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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산파 315화

무료소설 아! 형산파: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 형산파 315화

315화. 쫓는 자들 (3)

 

잠시 후 네 사람이 경공술을 펼쳐서 자리를 뜨자 적운상은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나뭇가지를 밟고 앞에 있는 나무로 건너뛰던 적운상이 멈춰 섰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자들이 순식간에 적운상의 주변을 완전히 에워쌌다. 그들은 적운상이 목표인 듯, 먼저 간 백태정 등은 뒤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보는군.”

팔을 하나 잃은 금극영이 인상을 살짝 쓰면서 나타났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움직이자 통증이 느껴진 것이다.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흥. 아주 약삭빠른 짓을 했더군.”

“그건 나도 몰랐던 일이다.”

“요화보검 속에 있던 물건을 내놔라.”

“이것 말인가?”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섯 장의 미인도가 그려진 책자를 품에서 꺼냈다. 그러자 금극영이 눈을 빛냈다.

“그게…… 요화보검 속에 있었던가?”

“안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몰랐던 모양이군. 원한다면 건네주지. 하지만 그전에 약속을 해라. 천응방 사람들에게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고.”

“그러지. 그것만 돌려주면 그렇게 하겠다.”

금극영의 말에 적운상이 손에 들고 있던 책자를 내밀었다. 금극영은 그걸 가져오라고 부하 한 명에게 눈짓을 줬다. 직접가기에는 그때처럼 험한 꼴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

부하가 책자를 받아서 금극영에게 건넸다. 그러자 금극영이 그걸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인상을 팍 찌푸린 금극영이 적운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게 뭐냐?”

“미인도더군.”

“이게 요화보검 안에 들어 있었단 말이냐?”

“그래.”

“믿을 수 없다.”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고, 나는 분명히 물건을 건넸다.”

“이따위 가짜를 주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게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난 모른다. 다만 그게 검 속에 들어 있었던 건 확실하다.”

“나를 속이려 드는 건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당신을 속이려고 했다면 그런 걸 넘기지도 않았다. 좀 더 그럴싸한 것을 구해서 넘겼을 거다.”

금극영이 적운상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진실을 알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 검 속에 들어 있었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같이 가야겠다.”

“웃기는군. 내가 그걸 왜 건넸다고 생각하지?”

“…….”

금극영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적운상의 무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가 만약 이걸 건네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힘으로 빼앗아야 했을 테고, 그럼 피해가 상당히 컸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 당했을 수도 있었다. 호유광이나 두음전의 무공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적운상보다는 아래였다. 또한 이쪽의 수가 많지만 적운상을 상대로 얼마나 그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백중지세(伯仲之勢)!

금극영이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한 마디로 적운상이 그걸 주지 않으려고 했다면 안 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유가 뭐냐?”

“귀찮아서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그게 혹시 절세의 무공비급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나는 형산파의 무공으로 지금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다른 문파의 무공을 기웃거릴 정도로 형산파의 무공은 형편없지 않아.”

“칼 든 무인치고 절세의 비급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나?”

금극영이 하는 말에 적운상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동시에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풍겨 나왔다. 그 기운을 느낀 북진단이 놀라서 모두 검을 뽑으려고 했다.

금극영은 천응방에서 한 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침착해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등골을 따라 흘러내리는 식은땀까지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적운상은 금극영을 쏘아보며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난 일검무적이라 불리는 적운상이다. 형산파를 무시하지 마라.”

사방을 내리누르는 후끈한 살기에 모두들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살기뿐이라면 모두들 검을 뽑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기와 함께 느껴지는 위압감이 굉장했다.

검을 뽑는 순간 죽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두려움 때문에 다리가 떨리는 것도 몰랐다. 그저 빨리 이 기운을 거두어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적운상이 그같이 과민반응을 보이자 금극영은 그제야 부하가 가지고 왔던 정보의 내용이 떠올랐다. 적운상은 형산파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구혁상이 세뇌를 하다시피 그렇게 교육시켰기 때문이다. 그걸 건드렸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금극영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팔이 잘린 이후로 자꾸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머리를 쓰는 사람에게 그건 치명적이었다.

“조, 좋다. 네 말을 믿겠다. 하지만 문주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가서 해명을 해줘야겠다.”

“그건 네 사정 아닌가?”

“그렇다. 내 사정이다. 하지만 너 때문에 야기된 일이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네가 천응방에 오지 않았다면, 이걸 꺼낸 후 우리는 조용히 사라졌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것 때문에 나한테까지 칼을 들이댈 정도인데 그들이 과연 무사했을까?”

“어떻게 생각하건 그때의 계획은 그랬었다.”

“좋아. 그리 부탁을 하니 가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뒷감당은 어찌할 셈이지?”

“뒷감당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모르고 있었나? 나는 지금 무당파의 무당삼현, 그리고 화산파의 화산이로와 비무를 하기 위해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너를 따라가면 어떻게 될까? 참고로 이번 비무는 그들이 명예를 걸고 하는 거다. 모르긴 몰라도 그 노인네들 성격에 아마 북진마문으로 쳐들어올걸.”

“흥! 그들은 네가 겁을 먹고 피한다고 생각할걸.”

“모르는군. 너는 무인에 대해서 전혀 몰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당신 평생에 한 번 겨룰까 말까 한 상대가 비무를 하기로 한 날에 다른 곳에 가 있다면, 어떻게 할 텐가?”

적운상이 호유광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호유광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찾아가야지.”

“큭큭. 그렇다는군. 알겠나? 그게 무인이다. 내가 보기에 너는 머리는 좀 쓴다만 무인은 아니야.”

적운상의 말에 금극영이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닥쳐!”

사실 예전의 금극영은 이렇지 않았었다. 마뇌라고 불리는 만큼 총기가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운상에게 팔을 잘리고 난 이후에는 예전처럼 그렇지 못하고 자꾸 편협해지고 있었다.

“정 확인을 받고 싶다면 문주를 내게 데려와라. 그럼 이야기해주지.”

“이대로는 못 간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적운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태룡도를 뽑아들었다. 그러자 기가 눌려서 차마 검을 뽑지는 못하고 잔뜩 긴장한 채 검병에 손을 대고 있던 북진단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채채채채채채채챙!

검이 뽑혀 나오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북진단원들은 검을 뽑음과 동시에 빠르게 움직여서 검진(劍陣)을 형성했다. 북진만해검진(北眞萬海劍陣)이었다. 북진만해검진은 끊이지 않고 몰아쳐오는 공세가 특징이었다.

적운상은 예전에 호천마궁의 패도육영대가 펼치는 여러 가지 진법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진법이라는 것이 어떤지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북진단이 펼치는 검진에 맞섰다.

채채채채채채챙!

가볍게 검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적운상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들을 쳐내면서 계속 움직였다. 멈추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이십여 개의 검이 찔러 들어오기 때문에 한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진법의 우월성만 두고 판단한다면 예전에 상대했던 패도육영대가 훨씬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친 진법은 전부 차륜전을 통해 상대의 힘을 빼는 데 주력했었다. 그에 비해 지금 이들이 펼치는 검진은 동료가 두셋, 당하더라도 상대를 죽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적운상은 무극의 영역에 들어가서 이들을 모두 죽일까 하다가 생각을 접었다. 좀 더 검진을 상대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적운상이 이렇게 다수가 펼치는 진법을 자꾸 상대하려는 이유는 무림맹을 적으로 돌렸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에는 소림사와 무당파, 화산파, 등 거대문파들이 많았다.

그들은 문파만의 뛰어난 진법을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소림사의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이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무당파의 칠성검진(七星劍陣), 화산파의 매화검진(梅花劍陣)이 그것이었다.

그런 진법들은 다수의 이점을 몇 배로 살려준다. 무당파의 칠성검진만 해도 일곱 명이 펼치지만 일곱 명의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게는 세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곱 명이되 스무 명이 넘는 이들이 공격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언제고 그들과 부딪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적운상은 상대가 진법을 펼치면 무조건 경험을 늘리려고 했다.

한참을 상대하던 적운상은 백운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 태룡도로는 풍뢰십삼식을 펼쳤고, 백운검으로는 낙연검법을 펼쳤다. 그러자 북진만해검진의 기운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지금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호유광이 검을 뽑아들고 몸을 날렸다.

따당!

공중에서 찔러오는 호유광의 검을 적운상이 백운검으로 막아냈다. 그러자 호유광의 검이 적운상의 목을 노리고 연이어 세 번을 찔러왔다.

따다땅!

적운상은 백운검을 거두고 태룡도로 호유광의 공격을 막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뒤와 양옆에서 각기 세 개의 검이 찔러 들어왔다.

적운상이 태룡도를 크게 휘둘러 그들의 검을 모두 쳐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뭔가 섬뜩함을 느낀 적운상이 다급하게 옆으로 움직이며 백운검을 휘둘렀다.

땅!

정말이지 아슬아슬했다.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리고 백운검을 제때에 휘두르지 못했다면 머리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그 같은 공격을 해온 것은 호유광이었다. 주위의 부하들이 진을 형성해서 공격해 들어가자 지체 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내지른 것이다.

그 같은 방식이 계속 반복되었다. 지금까지는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식의 검진이었지만, 호유광이 들어오자 검진이 완벽해졌다. 내줘야 할 살을 호유광이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운상은 한 사람으로 인해 검진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기까지군.’

슬슬 한계를 느낀 적운상은 금안뇌정신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눈에 황금색의 물결이 일렁이면서 들고 있는 태룡도와 백운검에 뇌기가 맺혔다.

파직!

호유광은 적운상의 몸에서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지자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물러나!”

적운상을 향해 달려들던 열두 명의 북진대원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맹렬하게 검을 찔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공격을 거둘 수가 없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콰콰콰콰콰콰쾅!

적운상이 휘두른 태룡도와 백운검에서 강기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마치 벼락이 떨어진 것같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열두 명의 북진대원들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걸 보고 호유광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조금만 늦었으면 자신도 저리되었을 것이다. 세상에 벼락을 뿜어내는 무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무공이란 말인가?

적운상의 강기에 얼이 빠져 있는 건 호유광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멍하니 멈춰 서서 적운상을 봤다.

그 사이에 적운상은 훌쩍 몸을 날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유광이 금극영을 보며 물었다.

“저게 도대체 무슨 무공이오?”

“나도…… 모르오. 하지만, 형산파의 무공인 것만은 확실하오.”

금극영은 적운상이 왜 그렇게 형산파의 무공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저런 위력의 무공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우리들만으로는 그를 상대할 수 없소.”

호유광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적운상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대였다. 한 사람을 상대로 북진만해검진을 펼쳤는데도 도리어 이렇게 당하고 말았다. 적운상은 강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알고 있소. 하지만 싸움을 꼭 힘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오. 일단 그를 뒤쫓아 갑시다.”

“알겠소.”

호유광은 금극영에게는 뭔가 방법이 있으리라 여겼다. 마뇌총관이라 불리는 금극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났고, 단 한 번도 뜻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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