섯 명의 칼을 한쪽으로 모두 겹쳐서 내리 눌렀다. 그리고 검을 쭉 긋자 마치 물 흐르듯이 그 다섯 명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어찌나 빠르고 자연스러운지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검 쓰임이었다.

그걸 보고 적양진인은 크게 감탄을 했다. 한두 개의 칼을 겹쳐 누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영진인은 다섯 개의 칼을 가볍게 겹쳐서 눌렀다. 상대의 힘을 뜻대로 이끄는 경지에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당파 무공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초식이었다.

“타핫!”

적양진인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검을 내질렀다. 화산파의 신법인 신행백변(神行百變)은 때로는 높고 때로는 낮고, 빠르다가 늦고, 늦다가 빨라서 그 변화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표홀하고 변화가 막심한 이십사식매화검법이 더해지자 적양진인을 공격해가던 사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일영진인과 적양진인이 그렇게 적들을 압도하면서 길을 뚫자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은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먼저 와서 잠복하고 있던 적들은 무려 이백 명에 달했다. 그들 때문에 일영진인 일행이 발이 묶여 있는 사이에 말을 타고 쫓아오던 이백 명이 합세를 했다.

이에 일영진인 일행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내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커다란 덩치에 인상이 강렬한 장년사내를 중심으로 여섯 명의 노인들과 한 명의 젊은 사내였다.

그들은 호천마궁의 핵심, 궁주인 조황인과 그의 아들 조비, 그리고 여섯 명의 장로들이었다.

“이제야 발이 완전히 묶였군.”

조비가 부채질을 살랑살랑 하면서 말했다. 혼잣말인 듯했지만 옆에 있는 삼 장로 일이학에게 하는 말이었다.

“저들만으로는 힘들 겁니다. 기껏 지치게 만들 뿐이겠지요.”

일이학이 그런 말을 하면서 조황인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일영진인 일행을 공격하고 있는 사내들은 호천마궁의 정예 중의 정예인 패도육영대였다.

그들을 사백 명이나 희생하면서 하는 일이 기껏 저들의 힘을 빼는 일이라면 너무나 허무했다. 저들은 저렇게 쓰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게 안타까웠지만 조황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훗! 저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패도육영대가 전멸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아니지. 저들을 잡는데 그만한 대가라면 적은 것이지 않소?”

일이학의 마음을 알아채고 조비가 웃으면서 말했다. 일이학은 그런 조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형산파를 친다고 삼 천 명의 정예들을 이끌고 가지만 않았다면, 지금 저렇게 패도육영대가 희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형산파에서의 희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패도육영대가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저들은 본 궁의 정예들입니다. 저들을 잃으면 본 궁을 지탱하는 기둥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글쎄? 과연 그럴지 모르겠군.”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하던 조비가 눈을 빛냈다. 일영진인 일행을 완전히 포위해서 공격하던 패도육영대의 좌측에서 약간의 혼란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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